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한다. 또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 2016.08.18. 선고 2015나2067268 판결 [손해배상 등]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 1. 박○숙 2. 이○혜 3. 이○현
♣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 1. ○○자동차 주식회사
♣ 피고, 피항소인 / 2. △△자동차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0.29. 선고 2014가합17034 판결
♣ 변론종결 / 2016.06.16.
<주 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는 원고 박○숙에게 13,849,278원 및 그 중 10,714,285원에 대하여는 2014.4.29.부터 2015.10.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3,134,993원에 대하여는 2014.4.29.부터 2016.8.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는 원고 이○혜, 이○현에게 각 47,410,497원 및 위 각 금원 중 각 9,965,877원에 대하여는 2014.4.29.부터 2015.10.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37,444,620원에 대하여는 2014.4.29.부터 2016.8.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다. 원고들의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및 원고 이○혜의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원고 박○숙과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의 4/5는 원고 박○숙이, 나머지는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가 각 부담하고, 원고 이○혜와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의 3/5은 원고 이○혜가, 나머지는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가 각 부담하며, 원고 이○현과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의 3/10은 원고 이○현이, 나머지는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가 각 부담하고, 원고 이○혜와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이○혜가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 및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자동차’라 한다)는 원고 박○숙에게 101,166,408원, 원고 이○혜, 이○현에게 각 67,444,27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0.7.20.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주위적으로, 피고 ○○자동차는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자동차’라 한다)는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 ○○자동차는 원고 박○숙에게 36,481,751원, 원고 이○혜, 이○현에게 각 55,612,184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0.7.20.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주위적으로, 피고 ○○자동차는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자동차는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
나. 피고 ○○자동차
제1심 판결 중 피고 ○○자동차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자동차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 등의 지위
1) 망 이현희(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85.2.1. 피고 ○○자동차에 고용되어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1985.2.1.경부터 1995년경까지 근무하였다) 및 시화연구소(1996년경부터 2008.1.경까지 근무하였다)의 간이금형반에서 근무하다가, 2008.2.경 피고 △△자동차의 ○○연구소로 전직하여 근무하던 사람이다.
2) 원고 박○숙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이○혜, 이○현은 망인의 자녀로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다.
나. 망인의 발병 및 사망
망인은 2008.8.25.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이라는 진단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010.7.19.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업무 등
1) 망인은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에 입사한 1985.2.경부터 피고 △△자동차의 ○○연구소로 전직한 2008.2.경까지 간이금형공정 중 금형세척작업을 고유업무로 수행하였다. 간이금형공정은 목형 및 석고모델로 금형틀을 제작한 후 금형틀에 액체수지를 붇고 굳혀 금형을 제작하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2) 망인은 금형세척작업 중 신너, 유리섬유, 방청유, 시트왁스, 프레스유, 드로잉유, 이형제, 규사, 겔코트수지, 페인트 등을 사용하였고, 특히 일주일 평균 3~4통(1통의 무게는 20kg 정도였다.)의 신너와 도료를 사용하였는데,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던 신너와 도료에는 벤젠이 56.7%까지 함유되어 있었다.
라. 이 사건 질병의 증상 등
백혈병(혈액암으로 불리기도 한다)은 혈액, 골수, 기타 조직에 조혈계의 악성세포가 침윤하는 질환군을 의미하는데, 크게 급성백혈병과 만성백혈병으로 나뉜다. 급성백혈병 중 하나인 이 사건 질병은 백혈구가 악성세포로 변하여 골수에서 증식하여 말초혈액을 거쳐 전신으로 퍼지는 질병으로서 골수에서 암세포가 자라면 정상 조혈세포를 억제하고, 조혈을 방해하여 정상 혈구가 감소되며, 암세포가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를 유발하여 발열, 빈혈, 호흡곤란 및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마. 벤젠의 발암성 내지 유해성
벤젠은 방향족 탄화수소의 기본이 되는 화합물로서, 신체기관 중 골수 손상을 유발하고, 그 밖의 간, 뇌, 신장, 심장, 폐 등 다른 기관에도 타격을 준다.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는 벤젠을 암의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확인된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하였다.
