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11.26. 선고 2021구단79899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1구단7989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5.11.12.
• 판결선고 / 2025.11.26.
<주 문>
1. 피고가 2021.10.5.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생, 여성)는 20**.*.경부터 20**.*.경까지 주식회사 B 등 청소 관리 업체에 소속되어 약 7년 9개월 동안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 D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 디스플레이(OLED) 생산 라인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19.1.경 ‘상세불명의 유방의 암, 왼쪽’(유방암,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 받고,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이 사건 공장에서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상병과 원고가 수행한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1.10.5. 원고에게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가 된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는 FAB 공정 안에서 밀대와 면포를 가지고 수행한 파티클 제거작업 및 청소작업이며 근무하는 기간 동안 방사능 노출 양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노출 기간도 그리 길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청소구역을 고려하면 다양한 공정에 노출이 있었음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그 빈도와 정도가 오퍼레이터에 비해서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점, MSDS의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방사선 등 화학물질의 노출량은 많지 않다고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공장에서 청소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는 전리방사선(엑스선), 극저주파 자기장, 벤젠 등 유기화합물, 산화에틸렌 등 유기용제 등에 노출되었다.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라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제1항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0, 12, 15호증, 제19 내지 22호증, 을 제6,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전리방사선(엑스선), 극저주파 자기장,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기화합물, 그 외 유기용제 등에 노출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상병인 유방암은 유방에 발생한 악성 종양으로,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가족력, 유전적 소인, 음주, 흡연, 비만, 장기간의 호르몬 노출, 비출산 또는 늦은 출산 등 개인적 요인과 전리방사선, 극저주파 자기장, 산화에틸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노출의 직업환경적 요인이 유방암 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4조 [별표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 제10호의 버.는 ‘엑스(X)선 또는 감마(ϒ)선 등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어 발생한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13호는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2) OLED는 음극과 양극으로 주입된 전자와 정공이 유기물층에 재결합하면서 에너지가 특정한 파장의 빛으로 자체 발광하는 장치이고, OLED 제조공정은 크게 5단계[LTPS(Low Temperature Poly Silicon, 저온폴리실리콘)] ⇒ [증착(Evaporation)] ⇒ [봉지(Encapsulation)] ⇒ [셀(Cell)] ⇒ [모듈(Module)]로 진행된다.
원고는 약 7년 9개월 동안 이 사건 공장의 생산설비가 위치해 있는 생산층[클린룸(Clean Room), FAB층]과 진공장치 운용을 위한 펌프, 냉각기, 가스와 액체류의 이동배관 등이 있는 보조설비층(Return plenum, R/P층)에서 1일 평균 8시간 청소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방진복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밀대와 면포를 이용하여 파티클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주된 업무로 하여, 클린룸 내부의 배관 등에서 새어나온 액체의 테스트지 반응 여부, 색깔, 냄새 등을 관찰하여 신고하는 화학약품 배관 누출 신고 업무, 시약 공병이 담긴 회수 박스를 이동시키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비록 원고가 OLED 제조공정 자체를 수행한 것은 아니었으나, 위와 같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클린룸에 위치한 전기를 이용한 생산설비와 이오나이저(Ionizer), 세정기, 검사장비 등으로 인해 원고는 전리방사선과 극저주파 자기장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OLED 제조공정 및 재료기술(갑 제10호증)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공정으로 인하여 벤젠, 포름알데히드, 산화에틸렌(산화에틸렌의 경우 작업환경측정 대상 인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식각 공정에 에틸렌글리콜이 사용되고 에틸렌글리콜은 산화에틸렌을 주 원료이므로 산화에틸렌 또는 그와 유사한 유기용제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는 다양한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있고, 원고가 청소 업무를 수행한 구역을 고려하면 원고는 OLED 생산의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이 사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측정 대상 인자의 평균 농도가 노출기준에 비하여 매우 낮았고, 최고 농도조차도 10% 미만에 해당하여 노출량이 미미하므로 이러한 유해물질을 이 사건 상병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각 유해물질의 노출 값은 측정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르게 산출될 수 있으므로 피고 주장의 노출 값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가 주장하는 노출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노출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근거가 부족하고[이 사건 공장의 방사선 발생장치 및 해당 장치가 장착된 설비에 출입하거나 접근하는 작업자의 휴대형방사선측정기 판독 결과 2018년 1분기의 경우 그 최댓값은 2.74mSv로(갑 제15호증, 을 제2호증 9쪽) 비행기 승무원들의 우주 방사선으로 인한 1년 피폭량으로 알려진 수치와 유사한 정도로 측정되기도 하였다], 7년 9개월 동안의 누적 노출량이나 각 유해물질의 노출 값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내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3)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원고의 경우 청소업무를 수행하여 제조공정 오퍼레이터에 비하여 유해물질 노출의 빈도와 정도가 높지 않다고 보았고, 이러한 사정이 이 사건 처분의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원고와 같이 청소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1일 8시간 동안 OLED 생산라인 전체를 오가게 되므로, 특정 구역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오퍼레이터와 비교할 때 노출된 유해물질의 종류는 더욱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OLED 생산라인 청소 근로자의 유해물질 노출 빈도와 정도가 낮다는 추정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주식회사 B에 소속되어 이 사건 공장에서 20**.**.경부터 20**.**.경까지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던 근로자 H가 만 60세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례와 관련하여, ‘이전에 근무하였던 미싱공장 등에서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야간작업을 수행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공장에서 스막룸(Smock Room,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 방진복을 갈아입는 공간)을 청소하면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로 2021.12.20. 위 근로자가 진단받은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바 있다(갑 제19호증). 위 근로자의 경우 장기간의 야간 근무이력이 고려되기는 하였으나, 야간 근무시기와 발병 시기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상당한 점 등을 감안하면 발병 직전 근무한 이 사건 공장에서의 업무가 업무상 질병 인정의 주된 근거가 되었을 것으로 추단되고, 원고의 경우에도 약 2년 5개월의 야간근무 이력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리방사선이나 유해물질의 노출 위험이 클린룸보다 낮은 스막룸에 근무한 위 사례에 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면서도, 클린룸 청소 업무를 수행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달리 판단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4)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① 여성의 유방조직은 전리방사선의 발암성이 민감성이 높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고, 산화에틸렌 등 유기용제와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② 원고가 청소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되었을 수 있고 화학약품 배관 누출 신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호흡기나 피부 등으로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수 있다. ③ 원고가 전리방사선이나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정도는 유방함 발병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에는 해당하지 않고, 복합노출로 인하여 직업병이 발병할 가능성은 인정되나 유방암의 발병 혹은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관된 보고는 부족하다. 그러나 원고는 OLED 생산 시설에서 유방암 발병 또는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에 노출 기준 미만 혹은 측정수준 미만의 정도로 노출되었을 수 있고 이러한 유해물질들의 상승작용(시너지 작용)으로 직업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 감정의는 원고와 피고의 의견과 역학조사 과정에서의 측정값, 관련 논문 등을 두루 고려하여 소견을 밝히고 있어 그 소견을 신뢰할 수 있다. 또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인과관계의 존부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회신은 그 자체로 원고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가 된다.
5)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19**년경부터 19**년경까지 I 공장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직업 없이 전업주부로 생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게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가족력이나 기저질환이 존재하지 않고, 2018년 유방암 검진결과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원고는 19**년, 19**년 두 자녀를 출산하였고, 비만, 음주, 흡연 등 유방암의 발병을 증가시킬 수 있는 별다른 개인적 소인을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의 작업환경에서의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이 사건 상병이나 발병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다른 요인이 존재하였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