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조법상 사용자가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그와 같은 사용자의 행위가 언제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권 침해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4.8.1.자 2024카합10013 결정】

 

• 대구지방법원김천지원 제2민사부 결정

• 사 건 / 2024카합10013 단체교섭중지가처분

• 채권자 / A 노동조합

• 채무자 / B 주식회사

• 보조참가인 /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

 

<주 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인 부분을 포함하여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1. 채무자는 C 근로자위원회와 별지 목록 기재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무자가 제1항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5,000,000원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는 D 관련 전자제어시스템, 열영상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전투지휘체계시스템 등의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채권자는 2021.11.17.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

다. 채무자 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 역시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이 결성한 단체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에 따른 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은 아니다.

라. 채무자와 보조참가인은 2017.1.경 ‘근로조건 및 활동보장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였고,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임금협약’ 내지 ‘근로조건과 활동보장에 관한 합의’를 체결하였으며, 2024.2.경부터 2024년도 임단협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회의 및 교섭을 진행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채권자의 주장

1) 보조참가인은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구비하지 않았으므로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이 없다.

2) 보조참가인은 노조법상의 신고를 마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체성, 자주성 등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이므로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채무자가 보조참가인과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하여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채권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 보조참가인을 이른바 ‘법외노조’로 보더라도, 채무자가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불참한 보조참가인과 개별교섭하는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채권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단체교섭권 침해에 해당한다.

3) 따라서 채무자가 ‘임금’ 및 ‘근로조건과 활동보장에 관한 합의’ 등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사항 일체에 대하여 보조참가인과 교섭 및 협약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나. 채무자의 주장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 또는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보조참가인과 교섭을 진행하고 합의를 하더라도 채권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다. 보조참가인의 주장

보조참가인은 노조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춘 단체(법외노조)이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이 인정되므로 채무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또한 보조참가인이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이러한 보조참가인이 채무자와 체결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으므로 보조참가인은 채권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보조참가의 적법 여부

 

가. 법인이 아닌 사단은 대표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단의 이름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2조). 한편 어떤 단체가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사단적 성격을 가지는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하여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기관의 의결이나 업무집행방법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행하여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되고, 그 조직에 의하여 대표의 방법, 총회나 이사회 등의 운영, 자본의 구성,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8.5.29. 선고 2007다63683 판결 등 참조).

 

나. 보조참가인은 채무자 소속 근로자 중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되어 2017. 이전부터 현재까지 구성원의 변경에 관계없이 존속되어 왔고, 회원이 납부한 회비 등으로 운영되며, 별도의 규칙(C 근로자위원회 규약)을 만들어 그에 근거하여 그 내부에 의사결정기관인 총회, 대의원대회, 운영위원회, 상무집행위원회를 두고 있고, 그 대표자로서 위원장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조참가인은 비법인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므로 그 보조참가신청은 적법하다. 보조참가인의 당사자능력을 다투는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노조법상 사용자가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그와 같은 사용자의 행위가 언제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1)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교섭창구일원화제도를 두고 있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조법이 복수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7.10.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등 참조).

2) 그러나 노조법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사용자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고 복수의 노동조합과 별도의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허용한다.

사용자는 교섭대표 결정기한인 14일 이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할 수 있다(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 6). 다만 이 경우 사용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하여야 하고,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아니 된다(노조법 제29조의2 제2항).

또한 사용자는 교섭참여 노동조합 확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조합(불참노조)에 대하여 교섭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불참노조와 개별교섭을 하는 것이 반드시 금지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개별교섭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교섭 대표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할 필요성도 있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되나(노조법 제35조),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가 과반수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은 별도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사용자가 비조합원 개인 또는 비조합원으로 구성된 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여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물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 정해진 내용에 대하여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부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를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아니한 비조합원 근로자들에 대하여 적용하는 문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여 정하는 것이 금지되는지와 논의 평면을 달리한다).

 

나.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권 침해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1) 사용자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복수의 노동조합과 교섭을 하는 경우,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하여야 하고,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아니 된다(노조법 제29조의2 제2항).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아닌 근로자단체와 별도로 교섭을 하는 경우 노조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근로자단체는 위 차별금지 규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노동조합은 근로자단체보다 불리하게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2) 또한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아닌 근로자단체와 근로조건을 협의하여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행위를 통해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6.9.8. 선고 2006도388 판결, 대법원 2013.1.31. 선고 2012도3475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이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단체의 성격, 근로자단체와 비조합원의 근로조건을 협의하게 된 경위나 동기, 협의된 근로조건의 내용과 교섭의 선후관계,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별도로 교섭을 진행한 근로자단체가 사용자로부터 운영비를 원조 받거나,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가 참여하는 등 주체성·자주성을 갖추지 못한 조직이고, 그 근로자단체와 사이에 노동조합보다 법률적·사실적으로 유리한 교섭이 이루어졌다면 이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보조참가인과 교섭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채권자의 단체교섭권 침해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채권자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본안소송에서의 심리를 거치지 않은 채로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 보조참가인의 성격을 확정하거나, 과거 채무자와 보조참가인 사이에 이루어진 교섭 및 협약 체결 내용을 근거로 장래 이루어질 교섭이 앞서 본 법리에 따른 단체교섭권 침해행위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것이라고 단정하여 일체의 교섭을 사전에 금지할 정도로 피보전권리의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도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4.8.1.

 

판사 조은경(재판장) 김주형 안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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