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가사사용인도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제공하는 근로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에게 여러 의무를 강제하고 국가가 사용자를 감독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게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 및 이용자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국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에게는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지급을 위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 외에도 퇴직급여제도 설정 및 운영과 관련한 노무관리 비용과 인력의 부담도 발생한다. 그런데 가사사용인 이용 가정의 경우 일반적인 사업 또는 사업장과 달리 퇴직급여법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퇴직급여법을 가사사용인의 경우에도 전면 적용한다면 가사사용인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최근 가사사용인에 대한 보호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용 가정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가사사용인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하여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하면 인증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가사근로자로서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제6조제1항). 이에 따라 가사사용인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하여 가사근로자법과 근로 관계 법령을 적용받을 것인지, 직접 이용자와 고용계약을 맺는 대신 가사근로자법과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가사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헌법재소 2022.10.27. 선고 2019헌바454결정】

 

• 헌법재소 결정

• 사 건 / 2019헌바454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조 단서 위헌소원

• 청구인 / 채○○

• 당해사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6885 임금(퇴직금)

• 선고일 / 2022.10.27.

 

<주 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 단서 중 ‘가구 내 고용활동’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4.5.21.부터 2018.3.4.까지 청구외 서○○에 의해 가사사용인으로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

청구인은 서○○을 상대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8.9.19. 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212230 판결). 청구인은 항소하면서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조 단서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은 2019.9.19. 청구인이 가구 내 고용활동에 해당함을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66885 판결), 같은 날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카기2487).

청구인은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하여 2019.9.26.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고, 2019.11.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3조 단서 중 ‘가구 내 고용활동’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적용범위)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및 가구 내 고용활동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 근로기준법(2007.4.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2021.6.15. 법률 제18285호로 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가사서비스”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의 보호·양육 등 가정생활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2.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란 제7조에 따른 인증을 받고 이 법에 따라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3. “가사서비스 이용자”(이하 “이용자”라 한다)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이용계약에 따라 가사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을 말한다.

4. “가사근로자”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에 따른 사용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5. “입주가사근로자”란 가사근로자 중 이용자의 가구에 입주하여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아니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행하는 가사서비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② 가사근로자의 근로 관계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54조(입주가사근로자의 경우는 제외한다), 제55조, 제60조제1항·제2항·제4항 및 제5항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입주가사근로자의 근로 관계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50조 및 제53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 외의 사람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퇴직금 청구권을 부인함으로써 청구인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아직까지 가사노동은 주로 여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가사노동에 대해 퇴직급여제도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 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32조제4항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가구 내 고용활동’과 퇴직급여법

(1) 퇴직급여법 제3조 단서는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제외시키고 있다. 원래 퇴직급여법 제3조는 2005.1.27. 법률 제7379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로 ‘가사사용인’을 적용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었는데, 2011.7.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되면서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표현이 변경되었다(심판대상조항). ‘가구 내 고용활동’은 조리, 청소, 간병, 육아 등 가사를 돕게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용관계 내지 활동을 일컫는 것이고, ‘가사사용인’은 이러한 가구 내 고용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 실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이하에서는 고용활동과 그 종사자를 지칭할 때 편의를 위하여 각각 ‘가구 내 고용활동’과 ‘가사사용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2) 가사사용인 내지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는 1953년 제정 당시부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제10조 단서, 현행 제11조제1항 단서), 그에 따라 이 사건 퇴직급여법을 비롯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임금채권보장법 등 많은 근로 관계 법령도 적용되지 아니하여 왔다. 가사사용인도 본래 근로자이지만 가사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고 근로조건에 관하여 국가의 감독이 미치기 어려워 근로 관계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여권신장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맞벌이가 늘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가족이 아닌 타인에 의한 가사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면서 가사사용인이 늘어남에 따라 가사사용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마련할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었다.

(3) 이에 2021.6.15.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이라 한다)이 법률 제18285호로 제정되어 2022.6.16.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인증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가사서비스와 관련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이 법에 따른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가사근로자’로 보고(제2조제4호) 이들에게는 퇴직급여법,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과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제6조). 그러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가사사용인의 경우에는 가사근로자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여전히 퇴직급여법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나.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평등권과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32조제4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가구 내 고용활동’을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하여 가사사용인을 다른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고 있는바, 이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한편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법령 등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비로소 재산권적 성격이 인정되므로(헌재 2021.11.25. 2015헌바334등 참조), 애초 퇴직급여법의 적용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어 있는 가사사용인의 경우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급여의 요건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재산권 제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헌재 2004.4.29. 2003헌바64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퇴직급여제도의 적용범위에 관한 조항이므로 설령 청구인이 심판대상조항으로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였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이 제한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헌재 2011.7.28. 2009헌마408 참조), 행복추구권에 대하여도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헌법 제32조제4항은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성만이 가구 내 고용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고 가사사용인 중 여성근로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초래되는 법적 효과라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 제32조제4항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하여만 판단하기로 한다.

