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공무원노동조합의 선출직 임원과 사무국장의 전보인사를 할 때 공무원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정한 단체협약 조항과 관련하여, 공무원노동조합의 임원 등에 대한 인사가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데다가, 사전협의라는 필수적인 절차에 의하여 기관의 인사권 행사가 본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위 단체협약 조항과 같은 내용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대법원 제1부 2017.01.12. 선고 2011두13392 판결 [단체협약시정명령취소]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고용노동부장관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1.5.19. 선고 2010누141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단체협약 제10조제3항, 제12조제1항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1)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010.3.17. 법률 제101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 한다)은 제8조제1항 본문에서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 또는 조합원의 보수·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하되, 그 단서에서 ‘법령 등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같은 법 시행령(2011.12.14. 대통령령 제233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에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비교섭사항을 ‘정책의 기획 또는 계획의 입안 등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공무원의 채용·승진 및 전보 등 임용권의 행사에 관한 사항, 기관의 조직 및 정원에 관한 사항, 예산·기금의 편성 및 집행에 관한 사항, 행정기관이 당사자인 쟁송에 관한 사항,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그 밖의 사항’으로 더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노조법 관련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려면 그 자체가 공무원이 공무를 제공하는 조건이 될 정도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것이어야 하며(대법원 2014.12.11. 선고 2010두5097 판결, 헌법재판소 2013.6.27. 선고 2012헌바169 결정 참조), 이 경우에도 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단체협약 중 ① 인사조치에 관한 노동조합과의 사전협의를 정한 제24조제3항 및 순환전보에 관한 사전협의․사전합의 등을 정한 제35조제2, 3, 5항, ② 조례 및 규칙의 제정에 관한 절차에의 참관 및 사전협의 등을 정한 제15조, 제38조, ③ 인원 동원 등에 대한 사전협의를 정한 제18조제1항, ④ 기능직 공무원의 직급 상향 및 일반직 전환 등에 관하여 정한 제21조, 제43조제1항, ⑤ 인사위원회 위원 위촉에 관하여 정한 제37조제1, 2항, ⑥ 다면평가 및 이에 의한 승진임용 등과 직무성과제에 관하여 정한 제39조제1 내지 5항, 제45조제2항, ⑦ 직위공모제 등에 관한 협의를 정한 제40조제2항, ⑧ 정원 조정에 관한 노동조합의 합의 및 요구 등에 관하여 정한 제44조제3, 4항, ⑨ 감사의 방침 등에 관하여 정한 제54조제1, 2항은, 정책결정 또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무원의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거나,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의 권한을 근거 없이 제한하거나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모두 위법하다고 보아, 이에 대한 피고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 단체협약 규정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그 판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위 단체협약 규정들의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시정명령의 적법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교섭대상과 교섭금지대상의 구분, 비교섭사항의 기준과 범위, 단체협약 및 단체교섭의 본질, 공무원노조법 제10조제1항, 증명책임의 분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근무조건과의 직접 관련성 요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제3조제1항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인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3항에 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3항이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으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선출직 임원과 사무국장의 전보인사를 할 때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하도록 정한 것과 관련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제1항은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규정하였고, 위 단체협약 조항의 사전협의는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로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노동조합에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제시된 의견을 참고자료로 고려하게 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용권의 행사 시 이러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효력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위 단체협약 조항의 내용이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의 인사에 관한 본질적 권한을 침해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그에 대한 피고의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런데 전보 등 임용권의 행사에 관한 사항은 그 내용 자체가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어야만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기관의 본질적․근본적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임원 등에 대한 인사가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데다가, 사전협의라는 필수적인 절차에 의하여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의 인사권 행사가 본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위 단체협약 조항과 같은 내용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위 단체협약 조항의 내용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원심의 판단에는 비교섭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제1항에 대하여
(1)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는 제4호 본문에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되, 그 단서에서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제24조제4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하는 행위,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편 위 규정은 노동조합법 제24조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무원노조법 제17조제2항에 따라 공무원노동조합에도 적용된다.
사용자의 노동조합 운영비에 대한 원조 행위(이하 ‘운영비 원조 행위’라 한다) 등을 금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어용화되는 것을 막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위 규정의 내용 및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은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도록 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4호 (나)목을 비롯한 관련 노동조합법 규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서 정한 행위를 벗어나서 주기적이나 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게 할 위험성을 지닌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본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해석되고, 비록 그 운영비 원조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 내지 투쟁으로 얻어진 결과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 만을 가지고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2두1245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은 제12조제1항에서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이 청사 내에 전용 사무실을 제공하고 나아가 ‘그 활동에 필요한 시설·장비, 차량, 집기 등 비품 일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그 제공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단체협약 조항은 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와 함께 통상 비치되어야 할 책상, 의자, 전기시설 등의 비품과 시설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서서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으로 하여금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시설과 비품 일체를 지원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위 단체협약 조항의 내용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단체협약 조항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 의하여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같은 조 본문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 단체협약 조항을 그 내용과 달리 ‘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사무실과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도의 부대시설비 및 비품비’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여 이를 넘는 비용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거절할 수 있으므로 위 단체협약 조항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잘못 판단하여, 그에 대한 피고의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인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본문에 의하여 부당노동행위로서 금지되는 운영비 원조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위 단체협약 조항의 내용에 관한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단체협약 제10조제3항, 제12조제1항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