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이란 근로자가 근로시간의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또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2] 고시원 총무들이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형사부 2017.06.23. 선고 2017노922 판결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쌍방
♣ 검 사 / 류국량(기소), 허윤희(공판)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2.7. 선고 2016고정13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휴게시간 미부여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위 파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고시원 총무로 근무한 D, E(이하 ‘고소인들’이라 한다)은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게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무죄 부분)
가) 휴게시간 미부여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고소인들은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피고인의 지휘, 감독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을 부여받지 못하였다.
나)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피고인에게는 고소인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가 인정되고, 피고인이 고소인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으로 다투는 것은 임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임금체불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게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 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1.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고소인들은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고소인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고시원에는 총무의 일과시간 별 업무정리표와 개별 업무 정리표(이하 ‘일과표 등’이라 한다)가 있었다. 위 일과표에는 출입문 개방 및 환기, 손님이 오는 경우 방 안내 및 계약서 작성, 부엌・공실 청소 및 주말 화장실 청소, 밥 짓기 및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입실자 요구사항 확인 및 시정, 시설물 점검・관리 등 총무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정리되어 있고, 각 업무별로 구체적 주의사항 등이 명기되어 있어 고소인들은 이를 준수하여야 했다.
② 고소인들은 피고인으로부터 매월 40만 원의 고정된 급여와 입실료 49만 원 상당의 방을 제공받았는데, 이는 고소인들이 총무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대가임이 명백하다. 또한 고시원 운영의 성과에 관계없이 고소인들에게 지급되는 급여 내지 혜택은 동일하였다.
③ 피고인은 핸드폰에 연결된 CCTV를 통해 위 총무실의 근무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고소인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E이 미리 정해진 업무 시작 시간인 9시에 총무실에 있는지, D과 17시에 교대를 하는지 정도는 확인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필요한 경우 전화나 문자를 하거나 총무실에 들러 고소인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기도 하였고, 고소인들은 간헐적으로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벽지 도배, 시설물 수리, 가구 이동 등의 돌발적인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⑤ 피고인은 고소인들과의 분쟁 이후 새로 들어오는 총무들에 대하여 단시간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새로운 총무들의 업무는 고소인들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⑥ 고소인들의 업무가 근무시간 내내 이어지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공부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고시원 총무가 감시,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는 되겠지만, 근로자성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
1) 휴게시간 미부여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2014.3.5.경부터 2015.7.26.경까지 1일 7시간씩 근로한 D 및 2014.9.5.경부터 2015.9.25.경까지 1일 8시간씩 근로한 E에게, 각각 근로시간 도중에 별도의 휴게시간을 주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고소인들이 필요업무를 마쳤을 경우 휴식을 취하거나 시험 준비 등 개인용무를 처리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휴게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이란 근로자가 근로시간의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또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4.14. 선고 91다20548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휴게시간을 주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휴게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시간을 미리 정하여 주지 않은 점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② 고소인들의 개별 업무 정리표에는 방문자가 올 경우 방명록을 작성하고 신분증을 복사해놓도록 정하고 있고,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퇴실하는 방의 청소 등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방문자나 새로운 세입자가 찾아오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고소인들이 위와 같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시원을 벗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고소인들은 대부분의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등, 근무장소를 쉽게 이탈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특별한 시간의 제약이 없이 그때 그때 필요한 업무지시를 고소인들에게 하였고, 고소인들은 피고인의 돌발적인 업무지시를 이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하면, 고소인들이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피고인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한편 근로기준법 제63조제3호에 의하면 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휴게시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나, 피고인이 그러한 승인을 받았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다.
2)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원심의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여기에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까지 보태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달리 항소심에서 추가로 검사가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점들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 바도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고소인들은 피고인에게 최저임금과의 차액 상당 임금을 청구할 때에는 자신들이 월 4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하였던 반면, 퇴직금은 월 89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음을 기초로 산정하여 청구하여 그 주장이 일관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이 고소인들에게 제공한 방의 경우에도 이것이 시혜적으로 제공한 것인지, 임금의 일부로서 지급한 것인지 그 성격이 객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다(임금은 금품청산이 원칙이지만, 고소인들의 필요에 의하여 임금과 방 사용료를 상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면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에 원심이 자세하게 설시한 분쟁의 경과와 고소인들이 요구한 내용이 변경되어 온 경위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임금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휴게시간 미부여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있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원심 판결 중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휴게시간 미부여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원심판결 중 위 파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전부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별도로 기각하지는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F에 있는 G의 실제 경영자로 상시근로자 3명을 고용하여 고시원업을 운영한 사용자이다.
1.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 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3.5.경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4.9.5.경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지 아니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들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1항 기재와 같이 2014.3.5.경부터 2015.7.26.경까지 1일 7시간씩 근로한 D 및 2014.9.5.경부터 2015.9.25.경까지 1일 8시간씩 근로한 E에게, 각각 근로시간 도중에 별도의 휴게시간을 주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E, D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피고인 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E 진술 부분 포함)
1. E, D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E, D의 고소장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근로기준법 제114조제1호, 제17조(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류 미교부의 점), 각 근로기준법 제110조제1호, 제54조제1항(휴게시간 미부여의 점), 각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피해자 E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이종 범죄로 2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현재는 고시원을 폐업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장일혁(재판장) 임영철 황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