바. 특정화학물질 등에 대한 조치사항
구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1990.7.23. 부령 제62호로 제정되어 2003.7.12. 부령 제19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보건규칙’이라 한다)에서는 벤젠을 같은 규칙 제148조 관련 [별표 6]에서 정한 특정화학물질 등 중 제2류 물질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면서, 벤젠과 같은 특정화학물질 등을 취급하는 사업자에 대하여 그 취급에 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와 관련된 구 산업보건규칙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 망인의 작업장 환경 및 병력
1) 망인이 1985.2.1.경부터 1995년경까지 근무하던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은 현재 작업환경이 현저히 개선된 상태이고, 1996년경부터 2008.1.경까지 근무하던 피고 ○○자동차의 시화연구소는 오래 전에 없어진 상태이며, 2008.2.경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근무하던 피고 △△자동차의 ○○연구소는 현재 망인이 수행하던 공정을 외주업체로 넘긴 상태이므로, 현재로서는 망인이 피고 ○○자동차에 고용된 이후 사망하기 전까지 근무한 작업장의 정확한 작업환경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라 한다)은 2013.8.23. 망인의 동료 근로자의 진술 청취, 1990년대 발표되었던 문헌과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의 1991년도 작업환경측정결과 등을 기초로 하여 망인에 대한 직업성질환 역학조사보고서(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보고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이 사건 역학조사보고서에서는 피고 ○○자동차의 작업환경에 관하여 ‘과거 피고 ○○자동차의 시화연구소에는 국소배기장치가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였다. 근로자들이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문을 열고 작업을 하였으나 그 외에는 문을 닫고 작업을 하였고, 입사 초기에는 보호구가 전혀 지급되지 아니하였으며, 1995년경부터 가죽장갑, 고무장갑, 면장갑, 마스크, 귀마개, 앞치마, 안전화 등이 지급되었다. 한편 호흡기 보호구의 경우 유기용제용 마스크가 지급되긴 하였으나 인원에 비하여 부족하고 사용하기에 불편하여 거의 사용하지 아니하였고, 일반 면마스크나 분진용 호흡기 보호구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에 간혹 사용하였다. 또한 당시에는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망인과 동료 근로자들은 손이나 얼굴, 옷에 수지나 드로잉유 등이 묻었을 때 세척하기 위하여 신너를 이용하기도 하였고, 신너를 맨손으로 만지는 경우도 많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3)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의 1991년도 작업환경측정결과에 의하면, 그 당시 금형세척작업에서 벤젠의 기중농도는 0.708ppm이었다.
4) 망인은 피고 ○○자동차의 시화연구소에서 주로 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근무하였고, 업무가 많은 경우 21시 30분까지 내지 다음날 7시 30분까지 철야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5) 망인의 의무기록에 의하면, 망인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과거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망인은 술을 전혀 못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아니하였다.
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질병 판정 등
1) 원고 박○숙은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의 유족급여 등을 신청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장의 의뢰를 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3.8.23. ‘망인의 벤젠 누적노출량을 추정해보면, 망인의 이 사건 질병은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역학조사보고서를 회신하였고,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3.10.11. ‘망인이 최소 15년 정도 벤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 질병과 벤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므로, 원고 박○숙이 유족급여를 청구한 상병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2) 이에 따라 원고 박○숙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53,917,340원, 요양급여 9,913,510원, 유족급여 및 장의비 121,502,130원(=장의비 11,983,570원 + 유족급여 109,518,560원) 등 합계 185,332,980원을 지급받았다.
자. 피고들의 각 단체협약 규정
1)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2012.9.17. 개정된 것으로서 2014.4.1. 개정되기 전의 단체협약을 가리킨다) 제27조는 특별채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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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조(우선 및 특별 채용) ①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세부적인 사항은 조합과 별도로 정한다.
