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구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함에 따라 이를 허용하는 전교조 규약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명령이 있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 위반죄로 피고인들이 기소되어 원심 유죄 선고 후 대법원에 계속되던 중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취지로 구 교원노조법이 개정된 사안에서, 형법 제1조제2항의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여 면소판결이 가능하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면소판결을 하였음.
【대법원 2021.12.30. 선고 2017도15175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7도15175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제1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8.12. 선고 2015고정1648 판결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9.1. 선고 2016노1613 판결
• 판결선고 / 2021.12.30.
<주 문>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면소.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라고 한다)의 개정 경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구 교원노조법(2020.6.9. 법률 제17430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교원노조법’이라고 한다) 제2조는 법상 ‘교원’을 현직 교원으로 한정하고(본문),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규정하였으며(단서), 제4조제1항은 법상 ‘교원’만이 교원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나아가 구 교원노조법은 교원 노동조합에 관하여 일부 특례를 규정하면서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0.6.9. 법률 제17432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의 규정을 따르도록 하였는데(제14조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단서 라.목 본문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구 교원노조법 및 구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따라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은 법령상 허용되지 않았다.
나. 1999.6.27. 개정된 피고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피고인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의 규약 부칙 제5조는 “규약 제6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제1항), “종전 규약에 의거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있던 해직 교원 중 복직되지 않은 조합원 및 이 규약 시행일 이후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후 피고인 노동조합은 2010.8.14. 규약을 개정하면서 부칙 제5조제1항을 삭제하고 부칙 제5조제2항을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라고 개정하여,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내용의 부칙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칙 조항’이라고 한다).
다. 이에 고용노동부장관은 2012.8.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2.9.3.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 중 이 사건 부칙 조항이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고 의결하였다.
라. 고용노동부장관은 2012.9.17. 구 교원노조법 제14조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에 근거하여 피고인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인 1에 대하여 이 사건 부칙 조항이 강행규정인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2012.10.18.까지 이를 시정할 것을 명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고 한다), 피고인 1은 위 기한까지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마. 이에 피고인 1은 구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에 의한 시정명령 불이행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 위반죄로 기소되었고, 피고인 노동조합은 그 대표자인 피고인 1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구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으로 기소되었다.
바. 제1심은 이러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고, 원심도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사. 그런데 원심판결 선고 후 구 교원노조법이 2021.1.5. 법률 제17861호로 개정되면서 제2조 단서가 삭제되고, 법상 ‘교원’ 뿐만 아니라 ‘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도 교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4조의2가 신설되어 2021.7.6. 시행되었다(이하 ‘이 사건 법률 개정’이라고 한다).
아. 한편 이 사건 법률 개정에 관한 입법자료에 기재된 제안이유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 교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도 교원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 위반죄는 구 노동조합법 제21조제1항에 의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위 시정명령이 추구하는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에서 정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그 시정명령이 실체적으로 적법한 것이어야 하므로, 시정명령의 적법성은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 위반죄의 구성요건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시정명령은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피고인 노동조합의 규약이 구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를 시정하라는 취지로서, 그 처분사유의 근거법령으로 구 교원노조법 제2조를 적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이 사건 법률 개정에 따라 구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가 삭제되고 제4조의2가 신설됨으로써 종전까지 금지하던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법령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 처분사유의 법령상 근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행정목적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 개정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오랜 기간 사회적 논란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이를 허용하기로 입법적 결단을 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제안이유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교원 노동조합 제도를 국제적 규범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법률 개정 당시 부칙 등에도 개정법률 시행 전의 시정명령 위반행위 등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과 관련된 벌칙규정의 적용에 관하여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와 같은 구 노동조합법 제93조제2호 위반죄의 보호법익과 구성요건, 이 사건 시정명령의 경위와 근거법령, 이 사건 법률 개정의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 개정은 법령상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지 아니한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였다는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른 것으로서,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교원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하여 시정을 명하거나 그 시정명령 위반행위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것 역시 부당하였다는 반성적 고려를 전제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는 형법 제1조제2항의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제4호에 의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인바, 이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 및 이를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96조제1항에 의하여 자판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