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회사설립과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
주식회사의 발기인 등이 상법 등 법령에 정한 회사설립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회사설립등기를 함으로써 회사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회사설립등기와 그 기재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228조제1항에서 정한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죄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이하 위 두 죄를 합쳐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라 한다)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발기인 등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의사 없이 회사를 이용한 범죄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거나, 회사로서의 인적·물적 조직 등 영업의 실질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실의 사실을 법인등기부에 기록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법상 회사는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제169조). 주식회사는 상법 제170조에 정해진 회사로서, 상법 규정에 따라 설립되고 상법에 근거하여 법인격이 인정된다. 상법은 회사의 설립에 관해 이른바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상법 규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이에 따라 회사를 설립한 경우에 회사의 성립을 인정한다.
등기관은 원칙적으로 회사설립에 관한 등기신청에 대하여 실체법상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심사할 권한은 없고 오직 신청서, 그 첨부서류와 등기부에 의하여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 정해진 절차와 내용에 따라 등기요건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밖에 없다. 등기관이 상업등기법 제26조제10호에 따라 등기할 사항에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심사방법으로는 등기부, 신청서와 법령에서 그 등기의 신청에 관하여 요구하는 각종 첨부서류만으로 그 가운데 나타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밖에 다른 서면의 제출을 받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사실관계의 진부를 조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12.15.자 2007마1154 결정 등 참조). 발기인 등이 상법 등에 정해진 회사설립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설립등기를 신청하면 등기관은 설립등기를 하여야 하고, 회사설립의 실제 의도나 목적을 심사할 권한이나 방법이 없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본점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제172조). 상법 제3편 제4장 제1절에서 주식회사의 설립절차를, 제317조제2항에서 주식회사 설립등기의 필수적 등기사항을 정하고 있다. 상업등기규칙 제129조는 설립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회사 본점 소재지의 관할등기소에 제공하여야 하는 정보에 대해 정하고 있다. 회사의 설립등기는 다른 상업등기와 달리 창설적 효력이 있고 그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09.4.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등 참조).
발기인 등이 상법에서 정한 회사설립절차에 따라 주식회사를 설립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 정한 회사설립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설립등기를 신청하고 등기관이 심사하여 설립등기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172조에 따라 설립등기의 기재사항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하는 회사가 성립한다.
발기인 등 그 설립에 관여하는 사람이 가지는 회사설립의 의도나 목적 등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회사설립에 관해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서 정하는 요건과 절차가 갖추어졌는지 여부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회사설립행위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본다거나 회사설립등기에 따른 회사 성립의 효력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 회사설립등기가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을 공시하는 것도 아니다.
상법에 정한 회사설립절차에 따르더라도 회사설립 시에 회사로서의 인적·물적 조직 등 영업의 실질을 갖추는 것까지 요구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회사설립등기를 한 다음에 비로소 회사로서의 실체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고, 회사설립 시에 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영업을 개시할 것도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
(2) 회사설립등기에 관해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 설립등기 당시를 기준으로 회사설립등기와 그 등기사항이 진실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원칙적으로 회사설립에 관한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이 무엇인지 또는 회사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불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회사설립의 주관적 의도와 목적만을 이유로 그 설립등기가 불실기재가 된다고 본다면 형사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범죄의 성립 여부가 불확실하게 될 수 있다. 회사의 해산명령에 관한 상법 제176조제1항은 제1호에서 ‘회사의 설립목적이 불법한 것인 때’에 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립목적이 불법한 회사라도 회사로서 성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회사의 법인격을 범죄에 악용하는 여러 유형 중에서 이 사안의 경우와 같이 이른바 ‘대포통장’ 유통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와 같은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부존재한다거나 그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불실기재를 인정할 근거도 없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회사설립절차가 단지 설립된 회사의 법인격을 범죄 등에 이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행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법상 회사설립절차를 이루는 회사 정관의 작성 자체가 없었다거나 주금 납입 사실 자체가 부존재한다거나 납입의 효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설립등기에 임원으로 등재된 사람에게 임원 등재 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실제로 그 직무를 행사할 의사까지는 없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회사의 임원이 아니라거나 회사에 임원이 부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 등이 실제 회사를 설립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상법이 정하는 회사설립에 필요한 정관 작성, 주식 발행·인수, 임원 선임 등의 절차를 이행함으로써 이 사건 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회사의 설립행위에 일부 하자가 있었다거나 피고인 등이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 정관에 기재된 목적 수행에 필요한 영업의 실질을 갖추거나 영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회사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고 이 사건 회사가 부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사설립등기는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피고인 등은 회사 명의로 이른바 ‘대포통장’을 유통시키기 위해 주식회사 설립등기를 하였고, 이에 대해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없는데도 설립등기를 마쳐 회사설립등기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내용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와 그 행사죄로 기소되었음(그밖에 피고인이 관여한 대포통장 유통행위에 대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판단되었음).