 

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가사사용인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지만, 제공하는 근로가 주로 양육이나 요양보호 등과 같은 돌봄 및 가사(家事)를 내용으로 하고,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즉 가구 내 고용활동은 이용자 및 그 가족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의무를 강제하고, 국가가 사용자의 법준수 여부를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직급여법상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적립금이나 부담금을 납부할 의무는 물론(제16조제1항, 제20조제1항) 연금규약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제13조, 제19조), 법령 및 퇴직연금규약을 준수하고 가입자에게 퇴직연금제도 운영 상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하는 등(제32조제1항, 제2항) 여러 의무를 부담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용자가 퇴직급여법 또는 퇴직연금규약 등을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35조제1항), 필요한 경우 사용자에게 퇴직연금제도의 실시 상황 등에 관한 보고 및 관계서류의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사업장에 출입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제40조제1항, 제2항). 나아가 사용자는 퇴직급여법을 위반하거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형벌이나 과태료에 처해진다(제44조 내지 제48조).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와 동일하게 퇴직급여법을 적용하게 되면 가사사용인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퇴직급여법상의 사용자가 되어 위와 같은 퇴직급여법상의 여러 의무를 부담하고 국가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용자 및 이용자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가사의 사생활적 특성으로 인해 국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2) 가사사용인에게 퇴직급여법을 적용하게 될 경우 이용자는 가사사용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또는 퇴직연금을 위한 부담금 등을 납부하여야 하는데,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의 수준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또는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되어야 한다(제8조제1항, 제15조. 제20조제1항). 퇴직급여법 적용에 따른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용자가 가사사용인의 기존 임금에 퇴직급여 비용을 추가하여 부담하거나, 가사사용인이 받던 임금의 수준을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또한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에게는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지급을 위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 외에도 퇴직급여제도 설정 및 운영과 관련한 노무관리 비용과 인력의 부담도 발생한다. 그런데 가사사용인 이용 가정의 경우 일반적인 사업 또는 사업장과 달리 퇴직급여법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퇴직급여법을 가사사용인의 경우에도 전면 적용한다면 가사사용인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간병 등 돌봄의 수요가 큰 고령 이용자와 취약 계층의 경우 퇴직급여법 적용으로 인하여 증가하는 비용을 전적으로 이용 가정에서 부담하게 되면 가사사용인 이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보육, 간병, 가사관리 서비스는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하는 필수적인 돌봄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사사용인에 대한 퇴직급여법의 전면적 적용 이전에, 이용 가정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사회적 분담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가사사용인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개별 가정에서 산발적으로 가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 따라 국가에서 그 실태조차 파악하기에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퇴직급여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게 될 경우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할 행정인력 등의 대폭적인 증원이 선행되지 아니하고서는 개별 가정에 대하여 제대로 감독행정을 펼 수 없으므로 막대한 행정비용이 요구된다.

(4)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가사사용인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가사사용인에 대한 보호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용 가정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가사사용인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하여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하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가사근로자로서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제6조제1항). 즉 가사근로자와 직접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므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되고, 이용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가사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가사서비스를 제공받는다(제2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고(제7조), 고용노동부장관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하여 실태조사 및 감독을 할 수 있다(제21조 내지 제23조). 이 법은 가사근로자와 이용자 사이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매개로 함으로써 국가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직접 관리 감독하고, 가사근로자는 근로자로서 여러 근로 관계 법령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가사사용인에게 퇴직급여법을 비롯한 근로 관계 법령을 전면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한다. 대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이용자에 대하여 국세 또는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고, 국가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가사근로자에 대하여 고용보험료, 산업재해보상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제18조제1항, 제2항) 가사사용인과 이용자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이용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 직업소개소나 사인을 매개로 한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던 가사서비스 시장을 인증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이용하도록 유도하여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이 그 입법목적이다. 그러나 가사근로자법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매개하지 아니하고 이용자가 직접 가사사용인을 고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규율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가사사용인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하여 가사근로자법과 근로 관계 법령을 적용받을 것인지, 직접 이용자와 고용계약을 맺는 대신 가사근로자법과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사근로자법은 이용자에 대한 사생활침해 정도나 가사서비스 이용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관리 감독이나 현황 파악이 비교적 용이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소속 일부 가사근로자들에 대해 근로 관계 법령을 적용하도록 한 것일 뿐 가사사용인을 근로관계 법령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에서 가사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미선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심사기준

