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들은 명시적으로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으나, 원고들의 비진의 의사표시 주장에는 해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선해하여,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데도 이를 근거로 원고들을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해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들이 원고들의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사직할 내심의 의사 없이 단순히 형식적·관행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새로 선출되면 각 계열회사의 임원들이 각 계열회사의 일인주주 혹은 대주주인 피고 주식회사에 대하여 재신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던 점, 이와 같이 제출된 사직서의 처리결과가 반드시 일정하지는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기 보다는 일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향후의 인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과 원고들이 재직하던 각 계열회사의 위임계약관계는 위와 같이 원고들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각 계열회사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되었다 할 것이고, 이와 달리 해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 2006.05.18. 선고 2005가합61701 판결 [손해배상()]

원 고 / 원고들

피 고 / 1. 피고 주식회사

           2. 피고 ○○○

변론종결 / 2006.04.06.

 

<주 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13,000,000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기록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다.

. 피고 주식회사는 각 계열회사의 각 발행주식 총수의 100% 혹은 5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 원고들은 피고 주식회사의 임직원으로서 20년 이상 근무하던 중 계열회사의 임원으로 추천·선임되어 아래와 같이 근무하였다. <표 생략>

. 피고 ○○○2005.2.25.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피고 주식회사의 계열회사의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기 위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계열회사의 임원들에게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들을 비롯한 25명의 계열회사 임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중 원고들을 비롯한 23명의 사직서가 수리되고 2명의 사직서만 반려되어 위 23명은 각 계열회사의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모두 해임되었다.

.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교체될 때마다 각 계열회사의 임원들이 임기와 관계없이 각 계열회사의 일인주주 혹은 대주주인 피고 주식회사에 대하여 재신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그 사직서는 수리되거나 반려되기도 하는 등 그 처리결과가 일정하지는 않았다.

 

2.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 원고들의 주장

(1) 피고들이 피고 주식회사의 신임사장이 부임하였으므로 계열회사 사장들에게 일괄사표를 받기로 한 것으로 사직서 제출은 형식적이고 관례적이라는 취지의 거짓말을 하여 원고들이 이에 기망당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며, 또한 피고 주식회사가 계열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계열회사의 임원의 인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원고들은 피고들의 강압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2) 일괄적인 사직서의 제출은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선출될 때마다 의례적으로 이루어져 온 요식행위일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게는 사직서가 수리될 만한 경영상의 잘못이나 개인적인 과오가 없고 각 계열회사의 정관에서 보장된 3년의 임기가 만료되지도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전혀 사직할 내심의 의사없이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들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7조의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3) 위와 같이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이상, 비록 피고 주식회사의 계열회사가 원고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는 피고들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정관상 3년의 임기만료 이전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이는 정당한 이유가 결여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4) 그러므로 피고들은 위와 같이 기망 및 강박행위와 강제적인 방식으로 원고들을 부당해고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정신적 수모감, 명예의 실추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각 13,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판단

(1) 먼저,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박하였거나 기망한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주식회사가 원고들이 대표이사 혹은 이사로 재직 중이던 계열회사의 일인주주 혹은 대주주이며 피고 ○○○은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피고들이 원고들의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위 1항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피고들로부터 어떠한 해악을 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갑 제2호증의 1 내지 6, 13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의 증언만으로는 피고들의 기망행위나 강박행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일괄적인 사표제출요구 및 선별적인 수리행위가 실질적으로는 피고들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임기만료 이전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우선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는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64681 판결).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대표이사·이사 등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회사와 임원간의 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각 계열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에 해당하는 원고들이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마지막으로,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데도 이를 근거로 원고들을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해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원고들은 명시적으로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으나, 원고들의 비진의 의사표시 주장에는 해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선해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주식회사가 원고들이 대표이사 혹은 이사로 재직중이던 계열회사에 대하여 일인주주 혹은 대주주이며 피고 ○○○은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고들이 원고들의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에게 사직할 내심의 의사 없이 단순히 형식적·관행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새로 선출되면 각 계열회사의 임원들이 각 계열회사의 일인주주 혹은 대주주인 피고 주식회사에 대하여 재신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던 점, 이와 같이 제출된 사직서의 처리결과가 반드시 일정하지는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비록 사직서의 수리에 의한 의원면직이라는 결과를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 주식회사와 각 계열회사의 관계 및 과거의 전례 등을 고려하여 당시의 상황에서는 사직서가 수리될 수도 있지만 반려되어 그 직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기 보다는 일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향후의 인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 스스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과 원고들이 재직하던 각 계열회사의 위임계약관계는 위와 같이 원고들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각 계열회사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나아가 각 계열회사가 원고들을 의원면직으로 처리한 것이 실질적으로 해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인욱(재판장) 홍성욱 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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