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보일러 회사의 기술부장으로 근무하다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망인의 배우자가 위 사망이 업무량의 급격한 증가, 초과근무, 장거리 출퇴근, 출장업무 등으로 말미암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위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15.5.14. 선고 2014구합2038 판결 [유족보상금 등 지급부결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5.04.09.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게 한 유족보상금 2014.5.27.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소장에 기재된 ‘2014.6.2.’‘2014.5.27.’의 오기이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배우자인 망 B(1965.1.16.,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2009.4.1. 보일러 회사인 주식회사 C(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사망 당시까지 기술부장으로 재직하였다.

. 망인은 소외 회사의 소재지인 평택시 ○○면에 있는 아파트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출퇴근을 하여 왔는데, 2013.8.14. 10:30경 위 기숙사에서 직장 동료에 의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안중백병원에서 작성한 시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원인이 불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판명되었다.

.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5.27.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업무량의 급격한 증가, 초과근무, 장거리 출퇴근, 출장업무 등으로 말미암아 육체적 과로와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에 더하여 냉방시설도 갖추어지지 않은 기숙사에서 무더운 날씨의 영향을 받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환경

) 망인은 2009.4.1.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보일러버너 기술개발, 업그레이드제안서 작성, 영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 망인은 기본적으로 09:00에서 18:00까지 주 5일간 근무하였고, 업무는 업무회의, 현장점검, 귀사 후 제안서 작성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다만, 망인이 작성한 제안서는 20135월경 작성된 2건을 제외하면 모두 2012년에 작성된 것이다.

) 소외 회사에는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망인 대신 원고가 명의상 근로자로 되어 있었는바 망인에 대한 임금은 원고의 통장으로 입금되었고, 망인은 원고 명의로 소외 회사의 주식 총 2,388,885주 중 512,000주를 보유하였으며(소외 회사의 주주들 중 2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원고는 소외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 한편, 망인의 자택은 강원도 원주에 있어 망인은 평일에는 소외 회사의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주말마다 자택에 다녀왔다.

2) 망인의 사망 무렵 업무내용 및 사망 경위

) 망인의 사망 전 3개월간 근무내역은 다음과 같고, 업무에 종사한 시간은 주당 43시간 정도이다. <표 생략>

) 망인의 사망 전 1주일 이내 근무상황은 다음과 같고, 업무시간이 주당 47시간 정도이며, 평상시보다 업무가 가중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표 생략>

)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4.8.13. 퇴근 후 기숙사에서 22:30경 닭고기튀김을 먹고 수면을 취하였는데, 아침에 출근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긴 직장 동료가 기숙사를 확인하였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3) 망인의 건강상태 등

) 사망 당시 망인은 48세로, 키는 약 173, 몸무게는 약 93이었다.

) 망인 대신 원고가 소외 회사의 근로자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망인에 대한 소외 회사에서의 건강검진 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상 망인이 사망 전에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4) 사망원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심장 무게가 514g으로 성인 남자의 정상치인 300350g보다 무거워 심비대로 보이고, 관상동맥의 좌전하행동맥(혈관 내경의 최대 75% 정도가 막혀있다)과 좌회선동맥(혈관 내경의 최대 95% 이상이 막혀있다)에서 고도의 관상동맥경화가, 우관상동맥에서는 중등도의 관상동맥경화가 관찰되며, 좌심실 심근에 대한 육안적·조직학적 검사상 최근에 발생한 심근경색 및 진구성 심근경색이 관찰된다. 말초혈액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3%이다.

위와 같이 심장에서 심비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 진구성 및 급성 심근경색증 등이 관찰되는 점, 사인과 연관 지을 만한 다른 손상이나 질병이 관찰되지 않는 점, 특별한 독극물이나 약물이 검출되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판단된다.

