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12.11. 선고 201377706 판결 [퇴직금]

원고, 상고인 / 원고

피고, 피상고인 / 한전산업개발 주식회사

원심판결 /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3.9.3. 선고 2013115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2973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피고는 ○○전력공사(이하 ○○전력이라 한다)로부터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전기요금 체납 고객에 대한 해지시공(단전) 및 재공급(송전)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 직원들뿐만 아니라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들에게도 이러한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게 하였다.

 

.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무실로 출근하여 ○○전력의 검침단말기(PDA)를 수령한 후 외근을 나가 할당된 구역의 검침 대상 가구들 각각의 전기사용량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하였고, 검침을 모두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다음에는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에 대한 전화안내를 실시하고 이를 검침단말기에 입력한 후 검침단말기를 반납하였으며, 검침 기록을 토대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의 원인과 그에 대한 조치 등이 담긴 심사대상 고객 내역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퇴근하였는데, ‘심사대상 고객 내역에 대하여는 피고의 정규직원인 담당, 대리, 소장이 순차적으로 결재하였다.

 

.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무실로 출근하여 할당된 구역의 전기요금청구서와 자동이체영수증 등을 수령하여 정리한 후, 외근을 나가 전기요금청구서와 자동이체영수증 등을 해당 구역의 고객들에게 직접 송달하고 현장에서의 민원을 처리하기도 하였고, 외근을 마친 후에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해지예고 고객에 대한 전화 안내를 실시하고 고객면담 내용을 정리하여 피고에게 제출할 자료를 작성하였으며, 당일 업무수행결과를 정리한 송달일보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고 퇴근하였는데, 송달일보에는 피고의 정규직원인 담당, 대리가 순차적으로 결재하였다.

 

. 위탁원들은 120고객 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에 대한 면담 및 안내, 전기수요자의 명의 변경, 전기용도 변경, 계량 관련 중계사항(계량기 부동, 역회전, 계기낙하 등) 처리, 고객 관련 중계사항(전화번호 변경, 명의 변경, 상호 변경, 주소 변경 등) 처리, 가로등 검침, 보안등 현황파악 등과 같은 원래 위탁받은 업무가 아닌 피고의 부수업무도 수행하였고,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 직원과 구분 없이 전화민원 담당 당번제에 따라 당번을 서기도 하였다.

피고는 대체로 위탁원이나 정규직 직원의 구분 없이 담당구역을 배정하였고, 피고가 배정한 담당구역을 위탁원들이 임의로 변경할 수는 없었으며, 정규직 직원들이 배정받은 담당 구역에서 수행하는 송달이나 검침 업무의 내용과 방법이나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송달이나 검침 업무의 내용과 방법은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 위탁원들에게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이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위탁원들로서는 검침이나 송달 등 업무의 내용과 방법 등에 관하여 ○○전력이 제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 ‘해지시공 및 재공급 세부시행지침과 위탁원들의 업무처리방법 및 그 절차 등에 관하여 피고가 제정한 영업업무처리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여야 했기 때문에, 업무수행과정에서 복무규정 등을 갈음할 만한 내용이 포함된 위 지침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

그리고 피고는 위탁원 관리지침을 따로 두어 위탁원들의 기본 자질과 업무실적, 근무태도를 평가한 다음 그 평가 점수에 따라 해촉, 업무정지, 업무량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영업업무처리지침을 위반한 위탁원들에 대하여는 그 위반사항을 지적하고 관련 교육 철저 등의 지시를 내리거나, 위반사항을 반성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는 방법 등을 통하여 위탁원들을 관리·감독하였다.

 

. 위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위탁원들은 송달이나 검침 업무를 처리할 때 피고의 정규직 직원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제공하는 근무복과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착용하였고, 피고로부터 사무실과 함께 각종 사무집기 비품, 각종 서류양식, 전화 등과 같은 업무처리에 필요한 물품이나 시설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 원고는 매년 계약기간 갱신을 통하여 910개월간 오직 피고의 위탁원으로서의 업무만을 수행하여 왔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피고는 ○○전력으로부터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그대로 위탁원들에게 위탁한 것이어서 그들이 담당한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는 피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려는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위탁원들이 피고로부터 업무를 배정받은 후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한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탁계약에 따라 제공받는 노무의 품질 등이 일정한 수준에 맞도록 요구하는 방법으로 위탁계약에 기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시 등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아울러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의 예상 업무량은 그들의 담당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 담당구역에 거주하는 전기수용가구의 수에 따라 정해지고 위탁원들이 업무를 하는 날 피고로부터 직접 검침이나 송달을 할 고객을 배정받았으므로, 위탁원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위탁원들이 하는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가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그들이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자로부터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수행할 수도 없었고 그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그 업무를 사업으로 영위하거나 그 사업으로 인한 수익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위탁원들에 대하여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위탁원들에게 정규 직원과 달리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위탁원들을 위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원고와 같이 검침이나 송달 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원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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