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서울행정법원 제5부 2015.9.24. 선고 2014구합73111 판결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김○○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5.08.20.
<주 문>
1. 피고가 2014.10.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소외 망 이○○(1963.9.9.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2.10.29. 소외 ○○○건설 주식회사에 도장보조공으로 채용되어 2012.11.14.부터 화성시 동탄반석로 소재 ‘○○마을 ○○유토빌아파트 하자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현장에서 일하였다.
나. 망인은 2012.11.29. 14:00경 이 사건 공사 현장 136동 바닥에 놓여 있는 에어스프레이건을 보조로프를 이용하여 27층 옥상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마친 후 숨이 가쁘다고 호소하여 계단에서 휴식을 취하였는데, 그 후 16:30경 같은 장소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17:20경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의증)’(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이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13.1.17.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3.15. ‘근무시간 및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상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 증가가 보이지 않아 이 사건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에 따라 부지급결정을 하였다.
라. 그 후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재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10.23. 1차 부지급 결정 당시와 사정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평소 건강하였으나, 재해 당일 추운 날씨에 심장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업무를 계속하다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질병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의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가) 망인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도장보조공으로 투입되어, 도장작업 시 주위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비닐 등을 이용하여 덮어주는 작업, 자재를 운반하고 재료(페인트)를 통에 부어 기능공이 에어스프레이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 기능공이 도장작업을 완료한 후 지면에 놓여 있는 에어스프레이건을 보조로프를 이용하여 다시 옥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
나) 도장보조공의 업무 중 가장 힘이 드는 것은 망인이 발병 직전에 수행했던 에어스프레이건 회수 작업으로, 위 에어스프레이건은 호스를 통해 옥상에 비치된 페인트통과 연결되어 있고, 도장을 실시할 때에는 기능공이 옥상에서 출발하여 밑으로 내려가면서 에어스프레이건으로 아파트 벽면에 페인트를 분사하고, 1층까지 도장을 완료하고 나면 도장보조공이 에어스프레이건에 보조로프를 연결하여 에어스프레이건과 그에 연결된 호스(이하 ‘에어스프레이 호스’라 한다)를 U자 형태로 옥상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다) 에어스프레이 호스의 길이는 1층당 2.8m로,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최대 층인 31층의 도색작업 시 사용되는 에어스프레이 호스의 길이는 총 86.8m가 되며, 위 에어스프레이 호스의 무게는 페인트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약 10㎏이나, 도장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약 한 말(18ℓ)의 페인트가 장착되어 그 무게가 약 35㎏에 이르게 된다.
다만, 도장보조공은 매번 에어스프레이 호스를 전부 옥상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이 U자 형태로 호스의 1/2만을 옥상으로 끌어올리게 되며, 도장보조공이 끌어올리는 호스의 무게는 에어스프레이건이 옥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늘어나게 되어 최대 20~25㎏에 이르게 되나, 위 작업 시에는 도르래를 이용하기 때문에 체감 무게는 그보다 줄어들게 된다(사업주의 주장에 의하면 1/3 정도).
라) 위와 같이 에어스프레이건을 회수하는 데에는 통상 5~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망인은 재해 당일 출근하여 장비를 옮기고 재료(페인트)를 통에 부어 스프레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후 에어스프레이건을 27층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오전에 약 5회, 점심식사 후 1회 실시하였다. 그 밖에도 망인은 작업 도중에 같은 동 31층으로 이동하여 아직 업무가 미숙한 다른 도장보조공의 작업을 돕기도 하였다.
마) 망인은 위와 같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에어스프레이건을 27층까지 끌어올린 직후 직장동료인 오○○ 등에게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다. 로프작업 도중 호흡이 엇나가 가슴이 답답하고 죽겠다.”고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계단으로 이동하여 휴식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병원으로 후송되기에 이르렀다.
바) 재해 당일 이 사건 공사 현장 부근의 기온은 대략 아래 표와 같으나, 망인이 일했던 27층 옥상의 온도는 이보다 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표 생략>
2) 망인의 건강상태
망인은 2009.12.29.부터 2010.8.11.까지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있으나, 평소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고 여가시간에 축구 공격수로 활동하는 등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였고, 주위에서도 망인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3) 의학적 견해
○○대학교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왕○○는 “추운 날씨와 강도 높은 노동의 과부하는 급성심근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추운 날씨는 혈관을 수축시키며, 이는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켜 급성심근경색 발병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강도 높은 노동의 과부하는 체내 산소 요구량을 증가시켜 심장에 과부하를 유발시켜 급성심근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7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 2, 을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오○○, 강○○의 각 증언, 이 법원의 한림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 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이 발병 직전 에어스프레이건 회수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수행하였던 2012.11.29. 13:00~14:00경 이 사건 공사 현장 부근의 기온은 영상 3.3~4.5도 정도로, 망인이 일했던 27층 옥상의 온도는 더욱 낮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작업은 최대 20~25㎏에 달하는 에어스프레이건 및 연결호스를 5~10분에 걸쳐 1층에서 27층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망인이 작업 시 도르래를 사용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업무강도는 심장에 과부하를 유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이는 점, 결국 망인은 추운 날씨와 강도 높은 노동이라는 급성심근경색에 대한 특별한 위험요인에 모두 노출되어 있었고, 실제로 이 사건 작업 직후 “로프작업 도중 호흡이 엇나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 죽겠다.”고 호소하며 쓰러지기까지 한 점, 망인이 2010.8.11.까지 고혈압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있다고는 하나, 평소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고수하였고, 축구 공격수로 활동하는 등 건강상태도 양호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은 추운 날씨에 심장에 무리를 줄 만큼 무거운 장비를 27층 옥상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지속하다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설령 망인이 과거에 앓았던 고혈압이 이 사건 질병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고혈압이 이 사건 질병의 위험요인이 내재된 이 사건 작업으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결과라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질병 및 그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란(재판장) 김유정 안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