원심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와 그 행사죄 공소사실 중 회사설립 자체에 관한 부분은 무죄로, 자본금의 가장납입 부분은 유죄로 판단하였음. 원심판결에 대해서 검사만 회사설립에 관한 무죄부분에 한하여 상고하였음.
대법원은 피고인이 범죄 목적으로 회사설립등기를 하였다거나, 회사설립등기 당시 회사로서의 인적·물적 조직 등 영업의 실질을 포함한 회사의 실체를 갖추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사설립행위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본다거나 회사설립등기에 따른 회사 성립의 효력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은 주식회사의 발기인 등이 상법 등 법령에 정한 회사설립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회사설립등기를 함으로써 회사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회사설립등기와 그 기재 내용이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 사건에 관하여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를 진행한 이후 소부에서 선고하였고, 같은 취지의 원심의 무죄판단을 받아들여 상고기각 판결함.
【대법원 2020.2.27. 선고 2019도9293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도9293 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나.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9.6.14. 선고 2019노176 판결
• 판결선고 / 2020.02.27.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쟁점
가.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중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와 불실기재 공전자기록 등 행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과 공범들(이하 ‘피고인 등’이라 한다)은 공모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회사명의로 통장을 개설하여 이른바 대포통장을 유통시킬 목적이었을 뿐, 자본금을 납입한 사실이 없고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없는데도, 2016.6.부터 2017.1.까지 10회에 걸쳐 상호, 본점, 1주의 금액, 발행주식의 총수, 자본금의 액, 목적, 임원 등이 기재된 허위의 회사설립등기 신청서를 법원 등기관에게 제출하고,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등기 관으로 하여금 상업등기 전산정보처리 시스템의 법인등기부에 위 신청서의 기재내용을 입력하고 이를 비치하게 하여 행사하는 방법으로, 공무원인 등기관에게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과 동일한 전자기록인 법인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공소사실 중에서 피고인 등이 주식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없는데도 설립등기를 마쳐 회사설립등기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부분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 등이 회사를 정관에 정한 목적대로 운영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설립하여 회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의사는 있었고, 회사설립등기가 실제로 이루어져 회사 명의의 계좌까지 개설된 이상 회사가 부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 회사설립이 판결로써 무효로 확정되기 전에 회사설립사실을 등기관에게 신고하여 상업등기부 전산시스템에 기록되도록 하였다고 하여 그 행위가 등기관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한 것이라거나 그 기록이 불실기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 등이 회사설립사실에 대하여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상고이유 주장과 쟁점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위 무죄 부분에 한하여 상고하면서 그 이유로 피고인 등이 범죄의 목적으로 회사설립을 위한 절차 없이 설립등기신청을 하여 법인등기부에 그 내용을 입력하게 한 것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허위신고를 하여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원심 판결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하지 않았다.
이 사건 쟁점은 검사가 상고한 위 무죄 부분에 관한 것으로, 피고인 등이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설립등기를 한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가 회사로서의 실체가 없다거나 상법상 부존재한다는 이유로 법인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고 이를 행사하게 한 것이 되어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와 그 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회사설립과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
가. 형법 제228조제1항에서 정한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죄나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이하 위 두 죄를 합쳐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라 한다)는 특별한 신빙성이 인정되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장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공무원에게 진실에 반하는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그 증명하는 사항에 관해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거나 기록하게 한 때 성립한다(대법원 2004.1.27. 선고 2001도5414 판결, 대법원 2017.2.15. 선고 2014도2415 판결 등 참조). 불실의 사실이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3.1.24. 선고 2012도12363 판결 등 참조).
나. 주식회사의 발기인 등이 상법 등 법령에 정한 회사설립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회사설립등기를 함으로써 회사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회사설립등기와 그 기재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발기인 등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의사 없이 회사를 이용한 범죄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거나, 회사로서의 인적·물적 조직 등 영업의 실질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실의 사실을 법인등기부에 기록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법상 회사는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제169조). 주식회사는 상법 제170조에 정해진 회사로서, 상법 규정에 따라 설립되고 상법에 근거하여 법인격이 인정된다. 상법은 회사의 설립에 관해 이른바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상법 규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이에 따라 회사를 설립한 경우에 회사의 성립을 인정한다.