(1)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는 않았으나,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이하 ‘ILO’라 한다)가 2011.6. 채택한 ‘가사노동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 협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제189호) 전문은 ‘역사적으로 고용의 기회가 희소했던 개발도상국에서는 국가노동력 중 가사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에도 가사노동자들은 가장 주변화된 집단으로 머물러’ 있고, ‘가사노동은 꾸준히 눈에 안보이고 그 가치가 미미한 것으로 취급’받아왔으며, ‘대부분 고용, 노동에서의 차별이나 다른 인권침해에 특히 취약한 여성과 소녀가 담당’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는 현재까지도 많은 근로 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적용배제에는 법정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이 가사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다는 등의 이유도 고려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가사란 당연히 여성이 도맡아 하는 일이고 따라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공식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던 전통적 고정관념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2) ILO는 2013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많은 남성이 주로 정원사, 기사, 집사로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은 종사자 중 80%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굉장히 여성화된 분야이다.’ 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ILO의 가사노동 종사자에 해당하는 전체 가사사용인 중 여성의 비율에 관한 통계는 발견되지 아니하나, 통계청의 지역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 중 여성의 비율이 98.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원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구 내 고용활동 분야는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인 여성 집중 직종이라고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

(3) 심판대상조항은 ‘가구 내 고용활동’이라는 외관상 객관적·중립적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역사·문화적으로 고용·노동에 있어 차별에 취약한 집단이었고 현재에도 그 영향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가구 내 고용활동에 근로 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데에는, 가사노동은 애초부터 ‘노동’이 아니거나 보호가치가 미미하다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의 영향이 존재하였고 이는 또한 사회구조적 또는 심리적으로 가구 내 고용활동 분야가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인 여성 집중 직종이 되게 만드는 주요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종사자 중 절대다수가 여성인 가구 내 고용활동 분야에 근로 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 차별적 현실은 다시 가사노동에 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고착화·영속화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는 여성의 근로를 특별히 보호하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32조제4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4) 헌법 제11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나아가 헌법 제32조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근로” 내지 “고용”의 영역에 있어서 특별히 남녀평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여성인 가구 내 활동에 종사하는 가사사용인과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받는 다른 근로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척도를 적용하여 비례성 원칙에 따른 심사를 행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9.12.23. 98헌마363; 헌재 2021.9.30. 2019헌가3 참조)

 

나.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일반적으로 법률에 성차별적 규정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입법자의 차별의도보다는 성별에 대한 무의식(Gender Blindness)과 당시의 사회적 의식에 의한 경우가 많다. 또한 제정된 법률과 사회의 변화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여 제정 당시에는 성차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던 규정도 그 시행과 적용과정에서 차별적 규정이 되기도 한다(헌재 2008.11.27. 2006헌가1 참조).

근로기준법이 1953년 제정 당시 가사사용인을 적용범위에서 배제했던 것은 적극적인 차별의도가 있었다기보다 당시의 성별에 대한 무의식과 사회적 의식의 영향이 컸을 수 있다. 그러나 퇴직급여법이 제정된 2005년 또는 적어도 퇴직급여법이 전부개정되던 2011년에는 이미 여성의 노동환경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변화하여, 가사사용인을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을 더 이상 무의식이나 당시의 사회적 의식을 이유로 용인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대한 근로 관계 법령 배제’와 같은 성차별적 법제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여 가사사용인에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수용하게끔 강제하고, 가사사용인이 퇴직급여법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함에 따라 여전히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화되어 있고 차별에 취약한 여성의 고용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이는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로서 근로 내지 고용의 영역에 있어서 특별히 남녀평등을 요구하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 차별대우의 적합성

법정의견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가정이라는 사적이고 내밀한 사생활 영역의 보호에 한정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차별대우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휴게공간 등 근로환경에 관한 규제나 노동관계가 계속되는 와중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경우 등 고용활동에 근로 관계 법령을 적용하면 공간 또는 시간적으로 ‘가구 내’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퇴직급여는 본질적으로 근로제공의 대가인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헌재 1998.6.25. 96헌바27 참조)으로, 노동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비로소 그 지급여부가 법적 문제로 대두된다. 고용활동 종료 후 임금의 성질을 갖는 퇴직금의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공간 또는 시간적으로 ‘가구 내’의 사생활과 무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차별대우가 가정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현행 퇴직급여법상의 모든 의무 및 규제를 동일하게 가구 내 고용활동 사용자에게 적용하면 일부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행 퇴직급여제도가 가구 내 고용활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결과 발생하는 문제일 뿐이고, 앞서 보았듯 퇴직급여제도는 본질적으로 사생활 침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차별대우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3) 차별대우의 비례성

