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호대상이 되려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하여야 한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차량, 기계 등을 소유하고 그 차량이나 기계를 이용하여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안는 사업자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서울행정법원 2015.5.14. 선고 2014구단55949 판결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 원 고 / 이○○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5.04.30.
<주 문>
1. 피고가 2013.9.11. 원고에 대하여 한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3.6.19. 09:00경 주식회사 ○○건설(이하 ‘○○건설’이라고 한다)이 진행하고 있던 ○○필유아파트 지붕슁글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옥상 실리콘 공사 중 뒤로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여 제1, 2요추체 골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 진단을 받은 사람이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을 이유로 2013.7.23. 피고에게 최초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3.9.11. 원고가 ○○건설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은 하수급자이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제2, 4호증, 을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건설로부터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일용 근로자로 고용되어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 비록 원고가 사람들을 모아서 이 사건 공사를 하기는 하였지만, 원고는 ○○건설로부터 원고와 원고가 모은 근로자들이 인한 만큼 임금을 지급받고, ○○건설의 편의상 원고가 구입한 자재비는 추후 정산하여 ○○건설이 부담하기로 하였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건설의 하수급인이라는 전제에서 내린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2006.7.1. 원고 명의로 기와, 슁글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산업’의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이다.
(2) ○○건설은 2013.5.말경 남양주시 ○○동 711에 있는 ○○동 ○○필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총공사비 15,598,000원(부가세 포함)에 도급받아 2013.5.28.부터 같은 해 6.25.까지(실제 공사기간은 2013.6.3. ~ 같은 해 6.25.)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다.
(3) ○○건설은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기 전 원고와 구두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고, 원고는 위 합의에 따라 2013.6.3.부터 박○○, 정○○ 등을 포함하여 약 5~6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과 함께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였다.
(4) 이 사건 공사를 마치는 동안 원고를 포함한 5~6명 근로자의 총 투입 인력은 60품(1품은 근로자 1인의 1일 노동량에 해당)이었다.
①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되 이에 필요한 일용직 근로자는 원고가 모집하여 공사현장으로 데려 오고, ○○건설이 매일 투입된 인력을 확인하여 1인당 일당 15만 원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한다.
② 다만, 일용직 근로자들 중 외국인이거나 신용불량자가 많아 ○○건설이 투입된 인원에 따른 인건비를 정산하여 원고에게 지급하면 원고가 이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한다.
③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원고가 구입하고 원고의 화물차를 이용하여 공사현장으로 운반하되, 이에 소요된 자재비, 운송비 및 근로자들의 식대 등은 공사가 끝난 후에 ○○건설과 원고가 정산하여 ○○건설이 원고에게 지급한다.
(5)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공사현장에 출근하지 못하였으나 ○○건설은 외국인근로자를 제외한 원고, 정○○, 박○○의 주민등록번호만으로 노무비지급명세표를 작성하면서 실제 근로자들의 근로 현황과 무관하게 위 3인이 2013.6.3. ~ 같은 해 6.29. 총 20품씩 60품의 일을 한 것으로 위 명세표를 작성하였다.
(6) 영세한 소규모 건설회사인 ○○건설의 자금사정에 따라 ○○건설은 위 근로자들의 임금을 매일 원고에게 지급하지는 못하였고, 2013.6.24.부터 위 60품에 해당하는 인건비 900만 원과 자재비, 운송비, 식비 등을 정산하여 총 11,800,000원을 3회에 걸쳐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7) 원고는 이와 같이 ○○건설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실제 근무기간에 맞추어 위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로 지급하고, 실제 투입된 자재비, 운송비, 식대 등도 모두 정산하였다.
(8) 박○○을 포함하여 원고가 데려온 근로자들은 원고와 고용관계에 있거나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들은 아니었고,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감독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과 거의 동일하게 실제 공사업무를 담당하였다.
(9)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건설 직원인 이◍이 매일 작업에 참여한 인원을 확인하고 전체적인 작업 내용을 원고에게 지시하는 등 이 사건 공사를 지휘·감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2 내지 5호증, 을제3, 5,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이◍, 박○○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호대상이 되려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하여야 한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차량, 기계 등을 소유하고 그 차량이나 기계를 이용하여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안는 사업자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인정사실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의 지위에서가 아니라 ○○건설에 일용 근로자로 고용되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을제2, 3, 5, 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특히 이◍은 이 법정에서 을제8호증은 ○○건설의 피해를 우려하여 일부 사실과 다르게 말한 점이 있다고 증언하였다).
① 이 사건 공사 기간, 공사의 내용은 ○○건설이 지정한 것이었고,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원고가 ○○건설로부터 지급받을 총 공사금액에 관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이 1일당 15만원씩 일한 만큼의 임금을 지급받기로 하였으며, 실제 ○○건설은 공사 종료 후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의 투입현황을 매일 확인하여 최종적으로 일한 만큼의 인건비를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② 원고와 ○○건설 사이의 근로계약서는 작성된 바가 없으나, 이는 단기간의 공사기간을 정하여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관행적인 것이다.
③ 원고가 스스로 자재를 구입한 후 이를 원고의 차량을 이용하여 운반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건설의 편의를 위하여 원고의 차량을 이용한 것뿐이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고가 아닌 ○○건설이 모두 부담하였다.
④ 원고가 외국인 근로자 등 근로자들을 모집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였으나 이는 지붕슁글 공사에 전문성이 없는 ○○건설을 대신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인 원고가 함께 일할 근로자를 모집하여 온 것이고,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원고가 대표로 임금을 수령하여 함께 일한 근로자들에게 나누어준 적이 여러 번 있다.
⑤ 이 사건 공사기간 동안 원고가 위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이 사건 공사가 지연되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경우 ○○건설이 그 비용과 피해를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건설 직원인 이◍이 공사일보 등을 작성하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원고 및 일용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였다.
⑥ 원고가 따로 사업자등록을 하기는 하였지만, 원고가 등록한 사업장 명의로 영수증이 발행되는 등 원고의 사업장과 관련된 거래내역은 확인된 바 없고, 외국인, 신용불량자 등인 일용 근로자를 위하여 원고가 임금을 대리 수령하여 이를 함께 일한 근로자들에게 정산하여주고 원고도 자신이 일한 만큼의 임금을 수령하였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하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