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어떠한 단체가 그 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단체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고 이를 위반한 구성원에 대하여 징계를 한 경우 징계의 상당성 여부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그 단체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징계권 역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징계권의 행사가 구성원의 행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상실한 경우 그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징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특히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것이므로, 단체의 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들에게 각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제명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 제명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조합원을 노동조합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제명 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제명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조합 규약 등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처럼 노동조합에게 부당 제명 등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되는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오로지 원고들을 몰아내려는 의도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3.31. 선고 2021가합512926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512926 징계무효확인 등
• 원 고 / 김○○ 외 5인
• 피 고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고속지부
• 변론종결 / 2022.03.03.
• 판결선고 / 2022.03.31.
<주 문>
1. 피고가 2021.2.18. 원고 김○대, 선○호, 최○식, 배○환에 대하여 한 각 제명 처분 및 원고 천○준에 대하여 한 무기정권 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김○회와 피고 사이에 발생한 소송비용은 원고 김○회가,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소송비용 중 20%는 나머지 원고들이, 8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 및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1.2.19.부터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주식회사 ○○고속(이하 ‘○○고속’이라고 한다)의 승무직, 정비직 근로자들로 조직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산하 지부이고, 원고들은 ○○고속 소속 승무직 근로자로서 피고 조합원이다.
나. 피고는 2021.2.18.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 김○회, 김○대, 선○호, 최○식, 배○환에 대하여 각 ‘제명’ 처분을, 원고 천○준에 대하여 ‘무기정권’ 처분을 의결하였고, 그 무렵 원고들에게 위 처분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아래 생략>
다. 피고의 규약 중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징계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어떠한 단체가 그 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단체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고 이를 위반한 구성원에 대하여 징계를 한 경우 징계의 상당성 여부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그 단체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징계권 역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징계권의 행사가 구성원의 행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상실한 경우 그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징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특히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것이므로, 단체의 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4.5.10. 선고 93다21750 판결, 2004.11.12. 선고 2003다69942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 4, 7 내지 9호증, 을 제3 내지 6,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 각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제1, 2, 3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원고들이 어떠한 선동행위 및 반조직적 행위를 하고, 피고 지부를 어떻게 이원화시켰으며, 지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지부 운영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2020.12.9. 임시대의원회에서 어떻게 회의를 방해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다.
② 제4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들이 피고 임원진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임금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피고를 ‘어용노조’라고 비난하면서, 대의원회에서 피고 대표자에 대한 불신임 및 일부 임원에 대한 징계 결의안의 부의를 주도한 사실은 인정되나, 단순히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사정을 근거로 임직원에 대한 불신임 및 징계 결의안을 부의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이유만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대의원회의 결과 불신임 및 징계 결의안이 부결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안건의 발의 자체가 위법,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노동조합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노동조합의 통제권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노조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조합원들의 독자적 조직 및 활동은 보장되어야 하는 점, 노동조합은 민주주의 원리에 의하여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사가 개진되고 그 다양성이 조합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하므로, 조합원들의 독자적 조직 및 활동을 통한 조합 집행부 비판 역시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 점, 피고 규약 제13조는 조합원의 권리로서 조합의 모든 활동에 참여할 권리, 조합운영에 동등한 발언권 및 의결권 등을 보장하고 있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이 피고 대표자에 대한 불신임을 제안하면서 ‘어용노조’ 등 일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측의 임금 삭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피고 임원진을 비판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이므로 원고들의 위 행위는 조합원으로서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한다.
③ 피고 규약 제61조는 징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 당사자에게 사전에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고,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2020.2.15. 원고들에게 발송한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서에는 징계의 근거조항만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징계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고,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받은 원고 김○회는 2021.2.26. 피고에게 소명할 수 있도록 어떤 행위가 규약위반에 해당하고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징계 사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하였음에도 징계의 이유를 고지받지 못하였으며, 이와 달리 피고가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이 사건 징계처분에 앞서 원고들에게 징계 사유를 고지하거나 그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여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바, 이로써 원고들이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부터 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결과를 통보받을 때까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징계가 이루어진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불복하여 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였다.
④ 더구나 일부 원고들에 대한 제명 처분은 노동조합의 구성원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는 가장 중한 징계로, 징계대상자가 노동조합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존속 및 목적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이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러야 할 수 있는 징계인 점을 감안할 때, 피고가 주장하는 징계 사유만을 근거로 위 원고들에 대하여 제명처분을 하는 것은 징계양정의 측면에서도 과도하다.
3.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징계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징계사유를 내세워 원고들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여 징계권을 남용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판단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제명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하여 징계 제명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조합원을 노동조합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제명 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제명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조합 규약 등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제명 등의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처럼 노동조합에게 부당 제명 등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되는데(대법원 1993.10.12. 선고 92다43586 판결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오로지 원고들을 몰아내려는 의도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