【대전지방법원 2023.8.9. 선고 2021구합106691 판결】
•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1구합106691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A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1. B ~ 19. T
• 변론종결 / 2023.06.14.
• 판결선고 / 2023.08.09.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10.8.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이하 ‘보조참가인들’이라고 한다) 사이의 U/V(병합)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인정 부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원고는 2018.6.4. 주식회사 W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2018.6.1. 주식회사 W으로부터 산업자재 사업 부문이 인적 분할되어 상시 약 1,008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사 및 원단, 산업용 원사(안전벨트, 차량용 매트), 탄소섬유, 아라미드 섬유 등을 제조·판매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타이어보강재 PU[섬유보강재(타이어코드), 강선보강재(스틸코드)], 테크니컬얀 PU[산업용 원사(에어백/안전밸트용 원사 등)], 인테리어 PU(자동차용 카매트), 탄소아라미드 PU(방탄용 원사, 탄소섬유) 등으로 제품군에 따라 조직을 구분하고 있는데, 2021.1.을 기준으로 원고의 본사 및 생산공장의 인력현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3) 보조참가인들은 1986년부터 1995년 사이에 주식회사 W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원고로 고용승계되어 원고의 경주공장에서 기능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자들이다.
나. 경주공장의 설립과정 및 폐쇄결정
1) 주식회사 W은 2018년 전후 강선재보강 관련 사업이 시장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 강선보강재를 생산해 온 주식회사 W 언양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주 고객이었던 X 주식회사 및 Y 주식회사가 중국 경쟁사들과 비교하여 특화된 가격으로 매입을 약속함에 따라 강선보강재 사업을 유지하기로 하되, 생산규모가 큰 언양공장은 2018.3.경 폐쇄하고, 그 규모를 1/6 수준으로 축소하여 경주공장으로 시설과 인력을 이전하였다.
2) 위와 같이 언양공장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언양공장 직원 192명 중 관계회사 및 타 사업장으로 전출되거나 희망퇴직을 한 인원 등을 제외한 112명의 인원이 경주공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3) 원고는 강선보강재 사업 관련하여 적자가 계속됨에 따라 더 이상 경주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2020.5.8. 원고의 노동조합측에 ‘경쟁사와의 원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적자 경영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스틸코드 원가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뚜렷하여 더 이상 공장가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2020.6.28.자로 경주공장 Closing을 결정하였다. 경주공장 생산중단에 따른 근로자 고용조정을 위하여 2020.5.11. 노사협의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경주공단 생산중단(공장 Closing) 확정에 따른 노사협의회 개최의 건’이라는 문건을 보냈다.
4) 원고는 2020.6.28. 경주공장의 생산을 중단하였다. 2020.6.28. 기준 경주공장에는 사무직 5명, 기능직 47명 총 52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원고는 경주공장의 사무직 근로자 5명을 제외한 기능직 근로자 47명에게 휴업명령을 하였으며, 휴업기간 동안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였다.
다. 노사협의 과정
1) 원고는 경주공장의 생산중단 및 휴업시행에 관하여 2020.5.13.부터 2020.12.28.까지 7차례에 걸쳐 노동조합측과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였다. 노동조합측은 ‘경주공장의 존속과 타 사업장 전환배치 등을 통한 도급 근로자를 포함한 전 직원의 고용보장’을 계속적으로 요구하였고, 처음에는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나중에는 희망퇴직과 관련하여서는 개인별 면담을 허용하되 희망퇴직금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경주공장 생산중단 및 희망퇴직 실시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 사업장 전환배치에 대하여는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2020.12.9. 제6차 노사협의회에서 “경주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업장은 없다. 더 이상 휴업수당을 지급할 여력도 없어 마지막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정리해고 법적절차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2020.12.28. 제7차 노사협의회에서는 “지난 6개월간 휴업수당을 지급하면서 희망퇴직과 더불어 전환배치 검토했으나, 현재 경영상황으로 경주인원을 수용할 여력이 있는 사업장이 없다. 1월 28일 정리해고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희망퇴직 신청기간을 연장한다. 정리해고 예고는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 원고는 위와 같은 노사협의 외에 2020.5.19., 2020.6.3., 2020.6.5., 2020.6.9. 및 2020.12.9. 근로자들을 상대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하였다.