②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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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2013.4.1. 개정된 것으로서 2015.3.31. 개정되기 전의 단체협약을 가리킨다) 제97조(이하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7조와 통틀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라 한다)도 특별채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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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조(우선채용)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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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2호증,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 ○○자동차는 망인과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수반하여 부수적 의무로서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피고 ○○자동차는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 및 시화연구소의 간이금형반에서 근무함에 있어서 안전시설이나 보호구 등을 적절하게 제공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결국 망인으로 하여금 벤젠에 노출되어 이 사건 질병에 걸려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 ○○자동차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망인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자동차의 주장
(1) 피고 ○○자동차는 망인이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 및 시화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구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의한 벤젠의 노출기준보다 양호한 수준의 작업환경을 유지하는 한편, 망인을 비롯하여 금형세척업무를 담당하는 간이금형반 근로자들에게 보호구를 지급하는 등 사용자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였다.
(2) 설령 피고 ○○자동차가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근무하던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의 벤젠의 노출량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미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망인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피고 ○○자동차의 근로자들 중에 망인 외에 이 사건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가 없었으므로,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피고 ○○자동차의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2.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의 1991년도 작업환경측정결과에 의하면, 그 당시 금형세척작업시 벤젠의 기중농도는 0.708ppm이었던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을가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노동부가 1998.1.5. 고시한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노동부고시 제1997-65호) 제5조 및 별표 일련번호 202번에서는 벤젠의 1일 작업시간 동안의 시간가중평균노출기준을 10ppm으로 규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자동차는 망인이 피고 ○○자동차의 작업장에서 근무함에 있어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발암성 내지 유해성이 있는 벤젠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가) 망인은 피고 ○○자동차의 작업장에서 일반적인 경우 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 업무가 많은 경우 8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내지 다음날 7시 30분까지 56.7%의 벤젠이 함유된 신너와 도료가 일주일 평균 60~80kg 정도로 사용되는 금형세척작업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은 위와 같은 금형세척작업으로 인하여 벤젠에 계속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벤젠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암의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는 물질로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 산업보건규칙에서 정한 특정화학물질 등에 해당하므로, 사업주로서는 벤젠을 취급하는 설비를 밀폐식의 구조로 하거나 당해 작업장에 포위식 후드 또는 부스식 후드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여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자체검사를 실시하는 등 근로자를 벤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 ○○자동차의 시화연구소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구 산업보건규칙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사업주로서는 특정화학물질 등에 해당하는 벤젠을 취급하는 근로자에게 호흡용 보호구와 보호의를 지급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피고 ○○자동차의 경우 망인의 입사 초기에는 망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보호구가 전혀 지급되지 아니하다가 1995년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망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가죽장갑, 고무장갑, 면장갑, 마스크, 귀마개, 앞치마, 안전화 등이 지급되었고, 게다가 호흡기 보호구의 지급물량은 인원에 비하여 부족하기까지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 ○○자동차는 구 산업보건규칙의 관련 규정에 따라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벤젠에 관하여 게시판 등을 통하여 명칭, 벤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취급상 주의사항 등에 대하여 알리거나 작업종료 후 즉시 근로자에게 목욕을 하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망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벤젠의 위험성에 대하여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아울러 피고 ○○자동차는 구 산업보건규칙의 관련 규정에 따라 6월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작업장 내 공기 중의 벤젠 농도를 측정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피고 ○○자동차가 정기적으로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 및 시화연구소의 공기 중의 벤젠 농도를 측정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마) 구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의한 벤젠노출기준은 공법상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 ○○자동차의 작업장이 그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해서 피고 ○○자동차가 망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였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본 사정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피고 ○○자동차의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벤젠에 노출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이 촉진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며, 망인은 이 사건 질병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자동차는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1) 벤젠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암의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는 물질로 분류되어 있고, 미국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은 1987년경 공기 중 벤젠의 허용농도를 10ppm에서 1ppm으로 낮추었으며, 우리나라도 1986년경 작업장 내 벤젠 농도를 10ppm 이하로 규제하다가 2003.7.경부터 1ppm으로 규제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제3호는 1ppm 이상 농도의 벤젠에 10년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망인이 피고 ○○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누적된 벤젠 노출량은 최소 10.6ppm-year에서 최대 16.3ppm-year으로 추정된다.
(2) 망인은 술을 전혀 못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거 병력이나 가족력에서 이 사건 질병과 관련된 특이사항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질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기 어렵다.
