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하자고 말하였고, 근로자는 이에 반발한 점, 사용자의 출근명령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것이 노사간 퇴사합의를 인정하게 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점, 근로자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진정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 이를 통해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는 하였지만 ‘해고예고수당을 받았다’는 사실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의사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는 사실과 얼마든지 양립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노사간 퇴직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는 점, 근로자가 해고된 후 다른 회사에 취업하였다가 자신이 퇴사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여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더라도 그것은 노사간 퇴사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가 퇴사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 변하게 되는 것 또한 아닌 점 등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의사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으로써 근로자를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20.03.12. 선고 2019구합489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4899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A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0.01.09.
• 판결선고 / 2020.03.12.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5.2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9부해333 B 주식회사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자동차부품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갑 제1, 2호증).
2) 원고는 2018.8.23. 참가인에 입사하여 참가인 대표이사 C의 수행기사로 근무 하던 자이다. 원고는 C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에서 근무하였다(갑 제1, 2, 10, 12 호증).
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1) C은 2018.9.28. 원고에게 “원고가 대기업에 오래 있었고 의전도 각별히 잘하지만,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그래서 오늘까지 근무하고 9.30. 퇴직처리 하자고”라고 말하였고, 원고가 “지금 말씀하신 게 부당한 해고인 건 아시죠?”라고 말하자. “아니지, 권고사직이지”라고 말하였다(갑 제1 내지 3호증).
2) 원고는 2018.9.29.부터 출근하지 아니하였다(갑 제1, 2, 12호증).
3) 참가인의 직원은 2018.10.1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부터 김제시(참가인의 소재지이다)로 출근하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참가인의 직원은 같은 날 09:44 원고에게 ‘B 총무팀장입니다. 금일 출근하기로 하셨는데 왜 안 오시나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갑 제1, 2호증).
다. 원고의 참가인을 상대로 한 진정 제기
1) 원고는 2018.10.11.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참가인을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한 진정(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위 진정사건은 2018.10.19. 참가인 소재지 관할청인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이하 ‘익산지청’이라 한다)으로 이송되었다(갑 제1, 2호증).
2) 원고는 2018.10.19. D 주식회사에 입사하였다(갑 제1, 2호증).
3) 참가인은 2018.10.24. 익산지청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고, 참가인의 직원은 2018.10.30. 익산지청에 출석하였으나, 원고는 출석하지 아니하였다(갑 제1, 2호증).
4) 참가인은 2018.11.9. 원고에게 3,454,680원을 송금하였고(송금 기록사항은 ‘B 퇴직위로금’이다)(을가 제1호증), 원고는 ‘합의,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을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였다(갑 제1, 2호증). 같은 날 참가인은 원고와 관련된 4대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면서 ‘상실연월일’을 2018.10.15.로, 구체적 사유를 ‘개인사유’로 기재하였는데(을가 제2호증), ‘상실연월일’을 2018.10.15.로 기재한 것은 원고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2020.1.6.자 원고 준비서면 제3쪽).
다.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및 이에 대한 초심판정
1) 원고는 2018.12.24.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해고하였다’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갑 제1, 2호증).
2) 원고는 2019.1.4. D 주식회사에서 퇴사하였다(갑 제1, 2호증).
3) 참가인은 2019.2.1. 원고에게 ‘2019.2.11.부터 출근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원고는 이를 수령하였으나 원직복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참가인이 발송한 내용증명 내용은 다음 글상자 기재와 같다(을가 제3호증). <글상자 생략>
참가인은 위와 같이 출근명령을 하기는 하였지만, 해고 기간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거나 4대보험 상실신고를 취소하지는 아니하였다(갑 제1, 2호증).
4)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2.19.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의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갑 제2호증).
라. 참가인의 재심신청 및 이에 대한 재심판정
초심판정에 불복한 참가인은 2019.3.2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5.21. ‘원고와 참가인의 합의로 인해 2018.10.15.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주문 기재 재심판정,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갑 제1호증).
[인정 근거] 갑 제1, 2, 12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2018.9.28. 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고, 근로관계 종료를 합의한 적이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관련 법령 <생략>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참가인이 2018.9.28. 원고를 해고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①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②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③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10.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참가인은 2018.9.28. 근로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의사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으로써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참가인의 대표이사는 2018.9.28.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하자고 말하였고, 원고는 이에 반발하였다. 더구나 참가인의 직원은, 원고가 2018.9.29.부터 출근하지 아니하였음에도, 2018.10.10. 전화로 ‘내일부터 김제시로 출근하라’고 한 사실이 있는 바, 원고는 참가인의 사직권유에 순순히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가 참가인의 출근명령에 두 차례 불응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퇴사합의’를 인정하게 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원고가 출근명령에 불응한 이유는, 참가인에 의해 새로운 출근장소로 지정된 김제시가, 기존 출근장소였던 서울 서초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② 참가인이 2018.11.9. ㉮ 원고에게 3,454,680원을 송금하면서 ‘퇴직위로금’이라는 송금 기록사항을 남긴 사실, ㉯ 원고의 4대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면서 원고의 요청을 받아 ‘상실연월일’을 2018.10.15.로 하여준 사실이 있기는 하다. 나아가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위 3,454,680원을 받은 뒤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기까지 하였는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퇴사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2018.10.11. 제기한 이 사건 진정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 위한 진정이었다. 원고가 2018.11.9. 위 돈을 지급받고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할 때에도, 진정취하사유로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이라는 사유를 들었다.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기재한 송금 기록사항만을 근거로 하여 ‘위 돈의 성격이 퇴직위로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참가인의 의사가 어떠하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해고예고수당을 받는다’는 인식하에 3,454,680원을 수령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해고예고수당을 받았다’는 사실은 ‘참가인이 2018.9.28. 근로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의사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는 사실과 얼마든지 양립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퇴직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③ 원고는 2018.9.29.부터 참가인에 출근하지 아니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2018.10.19. D 주식회사에 입사하였고, 2018.11.9. 참가인으로부터 3,454,680원을 수령한 뒤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였다가, 그로부터 약 1개월 2주 뒤인 2018.12.24.에서야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한 날로 부터 약 2주 뒤인 2019.1.4. D 주식회사에서 퇴사하였는바, 이러한 경위를 살펴보면, ‘원고가 D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하던 중 자신이 곧 퇴사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고는 이 사건 구제신청을 하였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퇴사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게 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급하게 다른 기업에 입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고, ‘새로운 직장을 찾은 이상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존 직장에서의 해고를 다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일 또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나아가 ‘새로운 직장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를 다투기로 마음먹는 일’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가 퇴사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 변하게 되는 것 또한 아니다.
나.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제27조제1항, 제2항). 그럼에도 참가인의 대표이사는 2018.9.28.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 통지를 하였을 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는바,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2018.9.28.자 해고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다.
다. 소결론
참가인이 2018.9.28. 원고를 해고한 것은 효력이 없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