3) 원고는 위와 같은 노사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5차에 걸쳐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였는데, 희망퇴직자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4) 경주공장 생산중단 당시 경주공장에 근무하고 있던 사무직 5명 중 2명은 영업, 관리, 기획 등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로서 Z 주식회사의 신규채용 형식으로 전적하였고, 1명은 위와 같이 희망퇴직 하였으며, 2명은 경주공장 관련 잔존업무 등을 처리하고 있었다.
라. 임·단협 합의
원고는 2020.7.29. 교섭노동조합인 AA노동조합과 임·단협 합의를 체결하였는데, 위 합의는 기본급 정액 45,000원 인상, 코로나19 극복 격려금 100만 원 지급, 상여금 600% 지급 및 경조금 인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마. 정리해고
1) 원고는 2020.12.21. ‘회사는 경주공장을 운영중단하고 유급휴업을 통해 직원의 고용을 어렵게 유지하면서 희망퇴직 신청과 더불어 사내 전환배치를 모색했지만 각 사업부들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산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주 인원을 수용할 여력이 있는 사업장이 없다. 이제 더 이상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기대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고용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휴업수당을 지급하여 회사 전체 경영 상태를 악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득이 1월 28일부로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경주공장 정리해고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2) 원고는 2020.12.24. 참가인들을 포함하여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아있는 경주공장 기능직 근로자들 26명 전원에게 해고 사유를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 해고일을 2021.1.28.로 한 ‘해고예고 및 해고통보서’를 송부하고, 2021.1.27. 이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해고 통보를 하였다(이하 참가인들에 대한 해고를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바.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1) 참가인들은 2021.3.26.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6.25. ‘이 사건 해고에 있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여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부당하나, 이를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는 볼 수 없어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유로 위 구제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판정을 하였다.
2) 참가인들은 2021.7.26.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 중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기각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원고는 2021.7.29. 위 초심판정 중 부당해고의 구제를 명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각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10.8.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와 참가인들의 각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재심판정 가운데 부당해고에 관한 부분을 한정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10호증, 을가 제4호증의 4, 을가 제5, 6, 8호증, 을가 제9호증의 1 내지 3, 을가 제10, 11호증, 을나 제1호증의 1 내지 5, 을나 제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였고, 이 사건 해고 대상자 선정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원고는 이 사건 해고와 관련하여 근로자 대표 또는 과반수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정리해고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452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해고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어떤 기업이 경영상 이유로 사업을 여러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경영하다가 그중 일부를 폐지하기로 하였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사업 축소에 해당할 뿐 사업 전체의 폐지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일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그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이다(대법원 2021.7.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등 참조).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이 경영악화를 겪고 있으며, 그러한 경영악화가 구조적인 문제 등에 기인한 것으로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고 해당 사업부문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결국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등 장래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 해당 사업부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불합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2.23. 선고 2010다3735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2, 7호증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의하면, 원고가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의 2018년도부터 2020년도 사이의 매출,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법인세비용 차감전이익(손실) 및 당기순이익 현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즉, 원고는 설립 이후부터 매년 흑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였고, 2019년도부터 법인세비용 차감전이익도 흑자로 전환되었으며, 2020년에는 당기순이익까지 흑자로 전환되었다. 한편 2019년도에는 법인세비용 차감전이익이 116억 원 가량 되었음에도 당기순손실이 약 760억 원 발생하였는데, 이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법인세 경정 처분을 받으면서 법인세 579억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표 생략>
② 원고는 2018년 및 2019년도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2020년도에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은 관계회사투자의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원고의 재무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2019년도에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은 위와 같은 법인세 경정처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임은 앞서 본 것과 같다. 한편 원고 회계감사인은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와 관련하여, 2020년의 경우 종속기업투자주식에 대한 손상평가 수행결과, 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았다. 2020년도 당기순이익과 관련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회계감사인의 검토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재무제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③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기업이 외부의 재무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영업능력의 유지, 배당금 지급 및 신규 투자 등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되는데, 원고는 2018년 약 900억 원, 2019년도 약 1,200억 원, 2020년도 약 3,100억 원 가량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여 양호한 영업실적을 보여주었다.
④ 원고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원고는 2018년 6월 이후 2020년 12월경까지 계속하여 원고 발행 회사채나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평가에서 A+, A2, A 등 양호한 평가를 받아 왔다.