(3) 이 사건 질병의 위험인자가 존재하더라도 개인의 면역력이나 신체조건에 따라 발병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망인과 함께 근무하였던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위반과 망인의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피고 ○○자동차의 ○○리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벤젠의 기중농도가 허용기준 미만이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경우와 같이 장기간에 걸친 노출이 이루어진 때에는 벤젠이 망인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이 사건 질병을 발병하게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작업환경측정결과는 측정대상 작업장의 실제 환경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결과만으로 망인이 피고 ○○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실제로 벤젠에 노출된 시간이나 양이 정확히 측정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리고,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르기로 한다.
1) 일실수입
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1) 인적사항
(가) 성별 : 남자
(나) 생년월일 : 1960.7.5.생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연령 : 48세 1개월 남짓
(라) 기대여명 : 30.64년
(2) 가동연한
망인이 사망할 당시 근무 중이던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5조제1항에서는 ‘조합원의 정년은 만 58세가 되는 해의 년말일로 하되, 본인이 희망할 시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만 59세가 되는 해의 년말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망인은 만 58세에 달한 해의 년말일인 2018.12.31. 퇴직하는 것으로 보고, 그 이후부터 만 60세가 되는 날인 2020.7.4.까지 월 22일씩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본다.
(3)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
(가) 망인의 발병일 이후로 원고가 구하는 2010.7.20.부터 2018.12.31.까지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의 일평균임금은 143,814원이므로, 망인의 월 소득액은 4,374,342원(=143,814원 × 365 ÷ 12)이 된다.
(나) 2019.1.1.부터 2020.7.4.까지
망인은 매월 도시일용노동자에 해당하는 보통인부의 노임 상당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망인의 월 소득액을 1,517,230원(=2010년 상반기 도시일용 보통인부 1일 노임단가 68,965원 × 22일)으로 보아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4) 생계비 공제 : 일실수입의 1/3
나) 계산
(1) 2010.7.20.부터 2018.12.31.까지 101개월
4,374,342원 × 2/3 × (99.7934 - 21.9199)=227,096,881원
(2) 2019.1.1.부터 2020.7.4.까지 18개월
1,517,230원 × 2/3 × (111.3619 - 99.7934)=11,701,383원
(3) 합계 : 238,798,264원(=227,096,881원 + 11,701,383원)
2) 일실퇴직금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급여소득자가 재직 중 채무불이행로 인하여 사망함으로써 입은 퇴직금 손해는 사망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는 정년까지의 총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전액의 사고 당시 현가에서 사망으로 인하여 지급받게 된 그때까지의 근속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등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3.25. 선고 2005다4208 판결 등 참조).
나) 산정
(1)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가) 입사일 : 2008.1.31.
(나) 평균임금 : 143,814원/일
(다) 정년퇴직 예정일(2018.12.31.)까지의 계속근로기간 : 10 + 11/12년
(라) 기수령한 퇴직금 : 2,522,387원
(2) 계산
{143,814원 × 30 × (10 + 11/12)} × 0.6575 - 2,522,387원=28,445,261원
3) 기왕치료비
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1)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지출한 치료비 : 25,946,355원
(2) 기수령한 요양급여 : 9,913,510원
나) 계산
16,032,845원(25,924,335원 - 9,913,510원) × 0.9125=14,629,971원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11,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4) 책임의 제한
벤젠은 망인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발병하게 하였거나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수행한 작업의 특성상 망인은 벤젠에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망인으로서는 피고 ○○자동차의 안전배려의무와는 별도로 벤젠에 노출되지 아니하도록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호흡기 보호구를 거의 착용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손이나 얼굴, 옷에 묻은 수지나 드로잉유 등을 제거하기 위하여 부주의하게 신너를 이용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 전체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 ○○자동차의 책임을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5) 위자료
망인의 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및 결과, 양측의 과실 정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25,000,000원으로 정한다.