등기관은 원칙적으로 회사설립에 관한 등기신청에 대하여 실체법상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일일이 심사할 권한은 없고 오직 신청서, 그 첨부서류와 등기부에 의하여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 정해진 절차와 내용에 따라 등기요건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밖에 없다. 등기관이 상업등기법 제26조제10호에 따라 등기할 사항에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심사방법으로는 등기부, 신청서와 법령에서 그 등기의 신청에 관하여 요구하는 각종 첨부서류만으로 그 가운데 나타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밖에 다른 서면의 제출을 받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사실관계의 진부를 조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12.15.자 2007마1154 결정 등 참조). 발기인 등이 상법 등에 정해진 회사설립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설립등기를 신청하면 등기관은 설립등기를 하여야 하고, 회사설립의 실제 의도나 목적을 심사할 권한이나 방법이 없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본점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제172조). 상법 제3편 제4장 제1절에서 주식회사의 설립절차를, 제317조제2항에서 주식회사 설립 등기의 필수적 등기사항을 정하고 있다. 상업등기규칙 제129조는 설립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회사 본점 소재지의 관할등기소에 제공하여야 하는 정보에 대해 정하고 있다. 회사의 설립등기는 다른 상업등기와 달리 창설적 효력이 있고 그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다(대법원 2009.4.9. 선고 2007두26629 판결 등 참조).
발기인 등이 상법에서 정한 회사설립절차에 따라 주식회사를 설립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 정한 회사설립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설립등기를 신청하고 등기관이 심사하여 설립등기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172조에 따라 설립등기의 기재사항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하는 회사가 성립한다.
발기인 등 그 설립에 관여하는 사람이 가지는 회사설립의 의도나 목적 등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회사설립에 관해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서 정하는 요건과 절차가 갖추어졌는지 여부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회사설립행위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본다거나 회사설립등기에 따른 회사 성립의 효력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 회사설립등기가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을 공시하는 것도 아니다.
상법에 정한 회사설립절차에 따르더라도 회사설립 시에 회사로서의 인적·물적 조직 등 영업의 실질을 갖추는 것까지 요구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회사설립등기를 한 다음에 비로소 회사로서의 실체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고, 회사설립시에 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영업을 개시할 것도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
(2) 회사설립등기에 관해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 설립 등기 당시를 기준으로 회사설립등기와 그 등기사항이 진실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원칙적으로 회사설립에 관한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이 무엇인지 또는 회사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불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회사설립의 주관적 의도와 목적만을 이유로 그 설립등기가 불실기재가 된다고 본다면 형사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범죄의 성립 여부가 불확실하게 될 수 있다. 회사의 해산명령에 관한 상법 제176조제1항은 제1호에서 ‘회사의 설립목적이 불법한 것인 때’에 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립목적이 불법한 회사라도 회사로서 성립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회사의 법인격을 범죄에 악용하는 여러 유형 중에서 이 사안의 경우와 같이 이른바 ‘대포통장’ 유통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와 같은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부존재 한다거나 그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불실기재를 인정할 근거도 없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 등이 이 사건 회사를 정관에 정한 목적대로 운영할 의사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설립된 회사 명의로 금융기관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상법상 회사를 설립할 의사는 있었다. 피고인 등은 이 사건 회사의 설립에 필요한 정관을 작성하고, 주식 발행·인수 절차와 관련해 주금 납입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아 설립 등기신청의 첨부정보로 제출하였으며, 회사 임원으로 등재될 사람들로부터 취임 승낙을 증명하는 정보를 받아 첨부정보로 제출하였다.
이와 같은 요건과 절차가 단지 설립된 회사의 법인격을 범죄 등에 이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행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법상 회사설립절차를 이루는 회사 정관의 작성 자체가 없었다거나 주금 납입 사실 자체가 부존재한다거나 납입의 효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설립등기에 임원으로 등재된 사람에게 임원 등재 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실제로 그 직무를 행사할 의사까지는 없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회사의 임원이 아니라거나 회사에 임원이 부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등이 실제 회사를 설립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상법이 정하는 회사설립에 필요한 정관 작성, 주식 발행·인수, 임원 선임 등의 절차를 이행함으로써 이 사건 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회사의 설립행위에 일부 하자가 있었다거나 피고인 등이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 정관에 기재된 목적 수행에 필요한 영업의 실질을 갖추거나 영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조직을 갖추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회사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고 이 사건 회사가 부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사설립등기는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 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인 등이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없는데도 설립등기를 하여 법인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허위신고, 불실의 사실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 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