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의 임원선거에서 조합원들이 특정 후보자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제3자에게 보여주거나 이를 볼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들고 다닌 행위는 공개투표를 한 것인만큼 이는 비밀투표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이자 선거질서위반행위로서 무효이고, 이를 토대로 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무효결정은 정당하다.
◆ 대구고등법원 제1민사부 2009.06.19. 선고 2008나9823 판결 [당선자지위확인]
♣ 원고, 항소인 / 김○○
♣ 피고, 피항소인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버스지부 ○○분회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08.10.16. 선고 2007가합14029 판결
♣ 변론종결 / 2009.05.08.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는 2007.10.29.부터 같은 달 30.까지 실시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버스지부 ○○분회 차기 분회장선거 결선투표에서 정당한 차기 분회장으로 당선되었고, 2008.1.1.부터 3년간 정당한 분회장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피고 산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07.11.23.부터 같은 달 24.까지 실시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구버스지부 ○○분회 차기 분회장 결선투표 재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대구 수성구 파동 ×××에 있는 주식회사 ○○교통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으로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전국자동차노조’라고 한다) 대구버스지부 산하의 분회로 활동하고 있고, 원고는 피고 분회의 조합원이다.
나. 피고는 분회장이던 전○○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 분회장을 선출하기 위하여 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라고 한다)를 구성하고, 원고와 전○○, 박○○, 이○○이 후보로 입후보하자 2007.10.25.부터 같은 달 26.까지 분회장선거를 실시하였으나 과반 득표자가 없어서 같은 달 29.부터 30.까지 최다 득표자인 원고와 전○○ 2명에 대해 결선투표(이하 ‘이 사건 선거’라고 한다)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피고 조합원 중 161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원고가 81표, 전○○가 76표를 얻어 원고가 차기 분회장 당선인으로 결정되었고, 같은 달 31. 피고의 선관위 위원장이 원고의 당선을 확정·공고하였다.
다. 그린데 전○○는 2007.11.1. ‘이 사건 선거 과정에서 투표자 중 6명 정도가 기표소에서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원고측 참관인에게 보여주었는데, 이는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이들 6표를 제외하면 전○○가 당선인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유를 들어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하였다.
라. 이에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공개한 조합원으로 거명된 박○○, 이○○, 최○○, 백○○, 이○○, 황○○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그들이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견에 원고 측 참관인에게 공개한 것을 확인함과 아울러 전국자동차노조로부터 ‘선관위의 결의를 통해 당선확정공고 취소 또는 당선무효에 의한 재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자, 2007.11.5. 선관위원 5명 중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의 이의신청을 심의한 결과 참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원고에 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공개한 6표를 무효표로 처리하고 이 사건 선거 및 원고의 당선이 무효라고 결정(이하 ‘당선무효결경’이라고만 한다)하되 조합원들의 화합을 위하여 전○○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대신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의결하였다.
마. 이에 따라 피고는 2007.11.23.부터 같은 달 24.까지 분회장 재선거(이하 ‘이 사건 재선거’라고 한다)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원고 3표, 전○○ 78표, 무효 5표, 기권 74표로 전○○가 당선인으로 결정되었다.
바. 이 사건 선거에 대한 분회선거관리규정은 아래<생략>와 같다.
2. 당선인 지위 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① 이 사건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조합원 박○○이 홧김에 ‘자 봐라, 원고를 찍었다’고 말하며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나간 사실이 있을 뿐 박○○ 외에는 투표용지를 공개한 투표자가 없고, 박○○의 위 투표용지 공개행위는 강요나 협박에 의한 공개투표가 아니고 단지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한 일탈행위에 불과하며 그 공개로 인해 다른 사람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박○○의 투표용지를 무효표로 처리하더라도, 이미 원고가 5표 차이로 당선된 것이어서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고, ② 당선무효를 위한 선관위 회의 당시 가장 불이익을 받는 당선자인 원고의 의견을 구하거나 변명할 기회를 주지도 않는 등 사실확인도 되지 않은 공개투표 여부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과 법무사 사무실에 자문을 구하는 등 절차를 위반하였으며, ③ 선관위는 전○○와 친분이 있거나 그 영향력 하에 있어 아무런 근거 없이 원고의 당선무효를 결정하였으므로, 선관위의 당선무효결정은 무효이다.
2) 피고
이 사건 선거 당시 조합원 박○○, 이○○, 최○○, 백○○, 이○○, 황○○(이하 이들을 함께 지칭할 때에는 ‘박○○ 등’이라 한다)가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원고 측 참관인에게 보여 준 후 투표함에 넘었는데, 이 사건 선거 직전에 원고가 1차 투표의 탈락자들인 박○○, 이○○ 및 그들을 지지한 조합원들에게 원고를 지지해주면 피고의 예산으로 생일축하비를 지원하는 등 처우개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이에 따라 박○○ 등이 원고측 참관인에게 원고를 지지하였음을 확인해 주기 위해 공개투표를 한 것인 만금 이는 비밀투표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이자 선거질서위반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이를 토대로 한 선관위의 당선무효결정은 정당하다.
