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다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
[2] 원고는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로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같은 회사 소속 근로자인 D으로부터 폭행당하여 ‘좌측 원위 경골 골절, 좌측 발목 양과 골절’의 상해를 입었는바,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아파트건설현장의 외벽도색작업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근로자들 사이의 폭력으로 발생한 것으로,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원고와 D의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단순히 원고와 D 사이의 사적 감정이 관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 2017.07.14. 선고 2016누7188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16.11.18. 선고 2015구단11511 판결
♣ 변론종결 / 2017.06.23.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9.2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 기재와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B(아파트 신축공사 수급인인 C 주식회사로부터 외벽도색공사를 하도급받은 회사이다) 소속 근로자로서, 2015.5.16. 7:30경 **시 **동에 있는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같은 회사 소속 근로자인 D으로부터 폭행당하여 ‘좌측 원위 경골 골절, 좌측 발목 양과 골절’의 상해(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입었다.
나. 원고는 2015.7.17.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요양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5.9.21.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상병은 근로자들 사이의 사적 감정이 원인이 되었거나 서로 간의 직무의 한도를 넘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7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와 D은 같은 회사 소속의 근로자들로서 서로에 대하여 업무를 지시할 권한이 없고, 그 지시권자는 현장책임자인 이○의일 뿐이다. 이 사건 상병은 현장책임자인 이○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근로자들 사이에 작업의 수행방식 등에 관하여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발생한 것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다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1.24. 선고 94누8587 판결, 대법원 2008.8.21. 선고 2008두7953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와 D은 10년 이상을 건물도색작업 분야에 종사하면서 4 ~ 5회 정도 같은 현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로서, 2015.4.경 E아파트 신축현장에서 같이 일을 할 당시에 작업지시 등과 관련하여 다툰 적도 있었다. 원고와 D은 이 사건 작업현장의 작업팀장인 이○의의 요청에 따라 2015.4.28.부터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나) 당시 이○의는 이 사건 작업현장 등 3곳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2015.5.15.에는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원고 등과 함께 근무하였지만,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2015.5.16.에는 다른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다) 이에 D은 2015.5.15. 저녁 무렵 이○의에게 연락하여 ‘내일(2015.5.16.)은 퍼티 작업(putty, 건물도색 전에 거친 벽면 등을 다듬는 작업)을 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하여 이○의의 허락을 받은 후, 2015.5.16. 7:00경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실시된 아침조회 시간에 원고 등 작업자 5 ~ 7명에게 퍼티 작업을 할 것을 지시하였다.
라) 원고는 전날에 도색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2015.5.16. 아침에도 도색작업 준비를 하고 있던 중 D으로부터 퍼티 작업을 지시받자, 작업지시권한의 소재와 작업내용의 효율성 등에 관하여 불만을 품고 D과 다투게 되었다. 원고는 일단 다투던 현장에서 벗어난 후 이○의에게 전화하여 ‘어제 하던 도색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이○의의 허락을 받은 후, 다시 작업현장에 복귀하여 도색작업 준비를 하였다.
마) 이때 D이 원고에게 ‘작업지시를 거부하고 간 사람이 왜 또 왔느냐, 나의 작업지시를 안 듣는다면 여기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시비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도 D에게 ‘소장이 도색작업을 하라고 해서 왔다, 왜 반말하느냐’는 취지로 따지고 들면서 다툼이 재연되었다.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서로 막말과 욕설을 주고받다가 급기야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하던 중 원고가 넘어지면서 이 사건 상병을 입게 되었다.
3) 판단
위 인정사실과 인용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원고와 D의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단순히 원고와 D 사이의 사적 감정이 관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상병이 ‘원고와 D 사이의 사적 감정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거나 ‘원고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D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주된 원인은 현장책임자인 이○의의 부재 상황 속에서 그 작업지시 또한 혼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의는 자신의 지시를 받는 근로자들에게 자신의 부재시에 작업을 지시할 사람과 작업내용을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았음은 물론, D의 퍼티작업 제안도 허락하고, 원고의 도색작업 제안도 허락함으로써 근로자들 사이에 작업내용에 관한 분란이 생길 여지를 만들었다.
② 원고와 D은 작업지시권한의 소재를 두고 다투기도 하였지만, 주로 퍼티작업과 도색작업이라는 작업내용을 두고 다투다가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되었다.
③ 퍼티작업과 도색작업은 작업도구마련 등 작업준비과정이 서로 다르다. 원고는 사전에 퍼티작업을 한다는 통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날 하던 도색작업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현장책임자도 아닌 D으로부터 퍼티작업을 하라고 지시받게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D에게 전날부터 계속해 온 도색작업을 하겠다고 주장한 것이 크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원고는 곧바로 현장책임자인 이○의에게 전화하여 도색작업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허락까지 받았다.
④ 원고가 D으로부터 폭행당하기 전에 한 말은 ‘전날부터 계속하던 도색작업을 하겠다. 소장이 도색작업을 하라고 해서 왔다, 왜 반말하느냐’ 등에 불과하고,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입는 과정에서 그 직무의 한도를 넘어 D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⑤ 아파트 신축현장의 근로자들은 거친 작업환경과 높은 작업장소(이 사건 상병도 28층 높이에서 발생하였다) 등으로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한 예민한 신경상태 등으로 다툼이 벌어지기 쉽다. 이 사건 상병도 그러한 상황에서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그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인정된다.
⑥ 비록 원고와 D 사이에 과거의 다툼 등으로 일부 사적 감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작업환경이나 당시의 현장상황 및 다툼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일부 사적 감정이 관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김태현 곽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