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동일한 외국기업을 지배기업으로 하는 한국법인인 원고와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가 같은 사무실 내에서 동종 호텔판매업을 영위하였는데,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의 회계담당자로 근무하다가 해고되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와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구제신청을 인용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를 청구함.   원심은, 원고와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가 하나의 사업장이고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와 외국법인의 한국영업소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므로 그 국내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의 해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부당해고라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


【대법원 2024.10.25. 선고 2023두57876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3두5787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상고인 / A

• 피고, 피상고인 / B

• 피고보조참가인 / C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9.22. 선고 2022누65919 판결

• 판결선고 / 2024.10.25.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고(제1항)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여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달리 규율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같은 법 제11조제1항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 법인격의 분리 여부가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므로 법인격이 다른 D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의 D조직 사이에 단순한 D간 협력관계나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복수의 D조직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업무지시와 근로자의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해고 등 인사 및 노무관리가 D조직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주체 내지 경영진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행사되는지, 각 단위별 사업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결합되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운영되는지 등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한국 법인)와 G(두바이에 본사를 둔 법인으로, 한국영업소를 두고 있다)는 2018.11.경 호주에 본사를 둔 디지털 관광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AAA을 최상위 지배D으로 둔 계열회사가 되었다. 원고와 J는 해외 호텔 판매업을 B2B 방식(해외 호텔을 확보하여 여행사를 상대로 판매하는 방식, Business to Business)으로 수행하였는데, 원고는 주로 일본 등 H 호텔을, J는 주로 유럽 등 전세계 호텔을 판매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6.10.17. 원고에 입사한 이래 I 소속으로 회계업무를 담당하다가 2020.10.22. 해고되었다.

2) 2019.3.경부터 원고와 J는 원고가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임차한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였고, 두 회사의 근로자들은 하나의 사무실 내에서 회사별 구분 없이 서로의 업무 상황을 확인하며 협업을 하였으며, 참가인을 비롯한 원고 직원들은 G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였다.

3) K은 2019.3.경 J 지사장으로 부임하며 원고와 J 소속 직원 전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위 이메일에 첨부된 2019.3.7. 자 J의 조직도에는 ‘통합된 팀(Combined team)’이라는 표제 하에 K J 지사장을 최상위 관리자로 하여, 원고와 J 소속 직원들이 별다른 구분 없이 담당 업무별로 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의 대표이사(싱가폴인 AAB으로 국외에 거주함)는 조직도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4) 2019.3.경 이후 원고 I의 업무 중 일부는 G H·AAC으로 이관되었고 참가인을 비롯한 원고의 I 근로자들은 원고의 재무·회계업무뿐만 아니라 G H·AAC의 회계업무도 일부 분담하여 수행하였다. 참가인이 G H·AAC의 회계업무까지 담당하며 업무가 과중해진 문제 등으로 원고 I장인 N과 사이에 업무상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자, J지사장 K은 2019.7.경 이에 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고, 2019.8. 및 9.경 참가인의 대리인인 O와 직접 전화통화를 하여 원고와 J가 합쳐지는 중이라면서 참가인을 같은 회사 소속 부서원이라고 표현하며 본사에 제안할 참가인의 권고사직조건을 협의하였다. 또한 K은 J 인사팀 직원으로 하여금 2020.1.부터 2020.2.까지 참가인의 근태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하는 등, 참가인을 포함한 원고 소속 직원들의 인사 및 노무관리까지 담당하였다.

