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甲이 2018.3.경 乙 운영의 A 사업장에 고용되어 그때부터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2018.7.경부터 정직원으로 2019.10.경까지 근무하였다. 甲은 乙을 상대로 체불한 퇴직금을 달라고 소를 제기하였는데, 乙은 甲과의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매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였는데,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을 무효로 본다면 甲이 乙로부터 퇴직금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乙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乙은 甲과 사이의 근로계약에서 퇴직금과 구분되는 甲의 연봉액이나 월 급여액이 분명하게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단지 乙이 甲에게 2018.7.분부터 2018.12.분까지는 매월 160만 원을, 2019.1.부터는 매월 180만 원을 지급하기로 정한 후 그 월 지급액을 기초로 연봉계약서에 따라 산정된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甲에 대한 월 임금 항목으로 책정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인 점, ② 乙이 매월 임금과 퇴직금 분할금 명목의 돈을 구별하여 개별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월 1회 합산하여 함께 지급하였던 점, ③ 乙이 甲에게 2018.7.분부터 2018.12.분까지 지급한 월 지급액 160만 원에서 퇴직금 및 연장근로수당을 제외한 기본 급여와 2019.1.분부터 퇴사 당시까지 지급한 월 지급액에서 퇴직금 및 연장근로수당을 제외한 기본 급여가 해당년도 월 최저임금에 모두 미달하는 점, ④ 乙은 관세관청에 甲의 근로소득을 신고함에 있어 자신이 甲에게 급여 외에 퇴직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원까지 포함된 월 지급액인 160만 원 및 180만 원을 甲에 대한 급여로 신고하였던 점 등을 보면, 甲과 乙 사이에 乙이 甲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적으로 퇴직금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유효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乙이 甲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실질적인 임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乙 주장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
【전주지방법원 2022.10.6. 선고 2022나39·53 판결】
•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39(본소) 임금, 2022나53(반소) 부당이득금
• 원고(반소피고), 피항소인 / A
• 피고(반소원고), 항소인 / B
• 제1심판결 / 전주지방법원 2021.12.16. 선고 2021가소19619(본소), 2021가소31008(반소) 판결
• 변론종결 / 2022.08.25.
• 판결선고 / 2022.10.06.
<주 문>
1. 피고(반소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게 2,078,645원과 이에 대하여 2019.10.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반소: 원고는 피고에게 945,276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한다. 반소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
<이 유>
1.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8.3.7. 피고 운영의 ‘C치과기공소’ 사업장에 고용되어 그때부터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2018.7.6.경부터는 정직원으로 2019.10.5.까지 근무한 사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2,078,645원의 퇴직금을 체불하고 있다는 내용의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를 작성·발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2,078,645원과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도과한 2019.10.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제1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와의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매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된 퇴직금이 총 1,984,599원이다.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을 무효로 본다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위 1,984,599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반환되어야 하는바,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동채권인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채권의 1/2에 해당하는 1,039,323원과 대등액에게 상계한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10.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20.8.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1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연봉근로계약서에는 ‘월 지급액은 월지급액은 총연봉을 1/13등분하여 일부터 일까지 산정하여 일에 월 퇴직금 상당액을 합산하여 제세공과금을 제외하고 원고의 예금계좌로 지급한다(제6조제3항), 퇴직금은 노동관계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원고의 요청에 따라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하되 원고가 퇴직 후 신의칙에 반하여 퇴직금을 재청구하는 경우 원고가 지급받은 퇴직금은 부당이득금으로 전환되어 즉시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제6조제4항)’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피고가 작성한 원고에 대한 급여명세서상에는 퇴직금 항목이 별도로 있고, 월 지급액이 160만 원이었던 2018.7.분부터 2018.12.분까지의 급여명세서상에는 퇴직금이 123,075원으로, 월 지급액이 180만원 이었던 2019.1.분부터 2019.9.분까지의 급여명세서상에는 퇴직금이 128,461원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는 원고와 사이의 근로계약에서 퇴직금과 구분되는 원고의 연봉액이나 월 급여액이 분명하게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단지 피고가 원고에게 2018.7.분부터 2018.12.분까지는 매월 160만 원을, 2019.1.부터는 매월 180만 원을 지급하기로 정한 후 그 월 지급액을 기초로 위 연봉계약서 제6조제3항에 따라 산정된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원고에 대한 월 임금 항목으로 책정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인 점, ② 피고가 매월 임금과 퇴직금 분할금 명목의 돈을 구별하여 개별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월 1회 합산하여 함께 지급하였던 점, ③ 피고가 원고에게, 2018.7.분부터 2018.12.분까지 지급한 월 지급액 160만 원에서 퇴직금 항목으로 지급된 123,075원과 연장근로수당 항목으로 지급된 162,163원을 제외한 기본 급여 1,314,755원 및 2019.1.분부터 퇴사 당시까지 지급한 월 지급액 180만 원에서 퇴직금 항목으로 지급된 138,461원과 연장근로수당 항목으로 지급된 182,400원을 제외한 기본 급여 1,479,099원은, 2018년도 최저임금(시급 7,350원)에 따른 월 최저임금 및 2019년도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 따른 월 최저임금에 모두 미달하는 점, ④ 피고는 관세관청에 원고의 근로소득을 신고함에 있어 자신이 원고에게 급여 외에 퇴직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원까지 포함된 월 지급액인 160만 원 및 180만 원을 원고에 대한 급여로 신고하였던 점 등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들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인정한 사실이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적으로 퇴직금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유효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실질적인 임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3)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 주장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는바, 피고의 상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와의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매월 급여에 포함시켜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금이 총 1,984,599원인데,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을 무효로 본다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위 1,984,599원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동채권인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채권의 1/2에 해당하는 1,039,323원과 대등액에게 상계하였는바, 원고는 피고에게 위 상계권 행사 이후 잔존하는 나머지 945,276원(= 1,984,599원 – 1,039,323원)의 부당이득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인정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선(재판장) 이국진 박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