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의 대내외적인 직함은 사장으로서 원고가 피고의 제반 경영활동을 관리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장경영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위 업무에 종사하여 왔는바,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사장경영위임계약을 피고가 해지한 것을 두고, 원고는 주위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 및 그 지연손해금,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위임계약의 부당한 해지로 보아 원고의 미지급 보수에 상당하는 금원을 구한 사안에서,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고, 위 위임계약이 수임인인 원고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라거나 피고의 해지통보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 2015.12.16. 선고 2014가합17806 판결 [손해배상()]

원 고 / A

피 고 / 주식회사 B

변론종결 / 2015.11.18.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 :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4.5.28.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9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7.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 2015.10.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2015.3.1.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1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 : 피고는 원고에게 34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5.2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2015.9.30.까지는 연 20%, 2015.10.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 피고는 중장비, 조선 등 부품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 원고는 2014.3.10.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4.3.10.부터 2017.3.9.까지 3년으로 정하여, 원고의 대내외적인 직함은 사장으로서 원고가 피고의 제반 경영활동을 관리하기로 하는 내용의 사장경영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위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 당초 피고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C이 피고를 경영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C은 계속 피고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다.

. 피고는 2014.5.28. 원고에게 원고의 근무태만, 능력 부족, 과업 불수행 등을 이유로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의 사장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실제로는 피고의 등기된 대표이사인 C 및 위 C의 처이자 피고의 등기된 사내이사인 D 상무, D의 동생인 E 과장 등의 지휘·감독 하에 그 승낙과 결재를 얻어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고용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절차를 위반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그동안의 미지급 임금 및 그 지연손해금과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월 1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5.5.27. 선고 2005524 판결, 대법원 2007.5.31. 선고 200678466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회사의 임원이 그와 같은 형식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그 임원은 회사와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임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임원이 회사로부터 정해진 시기에 일정액의 보수를 지급받거나 퇴직 당시 퇴직금을 지급받기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수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임금이나 퇴직금이 아니라 임원으로 재직 중에 한 위임사무 처리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약정 보수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2.8. 선고 200631771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기초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7 내지 12호증, 을 제6, 8호증(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임원으로서 회사와의 신임관계 아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임금을 목적으로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계약상 피고는 원고에게 기본연봉으로 12,000만 원을 매월 1/12씩 피고의 급여 지급일에 지급하기로 하고, 위 기본연봉 외에도 별도로 금전적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차량 기타 편의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원고에 대한 성과급은 이 사건 계약기간 중 연간 경영목표의 이행 실적에 따라 매년 3월 이사회에서 별도로 정하여 3월의 급여 지급일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원고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권한은 피고의 정관 및 이 사건 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되었는데, 이 사건 계약상 원고는 피고의 경영활동 전반을 관리하면서 이사회에 대한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의 임명제청권 및 직원의 임면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원고와 피고가 서로 대등한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판단되는데, 실제로 원고는 피고의 직원들을 면담하고, 업무체계를 분석하여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영과 관련하여 재량권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계약서는 원고의 근무시간이나 근무 장소를 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원고에 대하여는 결근계나 근태현황이 작성되지 않았던바, 원고가 회사에 실제로 매일 출근하여 피고의 등기된 대표이사인 C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보수와 차량 제공 외에도 법인카드를 지급받아 사용하는 등 일반 직원들에 비하여 훨씬 높은 수준의 급여 및 복지 혜택을 받았는데, 이는 피고의 등기부상 대표이사 C, 사내이사 D 외에 이 사건 계약으로 사장 지위를 가지게 된 원고의 임원으로서의 역할과 권한, 회사와의 신임관계 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이 위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계약 체결일로부터 2개월가량 경과한 시기에 일방적으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민법 제689조제2항 또는 상법 제385조제1항의 유추 적용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잔여기간인 34개월 동안 원고의 보수에 상당하는 금원 340,000,000(= 10,000,000× 34개월)을 손해배상으로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

 

. 관련 법리

1)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그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그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대법원 1991.4.9. 선고 9018968 판결, 대법원 2000.6.9. 선고 9864202 판결, 대법원 2005.11.24. 선고 200539136 판결 등 참조).

2) 한편, 수임인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기간 중 일정 기간 동안 위임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까지 되어 있어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의 경우에는 위임인의 해지 자유가 제한되어 위임인으로서는 해지 자체는 정당한 이유 유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한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대법원 2000.4.25. 선고 9847108 판결 참조), 그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이다. 여기서 수임인의 이익이라 함은, 수임사무처리와 직접 관계가 있는 이익이 있는 것, 즉 위임사무의 수행에 의하여 수임인에게 생긴 이익, 수임인이 그 이익을 누리는 것에 관하여 위임인이 그것을 승인하지 않으면 안 될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필요로 하고, 단지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것만으로는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위임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

 

. 판 단

1)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보수로 월 1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피고의 사장으로서 활동하였으나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지는 아니한 사실, 피고가 2014.5.28.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해지통보를 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위 인정 사실에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이 사건 계약서 제3조제2항은 원고가 해임되는 경우 그와 동시에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되고, 원고는 피고에게 해임 시까지의 위임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계약서 제14조에서 계약이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기로 하는바, 일반적으로 위임계약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의 귀책사유가 없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사건 계약에서 위임인인 피고가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이 사건 계약이 수임인인 원고의 이익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원고가 보수를 받는 것 이외에 위임사무처리 자체에 관하여 독자적인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전에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F 주식회사가 2013.3.27. 주식회사 G와 체결한 투자계약상 원고는 5년 동안 무인헬기를 포함한 회전익 UAV 사업 분야에서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 위 투자계약이 규정하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원고는 주식인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조건부주식인수청구권을 포기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원고의 경업금지기간이 5년이어서 이 사건 계약이 계약기간까지 원만하게 유지되어 종료하더라도 여전히 원고는 위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점, 위 주식인수청구권은 단순히 원고가 이전 회사에 계속해서 근무한다는 요건 외에도 원고가 위 투자계약상의 조건을 성취하여야만 행사 가능한 권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보수 이외에 독자적인 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함에 있어 원고에게 특별히 불리한 시기를 상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이 사건 계약은 원고로 하여금 피고의 사장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를 전반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으로, 원고의 업무 역량이나 성실성에 따라 그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피고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계약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어서 피고로서는 계약기간 도중에 원고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하는 등 계약 체결 당시 상황과 비교할 때 변화가 생긴 경우 제한 없이 그 계약관계를 해지하고 계약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은 위임인인 피고의 이익뿐만 아니라 수임인인 원고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의 2014.5.28.자 해지통보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였다고 하여 원고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소결론

따라서 앞서의 논의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동운(재판장) 문기선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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