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계약에서 망인을 자유직업소득자로서 이 사건 사업장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망인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정한 사실, 망인이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망인이 지급받은 계약대금에서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다는 사정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이 사건 계약이 업무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망인은 계속적·전속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드라마 편집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이 사건 계약기간을 사전에 명확히 특정할 수 없었고, 편집업무, 즉 근로의 대가를 회당 일정한 금액의 형식으로 수령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라고 인정된다.
【서울행정법원 2020.8.13. 선고 2020구합5095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50959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0.06.25.
• 판결선고 / 2020.08.13.
<주 문>
1. 피고가 2019.3.26.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B(주)(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주)C(이하 이 사건 사업장과 (주)C을 포괄하여 ‘공동제작사’라 한다)은 2015.4.경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과, 공동제작사가 ‘E’라는 드라마(이하 ‘이 사건 드라마’라 한다)를 제작하여 D에 납품하는 내용의 영상 저작물 외주제작계약(이하 ‘이 사건 외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이 사건 외주계약의 주요내용은 별지1 제1항 기재와 같다).
나. F는 2015.1.26. 공동제작사와, F가 스텝으로서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드라마 1회당 3,500,000원의 대금을 수령하는 등의 내용으로 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이 사건 계약의 주요내용은 별지1 제2항 기재와 같다).
다. 이 사건 드라마는 2015.3.14.부터 주 2회 방송되었다. F는 보조편집자인 G와 함께 D 5층 편집실에서 공동제작사가 촬영을 완료한 부분의 1차 편집을 진행한 다음, 연출자의 지시를 받아 송출용 최종 완성분 편집 작업을 하였다.
라. F는 2015.8.1. 22:00경 D 5층 편집실에서 연출자, 종합편집실 스텝, 제작진과 함께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업무를 마친 후 같은 층에 있는 숙직실로 들어갔고, 22:15경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F는 2015.8.5. 뇌경색을 원인으로 하는 뇌부종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이하 F를 ‘망인’이라 한다).
마. 피고는 2019.3.27. 망인의 부친인 원고에게 ‘망인은 업무상 질병인 뇌경색으로 사망하였으나,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위탁용역대금을 받은 자유직업소득자로서 공동제작사의 복무규정이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고 근무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었으며, 보조편집자를 채용하여 업무를 지시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8호증, 을 제1, 3, 4, 6, 8호증의 각 기재, 갑 제9호증의 영상, 이 법원의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하거나 알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의 예방과 보상을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토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록 이 사건 계약이 업무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라고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D은 대본 내용의 변경, 납품된 드라마의 수정 등을 통하여 공동제작사에게 이 사건 드라마 제작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다. 공동제작사는 드라마 제작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고, 망인이 독립하여 그 완성 등을 결정할 수 없는 편집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다만, 연출자와 소통이 중요한 편집업무의 특성에 따라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을 거치지 않고 연출자로부터 직접 업무내용을 지시받도록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하였다. 공동제작사 중 이 사건 계약대금을 부담한 이 사건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망인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외주계약에 따르면, 공동제작사는 D의 동의를 얻거나 요구에 따라 수정한 대본으로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한다(제2조). D은 납품된 드라마를 검수 후 공동 제작사에게 하자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D이 수정을 요구하지 않아야 납품이 완료된 것으로 본다(제7조). 공동제작사는 이 사건 드라마 제작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다(제17조).
2) 방송프로그램 제작 시 편집 관련 업무는 연출자와 소통이 중요하므로, 연출자가 편집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공동제작사도 연출자의 요청에 따라 망인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편집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3) 공동제작사는 이 사건 드라마 제작비용에 관하여 (주)C이 출연료를, 이 사건 사업장이 스텝비용을 포함한 나머지 제작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4) 망인은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업무 결과를 연출자에게 보고하며, 필요하거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동제작사에도 보고하여야 한다(이 사건 계약 제3조제1, 3항). 망인이 한 편집업무는 드라마 제작의 필수작업이나, 망인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완성 여부가 정하여지는 작업이라 보기 어렵다.
나. 망인은 드라마 제작일정에 맞추어 D 편집실에서 편집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므로, 근무시간과 장소가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지정되었다.
1) 공동제작사는 방송 4시간 전까지 이 사건 드라마를 완성하여 D에 완제테이프를 납품하여야 하고(이 사건 외주계약 제6조, 특약사항 9.), 망인은 이 사건 드라마의 연출자가 정하는 제작일정 및 방식에 따라야 했다(이 사건 계약 제3조제2항).
2) 망인은 공동제작사의 촬영이 완료된 데이터가 도착한 때부터 방송 전까지 편집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통상 방송 당일 최종 작업을 하였다.
3) 일반적으로 편집자는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편집실에서 작업한다. D은 공동제작사에 제작인프라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이 사건 외주계약 특약사항 8의 가), 이 사건 사업장에 편집장비가 설치된 5층의 편집실을 배정하였다.
4) 망인은 2015.8.1. 쓰러지기 전에도 D의 편집실에서 연출자 등과 이 사건 드라마 편집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망인은 계속적·전속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편집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계약기간을 사전에 명확히 특정할 수 없었고, 편집업무, 즉 근로의 대가를 회당 일정한 금액의 형식으로 수령하였다.
1) 이 사건 드라마 편집업무에 1회 당 약 3~4일이 소요되었고, 망인은 매주 2회분 씩 작업하였다. 망인이 편집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대행하게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2) 망인은 공동제작사의 동의 없이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3자에게 업무를 제공할 수 없다(이 사건 계약 제3조제4항).
3) 이 사건 드라마는 50부작이나 D의 사정에 따라 증감될 수 있다. 이 사건 계약 기간은 드라마 촬영종료 시점까지로, 제작편수의 증감에 따라 종기가 변동될 수 있다.
라. G는 이 사건 계약과 같은 날인 2015.1.26. 공동제작사와, G가 스텝으로서 이 사건 드라마의 편집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월 3,500,000원을 수령하는 등의 내용으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G는 연출자의 지시에 따르고, 연출자에게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망인이 G를 채용하여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계약에서 망인을 자유직업소득자로서 이 사건 사업장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망인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정한 사실, 망인이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망인이 지급받은 계약대금에서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다는 사정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앞에서 본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망인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국현(재판장) 이승운 정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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