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시간 면제자로 하여금 근로제공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을 면제받아 경제적인 손실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 본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체협약 등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타당한 근거 없이 과다하게 책정된 급여를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 제32016.04.29. 20148831 판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들

원심판결 / 전주지방법원 2014.6.20. 선고 2013136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24조제2, 4항에 의하면,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노조전임자라 한다)는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 되지만, 근로시간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근로자(이하 근로시간 면제자라 한다)는 고시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의 일정한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

위 규정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막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를 금지하는 대신,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노조전임자 제도의 순기능도 고려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 면제 방식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하려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2014.5.29. 선고 2010헌마606 결정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 노동조합법 제81조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여 제4호 본문에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되, 그 단서에서 근로시간 면제자가 근로시간 중에 위와 같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노조전임자에 불과할 뿐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된 바 없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되지만(대법원 2016.1.28. 선고 201212457 판결 등 참조),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근로시간 면제자로 하여금 근로제공의무가 있는 근로시간을 면제받아 경제적인 손실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근로시간 면제 제도 본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체협약 등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타당한 근거 없이 과다하게 책정된 급여를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과다하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아니하고 일반 근로자로 근로하였다면 해당 사업장에서 동종 혹은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동일 또는 유사 직급·호봉의 일반 근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이나 지급 기준과 비교하여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는지 등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근로시간 면제 대상 활동을 하는 데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는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대가로서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시간 면제 대상 활동의 내용이나 그 활동 여건, 활동 시간 등을 기준으로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급여의 과다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 관련 규정의 형식이나 내용, 그 입법목적, 다른 부당노동행위 유형과 구별되는 특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서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나 고의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단서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급여 지원 행위 혹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거기에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을 할 적극적 의도나 동기 또는 노동조합을 지지하고 도와준다는 등의 인식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과다한 급여를 지급한 것이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나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사용자가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일반 근로자로서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을 넘어서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제4호 본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다음, 단체협약에 의하여 노조전임자가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각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지급한 급여는 동일한 조건의 다른 근로자의 급여 수준보다 과다한 것이라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거나 부당노동행위의 고의, 위법성의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또는 이유불비나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대법관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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