나. 판단
1) 비밀투표원칙 침해 여부
갑 제11호증의 1 내지 6,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의 1 내지 5, 을 제12, 13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김○○의 증언 및 제1심 증인 정○○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거 당시 박○○은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원고 측 참관인 정○○에게 보여준 후 이를 투표함에 넘지 않은 채 투표함 위에 놓고 나가 버렸고, 최○○, 백○○, 이○○, 황○○는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들고 나와서 정○○에게 보여준 후 투표함에 넘었으며, 이○○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들고 나와 잠시 자리를 비운 정○○ 찾기 위해 투표장 밖을 내다보기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를 지지한 기표내용을 선관위원 등이 볼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들고 다니다가 투표함에 넘은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선거 직전 1차 투표의 탈락자들인 박○○, 이○○ 및 그들을 지지한 조합원들에게 원고를 지지해주면 피고의 예산으로 생일축하비를 지원하는 등 처우개선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사실, 이○○, 최○○, 백○○, 이○○, 황○○는 1차 투표 당시 박○○의 선거참모들이었던 사실, 박○○ 등은 선관위에 공개투표를 하였음을 시인하는 자술서를 작성·교부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4호증의 1 내지 5, 갑 제8, 9호증, 갑 제10호증의 1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정○○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박○○ 등의 투표용지 공개 행위는 분회선거 관리규정 제11조 소정의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되어 박○○ 등의 6표는 무효표로 볼 것이고, 이는 원고와 전○○의 득표 차이가 5표에 불과한 이 사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인 만큼 전○○가 박○○ 등의 공개투표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 이상, 선관위는 박○○ 등의 공개투표를 당선무효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절차 위반 여부
갑 제3호증의 2에서 4의 각 기재만으로는 선관위의 선거 이의신청 처리절차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전○○가 적법한 이의신청제기 기간 내인 2007.11.1.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하자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공개한 조합원으로 거명된 박○○, 이○○, 최○○, 백○○, 이○○, 황○○ 등을 상대로 조사하여 그들이 원고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넘기 전에 원고 측 참관인에게 공개한 것을 확인함과 아울러 전국자동차노조와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선관위는 2007.11.5. 위 이의사항을 판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하기 전 원고와 전○○에게 전화로 위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참석하지 아니하자 같은 날 이의신청을 심의한 후 그에 대한 결정을 하고 그 내용을 공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선관위의 선거 이의신청 처리 절차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선관위가 편파적으로 원고의 당선무효를 결정하였는지 여부
살피건대, 믿지 아니하는 제1심 증인 정○○의 일부 증언과 갑 제 3호증의 2 내지 4의 각 기재만으로는 선관위가 정○○의 측근으로 구성 되어 편파적으로 원고의 당선무효를 결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선거에 있어 선관위의 당선무효결정은 정당하여 유효하므로, 원고의 당선인 확인청구는 이유 없다.
3. 재선거무효 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분회선거관리규정은 비밀투표원칙에 위배한 투표자의 투표를 당선무효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원고의 당선을 확정·공고한 후 전○○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원고의 당선무효를 결정한 후 재선거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선거는 무효이다.
2) 피고
선관위의 원고에 대한 당선 무효결정이 정당한 만큼 전○○를 당선자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여야 하나, 상부조직인 전국자동차노조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조합원들의 화합을 위하여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선거 또한 경당하다.
나. 판단
분회선거관리규정에 의하면 선거관리위원장은 개표가 완료된 즉시 당선자를 공고하여야 하고(제30조), 선거에 이의가 있을 시는 선거종료일로부터 5일 이내에 이의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선관위는 5일 이내에 이의사항을 판정하도록(제34조) 규정되어 있는 사실 및 선관위는 개표가 완료되자 2007.10.31. 원고의 당선을 확정·공고하였지만 그로부터 적법한 이의제기 기간내인 같은 해 11.1. 차순위득표자인 전○○의 이의서가 제출되자 이를 심의한 후 적법한 처리기간 내인 같은 달.5. 투표내용을 공개한 6인 의 투표를 ‘기타 유효표로 인정하기 어려운 투표지’로 보아 무효로 처리함으로써 원고의 당선무효를 결정함과 아울러 조합원들의 화합을 위하여 전○○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대신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의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재선거에 이르게 된 선관위의 위 결경 및 의결이 분회선거관리규정에 위배된다거나 선거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과 관습에 비추어 불공정·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재선거의 효력을 부정할 사유가 없는 만금 이 사건 재선거는 유효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사공영진(재판장) 김수정 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