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노조에 의하여 선임된 전임자로서 그 신원이 회사에 통보되어 있고, 회사에서 그 임금을 부담하며 전임자로서 근무한 기간도 근속연수에 산입될 뿐 아니라, 위 수련회의 내용 및 참석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임단협 종료 후 후속조치로 시행된 토론 및 평가과정의 하나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수련회가 회사와 무관한 상부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이라거나 불법적인 노조활동 또는 쟁의 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활동이라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이는 정당한 노조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는 위 수련회에 참석하였다가 복귀하던 중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것인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여한 2005년도 임단협 또는 위 수련회는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근로복지공단)가 이를 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보고 한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06.08.02. 선고 2006구합846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김○○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06.07.05.
<주 문>
1. 피고가 2006.1.1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갑 1호증, 갑 3호증, 갑 5 내지 9호증, 을 1호증, 을 4호증, 을 6호증, 을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85.11.28.부터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회사라고만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2004.1.1.부터는 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만 한다) 전임자인 기획실장으로서 노조의 업무만을 담당하여 오던 중, 200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약칭하여 “임단협”이라 한다)을 위한 단체교섭에서 교섭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나. 원고는, 회사와 노조가 2005.9.13. 2005년도 임단협 실무협의 및 조인식을 마침에 따라, 노조 간부로서 조합원을 상대로 한 합의사항 설명회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2005.9.24.부터 25.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판매본부 ○○지부 상집(상임집행위원) 수련회에 참석하였다.
다. 원고는 2005.9.25. 15:00경 위 수련회에 참석하였다가 차량편으로 복귀하던 중 휴게소 화장실 앞에서 쓰러져 울산대학교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증 등의 진단을 받고, 2005.11.8. 피고 울산지사에 대하여 위 상병에 대한 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피고 울산지사장은, 노조 전임자가 수행하는 제반 업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위 수련회는 노조가 주최한 것으로 전체 근로자가 아닌 노조 간부들만 참가하였고 참석 여부도 회사에 의하여 강제된 것이 아니며, 그 목적 역시 2005년도 임단협 합의내용에 대한 토론회로서 사업주의 업무와 관련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결국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2006.1.12. 위 상병에 대한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노조 전임자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2005년도 임단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아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하였으므로, 노조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병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한 요양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갑 4호증, 갑 8호증, 갑 9호증, 을 6호증, 을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회사와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노조는 전임자를 자치적으로 결정하되 그 신원을 회사에 통고하여야 하고, 전임자의 임금은 회사가 지급하며, 전임기간은 근속연수에 포함되고, 회사는 전임해제시 전임자를 즉시 원직에 복직시켜야 하며, 전임자가 정상적인 조합업무 중 입은 사고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준하는 범위내에서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원고가 노조 기획실장으로서 평소 담당한 업무는, 기획실 전체 업무 관장·지도, 임단협 협상 진행, 노조 활동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 노조 사업 전반에 대한 기획 및 정책 수립, 전국의 본부와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업무 조율 등이었다.
(3) 노조는 2005년도 임단협을 추진하면서 2005.6.경부터 총 23회에 걸친 본교섭을 진행한 끝에 2005.9.8. 잠정합의안을 작성하였고,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같은 달 12.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였으며, 같은 달 13. 실무협의 및 조인식을 마친 다음에는 토론회, 조합원 설명회 등의 후속조치를 실시하였다.
(4) 위 수련회는 2004.9.24. 14:00부터 다음날 12:00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하동군 금남면 ○○에서 진행되었는데, 원고와 판매기획실장 조○○, ○○지부장 홍○○, ○○지부 문체부장 신○○, ○○지부 대의원 오○○, 사무장 박○○ 등이 참석하여, 2005년도 임단협 결과에 대한 설명·토론회 및 단합대회를 실시하였다.
다. 판단
(1) 노동조합업무 전임자가 근로계약상 본래 담당할 업무를 면하고 노동조합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이 사용자인 회사의 승낙에 의한 것이라면, 이러한 전임자가 담당하는 노동조합업무는, 그 업무의 성질상 사용자의 사업과는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이나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 또는 사용자와 대립관계로 되는 쟁의 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활동 등이 아닌 이상, 원래 회사의 노무관리 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본래의 업무 대신에 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를 바로 회사의 업무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전업자가 노동조합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에 수반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4006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노조에 의하여 선임된 전임자로서 그 신원이 회사에 통보되어 있고, 회사에서 그 임금을 부담하며 전임자로서 근무한 기간도 근속연수에 산입될 뿐 아니라, 앞서 본 위 수련회의 내용 및 참석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임단협 종료 후 후속조치로 시행된 토론 및 평가과정의 하나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 수련회가 회사와 무관한 상부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이라거나 불법적인 노조활동 또는 쟁의 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활동이라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이는 정당한 노조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는 위 수련회에 참석하였다가 복귀하던 중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것인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여한 2005년도 임단협 또는 위 수련회는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견해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급성심근경색증은 기존 질환인 고혈압 등이 악화되어 발병한 것이고, 현대의학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발병 또는 악화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바 없으므로, 원고의 심근경색증은 그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처분사유로 위 수련회는 노조 전임자의 업무로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유만을 들고 있을 뿐인데,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처분사유를 변론에서 새로이 주장함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급성 심근경색증이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 또는 급격히 악화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 없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종주(재판장) 김문성 강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