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6.08.11. 선고 2014구단58016 판결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공무원연금공단

변론종결 / 2016.07.14.

 

<주 문>

1. 피고가 2014.10.27. 원고에 대하여 한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1977.5.21.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B소방서, C소방서, D소방서, E소방서 등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다가 2012.12.31. 퇴직한 자인바, 2012.9.6.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골수형성이상 증후군(아래에서는 이 사건 상병이라 쓴다)’ 진단을 받고 치료받던 중 2014.9.19. 피고에게 공무상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 피고는 2014.10.27.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이 분명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근무 여건이나 근무 환경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을 촉진한다는 의학적 증거가 없어 공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아래에서는 이 사건 처분이라 쓴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2호증 각호, 을제1호증 각호의 기재

 

2.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 원고의 주장

원고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고, 소방관으로 35년 이상 근무하면서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벤젠 등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는데 위와 같은 유해물질이 이 사건 상병을 야기하는 원인물질이라는 사실은 의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바이다. 그리고 잦은 초과근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저하되었다는 사정 역시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사실

(1) 원고의 근무이력 및 화재 출동건수 <표 생략>

(2) 원고가 소방관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보호 장구 등 지급 현황

() 2000년 이전에는 2교대 근무를 전제로 2명의 소방관에게 한 벌의 방화복이 제공되었고, 2000년 이후부터는 소방관에게 한 벌씩의 방화복이 지급되었다. 방화복은 화염과 열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2000년 이전에 지급된 방화복은 내열온도가 220도에 불과해 화염이나 고온에 의해 손상되기 쉬웠고, 2010년 이후에 지급된 방화복은 특수 내열섬유를 사용하여 섭씨 400~50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안정성을 갖고 있다.

() 소방관들에게 지급된 방화복은 화염이나 고온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질 뿐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소방관의 신체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보호 장구로는 화학복이 있다. 그러나 2012.10. 기준으로 전국 소방서가 보유한 화학복은 2,323벌로 전체 소방 인원의 6.6%에 불과하여 주로 구조대에만 지급되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내용연수가 경과한 것이다. 그리고 화학복 재질의 특성상 방화·방열기능이 없어 유해화학물질 누출 현장에서만 사용된다.

()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공기호흡기는 2000년 이전에 지급된 공기호흡기의 경우 사용시간이 20분에 불과했고, 2000년 이후부터는 50분 동안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정밀한 수색이 필요한 경우 시야 확보를 위해 공기호흡기를 제거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공기호흡기의 면체 밀착상태가 불량하면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잔불 정리 단계에서는 장시간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공기호흡기를 제거한 채 작업에 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3) 원고의 근무기간 중의 보직 및 출동 현황

() 원고는 1977.5.21.부터 2000.10.4.까지는 소방관으로 근무하였고 2000.10.5.부터는 C소방서 G파출소 부소장으로, 2005.10.21.부터 2007.1.31.까지는 D소방서 H안전센터 부센터장, 2007.2.1.부터는 K소방서 I안전센터 부센터장으로, 2009.1.2.부터는 K소방서 J안전센터장 및 소장으로 재직하였다.

() 센터장 및 부센터장의 주된 업무는 센터 업무 전반을 관리하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현장에 출동하여 선착분대장으로서 본서 지휘조사담당이 도착하기 전까지 화재진압을 지휘하며 효과적인 화재진압을 위하여 화재 현장 내외를 출입하며 화재현장 주변과 상황을 파악한 후 무전기로 상황보고를 한다. 지휘조사담당이 현장이 도착한 후에는 관할 분대의 현장 활동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하는데, 직접 화재 현장에 진입하여 진화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라도 화재현장에 상주하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화재진압 후에는 대원들과 잔불 정리작업에 참여하는데 잔불 정리작업에는 평균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소방파출소 부소장은 대원들과 함께 화재현장 최 일선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역할을 하고,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는 본서 지휘관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화재현장을 지휘하며, 지휘관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한 후 대원들과 현장에 진입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역할을 한다. 부소장은 소장 부재시에 소장의 직무를 대행하며, 소장이 있는 경우에는 방수장의 직무를 수행하며 대원들과 함께 화재 진압업무를 한다.

() 부산지역 내 각 소방서의 화재출동 방식은, 작은 들불이나 확인줄동, 소규모화재의 경우 관할센터 및 인접센터가 1차로 출동을 하고 일반 주택이나 소규모 단독점포, 차량, 창고 등 화재의 경우에는 1차 관할센터와 인접에 위치한 센터 외에 직할센터가 추가로 출동을 하도록 되어 있다. ·대형건물이나 공장, 상가 등 다중이용업소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당해 소방서 내 전원이 출동하도록 되어 있고, 고층건물이나 영화관, 지하복합시설 등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화재에는 동일 시 지역 내 모든 소방서가 출동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 원고가 C소방서에서 근무한 기간 중 2002.9.11.부터 2005.10.20.까지 발생한 화재 645건 중 단독주택, 공동주택 등 주거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200, 판매시설, 일반 업무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가 86, 공장이나 작업장 등 산업시설에서 발생된 화재가 82, 음식점 등 시설이 73, 산불 발생건수도 23건에 이른다. 원고가 K소방서 I센터에 근무한 기간 동안 발생된 71건의 화재 중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에 발생된 화재가 23, 공공기관이나 숙박기관 등 판매 업무시설이 7, 음식점이나 위락시설이 11, 자동차나 차량 발생 화재가 6, 산불이 4건 등이고, J센터에 근무하던 기간 발생된 67건의 화재 중 주거시설에서 발생된 화재가 18, 숙박 및 업무시설이 6, 공장, 작업장 등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건수가 6, 음식점, 위락시설 등에서 발생된 건수가 13건 등이다.

