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국제사법에 의하면,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하고(제36조제1항), 혼인의 방식은 혼인거행지법 또는 당사자 일방의 본국법에 의한다(제36조제2항 본문). 이 규정은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 또는 우리나라 사람과 외국인 사이의 혼인이 외국에서 거행되는 경우 그 혼인의 방식, 즉 형식적 성립요건은 그 혼인거행지의 법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고, 그 나라의 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른 혼인절차를 마친 경우에는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고 별도로 우리나라의 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혼인의 성립에 영향이 없으며, 당사자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35조에 의하여 혼인신고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창설적 신고가 아니라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에 관한 보고적 신고에 불과하다.
[2] 구 군인연금법(2013.3.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상 유족연금 및 급여환수에 관한 규정 내용과 취지, 사회보장행정 영역에서의 수익적 행정처분 취소의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법 제15조제1항에 따라 급여를 받은 당사자로부터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할 때에는 그 급여의 수급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 등 귀책사유가 있는지, 지급된 급여의 액수・연금지급결정일과 지급결정 취소 및 환수처분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수급자의 급여액 소비 여부 등에 비추어 이를 다시 원상회복하는 것이 수급자에게 가혹한지 여부,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의 구체적 내용과 그 처분으로 말미암아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와 같은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와 그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의 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그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
▣ 군인이 사망한 후 군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유족연금을 지급받아오다가 미국에서 미국인과 재혼한 경우 재혼한 다음날부터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다고 보아 재혼 후 지급받은 유족연금 중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한 최근 5년간의 기 지급 유족연금에 대하여 환수처분을 한 사안에서, 환수처분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중대하다고 보아 상고기각한 사례.
【대법원 2019.12.27. 선고 2018두55418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8두55418 군인연금기지급금환수처분취소청구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국군재정관리단장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8.8.14. 선고 2018누41510 판결
• 판결선고 / 2019.12.27.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육군 소령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2.9.14.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순직하였다. 소외 2와 소외 3은 망인의 부모이고, 원고는 1990.4.30. 망인과 혼인하였던, 망인 사망 당시의 망인의 배우자이다. 소외 4는 망인과 원고 사이에서 1991.10.22. 출생한 망인의 아들이다.
2) 망인의 순직 후 원고는 국방부장관의 유족연금 지급결정을 거쳐 1992년 10월경 부터 2016년 6월경까지 매월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3) 원고는 2016년 4월경 피고에게 가상의 인물인 ‘○○○’과 교제를 시작하였다는 사유로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신고서를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추가자료의 제출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6.10. 서울특별시 노원구청에 2006.3.30. 미국에서 미국인 소외 5와 재혼한 사실에 관한 혼인증서를 제출하여 그 사실이 원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었다.
4) 소외 2와 소외 3은 ‘원고가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고, 소외 4도 2009.10.22. 18세가 되어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2016년 6월경 피고에게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소외 2와 소외 3이 소외 4가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한 날로부터 군인연금법이 정한 5년간 자신들의 유족연금수급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그 수급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2016.7.22. 소외 2와 소외 3에 대하여 유족연금수급권 이전 거부처분을 하였다.
5) 피고는 2016.7.26.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06.3.30.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고도 부당하게 계속 지급받은 123개월분 유족연금액 중 아직 군인연금법이 정한 5년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11년 8월경부터 2016년 6월경까지 59개월분 월별 수급액 합계 65,023,070원을 군인연금법 제15조에 의하여 환수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환수처분을 하였다.
6) 한편, 국방부장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군인연금법에 의한 연금수급자들에게 ‘유족연금 수급자의 경우 ① 배우자의 사망으로 유족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가 재혼한 경우, ② 자녀 또는 손자녀인 수급자가 18세 성년이 된 경우 등에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방부 군인연금과에 알려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였고, 피고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군인연금법에 의한 유족연금수급자들에게 ‘사망 군인 배우자의 사실혼 및 재혼의 경우 연금수급권을 상실하고, 위 사유 발생일로 부터 30일 이내에 신고를 하여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1) 원고가 2006.3.30.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고, 그 후 지급받은 월별 유족연금액이 군인연금법 제15조에 의한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2) 이와 관련하여 차순위 유족연금수급권자인 소외 4와 소외 2 등에게 지급될 연금을 원고가 대신 지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3) 원고에 대하여 환수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가 그로써 침해될 원고의 사익보다 중대한지 여부이다.
2. 군인연금법 제15조에 의한 환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원고가 2006.6.30. 미국인과 재혼하였을 당시에 시행된 구 군인연금법(2013.3.22. 법률 제11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사람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복무 중에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제26조제1항제3호). ‘유족’이란 군인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를 말하고(제3조제1항제4호), 급여를 받을 유족의 순위는 재산상속의 순위에 의하되(제12조),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재혼한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도의 폐질상태에 있지 아니한 자녀가 18세에 달한 때 등의 경우에는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한다(제29조제1항). 유족연금수급권자에게 연금수급권 상실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연금수급권상실신고서를 국방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제42조,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2010.11.2. 대통령령 제226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57조제2항]. 국방부장관은 급여를 받은 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제1호), ‘제42조의 신고사항에 대하여 신고 지연 또는 미신고로 급여를 과다지급받은 경우’(제1의2호), ‘급여를 받은 후 그 급여의 사유가 소급하여 소멸된 경우’(제2호), ‘기타 급여가 잘못 지급된 경우’(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급여액을 환수하여야 한다(법 제15조).
