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기는 하나, 위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경업금지기간은 1년으로, 경업금지 지역 역시 일정한 범위 내로 각 제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위 경업금지약정에서 금지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영어 강의를 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

이 사건 약정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지역적 범위 내에서 피고가 경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01.21. 선고 2018가단5059836 판결 [손해배상()]

원 고 / 주식회사 A

피 고 / B

변론종결 / 2018.12.17.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2.21.부터 이 판결 확정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2.20.부터 이 판결 확정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원고는 서울 강남구 C건물 2, 3층에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 원고는 2016.11.12. 영어 강사인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7.1.1.부터 2017.12.31.까지, 보수를 월 400만 원(세전, 다만 특강시 시간당 30,000원을 추가 지급하고, 등록율 90% 이상시 250,000원의 보너스 추가 지급)으로 하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피고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취득한 모든 정보와 노하우가 영업상의 중요사항 및 기밀사항임을 인정하여 위 근로계약 종료 후 1년 간 원고의 학원이 위치한 D 또는 인근의 학원 등에서 근무하거나 개원할 수 없고(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라 한다),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이라 하고,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 및 손해배상약정을 통칭할 때에는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하였다.

. 피고가 2017.11.경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함으로써 2017.12.31. 위 근로계약은 종료되었는데, 피고는 그 다음날인 2018.1.1.부터 원고의 학원에서 약 500m 떨어진 서울 강남구 D 소재 E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2018.9.29.경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의 성격

위약금의 약정은 민법 제398조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 바,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후 1년 이내에 서울 강남구 D 및 그 인근의 학원 등에서 근무하거나 개원할 경우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지급 한다는 내용으로,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사전에 예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 손해배상의무의 발생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수를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0.2.25. 선고 200983797 판결 등 참조), 피고가 2017.12.31.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이후 1년 이내인 2018.1.1.부터 원고의 학원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D 소재 E어학원에서 영어강의를 함으로써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손해배상의 범위

1) 민법 제398조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9.13. 선고 2015209347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은 피고가 부담할 손해배상액에 관하여만 일방적으로 예정하고 있고, 그 액수도 5,000만 원에 달하여 사회통념상 과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학원업체와 강사의 관계라는 계약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의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 점, 이 사건 약정을 문언 그대로 적용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과할 경우 피고로서는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도 책임을 부담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점,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서 경업을 금지한 기간, 그 지역적 특성 및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다소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은 3,000만 원으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 소결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이행청구일 다음날인 2018.2.21.부터(원고는 2018.2.20.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는 성질상 그 이행의 기한이 없는 채무라 할 것이어서 채무자가 그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비로소 지체책임을 지므로, 피고의 이행지체책임은 위 약정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내용증명우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8.2.21.부터 발생한다) 피고가 그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판결 확정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항변 및 판단

 

. 피고의 항변

1)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경업금지에 따른 반대급부의 약정도 없이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피고의 서울 강남구 D 및 인근 지역에서의 취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피고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이다.

2) 이 사건 약정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 판단

1)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82244 판결 등 참조).

)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5, 6, 7, 12, 13,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통하여 피고는 원고가 형성한 학원의 유형의 시설 및 무형의 서비스를 활용하여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의 강의능력, 노하우, 경험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수강생들이 피고의 강의를 다른 강사들의 강의에 비하여 선호하게 되는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원고가 운영하는 학원은 학원 주변에 위치한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일 상권에 속하는 다른 학원들과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고, 피고가 원고 운영의 학원을 그만두고 인근에 동종의 학원을 개설하거나 경쟁학원으로 이직하여 강의를 할 경우 원고 운영의 학원에서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피고를 따라 학원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고는 원고가 제공한 유·무형의 설비, 서비스를 기초로 형성한 인지도와 인기를 기초로 쉽게 인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는 반면, 원고는 갑자기 수강생이 줄어들어 매출액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게 되고, 원고의 학원에 남아 있는 수강생들 역시 강의의 연속성이 저해되어 불안해하거나 그로 인하여 학원을 그만 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하는 약정이 없기는 하나,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피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통상의 비율제 단과학원과는 달리 피고에게 최소 월 400만 원의 급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위 경업금지약정과 같은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과 같은 약정을 두지 않을 경우 경쟁학원들이 서로 유명강사를 빼내 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학원업계의 거래질서가 문란해지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기는 하나, 위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경업금지기간은 1년으로, 경업금지 지역 역시 일정한 범위 내로 각 제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위 경업금지약정에서 금지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영어 강의를 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사건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4.4.28. 선고 2001538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정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지역적 범위 내에서 피고가 경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조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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