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들은 최초 계약기간은 6개월로 정하여 채용되었지만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하여 약 3년 내지 5년 동안 채권추심원으로 종사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 또한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수수료 차감, 다른 팀으로의 이동, 이미 배정된 채권의 환수, 새로이 배정될 채권의 감소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캠페인, 조기출근, 야근, 토요일 근무 등 피고가 업무실적향상을 위해 동참을 요구하는 각종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원고들이 받은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지급되었지만 이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이고,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피고는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표설정에서부터 채권추심업무의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의 과정을 채권관리시스템에 입력하게 함으로써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은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제32016.4.15. 선고 2015252891 판결 [퇴직금청구의소]

원고, 상고인 / 1. 2. 3.

피고, 피상고인 / ○○신용정보 주식회사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17. 선고 2013626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2973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피고와 각 계약기간을 6개월로 하여 채권추심위임업무수행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 김호는 2007.2.1.부터 2010.2.28.까지, 원고 서찬은 2006.2.1.부터 2010.8.31.까지, 원고 정자는 2005.12.1.부터 2011.1.31.까지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였다.

(2) 원고들이 피고와 각 작성한 계약서에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령이 정하는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6개월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상호 협의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원고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겸업하여 계약이행에 차질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위임업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피고가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정한 파트와 팀에 소속되어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를 하였다.

(4) 원고들은 피고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등 집기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피고가 마련한 채권관리시스템에 개인별로 등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접속한 후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채무자의 정보수집, 채무자에 대한 문자, 통지서의 발송, 추심활동내역 입력 등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의 정규직원, 파트장 등이 올린 공지사항을 열람하였다.

(5) 원고들이 채무자의 주거지 등을 방문하는 경우 피고의 지시에 따라 채권관리시스템에 모든 방문에 관하여 방문시간, 방문결과, 비용 등을 입력하였고, 피고로부터 이러한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공지를 받았다.

(6) 피고는 원고들에게 우편발송비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교통비 등을 지원하였다.

(7) 피고는 필요한 경우 자체적으로 원고들을 교육하였고, 원고들로부터 교육참가확인서를 받았다.

(8) 원고들은 매월 초순경 채권관리시스템에 그 달의 업무목표량을 전화통화, 방문, 법조치, 입금약속 등의 항목별로 등록한 후 상급자의 승인을 받았다.

(9)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의 실적향상을 위해 정해진 기간 일정액 이상의 추심금액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추심금액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수수료를 차감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시행하였는데, 원고 서찬은 이러한 캠페인의 참여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10) 피고는 각 파트별로 파트장을 통해 업무목표량을 정한 후 정해진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권추심원에게 신규팀으로의 부서이동, 이미 배분된 채권의 환수 등 불이익을 가하거나 실적순위에 따라 새로운 채권배분에 차등을 두겠다는 공지를 하기도 하였는데, 원고 김, 찬은 위와 같은 공지가 이루어진 파트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하였다.

(11) 피고는 매월 팀별로 소속된 채권추심원 개개인의 목표금액 달성비율을 기초로 순위를 매긴 회수실적표를 작성하기도 하였는데, 원고 김호가 ○○은행 채권팀에서 활동할 당시 위와 같은 회수실적표가 회람되기도 하였다.

(12) 원고들은 09:00까지 출근하여야 했고, 때때로 실적향상을 위해 조기출근, 토요일 근무, 야근을 독려 받으면서 동참하지 않는 경우 채권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공지를 받기도 하였다.

(13) 원고들은 매월 21일 무렵 피고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그 금액은 채권추심실적에 따라 변동되었다.

(14) 피고는 위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신고를 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을 구속하는 취업규칙이나 내규를 정하지는 않았다.

 

3.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결과 채권추심원이 채권추심회사에 매일 정시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고 채권추심회사와 계약관계를 유지한 기간 동안 채권추심회사에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에 전념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원 등에 관한 판결 선례 등만을 증거로 제출하였을 뿐 당해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96998 판결, 대법원 2015.9.10. 선고 201340612(본소), 201340629(반소) 판결 참조].

그러나 원고들의 경우에는, 앞서 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최초 계약기간은 6개월로 정하여 채용되었지만 반복적인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합의를 통하여 약 3년 내지 5년 동안 채권추심원으로 종사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있었다. 또한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수수료 차감, 다른 팀으로의 이동, 이미 배정된 채권의 환수, 새로이 배정될 채권의 감소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캠페인, 조기출근, 야근, 토요일 근무 등 피고가 업무실적향상을 위해 동참을 요구하는 각종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원고들이 받은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의 형태로만 지급되었지만 이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이고,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피고는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표설정에서부터 채권추심업무의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의 과정을 채권관리시스템에 입력하게 함으로써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은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들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잘못 평가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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