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1] 사용자는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구하거나 같은 내용의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위 법리는 노동조합 등이 단체행동권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는 노동조합 등이 정당하게 단체행동권을 행사함으로 인하여 기업시설의 관리권에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용자의 소유권·시설관리권과 노동조합 등의 단체행동권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등의 단체행동권 행사가 정당성을 갖춘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모든 보전처분에 있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의 존재에 관한 소명이 있어야 하고, 이 두 요건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요건이기 때문에 그 심리에 있어서도 상호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심리되어야 한다.

한편, 노사의 이해의 대립은 노사대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주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사용자가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노동조합과 그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보전의 필요성이나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도의 신중함을 요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4.14., 2016카합20061 결정】

 

•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 결정

• 사 건 / 2016카합20061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 채권자 / 주식회사 A

• 채무자 / 1. B 노동조합, 2. C, 3. D, 4. E

 

<주 문>

1. 채권자의 채무자들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1. 채무자들은 2016.2.19.자 쟁의행위찬반투표에 기하여 별지1. 금지행위 목록 기재 각 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위 각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집행관은 제1항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3. 제1항의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채무자 B 노동조합(이하 ‘채무자 조합’이라 한다)은 1일당 5,000만 원씩을, 채무자 C, D, E는 1일당 100만 원씩을 채권자(이하 ‘채권자회사’라 한다)에게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채권자 회사는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 채권자 회사에는 운항승무원 1,085명에 의하여 조직된 노동조합인 채무자 조합과 운항승무원 760명에 의하여 조직된 F노동조합(이하 ‘F노조’라 한다)이 설립되어 있는데, 그 중 채무자 조합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대표 노동조합 역할을 하고 있다.

3) 채무자 C, D, E는 각각 채무자 조합에서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다.

 

나.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과정

1) 채무자 조합은 2016.1.경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에서 채권자 회사와 입금협상을 진행하다가 그 협상이 결렬되었음을 선언하고, 2016.1.12.부터 2016.1.22.까지 채무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소집할 계획임을 공고하였다.

2) 채무자 C은 2016.1.15. 인터넷 게시판의 ‘조합공지’란에 F노조 조합원들도 임시총회 소집 및 찬반투표 대상에 추가한다는 취지를 공고하였다. 그 공고문에는 채무자 조합원에 대한 임시총회 개최 기간을 2016.1.12.부터 2016.1.29.까지로 변경하고, F 노조 조합원에 대한 임시총회를 2016.1.22.부터 2016.1.29.까지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3) 채무자 C은 2016.1.20. 인터넷 게시판의 ‘조합공지’란에 채무자 조합원들과 F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시총회 개최 기간의 종료 시점을 2016.1.29.에서 2016.2.1.로 변경한다는 취지를 공고하였다.

4) 채무자 조합은 2016.1.22. 인터넷 게시판의 ‘조합공지’란에 ‘2015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율 중간보고’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게시하였는데, 위 공고문에는 채무자 조합원 1,085명 중 886명이, F노조 조합원 중 23명이 각각 투표에 참여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5) 채무자 C은 2016.1.28. 인터넷 게시판에 임시총회 개최 기간의 종료 시점을 2016.2.1.에서 2016.2.19.로 변경한다는 취지를 공고하였다. 채무자 C은 위 공고문에 “지난 1월 26일 F노조가 중집회의를 통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자체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에 조종사 직종 교섭단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서 당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정당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합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6) 채무자 조합은 2016.2.19. 찬반투표를 종료하였고, 채무자 조합원과 F노조 조합원 수를 합한 1,845명(=채무자 조합원 1,085명 + F노조 조합원 760명) 중 1,106명(=채무자 조합원 917명 + F노조 조합원 189명)이 쟁의행위에 찬성한 것으로 보고(투표에 참여한 F노조 조합원 수는 195명으로 집계되었다), 인터넷 게시판의 ‘조합공지’란에 ‘투쟁명령 1호’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게시하였다. 위 공고문은 채무자 노조가 2016.2.20.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을 명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는데, 구체적인 지침으로는 “비행안전을 위해 정시에 출두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비행을 준비한다.”, “EXTRA(DH) 임무는 EY 배정시 탑승하지 않는다.”, “항공법 위반 운항을 거부한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다. 관련 법령 및 자치규범

관련 법령 및 자치규범의 내용 중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 있는 조항은 별지2.에서 보는 바와 같다.

