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은 혈중알콜농동 0.204%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바,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당시 경찰이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피고인의 혈액은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혈액 중 일부를 임의로 제출 받은 것이 아니라 진료 목적이라는 형식으로 실질적으로는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간호사로 하여금 채혈하게 하고 이를 임의제출 받은 것이다. 또한 당시의 혈액채취는 피고인의 동의에 따른 혈중 알코올농도 감정을 위한 적법한 혈액채취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감정서는 임의로 피고인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받아 실시한 결과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이 사건 감정서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검사 제출의 다른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혈중알코올 농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춘천지방법원 2015.4.16. 선고 2014고단1027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피고인 / A

검 사 / 이선미(기소), 엄상준(공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내용

 

피고인은 2014.8.13. 03:10경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 출렁다리 앞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204%의 술에 취한 상태로 C 포터 화물차를 운전하였다.

 

2.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피고인은 2014.8.13. 03:10경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 출렁다리 앞 편도 1차로를 서화면 방향으로 C 포터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진행방향 우측에 있는 도로 옆 전신주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그 후 교통사고 발생신고가 접수되었고, 이에 인제 D파출소 소속 경위 E 등이 현장에 출동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고로 자신의 차량에 다리가 끼인 채 신음하다가 위 경찰 및 119 구조대의 도움으로 F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으로 후송되었다.

. 그 후 E도 이 사건 병원으로 갔는데, 당시 피고인이 위 병원 응급실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누워있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술 냄새가 났기 때문에 음주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을 하려고 하였으나, 이 사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고, 특히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을 할 수 없었다.

. 그 후 E의 요청으로 이 사건 병원 간호사 G는 같은 날 4:00경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하였고, EG로부터 위 혈액을 임의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 당시 EG로부터 혈액에 대한 임의제출서 및 소유권포기서를 받았고, 또한 음주즉정기에 의한 호흡측정이 불가하고 채혈동의서를 작성치 못하여 진료 목적으로 채혈되어 있는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제출받아 압수를 행한다는 내용의 압수조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그 무렵 간호사가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주취운전 여부 감정을 위해 임의로 제출받았다는 내용의 교통사고 발생보고서 및 음주운전자 채혈보고서가 작성되어졌다.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에서 혈압 등 기초적인 진료만 받다가, 강원대학교 부속병원으로 다시 후송되었고, 위 병원에서 네 개 또는 그 이상의 늑골을 포함하는 다발골절상 등을 진단받았다.

. 그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피고인에 대한 혈액 감정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204%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2014.8.19.자 감정서(이하 이 사건 감정서라 한다)를 강원인제경찰서에 제출하였고, 이에 위 경찰서는 이를 기초로 피고인에 대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를 인지하였다.

한편, 수사기관은 위 혈액을 채취한 사후에 별도로 법원으로부터 압수 등 영장을 발부받지는 아니하였다.

 

3. 법리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이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나아가, 법원이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사가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763 판결, 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4. 판단

 

. 적법절차 준수여부

(1)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의 임의제출인지 여부

() 형사소송법 및 기타 법령상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하는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환자의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였다면 그 혈액의 증거사용에 대하여도 환자의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그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당시 간호사가 위 혈액의 소지자 겸 보관자인 병원 또는 담당의사를 대리하여 혈액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 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9.9.3. 선고 98968 판결 등 참조), 실제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서 술냄새가 나 이 사건 병원에서 검진을 위해 채취해 놓은 피고인의 혈액을 임의제출받아 채혈하였다는 내용의 각종 서류들이 작성되어져 있기는 하다.

()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당시 출동한 경찰관인 E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혈액채취 경위와 관련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이 어렵고, 채혈동의서도 작성할 수 없어, 간호사에게 진료 목적으로 채혈해 놓은 혈액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간호사가 없다고 하여 그럼 지금부터 진료목적을 위해 채혈하자라고 말하였고또한 당시 간호사가 영장을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자신은 경험상 영장을 발부받는데 시간이 걸려(범인을) 놓치기 때문에 채혈한 게 없더라도 판례에 따르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걸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면 된다고 말하자, 다시 간호사가 피고인의 동의를 얻으라고 말하였으며, 이에 자신이 피고인에게 음주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도 못하고, 채혈동의서 작성도 못하니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걸 임의 제출해서 압수하겠다는 내용을 고지하였으며, 실제로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게 없어 간호사에게 진료 목적으로 지금이라도 빼자고 하였다고 각 진술한 점, 이 사건 병원 간호사인 G도 또한 증인으로 출석하여 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채혈을 요청할 당시 진료 목적으로 미리 채혈해 둔 혈액은 없었고, 위 경찰관의 요청에 따라 담당 의사의 동의를 얻어 채혈하였다고 진술한 점, E은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주사기 한 개 정도 채혈을 하였고, 그 중 일부는 병원에 남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간호사인 G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채취한 혈액 전부를 경찰관이 가져갔다고 진술 하였는바(G는 수사기관에서 전화로 조사할 당시에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E 스스로도 이 사건 병원이 낙후하기 때문에 빨리 춘천 큰 병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고, 당직의사가 와 보더니 그냥 갔다라고 진술한 사정,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에서 혈압을 재는 등의 간단한 조치만 한 후 강원대학교 부속병원으로 후송되었고, 특별한 검사가 이루어지지는 아니한 사정, 이 사건 병원은 장비가 없어 야간에는 조금만 의심되면 환자를 춘천의 병원으로 후송하는 사정 등에 비추어 당시 채혈된 혈액 전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위하여 보내어진 것으로 보여. 실제로는 진료 목적이 아니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채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에 대한 임의제출의 적법성은 형사소송법 및 기타 법령상 의료인이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하는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 그 혈액은 환자에게서 채취된 것이고, 직접적 이해관계는 환자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환자의 동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는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의 임의제출에 대하여는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E이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피고인의 혈액은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혈액 중 일부를 임의로 제출 받은 것이 아니라 진료 목적이라는 형식으로 실질적으로는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간호사로 하여금 채혈하게 하고 이를 임의제출 받은 것이고, 이는 경찰관이 영장 없이 간호사로 하여금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채혈을 하도록 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감정서는 임의로 피고인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받아 실시한 결과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이 사건 감정서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2) 동의에 의한 채혈 여부