6) 상속관계
가) 상속대상금액 : 165,936,748원{=281,873,496원(=일실수입 238,798,264원 + 일실퇴직금 28,445,261원 + 기왕치료비 14,629,971원) × 0.5 + 위자료 25,000,000원}
나) 원고 박○숙이 3/7, 원고 이○혜, 이○현이 각 2/7의 각 비율로 상속
7) 일실수입 및 일실퇴직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의 공제
가) 관련 법리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망함에 따라 발생되는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모두가 그 공동상속인들에게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되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의하여 수급권자에게 지급하는 유족급여는 당해 수급권자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하여 그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그 나머지 손해배상채권을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의 수급권자가 아닌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 수급권자와 함께 동거하는 등으로 사실상 유족급여의 이익을 함께 향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실상의 이익을 향수하는데 그치는 것일 뿐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법률상 그 수급권자를 상대로 유족급여의 분배를 청구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 이상, 그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그 유족급여를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공제한 후 그 나머지만을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5.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11.27. 선고 2011다57401 판결 등 참조).
나) 공제
원고 박○숙이 망인으로부터 상속한 일실수입 및 일실퇴직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57,266,468원{=일실수입 51,171,056원(=119,399,132원 × 3/7) + 일실퇴직금 6,095,412원(=14,222,630원 × 3/7)}인데, 원고 박○숙은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산재보험법이 정한 우선순위의 수급권자로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109,518,560원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위 법리에 따라 공제하면 원고 박○숙이 상속한 망인의 일실수입 및 일실퇴직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모두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자동차는 원고 박○숙에게 13,849,278원{=기왕치료비 상속분 3,134,993(=7,314,985원 × 3/7) + 위자료 상속분 10,714,285원(=25,000,000원 × 3/7)} 및 그 중 제1심에서 인용한 위자료 상속분 10,714,285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4.4.29.부터(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채무자가 그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비로소 지체책임을 지는데, 피고 ○○자동차는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비로소 이행청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 ○○자동차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5.10.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이라 한다)이 정한 연 15%의, 당심에서 추가로 인용하는 기왕치료비 상속분 3,134,993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4.4.29.부터 피고 ○○자동차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6.8.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촉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이○혜, 이○현에게 각 47,410,497원{=일실수입 상속분 34,114,037원(=119,399,132원 × 2/7) + 일실퇴직금 상속분 4,063,608원(=14,222,630원 × 2/7) + 기왕치료비 상속분 2,089,995원(=7,314,985원 × 2/7) + 위자료 상속분 7,142,857원(=25,000,000원 × 2/7)} 및 위 각 금원 중 제1심에서 인용한 각 9,965,877원(=일실수입 상속분 2,823,020원 + 위자료 상속분 7,142,857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4.4.29.부터 피고 ○○자동차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5.10.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촉법이 정한 연 15%의, 당심에서 추가로 인용하는 각 37,444,620원(=47,410,497원 - 9,965,877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4.4.29.부터 피고 ○○자동차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6.8.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촉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혜의 주장
가)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7조에서는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 1인을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망인은 1985.2.경부터 2008.1.31.까지 피고 ○○자동차의 소화리공장 및 시화연구소에서 근무한 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고, 원고 이○혜는 망인의 직계가족이므로, 주위적으로, 피고 ○○자동차는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7조에 따라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97조에서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한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을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망인은 2008.2.경부터 피고 △△자동차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고, 원고 이○혜는 망인의 직계가족이므로, 예비적으로, 피고 △△자동차는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97조에 따라 원고 이○혜에게 채용계약의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피고들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으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약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무효이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단지 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을 보장해줌으로써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다)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7조는 피고 ○○자동차에서 근무 중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적용되는 것인데, 망인은 피고 △△자동차에서 근무하던 중 사망하였기 때문에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27조가 적용될 수 없다.(피고 ○○자동차의 주장이다)
라) 망인의 이 사건 질병은 피고 △△자동차에서의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피고 △△자동차의 단체협약 제97조가 적용될 수 없다.(피고 △△자동차의 주장이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유효성 여부에 관한 판단
1) 단체협약의 교섭사항의 구분
가)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여 교섭을 하고 그 결과 교섭의 대상으로 삼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평화적·자주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거나 혹은 그 합의를 위하여 계속 노력하였으나 더 이상 평화적·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주장의 불일치가 있어 쟁의행위를 함으로써 그 주장을 관철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당사자 사이에 결정한 내용을 협약의 형식으로 체결한 것을 말한다.
