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공사라 한다)를 설립하여 주택저당채권 등의 유동화, 주택금융 신용보증과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주택금융 등의 장기적·안정적 공급을 촉진하여 국민의 복지증진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 이 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되는 공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에 관하여 정하고 있고(3, 22), 공사의 임원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을 형법상 뇌물죄 규정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69). 또한 구 한국주택금융공사법(2018.2.21. 법률 제154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1조는 공사의 임직원 및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67조제2항은 위 조항을 위반하여 비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의 입법 취지, 국가의 주거복지 정책 기능을 보조·담당하는 공사의 업무와 임직원 신분의 특성, 위 규정들의 문언·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들은 전현직 공사 임직원의 비밀 누설로 위협받는 국가 또는 공사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에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은 공사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이 누설됨으로써 공사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거나 그 기능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비밀을 알게 된 직무 내용이 반드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제22조제1항 각호에서 열거하는 업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임원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그에게한국주택금융공사 IT센터 부산이전 및 구축사업의 입찰정보로 기술평가위원 후보자 중 교수그룹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이 사건 명단’)을 보여줌으로써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행위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사업의 목적과 내용,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 선정에서 평가위원의 평가가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평가위원 후보자와 위원선정 우선순위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려는 공단의 조치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명단은 공사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를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 구 한국주택금융공사법(2018.2.21. 법률 제154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말하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20.2.27. 선고 20168741 판결

 

대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 20168741 . 한국주택금융공사법위반

.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 피고인

상고인 / 검사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5.27. 선고 20155024 판결

판결선고 / 2020.02.27.

 

<주 문>

원심판결 중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 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위반 여부

 

.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사(이하 공사라 한다)의 임원으로, 2014.7. 중순 공소외 2로 부터 자신이 잘 아는 특정 교수가 공사의 IT센터 ○○이전 및 구축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기술능력평가위원장이 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 교수를 평가위원장으로 하고 그 밖의 교수들을 평가위원 후보로 하는 교수그룹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10)(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 한다)을 작성한 후 2014.8.5.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명단을 열람하게 함으로써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인 이 사건 사업의 입찰정보를 누설하였다.

 

.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명단은 이 사건 사업의 기술능력평가위원 중 교수그룹 후보자의 성명과 추천인별 구분, 각 교수의 소속, 직위와 담당업무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누설된다고 하여 공사의 주택저당채권 등의 유동화, 주택금융 신용보증과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업무에 관한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보기 어렵고, 공사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실질적으로 위 명단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단

(1)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은 공사를 설립하여 주택저당채권 등의 유동화, 주택금융 신용보증과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주택금융 등의 장기적·안정적 공급을 촉진하여 국민의 복지증진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 이 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되는 공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에 관하여 정하고 있고(3, 22), 공사의 임원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을 형법상 뇌물죄 규정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69). 또한 구 한국주택금융공사법(2018.2.21. 법률 제154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1조는 공사의 임직원 및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67조제2항은 위 조항을 위반하여 비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의 입법 취지, 국가의 주거복지 정책 기능을 보조·담당하는 공사의 업무와 임직원 신분의 특성, 위 규정들의 문언·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 들은 전현직 공사 임직원의 비밀 누설로 위협받는 국가 또는 공사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에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은 공사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이 누설됨으로써 공사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거나 그 기능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비밀을 알게 된 직무 내용이 반드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제22조제1항 각호에서 열거하는 업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은 공사의 본사 이전 계획에 따라 기존 IT 기반 일체를 업무 중단 없이 새로운 본사로 이전하고 업무·재해복구·정보보안 등 각종 시스템과 전산장비를 도입·유지·보수하여 새로운 본사에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IT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사건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 선정은 입찰참여자로서 일정 요건을 갖춘 협상적격자 중 종합평가점수 고득점 순서대로 우선협상적격자와 협상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종합평가점수 배점에서 90%를 차지하는 기술능력평가점수는 기술능력평가위원회에서 9명의 평가위원들이 부여한 점수로 산정되므로 사업자 선정은 실질적으로 평가위원의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 사건 사업의 세부평가 실시안에서는 평가위원 후보자에 대한 평가위원 선정의 우선순위 통지는 보안을 위하여 기술능력평가 직전에 하도록 되어 있고,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은 공단 내부에서도 그 결재과정에 있는 담당 임직원만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명단을 누설한 사실이 드러나자 공단은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을 전면 교체하여 종전 후보자를 모두 배제하고 새로이 후보자를 확보하여 평가위원을 선정하고 입찰절차를 진행하였다.

이 사건 사업의 목적과 내용, 이 사건 사업을 수행할 사업자 선정에서 평가위원의 평가가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 평가위원 후보자와 위원선정 우선순위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려는 공단의 조치 등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은 그중 일부라도 누설될 경우 이 사건 사업의 입찰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저해하고 공사 업무 전반의 안정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명단은 공사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를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평가위원 후보자 명단이 누설되더라도 주택저당채권 등의 유동화, 주택금융 신용보증과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관련 업무 등 국가 또는 공사의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구 한국주택금융공사법에서 말하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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