 

2. 채권자 회사의 주장 및 판단

 

가. 피보전권리에 관한 주장

사용자는 사업장 시설에 대한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시설관리권과 헌법상 재산권(제23조),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로부터 파생되는 경영권을 갖추고 있는바, 만약 근로자들이 위법한 쟁의행위를 할 경우에는 그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채무자들이 실시하고자 하는 쟁의행위는 다음 1) 내지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절차나 방법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채권자 회사에게는 위 쟁의행위의 사전적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피보전권리가 있다.

1) 채무자들은 최초 찬반투표를 공고할 당시에는 채무자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면서 F노조 조합원들을 그 절차에서 배제하였고, 이후 연장 투표를 할 때에도 채무자 조합원들과 F노조 조합원들이 사용하는 투표용지의 색깔을 달리 하여 투표를 실시하였다. 이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채무자 조합이 채무자 조합원들과 F노조 조합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의 취지에 반하므로 위법하다.

2) 채무자들이 채무자 조합원들과 F노조 조합원들이 사용하는 투표용지의 색깔을 달리 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41조제1항에 정한 비밀, 무기명 투표의 원칙에도 반한다.

3) 채무자들은 찬반투표를 실시하면서 F노조 조합으로부터 투표권자 명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1조제12호, 채무자 조합의 규약 제52조제2호의 취지에 따르면, 채무자들은 투표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투표권자 명부를 구비하였어야 하므로, 채무자들이 진행한 투표절차에는 위법이 있다. 또한, 투표권자 명부 없이 투표절차를 진행하였을 경우 그 신분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그 투표결과가 신뢰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채무자 조합은 1차 투표기간이 만료된 이후 2, 3차에 걸쳐 투표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장기간 투표절차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쟁의행위 찬반투표 기간을 임의 연장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가, 채무자 조합의 선거관리규정에 의할 때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진행 및 종료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바, 채무자 조합이 투표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

5) 채무자 조합이 공지한 쟁의행위의 방법은 비행 안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승객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서 상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주장

1) 채무자들이 채권자 회사에게 쟁의행위 개시를 통보하면서 그 활동을 시작한 상태인 점, 2) 채무자들의 쟁의행위가 지속될 경우 채권자 회사는 대외적 신인도의 추락으로 인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점, 3) 채무자들이 형식적으로나마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쳤으므로 채권자 회사로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할 정부기관의 실질적인 구제수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점, 4) 채권자 회사는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이므로 채무자들은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는 한도에서 쟁의행위를 하여야 하는데 채무자들은 그 의무를 위반한 채 쟁의행위를 개시한 점 등에 의하면, 채무자들의 쟁의행위를 사전적으로 금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3. 판 단

 

가.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1) 논의의 전제

가) 사용자는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이하 ‘노동조합 등’이라 한다)을 상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구하거나 같은 내용의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위 법리는 노동조합 등이 단체행동권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1.2.24. 선고 2010다75754 판결 등 참조). 다만, 사용자는 노동조합 등이 정당하게 단체행동권을 행사함으로 인하여 기업시설의 관리권에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사용자의 소유권·시설관리권과 노동조합 등의 단체행동권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등의 단체행동권 행사가 정당성을 갖춘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조합이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절차적 하자가 있고, 채무자들이 선택한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상당성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그 쟁의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바, 아래에서는 그 주장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소명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채무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정대표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1)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방식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대해서는 위 공정대표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①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사용자·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지는 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 한정되는바(노동조합법 제29조제2항), 이때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자신의 조합원만이 아닌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위하여 그 권리를 공정하고 성실하게 행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이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4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조항인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위 조항의 적용 범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② 노동조합법 제41조제1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 사업장의 경우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쟁의행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위 투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복수의 노동조합은 위 투표절차를 통합하여 진행할 수도 있고 노동조합별로 따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에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시와는 달리 교섭대표 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도 그 절차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므로, 굳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확장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2) 채무자 조합이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채무자 조합이 다른 노동조합원들을 차별하지 않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과연 채무자 조합이 위와 같은 의무에 위반하였는지 보건대, 기록에 나타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 조합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음이 소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① 채무자 조합은 처음에는 채무자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2016.1.12.부터 2016.1.22.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공고하였다. 그러나 채무자 조합이 채무자 조합원들 만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자 결정한 것은 F노조 조합이 자체적으로 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F노조 조합원들을 의도적으로 절차에서 배제하기 위하여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채무자 조합은 F노조 조합이 자체적으로 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자 투표기간을 연장하고 F노조 조합원들을 투표대상에 포함시켰다. 투표기간은 3차례에 걸쳐 연장되어, 채무자 조합원들은 2016.1.12.부터 2016.2.19.까지, F노조 조합원들은 2016.1.22.부터 2016.2.19.까지 각각 투표를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채무자 조합원들과 F노조 조합원들 모두가 참여하기에 충분한 투표기간이었다.