나)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제4호 본문에서는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9조제1항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47조에서는 노동쟁의의 조정에 있어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직접 노사협의 또는 단체교섭에 의하여 근로조건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자주적 교섭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같은 법 제48조는 노동관계 당사자는 그 책무로서 단체협약에 노동관계의 적정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을 규정하고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이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사용자가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교섭대상이 되는 사항(이른바 ‘의무적 교섭사항’이라 한다. 이하 ‘의무적 교섭사항’이라 한다)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과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단체교섭의 절차와 방식, 단체협약의 체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다) 나아가 단체협약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사항만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관계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사항(이른바 ‘위법적 교섭사항’이라 한다. 이하 ‘위법적 교섭사항’이라 한다)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임의로 단체교섭에 응하여 합의·결정된 사항(이른바 ‘임의적 교섭사항’이라 한다. 이하 ‘임의적 교섭사항’이라 한다)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약정한 것인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위법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임의적 교섭사항으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근로자의 채용 자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의무적 교섭사항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그러나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임의로 단체교섭에 응하여 합의·결정된 사항은 임의적 교섭사항으로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피고들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임의로 단체교섭에 응하여 합의·결정한 사항이 아니라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일응 임의적 교섭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단체협약의 체결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때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 및 을나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이에 대하여 원고 이○혜는, 피고들이 스스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에 의하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 대한 우선·특별채용에 합의하였고, 20년 동안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을 유지하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게 우선·특별채용될 수 있다는 강한 신뢰를 부여하였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반사회질서 행위를 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반사회질서 행위로서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그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하는데(대법원 2004.10.28. 선고 2004다5556 판결 등 참조), 피고들이 반사회질서 행위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무효를 주장한다고 하여 이를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이○혜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고용계약은 사용자와 노무자 간의 특수한 인적 신뢰관계가 전제되는 계약이자 장기간 계속적 급부의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인데, 이와 같은 성질의 고용계약을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헌법 제11조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에서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이상 특정 집단에 대해 취업기회와 관련하여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래 없이 커져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하게 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처럼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하여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2015.3.13.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 단체협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0%가 정년퇴직자 등의 배우자 또는 직계자녀에 대한 우선채용 내지 특별채용규정을 두고 있었다)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피고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으로서 그곳에의 취업은 많은 청년들이 바라는 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3)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 유족의 생활안정 및 자아실현을 위하여 취업지원제도를 규정하면서, 채용시험의 가점(제31조), 국가기관등의 채용의무(제32조), 기업체 등의 우선고용(제33조의2)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이는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7조제9항에 의하여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의 가족에 대한 취업지원에 있어서 준용된다) 또한 동일한 취지의 취업지원 규정이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취업지원 규정은 ① 취업지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법률의 형태로 규정되었다는 점, ② 국가 또는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 및 공헌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③ 단순히 채용시험에 가점을 부과하거나 채용비율만을 정하여 일정 수준의 경쟁을 전제로 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이 채용의무를 바로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 점 등의 점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다르다고 할 것이다.
(4)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유족의 생계보장은 금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이고, 그것으로 상당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따라 금전 외의 적절한 배상방법이 마련될 수 있으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방식을 통한 배상은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희생한 결과 얻어지는 것이므로, 그 인정 여부 및 인정범위를 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취지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직계가족 1인에게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는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채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규정을 두게 되더라도,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하여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단체협약 규정의 하나에 의하여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6) 노동조합 측에서도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규정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하고 있어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5.3.30.경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가족을 우선·특별채용하는 것을 차별로 보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2015.7.24.경 고용세습조항이 해당 기업에 취직하려는 구직자를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구직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제안되며, 2015.9.11.경 현행법상 고용세습조항에 대한 시정방안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함을 고려하여 누구든지 사업주의 차별행위를 신고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장관은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최근 기업의 고용세습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다른 대륙법계 나라의 실정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을 두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 이○혜의 피고들에 대한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자동차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들의 피고 ○○자동차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및 원고 이○혜의 피고 △△자동차에 대한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여미숙(재판장) 김재형 위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