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업무·과음·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갑이 회사 회식에 참가하던 중 2차 회식 장소인 단란주점 건물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뇌경막외출혈, 두개골골절, 뇌좌상,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 중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1차 회식과 마찬가지로 2차 회식 역시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갑이 부장 등의 만류나 제지에도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회식 장소에서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의 행위는 회식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것으로서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업무와 관련된 회식자리의 음주로 인한 주취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갑이 단란주점 계단에서 실족하여 사고를 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7.5.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6.9.27. 선고 2016누392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 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두6717 판결 등 참조).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두9812 판결, 대법원 2015.11.12. 선고 2013두25276 판결 등 참조). 이때 업무·과음·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3두25276 판결 참조).
2. 원심은, 원고가 1차 회식 당시 음주 권유나 강요가 없었는데도 자발적 의사로 과음을 하고 2층에 위치한 단란주점 건물 계단에서 추락한 이 사건 사고는 1차 회식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난 상태에서 과음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와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고 있다.
가. 소외 1 주식회사(이하 ‘소외 1 회사’라고 한다) 직원인 원고는 1차 회식 당시 회식 주관자인 소외 2 부장이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1차 회식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발적 의사로 소주 2병 반 정도를 마셨다.
나. 2차 회식은 1차 회식 중 소외 2 부장의 제의로 즉석에서 결정된 것으로서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다.
다. 회식에 참석한 사람 모두 광주광역시에 있는 회사 숙소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어 평소에도 함께 식사와 음주를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라. 소외 1 회사가 원고 등 직원의 아침, 저녁 식사비를 지원해 주고 있어 소외 2 부장이 소외 1 회사의 사업주인 소외 3으로부터 법인카드를 교부받아 1, 2차 회식비용을 결제하였다고 하더라도 단란주점에서 이루어진 2차 회식을 공식적인 회식으로 볼 수 없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소외 1 회사의 ○○공사현장에는 사업주 소외 3의 친동생인 소외 2 부장, 소외 4 반장과 원고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2) 1, 2차 회식은 ○○공사현장의 직원 3명이 모두 참석한 송년회식이었고, 소외 1 회사에서는 매년 송년회식의 일환으로 저녁식사 후 노래방에 가곤 하였다.
(3) 1차 회식에서는, 술을 체질적으로 잘 마시지 못하는 소외 2를 제외하고 원고와 소외 4는 서로 비슷한 양의 술을 마셨다. 2차 회식은 회사 숙소 근처의 단란주점에서 이루어졌고, 원고는 단란주점에 오자마자 전화를 받으러 나가 추가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4) 1, 2차 회식비용 모두 소외 1 회사의 법인카드로 계산하였다.
(5) ○○공사현장의 직원 3명이 회사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서 가장 어리고 직위가 낮은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2차 회식에 참석하지 않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1차 회식과 마찬가지로 2차 회식 역시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원고가 소외 2 등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회식 장소에서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의 행위는 회식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것으로서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업무와 관련된 회식자리의 음주로 인한 주취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원고가 단란주점 계단에서 실족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2차 회식이 사적·임의적 모임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가 1차 회식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