5) 참가인은 2020.2.경 원고와 J 직원 전체에게 하나의 노동조합을 설립할 것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이메일에는 2019.3.경 이루어진 인수합병과 조직개편 이후 원고 직원들이 사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 J K지사장은 원고와 J 직원 전체를 상대로, “원고와 J의 합병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퇴사한 사실은 있으나 원고와 J가 사직을 강요한 바는 없고 원고 직원들의 퇴사 경위는 참가인의 주장과 다르며 참가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는 회사 차원에서 추가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6) P 지역 관리자인 Q은 참가인과 승진, 휴직에 관하여 직접 협의하고 이를 승인하였으며, 참가인에게 연차휴가 사용현황을 알리며 잔여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참가인의 무단 반차 사용 등 근태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J의 인사담당자에게 경고문을 보낼 것을 지시하는 등 참가인에 대하여 인사, 노무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다. 또한 Q은 원고의 I 소속인 참가인과 N에게 연차휴가에 관한 법률자문 비용을 지급하도록 지시하고, 원고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지시하는 등으로 원고의 재무·회계업무에도 관여하였다.

7) 2020.3. 기준 원고의 근로자는 총 12명 남짓이었는데, 그중 5명은 원고에서 사직하자마자 곧바로 J로 소속을 옮겨 근무하였다. 이 사건 해고 무렵 원고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는 참가인을 포함하여 3명이고, J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는 6명이었다. J가 원고의 주된 사업지역이었던 일본 등 H 호텔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종료하였다고 볼 사정은 없다.

 

다. 앞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J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와 J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1) 원고와 J는 같은 사무실 내에서 동종 호텔 판매업을 동일한 방식으로 영위하였고, 원고와 J 직원들은 2019.3.경부터 이 사건 해고 무렵까지 J 지사장을 최상위 책임자로 하는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편성되어 함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원고 I 직원들은 G U의 회계업무까지 담당하고 P 지역 관리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 원고와 J의 직원들과 관리자 모두가 두 회사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 직원들 중 상당수가 J로 소속을 옮겨 계속 근무하는 등 직원들 간의 인적교류도 이루어졌다. 이에 비추어 두 회사의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운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J 지사장이나 P 지역 관리자가 원고 직원들의 인사 및 노무관리 등을 담당하였고, 원고 내에는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았는바, 원고 직원들과 J 직원들에 대한 인사 및 노무관리가 G 측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이루어졌다.

3)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들이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업무와 조직이 혼재된 사실만을 근거로 그 회사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지만, 원고와 J는 이 사건 해고 무렵 이미 인적·물적 조직이 통합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서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되어 온 상태였다.

 

라. 따라서 원고와 J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하여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유무

 

가.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의 정당성

1) 어떤 D이 경영상 이유로 사업을 여러 개의 부문으로 나누어 경영하다가 그중 일부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사업 축소에 해당할 뿐 사업 전체의 폐지라고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2.5.12. 선고 90누9421 판결 참조), 사용자가 일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그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일부 사업을 폐지하고 그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하였는데 그와 같은 해고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지만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로서 예외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가 사업 전체의 폐지와 같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때 일부 사업의 폐지가 폐업과 같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는 해당 사업 부문이 인적·물적 조직 및 운영상 독립되어 있는지, 재무 및 회계의 명백한 독립성이 갖추어져 별도의 사업체로 취급할 수 있는지, 폐지되는 사업 부문이 존속하는 다른 사업 부문과 취급하는 업무의 성질이 전혀 달라 다른 사업 부문으로의 전환배치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 종사의 호환성이 없는지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하여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에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대법원 1999.4.27. 선고 99두202 판결 참조), 사업 부문의 일부 폐지를 이유로 한 해고가 통상해고로서 정당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한 증명책임 역시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21.7.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참조).

2)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J가 독립한 별개의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J로 소속을 변경하여 계속 근무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업무종사의 호환성 및 전환배치 가능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고의 사업 폐지는 사업의 일부 축소나 J로의 업무통합으로 보일 뿐 사업 전체의 폐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원심은 사업 폐지를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가 앞서 본 법리에서 말하는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일부 사업부문의 폐지에 따른 통상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정당성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통상해고를 한다고 통지하였고, 원심에서 이 사건 해고에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으로 인하여 사업을 폐지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만을 강조하였을 뿐 근로기준법 제24조에 규정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주장, 증명은 하지 않았다. 이에 원심은 앞서 본 일부 사업 부문의 폐지로 인한 통상해고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하면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부가적인 판단을 덧붙였다.