심관상동맥경화는 심장 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발생하여 혈관의 내강이 좁아짐에 따라 심장에 적절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여 심장근육에 허혈성 병변을 유발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의 주원인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은 법의부검에서 보는 내인성 급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근경색은 허혈로 인한 심장 근육의 괴사를 일컬으며,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나 심기능 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내인성급사는 그 시점에 사망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던 사람이 내재적 질병에 의하여 단시간 내에 사망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도 법의학적 측면에서 내인성급사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내인성급사는 어떠한 자극이 가하여졌을 때 비교적 잘 일어나지만, 유인이 명백하지 않을 때도 많으며 안정시 또는 수면 중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유인으로는 육체적 자극, 정신적 자극, 기후의 격변, 의료행위, 과음, 과식 등이 있는데, 이러한 유인은 실제적으로는 경미한 것으로서 정상인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존 질환이 있다면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혈압을 상승시켜 기존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키거나 2차적 변화를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 피고 자문의

망인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판단된다.

) 이 법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망인은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사로 사망하였다.

급성 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의 급성 폐색으로 인해 심근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여 심근이 괴사되고 수축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상태이다. 일반적 발병원인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기질적, 환경적, 생활습관적 요인 등이 다발적으로 작용하는바 고혈압, 당뇨, 흡연, 음주, 비만, 운동부족, 가족력, 나이 등이 원인요소로 작용한다.

심근경색은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협착이 된 곳에 혈류가 떨어지거나, 내피의 파열로 내피하 조직이 혈액에 노출되어 혈전을 일으키거나, 다른 곳에 혈액 찌꺼기가 협착된 곳을 막는 색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등의 사유로 그 혈관이 분포하는 심근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여 일어난다.

40대 이후 나이가 들수록 발병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갑작스런 충격이나 추위 등 급격한 심리적·환경적 변화가 있을 때 잘 일어날 수 있다.

심비대는 대개 오래된 고혈압이나 판막기능 이상 등의 혈역학적인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한 심장의 보상작용으로 발생한다. 이는 만성적으로 심장이 과도한 일을 하였다는 증거가 된다. 심비대는 보통의 심장에 비해 산소요구가 증가된 상태이므로 관상동맥에 문제가 있을시 심근이 허혈성 손상에 취약해지기 쉬워 급성 심근경색이나 허혈성심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관상동맥경화란, 심장에 동맥혈을 보내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상태로, 동맥내막하에 콜레스테롤과 염증물질이 축적되어 혈관내강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내강이 좁아지면 혈류가 떨어지고 와류가 생기며, 내피파열이 잘 발생되어 전색과 색전이 호발하는 조건이 갖추어져 심근경색이 일어나기 쉽다.

망인의 경우 혈관 내경의 75%, 95%가 막혀있었는바 이는 수년에 걸친 기간 동안 형성된 병리현상이다. 망인의 신체조건(173cm, 몸무게 93kg이다)과 부검감정서에 기록된 내용을 고려하면 망인은 사망 당시 심장에 부담을 주어 허혈성 심질환을 일으킬 여러 요소를 고루 갖춘 상태였다고 추정된다.

과로는 여러 가지로 심혈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산업안전보건국 용역에 따라 연구된 뇌심혈관계질환 과로 기준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심혈관질환 발병 24시간 이내 급격한 업무변화가 있는 경우, 근무시간이 주당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발병전 3개월 동안 월 근무시간이 209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등을 과로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과로에 노출되면 심근경색의 발병률이 2.9배 높아진다고 보고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8호증, 을 제1, 2, 3, 4, 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고(대법원 2004.10.27. 선고 20048606 판결 참조), 이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8.28. 선고 200711801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망인의 사망원인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망인은 위 질병의 호발 연령대인 40대 이상에 해당하는 점, 이러한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중요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비만, 음주 등이 있는데, 망인은 키 173에 몸무게 93인 자로서 심장 무게가 성인 남자의 정상치보다 약 1.5배에 달하는 심비대가 관찰되는바, 심비대는 고혈압, 판막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므로 망인에게 고혈압 등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만한 기존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말초혈액 혈중알코올농도에 비추어 이 사건 재해 발생 직전 음주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부검 당시 신체조건, 상태 등으로 미루어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고, 망인에 대한 건강검진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망인이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업무상 과로하였다거나 ,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 망인의 주당 근무시간을 대략 산정하면 약 4347시간 정도가 되어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증을 발병시켰다거나, 기존 질환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시켜 망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해지(재판장) 우정민 이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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