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10.17. 선고 2024구합87522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87522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08.22.
• 판결선고 / 2025.10.17.
<주 문>
1. 피고가 2024.10.2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고 B(19**.*.**.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2005.*.**.까지 D에서 부기관사로 근무하였고, 2005.*.**.부터 2011.**.*.까지 E에서 전동차기관사로 근무하였으며, 2011.**.*.부터 2022.**.**.까지 F에서 전동차기관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2.12.27. 비소세포 폐암(선암,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4기 진단을 받았고, 2024.9.22. 이 사건 상병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피고에게 ‘망인은 업무수행 중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4.10.24. ‘의무기록,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2, 13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3 내지 11, 14 내지 16, 20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증인 I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분진, 석면, 라돈, 미세먼지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입사 초기 약 5년간 주로 화물을 운송하는 구형 전기기관차의 부기관사로 근무하였는데, 구형 전기기관차는 기관차 하부에서 외부 공기를 흡기하여 엔진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기계실로 외부의 먼지, 선로에 누적되어 있는 분진 등이 유입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망인의 직장 동료로 현재 이 사건 사업장에서 기관사로 근무하고 있는 증인 I는 ‘기계실에는 먼지가 쌓일 정도로 많이 들어온다. 걸레로 한 번만 닦아도 걸레가 무조건 까매진다. 운행 중 먼지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선배들이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하였고, 이물질이 눈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진술하였는바, 구형 전기기관차는 냉각 구조나 열악한 밀폐 상태 등으로 인하여 기관사가 다량의 분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망인이 구형 전기기관차의 부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열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분진과 터널, 선로 등에 잔류해 있는 디젤연소물질, 매연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나. 망인은 20**.*.**.부터 20**.**.*.까지 E에서 여객 운송을 주로 하는 수도권지하철 전동차의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G, K, L 구간을 운행하였다. 당시 망인이 운행한 열차의 운행 구간은 다른 지하철보다 상대적으로 지상구간이 많기는 하나, 망인이 운행하였던 구간 중 G 구간에는 지하구간이 12.7km이 있어 지하구간의 운행 시간이 짧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환경은 공기 중 라돈 농도가 높고, 미세먼지 농도 역시 일반적인 대기환경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8년 실시한 ‘지하철노동자 미세먼지, 라돈, 디젤연소배출물 노출평가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에서는 지하철에 존재하는 미세먼지 중에는 입자가 작아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위험도가 높은 PM2.5 초미세먼지의 비율이 약 76%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망인이 지하철 전동차기관사로 근무하면서 노출된 라돈과 미세먼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부족하나, 망인이 지하철 전동차기관사로 근무한 기간, 근무 기간 중 운행한 지하구간의 길이 등에 비추어보면, 망인이 누적적으로 상당한 양의 라돈과 미세먼지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망인은 2011.10.4.부터 2022.12.27.까지 F에서 M 구간, N 구간의 전동차를 운행하였다. 당시 망인이 운행한 구간 중에는 O 구간에서 약 33km의 터널구간, P 구간에서 약 16.8km의 터널구간이 존재하는바, 전동차가 운행하는 터널에는 선로에 디젤연소물질과 매연 등의 유해물질이 잔류하여 있을 개연성이 있고, 터널 내부에서 디젤기관차와 교행 시에도 공기순환이 어려운 터널의 특성상 디젤연소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디젤기관차가 산악지역 터널을 운행할 경우 배출되는 디젤연소물질은 공기순환이 제한된 밀폐 공간인 터널 내부에 축적되며, 통과하는 열차운전실 내부로 재유입될 수 있다. 특히 산악지형의 장거리 터널은 자연 환기가 어렵고, 주행 중 터널 내 공기정체 현상이 발생하여 운전자가 순간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고농도 배기가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더욱이 이런 구간에서는 보조기관차를 이용한 운행, 제동을 위한 모래 살사 사용이 빈번하며, 이 과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 분진이나 석탄·시멘트 등의 화물 비산분진이 운전실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하여 터널을 운행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고 하면서도, ‘수도권 또는 중부 내륙 지역의 청량리–제천 구간은 주로 지상 운행이며 선형이 완만한 편으로, 같은 디젤기관차를 운행하더라도 유해물질의 누적 농도나 흡입량은 산악·터널 구간 운전자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망인이 운행하였던 M 열차의 경우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망인이 운행하였던 M 및 N 구간의 총 터널연장 길이가 짧다고 할 수 없는 점, M과 N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매우 오래된 철도노선으로 선로와 터널의 관리 상태가 최근 개통된 노선에 비하여 낙후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F에서 M, N 구간의 열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터널 내부와 선로에 누적되어 있는 여러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상당해 보이므로, 감정의의 위 의견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망인은 C에서 약 22년 6개월 상당 장기간 기관사로 근무하였는바, 운행한 열차의 종류, 운행 구간 등에 따라 노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디젤연소물질, 라돈, 미세먼지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유해물질에 누적적으로 노출되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복합적인 유해물질 노출 환경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 망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기건강검진에서 과체중 판정을 받은 것 외에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이 없었고,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만한 의학적인 이상 소견이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다. 특히 망인은 흡연력이 전혀 없는바, 망인이 업무 도중 노출되었던 다양한 유해물질 외에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줄만한 특별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바. 이 법원의 감정의가 ‘망인에게서 EGFRL858R 변이 양성이라는 분자생물학적 특징이 확인되며, 이는 외부 유해인자보다는 내인성 유전적 요인이나 자발적 돌연변이에 의한 암 발생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감정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단순히 EGFR 변이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직업적, 환경적 요인을 배제하고 유전적 요인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 의학적인 근거는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 EGFR 변이 유전자는 종양의 발생과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다수의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EGFR 변이를 가진 세포의 종양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기전이 확인되었고, 이에 의하면 망인에게서 EGFR 변이가 발견되었다고 하여도 환경적 요인에 의한 이 사건 상병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감정의의 위 의견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