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가 정한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업무상 사고가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사고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2016.10.27. 선고 2015구합8534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6.09.09.

 

<주 문>

1. 피고가 2014.9.16.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B2000.1.1.부터 서울특별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였다. B2012.5.1. 04:40경 서울 동작구 C12번 출구 차도 쪽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중 택시에 들이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

. B은 피고로부터 요양 승인을 받아 이 사건 교통사고일인 2012.5.1.부터 2014.1.23.까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성 경막하 출혈, 우측 회전근개 파열, 우측 11, 12번 늑골 골절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다.

. B2014.2.3. 14:00경 자택에서 사라졌고, 2014.2.4. 16:00경 자택에서 약 2.07km 떨어진 동두천시 D 소재 밭에서 쓰러져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인 원고는 2014.9.1. 피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4.9.16.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고, 또한 치매가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볼 때, 망인의 최초 승인상병과 사인 간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6 내지 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

 

.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11, 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해당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E.생 남성으로 사망 당시 61세이었다.

2) 망인의 사망 전 치료 내역

) 망인은 2011.9.1.2011.12.6. ‘인지기능 및 각성에 관한 기타 증상 및 징후, 2011.12.13.부터 2012.1.2.까지 선행 기억상실로 각각 치료를 받았다.

) 망인은 2012.1.12.부터 2012.10.4.까지 피크병으로, 2013.3.28. ‘상세불명의 치매로 각각 치료를 받았다.

3) 이 사건 교통사고 전후 망인의 상태

) 신경심리검사 결과

2011.12.30.MMSE(간이정신상태검사) 15/30, CDR(치매평정척도) 0.5

2012.5.14.MMSE 13/30, CDR 1

2013.9.25.MMSE 13/30, CDR 2

) 통합검사 결과

2011.12.30.: 전두측두엽 위축, 해마와 피질의 불균형적인 위축, 알츠하이머병 의심

2012.5.1.대뇌 경막하출혈, 전두측두엽 위축, 측내실 양쪽 전두각 팽창, 내경동맥에 석화화된 플라그

) 망인의 증상

2011.12.13.: 2011년 봄부터 기억력이 떨어짐. 간혹 소지품을 잃어버림. 대화 중 내용을 오후에는 잊음. 버스 타고 내려서 회사를 못 찾아 헤맨 적이 있음(15일 전). 자주 울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욺. 한편,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 의식 소실은 없음. 주관적인 기억장애는 없음.

2012.9.26.: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기억력이 저하되었음. 중요한 일은 기억을 하지만 사소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로 외출을 모두 보호자와 동행하고 혼자는 잘 다니지 않음. 기계사용이 서툴러지고 용돈 관리를 보호자가 하고 있음. 목욕을 해도 깨끗하게 못하고 물만 끼얹음. 우울감을 많이 표현하고 울기도 함.

2013.6.20.: 지능지수 69에 해당하는 인지기능 저하 및 충동적인 행동, 판단력 저하로 인하여 자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움.

4) 의학적 소견

) 시체검안서

망인의 직접사인은 장시간 노상 방치되어 동사한 것으로 추정이고, 선행사인은 영하의 기온에 치매로 인한 길 잃음이다.

) 주치의들 소견

중앙대학교병원 소속 주치의의 2012.4.17.자 소견 : 망인의 병명은 경도인식 장애, 선행성 건망증이다. 망인은 치매의 뚜렷한 소견은 없으나, 2011.12.30.자 신경심리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의 소견을 보이며, 향후 추적관찰이 필요한 상태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속 주치의의 2013.10.11.자 소견 : 2011년 기억력장애로 중앙대병원에서 촬영한 Brain MRI에서 전반적인 대뇌위축이 있어 이전부터 신경퇴행성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며, 뇌 외상으로 급격히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대한의사협회의 의견

뇌손상으로 인한 경막하 혈종, 우울증, 뇌수두증 등은 모두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계가 있는 요인으로 생각되고, 이로 인해 기존의 경미한 인식장애가 일반적인 경과보다 빨리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이 추가상병으로 요양 신청한 뇌진탕증후군, 행동장애를 동반한 정도의 정신발육지연은 이 사건 교통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 피고 측 자문의들 소견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 퇴행성 기억 장애, 전두엽 및 측두엽 위축 등으로 진단을 받은 점,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뇌실질 손상이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보이고 출혈량이 경미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와 치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와는 직접적인 상관없이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부터 치료하던 치매로 인한 지남력 장애 및 판단력 저하 등으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동사한 것으로 판단한다.

) 서울의료원 신경과 감정의의 소견(이 법원의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결과)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인 2011.12.30.경 전두·측두엽 치매 등의 퇴행성 치매의 초기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망인에게 2013.9.25. 현저한 치매증상과 행동장애가 나타나고 우측 경막하 혈종, 우울증, 뇌수두증 증상이 나타난 것은 망인과 같이 전두·측두엽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에게서 2년 정도 질병이 진행되는 경우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없었더라도 현재 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경막하 출혈이 뇌를 압박함으로써 뇌손상을 유발하고, 이것이 망인의 치매 증상 악화에 일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한다) 5조제1호가 정한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1292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업무상 사고가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사고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망인이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서 산재법 제37조제1항제1호 가목, 3, 산재법 시행령 제27조제1항제1호에 따른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 위 법리를 기초로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업무상 사고인 이 사건 교통사고로 입은 뇌손상으로 인하여 망인의 기존 질병인 경도 인식장애, 선행성 건망증등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치매 증상이 있는 망인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동사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망인은 신경심리검사를 받은 2011.12.30.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환경미화원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였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망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에는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지 못하였다.

)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망인의 뇌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고,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뇌를 압박함으로써 뇌손상을 유발하였는데, 이것이 망인의 치매 증상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59세이고 사망 당시 61세이었으므로 상대적으로 고령은 아니었다. 따라서 망인의 치매 증상과 행동장애가 이 사건 교통사고와 무관하게 자연적인 경과로만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망인이 2014.2.3. 집을 나가 2014.2.4. 동사한 것은 치매로 인하여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저하되어 길을 잃고 헤맨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위와 같이 동사한 데에 다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산재법 제5조제1호에 규정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호제훈(재판장) 이민구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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