(4) 이 사건 상병의 발병

()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말초혈구수의 감소와 골수 내 세포의 이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다양한 혈액암을 증후군의 형태로 분류한 질환이다. 말초혈구의 감소에 따른 합병증으로는 백혈구 감소에 따른 감염, 적혈구 감소에 따른 빈혈, 그리고 혈소판 감소에 따른 출혈 등이 있고,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에서는 비효과적으로 혈액을 생성하며 무질서한 조혈세포의 증가를 특징으로 한다.

() 골수이형성증후군의 발병 원인으로는 다양한 후천적 유전적 변이가 질환 발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후천적 유전변이를 유발하는 원인은 일상생활 및 직업 환경 중에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발병에서의 인과관계를 쉽게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원자폭탄이나 방사선, 벤젠, 농약 등 화학물질에의 과도한 노출, 항암제 사용력 등이 있다.

() 원고는 2012.7. 골수형상 이상증후군으로 진단 받고 2012.9.20. 카톨릭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었으며 외래 경과관찰 중 빈혈이 악화되어 2012.11.28. 골수조직검사를 다시 시행하였으며 질환의 악성화가 관찰되어 2012.12.3.부터 항암치료를 받았다. 2013.4.2.에는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치료 중이다.

(5) 벤젠 노출과 이 사건 상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

() 화재현장에는 벤젠, 벤조피렌,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랜, 시안화수소, 일산화탄소, 염화수소, 알데히드류, 암모니아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발생되는데, 알데히드류는 페놀수지,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수지 등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벤젠은 폴리스티렌(스티로폴) 등의 재질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 벤젠에 의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발생가능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이견이 없는 정설로 인정되고 있고 잠복기는 특정하기 어렵다.

() 화재진압 업무 중 보호 장구를 작용하더라도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반드시 유해물질에 노출된 농도가 높은 경우에만 혈액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노출된 사람의 나이, 해독작용과 연관된 유전자의 차이 등도 관련되어 있어 저 농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 골수이형성증후군은 선천적 질환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질환인바 가족력 혹은 유전력과는 상관이 없고, 일반적인 혈액검사 등에서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대한의사협회 혈액학회, B소방서, C소방서, D소방서, K소방서, E소방서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관련 법령 <생략>

 

. 판단

(1) 공무원연금법 제35조제1항에 규정된 공무상요양비 지급의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발생한 질병으로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공무와 질병 또는 위 질병에 따른 사망 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공무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7.2.28. 선고 9614883 판결, 대법원 2004.4.9. 선고 200312530 판결 등 참조),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4903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1977.5.21. 소방관으로 임관한 이래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35년의 기간 동안을 화재진압 현장에서 근무하였고, 1997년 이후로 연 평균 100건 상당의 화재현장에 출동한 점, 관할 소방센터의 자료보존 상태에 따라 실제 화재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 진압업무를 수행한 정확한 횟수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C소방서 근무기간 동안의 화재현장 출동횟수는 관할 소방서 내 발생한 화재 발생건수를 관할 센터의 수 및 교대근무 수(2교대 근무)로 나눈 수치이나,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소방센터 외에 인접센터에서도 함께 출동하여 진화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임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이 법원의 부산광역시 D소방서, K소방서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2교대 근무로 인하여 비번인 날에도 비상소집을 통해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원고가 C소방서에 근무한 기간 동안 실제로 화재현장에 출동한 횟수는 연 평균 24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점, 1977년부터 1996년 사이 기간 동안에 화재현장에 출동한 횟수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그 당시에는 화재진압 업무를 담당한 소방인력이 현재보다 부족했고 그 당시 건축된 건물들은 화재에 보다 취약했으며, 소방시설 역시 열악하였을 것이므로 1997년 이후보다 화재발생 건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2000년도 이전에는 소방관들에게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였고, 지급된 공기호흡기의 이용 가능시간이 20분 정도로 짧았으며 방화복 역시 화염이나 고온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할 뿐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신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폴리스티렌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젠은 거의 모든 화재 현장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벤젠에 노출되는 것이 이 사건 상병을 발생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의학계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화재진압 후 잔불정리를 하는 단계에서는 소방관들이 공기호흡기를 벗은 채 작업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잔불정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므로, 잔불정리작업 과정에서는 유해화학물질에 상당 시간 직접 노출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이전에 유사한 질환을 앓았던 자료는 없고 화재진압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외에 이 사건 상병을 야기하는 다른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개정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은 공무수행 중 석면·벤젠·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그 영향을 받은 신체 부위에 발생한 암 질병 또는 악성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이 법원의 카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의하면 반드시 높은 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만 혈액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유해물질에 노출된 사람의 나이, 해독작용과 연관된 유전자의 차이 등도 관련되어 있어 저 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도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회신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발병한 이 사건 상병과 공무와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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