③ 채무자 조합이 채무자 조합원에게는 흰색 투표용지를, F노조 조합원에게는 연두색 투표용지를 각각 사용하도록 한 사실은 소명된다. 그러나 채무자 조합이 투표용지 색깔을 달리 하였다고 하여 그 의결권의 효력을 달리 취급한 것도 아니고, 이로 인하여 F노조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데에 특별한 제한을 받은 것도 아니므로, 위 사실만으로 채무자 조합이 찬반투표를 불공정하게 진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나) 비밀, 무기명 투표 원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법 제41조제1항에서는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비밀, 무기명의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비밀 투표란 누가 어떤 내용의 투표를 하였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투표를 의미하고, 무기명 투표란 투표용지에 투표자의 성명을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투표를 의미한다.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조합이 F노조 조합원들로 하여금 연두색 투표용지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 비밀, 무기명 투표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찬반투표에 참여한 F노조 조합원들의 수가 195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위 F노조 조합원들이 연두색 색깔의 투표용지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누가 어떠한 내용의 투표를 하였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투표권자 명부 없이 투표를 진행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조합이 F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투표권자 명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으므로 찬반투표 자체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그 투표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채무자 조합이 F노조 조합으로부터 투표권자 명부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F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사실은 소명되나, 이 사건 기록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의하면 위 사실만으로 채무자 조합이 실시한 찬반투표에 잘못이 있거나 그에 근거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① 노동조합법 제11조제12호는 노동조합의 규약에 ‘투표자 명부 및 투표용지 등의 보존·열람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고, 채무자 조합의 규약 제52조제2항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관련 투표자 명부 및 투표용지는 1년간 보존하여 조합원으로 하여금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권자 회사는 위 각 조항을 쟁의행위 찬반투표 이전에 투표권자 명부를 확보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였으나, 위 각 조항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지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찬반투표 과정에서 생성된 투표자 명부와 투표용지를 보존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취지의 조항이지, 찬반투표 이전에 투표권자 명부를 미리 확보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은 아니다. 따라서 채무자 조합이 투표권자 명부를 구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하여 위 각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② 채무자 조합은 F노조 조합으로부터 투표권자 명부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F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기 위하여 ‘F노조 조합원 투표인 명부’를 만들었다. 채무자 조합은 위 명부의 상단에 “본인은 ㈜A 조종사 직종 교섭단위 2015년 임금교섭의 결렬에 따라 실시되는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 공고일 2016년 1월 15일 현재 F노조 조합원임을 확인하며, 아래 사항을 기재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합니다.”라는 내용을 기재하였고, 투표를 하고자 하는 F노조 조합원들로 하여금 위 명부의 하단에 ‘성명’, ‘고유번호’, ‘기종’, ‘직급’을 기재하도록 하였는바(채무자들은 신분증도 확인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와 같이 채무자 조합은 투표권자 명부가 없는 상태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에 따르면, 만일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조합의 투표권자 명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일부 노동조합이 투표권자 명부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모든 근로자의 쟁위행위를 막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노동조합법 제41조제1항에 의할 때, 채무자 조합이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 확보하여야 하는 채무자 조합원과 F노조 조합원의 찬성표는 923표(=채무자 조합원과 F노조 조합원의 수 합계 1,845명 ÷ 2, 소수점 이하 올림)였는데, 채무자 조합은 그 소속원 917명의 찬성을 이미 확보하였으므로 6명의 F노조 조합원의 찬성만 확보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설령 F노조 조합원들의 투표권자 명부를 구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가 진행됨에 따라 그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일부 투표에 참여하였다 하더라도, 집계된 F노조 조합원의 찬성표 189표 중 183표 이상이 무효임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그 하자가 전체 찬반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라) 투표기간 연장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먼저, 채권자 회사는 관련 법령이나 자치규범에 투표기간 연장을 허용하는 조항이 없으므로 채무자들이 3차례에 걸쳐 투표기간을 연장한 것 자체가 잘못이고, 그 잘못은 투표결과를 무효로 보아야 할 정도로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심문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의하면 투표기간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거나 연장된 투표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관련 법령이나 자치규범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단체의 설립목적에 배치되거나 단체 구성원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단체 구성원들의 의사와 그 동안의 관행에 따라 행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관련 법령이나 자치규범(규약, 선거관리규정)을 보더라도 투표기간 연장 자체를 금하는 규정은 없다.