(가) 가구 내 고용활동은 크게 경제활동가구에서 누리는 편의제공 서비스(가사관리)와 아동·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한 도움 제공 서비스(돌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가사노동에서의 편의를 얻기 위한 서비스라 한다면, 후자는 경제력과 무관하게 자립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다. 가사관리와 돌봄은 수요의 원인, 서비스의 내용, 사생활과의 밀접성 등에 있어서 상이한 측면이 있으므로 정책의 방향 또는 관리감독의 방법에 있어서도 구분하여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양자는 퇴직급여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이용 가정의 부담이나 행정비용의 증가 양상이 다를 수 있으며, 그 비용의 사회적 분담방식도 다르게 결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획일적으로 가구 내 고용활동을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퇴직급여제도는 ‘정년퇴직하는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 및 ‘중간퇴직하는 근로자의 실업보험’ 기능을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헌재 2013.9.26. 2012헌바186 참조), 퇴직금은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가사사용인라고 하여 이러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가사사용인은 근로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소득 수준이 낮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다. 또한 휴식이나 식사시간 등이 보장되지 않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다. 소개업체를 이용할 경우 가입비 등 회원 수수료의 부담도 존재한다. 또한 퇴직급여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의 적용 제외로 인하여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국민건강보험(직장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체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가사사용인을 퇴직급여제도에서까지 배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게 된다.

(4)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명령의 필요성

심판대상조항은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를 천명하는 헌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현재 가구 내 고용활동 중 상당수가 ‘취약계층의 사용자가 취약계층의 가사사용인과 고용계약을 맺고 있는 형태’이고, 가정 내 성역할에 대한 기성 사회의식과 남녀간 임금격차로 인해 가사서비스 이용비용이 상승하면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현실도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비용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 없이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 퇴직금제도는 사실상 장식적 제도로 남거나 위헌결정의 취지와 반대로 여성의 고용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위헌적 상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심판대상조항을 존속하는 것과 폐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결과적으로 헌법에 부합하는 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의 책무는 ‘최악’과 ‘차악’ 중 무엇이 후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32조제4항이 여자의 근로에 ‘특별한 보호’를 명하는 취지는, 단지 여성 집중 직종인 가구 내 고용 활동에 퇴직급여법 적용에 있어서 형식적인 차별을 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국가에게 퇴직급여법이 적용될 때 발생할 부정적 효과를 예방·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당한 차별을 실질적으로 철폐·시정할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의 책무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국가에게 여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에 부합하는 제도적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고려한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여야 한다.

 

7.  재판관 이미선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법정의견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가. 종래 가사와 육아, 가족의 간병 등은 가족들을 위해 제공하는 대가 없는 노동이다 보니 가사노동은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더 이상 가정 내에서 가사노동의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게 되자, 가정의 외부로부터 가사노동을 제공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사사용인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사사용인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사사용인에 대한 근로조건을 향상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가사사용인은 지인의 소개나 중개업체 등을 통하면서도 개별 이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며, 전문적인 가사서비스 제공업체 등에 고용되어 이용자에게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용자가 가사사용인을 직접 고용한 경우 개별 이용자가 퇴직급여법상 사용자가 될 것이므로, 이와 같이 이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가사사용인에게도 퇴직급여법이 전면 적용된다면 앞서 법정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퇴직급여법상의 여러 의무들을 개별 이용자가 부담하게 된다.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은 매우 다양하며 광범위하다. 부부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맞벌이 가구는 물론 한부모 가족, 고령의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의 경우에 특히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가 변화되면서 누구에게나 가사와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가 현실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이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가사사용인에 대하여 퇴직급여법을 적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오롯이 이용자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가사사용인의 이용을 위축시켜 각 가정에 돌봄 공백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가사사용인에 대하여 퇴직급여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바우처 내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 가사서비스 이용 가정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는 국가 등의 재정상황, 대상의 범위나 기준, 지원의 수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사근로자법은 퇴직급여법을 비롯하여 근로 관계 법령상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의무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지우면서 동시에 세제 감면 및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가사사용인의 비중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 가사사용인을 직접 고용하여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 대해서까지 당장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가사사용인을 노동법의 보호영역에 포섭시키는 단계적 개선이 이루어진 점과 가사서비스 이용을 위한 공적 지원을 수행하는 국가 등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심판대상조항이 가사사용인을 퇴직급여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한 것을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다만 가사근로자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가사사용인은 퇴직급여법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역시 그 적용범위에서 제외되고 있고(제11조제1항 단서), 최저임금법, 임금채권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다른 근로 관계 법령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현행 근로 관계 법령은 각 법령의 입법목적과 규율내용에 비추어 가사사용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적정한지 구체적으로 살피지 아니한 채, 가사사용인이 가지는 특수성을 이유로 모든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범위에서 가사사용인을 일률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사사용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남게 되었다. 특히 최저임금제도의 경우 헌법 제32조제1항에서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그 시행을 의무지우고 있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임금과 관련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바(제1조), 최저임금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며, 이에 관한 권리는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되므로(헌재 2021.12.23. 2018헌마629등 참조) 가사사용인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사사용인에 대하여 적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현행 근로 관계 법령들에 대하여는 법령별로 적용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가사사용인의 근로조건과 근로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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