나. 한편, 국제사법에 의하면,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하고(제36조제1항), 혼인의 방식은 혼인거행지법 또는 당사자 일방의 본국법에 의한다(제36조제2항 본문). 이 규정은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 또는 우리나라 사람과 외국인 사이의 혼인이 외국에서 거행되는 경우 그 혼인의 방식, 즉 형식적 성립요건은 그 혼인거행지의 법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고, 그 나라의 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른 혼인절차를 마친 경우에는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고 별도로 우리나라의 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혼인의 성립에 영향이 없으며, 당사자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35조에 의하여 혼인신고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창설적 신고가 아니라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에 관한 보고적 신고에 불과하다(대법원 1994.6.28. 선고 94므413 판결 참조).
다. 이러한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는 2006.3.30. 미국에서 그 나라의 법이 정하는 방식에 따른 혼인절차를 마침으로써 재혼의 효력이 발생하고 망인의 순직 관련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였으며, 그 후 원고가 매월 지급받은 월별 유족연금액은 ‘연금수급권 상실신고를 하지 않고 급여를 과다 지급받은 경우’로서 군인연금법 제15조에 의한 환수처분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원고가 소외 4 또는 소외 2·소외 3의 유족연금을 대신 수령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가. 원고가 2016년 4월경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신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국방부장관이나 피고는 원고가 계속 정당한 유족연금수급권자임을 전제로 ‘원고에게’ 월별 유족연금을 지급한 것이지, 소외 4나 소외 2와 소외 3을 정당한 유족연금수급권자로 보아 이들에게 월별 유족연금을 지급하려는 의사로 원고에게 지급하였던 것이 아니다.
원고는 재혼 후에도 원고 자신에게 지급되는 월별 유족연금을 수령한 것일 뿐이고, 원고에게 소외 4나 소외 2와 소외 3에게 지급되는 월별 유족연금을 대신하여 지급받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
나.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유족연금 수령자의 확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원심이 소외 2와 소외 3의 유족연금수급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판단은 원고가 이들의 유족연금을 대신 수령하였다고 가정하는 경우의 부가적 판단에 불과하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4. 환수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가 중대한지 여부
가. 앞서 본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 및 급여환수에 관한 규정 내용과 취지, 사회보장행정 영역에서의 수익적 행정처분 취소의 특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군인연금법 제15조제1항에 따라 급여를 받은 당사자로부터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할 때에는 그 급여의 수급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 등 귀책사유가 있는지, 지급된 급여의 액수·연금지급결정일과 지급결정 취소 및 환수처분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수급자의 급여액 소비 여부 등에 비추어 이를 다시 원상회복하는 것이 수급자에게 가혹한지 여부,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의 구체적 내용과 그 처분으로 말미암아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와 같은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와 그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의 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그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잘못 지급된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3.30. 선고 2015두43971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군인연금법은 1963.1.28. 법률 제1260호로 제정되었을 당시부터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었고(제29조제1항제2호), 군인연금법 시행령은 1981.12.9. 대통령령 제10642호로 개정된 이후로 유족연금수급권자가 권리를 상실한 경우 30일 이내에 소명자료(재혼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연금수급권상실신고서를 국방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구 시행령 제37조제2항). 또한 국방부장관이나 피고는 2008년부터 매년 유족연금수급자들에게 재혼 등 연금상실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신고하여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원고는 재혼할 경우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으리라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도 원고는 2006.3.30. 재혼한 후 2016년 6월경까지 장기간에 걸쳐 재혼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월별 유족연금을 지급받았으며, 2016년 4월경 가상의 인물인 ‘○○○’과 교제 중이라는 허위의 연금수급권 상실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위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6.6.10.에서야 비로소 과거 미국에서 재혼한 사실에 관한 혼인증서를 제출하여 원고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바로잡았다.
3) 원고가 2006.3.30.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을 상실하고도 부당하게 계속 지급받은 123개월분 유족연금액 중 2016.7.26.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군인연금법에서 정한 5년의 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환수할 수 없고, 이 사건 환수처분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아직 5년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2011년 8월경부터 2016년 6월경까지 59개월분만을 대상으로 한다. 만약 원고가 2011년 8월경부터 2016년 6월경까지 부당하게 계속 지급받은 유족연금을 동순위 유족인 미성년 자녀를 위해 사용하였다면 이를 환수하는 것이 가혹할 수 있으나, 소외 4는 2009.10.22. 이미 18세에 도달하여 유족연금수급자격을 상실하였으므로, 설령 원고가 위 기간 동안 부당하게 지급받은 유족연금을 소외 4의 교육비와 양육비로 모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잘못 지급된 유족연금을 환수하고자 하는 이 사건 환수처분의 공익상 필요를 부정할 수는 없다.
4) 결국 원고가 재혼하여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숨기고 장기간 유족연금을 지급받은 것에는 원고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환수처분을 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가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원고가 재혼 후 지급받은 월별 유족연금에 대하여 이 사건 환수처분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익적 행정처분의 취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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