⑤ 원고 재무제표상 유동비율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기는 하나, 원고는 부채비율 400% 이하 유지를 기준으로 다수의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이 기준을 충족해 왔으며, 위와 같이 신용평가에서 계속 양호한 평가를 받아오기도 했는바,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부도 위험에 대비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경주공장에서 생산하는 강선보강재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고, 중국경쟁사와의 원가경쟁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영업이익이나 경상이익도 계속하여 적자를 기록해 온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강선보강재의 매출액은 원고 전체 매출의 약 9% 가량 밖에 차지하지 않고, 경주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수도 원고 전체 인원대비 약 1% 밖에 되지 않으며, 강선보강재 부분에서의 적자 등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위와 같이 영업이익 흑자 및 양호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하였는바, 경주공장의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상의 장애가 원고 전체의 존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주공장 중단 이후에도 원고가 근로자들에게 코로나19 격려금이나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에게 경주공장을 폐쇄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7명의 근로자를 희망퇴직으로 감축하고도 다시 정리해고로 참가인들을 포함한 26명의 근로자들의 인원을 감축해야 할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해고 회피의 노력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14779 판결, 대법원 1999.4.27. 선고 99두202 판결 참조),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대법원 2004.1.15. 선고 2003두11339 판결,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을나 제10, 26호증, 을나 제27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 증인 AB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의 일부 진술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해고회피의 노력을 다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원고가 2020.5.부터 2020.12.까지 노동조합측과 경주공장 폐쇄와 관련하여 7차례에 걸쳐 노사간의 협의를 거친 사실과 휴업기간 동안 통상임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희망퇴직을 활용하는 절차를 진행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위 7차례에 걸친 노사협의 과정에서 타 사업장으로의 전환배치 등을 통해서라도 고용보장을 바라는 노동조합측의 요구에 대하여 원고는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답을 하였을 뿐 비용절감 조치를 고민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예정된 공장 폐쇄 및 해고만을 관철하려고 하였다. 또한 희망퇴직은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고용상실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최후의 해고회피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하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회피 노력을 다 했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는 희망퇴직금 인상을 건의하는 노동조합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② 경주공장의 공장장이 원고의 다른 사업장들에 경주공장의 폐쇄를 알리면서 각 사업장에 필요인원이 있을 시 경주공장 근로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경주공장 근로자의 울산공장이나 전주공장으로의 배치전환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경주공장 공장장의 위와 같은 형식적인 부탁 외에 본사 차원에서 참가인들을 비롯하여 남은 근로자 26명의 다른 사업장으로의 배치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울산공장이나 전주공장에 필요한 인력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경주공장의 경우 철강제조업인데 반해 나머지 공장은 화학섬유제조업으로 공정에 필요한 기술이 달라 경주공장 기능직들을 울산공장이나 전주공장으로 보낼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울산공장과 전주공장은 기능직 근로자가 각 500여 명 또는 17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대규모의 공장으로 생산설비도 증설되고 있던 상황인 점, 각 공장에 필요한 인력 수는 사용자가 정하는 것인데 위와 같은 울산공장이나 전주공장의 규모나 경주공장 잔여인력이 26명뿐이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필요 인원이 없어 경주공장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보낼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경주공장과 다른 공장에서 다루는 재료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일정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작업의 경우 특별한 자격요건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단기적인 교육을 거치면 충분히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실제로 이전에 강선보강재를 다루는 공장에서 섬유보강재를 다루는 공장으로 전보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전보로 인해 생산과정이나 결과 등에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경주공장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해고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공정성 인정 여부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4조제1 내지 3항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때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경영상 이유, 정리해고를 시행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시행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대상자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2.5.24. 선고 2011두11310 판결 등 참조).
원고가 경주공장 기능직 근로자들 중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해고를 하였음은 앞서 본 것과 같은데, 경주공장 기능직 근로자들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이와 같이 해고 근로자들을 선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외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 대상자의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바.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전통보 및 성실한 협의 여부
원고는 정리해고 이전에 노동조합 측에 경주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에 대하여 사전통보를 하고, 7차례에 걸쳐 노사협의를 거치긴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경주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실시라는 입장만 고수하였을 뿐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논의를 하지는 않은 사실은 앞서 본 것 같으므로 원고가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거나 해고 전 근로자대표 등과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정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민정 김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