② 물론 투표기간 연장으로 인하여 투표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에는 투표자들의 의사가 왜곡되고 관련 법령이나 자치규범에서 의결정족수나 의사정족수를 규정한 취지가 잠탈될 여지가 있으므로, 지나친 투표기간 연장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채무자 조합원들은 39일, F노조 조합원들은 29일의 투표기간을 각각 허여 받았는데 외근이 잦은 조종사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그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보기 어렵다.

(2) 다음으로, 채권자 회사는 투표기간 연장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지 않고 채무자 조합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므로, 이에 근거한 채무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채무자 조합의 규약 제19조에 의하면 임시총회의 소집권한은 채무자 조합의 위원장에게 있음이 소명되는바, 이 사건과 같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임시총회 기간을 연장한 경우 그 연장권한도 위원장에게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 규약의 하위규범인 채무자 조합의 선거관리규정 제1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 규정의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고, 제22조가 선거관리위원장이 투표의 종료를 선언하도록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관련하여 채무자 조합의 위원장인 채무자 C이 투표기간 연장 및 종료시기를 결정하여 공고한 것이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채무자 조합, C이 투표기간을 연장한 것과 관련하여 다소 절차상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 투표결과의 무효 여부 내지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는 그 절차상 잘못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찬반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10.25. 선고 2010다10253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연장된 투표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보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투표기간 연장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채무자 C이 결정하였다고 하여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가 방해되고 자유와 공정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 대다수가 최초 투표기간 만료일인 2016.1.22. 이전에 투표하여(2016.1.22.까지 채무자 조합원 886명과 F노조 조합원 23명이 투표하였다) 위 시점에 이미 의결정족수에 가까운 찬성자 수가 확보된 점을 고려하면 채무자 조합과 채무자 C이 행한 절차상 잘못이 위 찬반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상당성을 상실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채무자 조합원들이 수행하고자 하는 쟁의행위의 주된 방식은 ① 비행안전을 위하여 정시에 출근하고 운항 브리핑을 정시에 시작한다는 것, ② 운항규정에 위배되는 임무배정과 항공법 위반 운항을 거부한다는 것, ③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의 내용이 기재된 스티커를 비행가방에 부착한다는 것 등이다.

채권자 회사는 위와 같은 형태의 쟁의행위가 비행 안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승객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상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채무자 조합원들이 채택한 쟁의행위의 방식은 다른 형태의 쟁의행위에 비하여 채권자 회사의 물적 시설이나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다가, 그 행위가 비행 안전에 영향을 준다거나 승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므로, 채권자 회사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 회사가 이 사건 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를 갖추었는지 여부는 채무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춘 것인지 여부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쟁점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채무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소명이 부족하므로, 채권자 회사의 피보전권리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모든 보전처분에 있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의 존재에 관한 소명이 있어야 하고, 이 두 요건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요건이기 때문에 그 심리에 있어서도 상호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심리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7.26.자 2005마972 결정 등 참조).

한편, 노사의 이해의 대립은 노사대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주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사용자가 기업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노동조합과 그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보전의 필요성이나 방해배제 내지 방해예방청구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도의 신중함을 요한다(대법원 2011.2.24. 선고 2010다7575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돌아와 보면,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들이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지도 않은 채 별지1. 목록 제2항의 쟁의행위를 실시함에 따라 비행 안전이 저해되고 승객들의 불안감이 가중됨으로써 사후적으로 회복될 수 없는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나, 그 주장에 대해서는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채권자 회사가 작성한 별지1. 금지행위 목록의 경우 금지를 구하는 행위의 태양이 매우 포괄적일 뿐 아니라, 제2항을 제외하면 그와 같은 행위가 이루어지리라는 명백한 개연성도 없는 상태인바, 현 단계에서 채권자 회사가 구하는 가처분이 발령된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채권자 회사가 구하는 가처분은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채권자 회사의 채무자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신청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심우용(재판장) 박동복 박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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