() 검사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기에 의한 호흡측정이 어렵게 되자, 피고인이 스스로 혈액 채취를 통한 음주측정에 동의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적법하게 피고인의 혈액을 채취한 후 이에 대하여 실시한 감정결과가 기재된 이 사건 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앞서 본 E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따르면, E이 간호사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으로부터 동의를 받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고지한 내용은 진료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을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함에 동의를 요청한 것으로서, 음주측정을 위하여 혈액을 채취함에 동의하는 내용에 대하여 고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위와 같은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의 압수에 대한 동의요청을 음주측정을 위한 혈액의 채취에 대한 동의요청으로 의제할 수는 없는 점, 나아가 E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에 대한 임의제출을 통한 압수에 동의를 요청하자, 피고인이 라고 1회 말하였고, 고개를 3회 끄덕였다고 진술하였으나, 담당 간호사인 G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은 듣지 못하였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에 대하여는 기억에 없다고 하다가 끄덕이는 것 같았다고 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아니하며,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피고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는 말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사정에 비추어 당시 피고인이 진료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에 대한 임의제출을 통한 압수에 동의한 것으로도 단정할 수 없는 점, E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의 말미에는 혈액채취할 수 있음을 고지 받았으나 원하지 않음을 서명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무인이 날인되어 있는 점, 앞서 본 임의제출서, 압수조서, 교통사고발생보고서가 작성되어진 경위 등에 비추어 당시 E을 비롯한 담당 경찰관은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피고인의 혈액에 대하여 임의로 제출받는 방식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만일 담당경찰관이 피고인으로부터 혈액 채취를 통한 음주측정에 동의하는 의사를 확인받기 위함이었다면, 임의제출서나 소유권포기서는 간호사인 G가 아닌 피고인으로부터 받아야 하고, 당시 피고인이 통증으로 이를 작성할 수 없다면 그와 같은 취지가 기재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경우, 사후 영장을 받을 것을 전제로 의료인에 의한 채혈과 그 혈액에 대한 영장없는 압수라는 방법이 수사기관에 보장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의 동의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의 혈액 채취는 피고인의 동의에 따른 혈중 알코올농도 감정을 위한 적법한 혈액채취로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감정서는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받아 실시한 결과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이 사건 감정서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 예외적 사정 존재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당 경찰관인 E은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이 없음에도, 담당 간호사에게 피고인에 대한 혈액채취를 요청하였고, 이에 담당 간호사가 영장을 요구하자, 영장을 발부받는데 시간이 걸려 그와 같이 하는 경우 범인을 놓치기 때문에 진료 목적으로 채혈한 혈액의 경우에는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위 간호사에게 진료목적이라는 명목이나 실제로는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채혈할 것을 요구한 점, 이미 진료 목적으로 채취해 놓은 혈액이 없음에도,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를 회피하기 위하여 진료 목적이라는 명목으로 혈중 알코올농도 감정을 위한 채혈을 무한정 허용하고, 또한 그에 대한 감정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상의 영장주의 원칙을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피고인에 대하여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으로부터 혈액 채취에 대한 사전 압수영장 등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고, 피고인의 신체 등에서 주취로 인한 냄새가 강하게 나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인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의 생명·신체를 구조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으로부터 곧바로 후송된 이 사건 병원 응급실 등의 장소는 형사소송법 제216조제3항의 범죄 장소에 준한다 할 것이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농도 등 증거의 수집을 위하여 의료법상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하되, 형사소송법 제216조제3항 단서, 형사소송규칙 제58, 107조제1항제3호에 따라 사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는 방법이 가능하였던 점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의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는 형사소송법상의 영장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또한 이 사건 감정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한다고 하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달리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여 획득한 이 사건 감정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여야 하는 예외적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결론

 

위와 같이 이 사건 감정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검사 제출의 다른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혈중알코올 농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안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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