상고심에 이르러 원고는,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서 정당한 해고라고도 주장하며 그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되고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상고심에서 처음 하는 주장인데다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고가 참가인이 J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타진하여 보는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였다는 점, 근로자 측과의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는 점 등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3.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는지 여부

 

해고를 한 사용자가 사업의 전부를 폐업하여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였다면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S 영업소를 실질적으로 동일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는 이상 원고 사업 부문이 사실상 폐지되었더라도 이는 일부 사업의 폐지·축소에 해당할지언정 사업 전체를 폐업한 것과 같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참가인에게 구제이익이 있음을 전제로 본안판단에 나아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

 


 

【서울고등법원 2023.9.22. 선고 2022누6591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65919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주식회사 A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9.23. 선고 2021구합68704 판결

• 변론종결 / 2023.07.14.

• 판결선고 / 2023.09.22.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5.1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원고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는 제1심에서 주장한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이에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에서 일부 고치거나 추가로 판단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다만 “3. 결론” 부분은 제외한다)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일부 고치는 부분]

○ 제1심 판결문 5면 글상자 아래에서 8행의 “D”을 “싱가포르국인 D”으로 고친다.

○ 제1심 판결문 16면 6행의 “겄이라고”를 “것이라고”로 고친다.

 

[추가로 판단하는 부분]

가. 원고는, 참가인은 원고에 고용된 근로자이고, E는 외국에 설립된 외국법인으로서, 원고와 E는 사업 영역이 구분되고 기업 조직이나 운영상 독립된 실체이므로 원고가 E의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고, 참가인에게 근로기준법의 해고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원고만을 기준으로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나. 살피건대, 기업을 어떠한 법적 형식으로 조직하고 구성할 것인지는 기업 설립 당시 또는 기업 계속 중인 기업가의 재량적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예컨대 동일한 기업가가 복수의 사업 분야를 1개의 법인 또는 회사 조직 하에 둘 수 있지만 이와 달리 각각의 사업을 분야별로 복수의 법인 또는 회사 조직 하에 두고 계열사 형태로 경영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러한 기업의 조직과 구성에 대한 기업가의 의사결정은 종국적으로는 기업가의 이윤극대화 동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상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기업가가 선택한 기업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법적 형식은 통상적으로 사법상·행정상 권리의무주체로 인정을 받고, 거래의 구성원으로 사회적 실체로 승인되고 있는바, 그에 관하여 기업가의 의사결정 내용에 따른 기업의 법적 존재 형식은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기준은 강행법규로서 원칙적으로 사업장의 규모나 여건과 무관하게 모든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항상 준수할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기준을 이러한 영세사업장에까지 전면 적용한다면 전체 사업장 중 영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근로자보호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영세사업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헌법재판소 2019.4.11. 선고 2013헌바112 결정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 현장의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마련한 적용상의 예외이다.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감안한다면, 적용상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즉 동일성이 인정되는 관련 사업 또는 사업장의 범위 획정의 문제는,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민·상법상의 법인, 각종 회사, 그 밖에 사업단위의 조직과 구성 형식에 관한 사법 규정의 내용에 따라서만 결정될 수는 없다. 기업가는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음에 있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기준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근로기준법은, 사업을 조직하고 거래의 주체로서 경제적 활동을 담당한다는 기업가의 사회적 역할이나 기능과는 구별되는, 종속적 지위에 놓인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이와 다른 관점에서 근로관계에 헌법적·공법적 규율을 부과하는 법령이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기준이 입사를 통한 근로관계에의 편입 시부터 종료 시까지 근로자가 임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게 되는 전 과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근로의 제공과 이를 통해 실현되는 기업의 성과물 사이의 실질적 관련성, 기여도에 따라 근로조건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업 내지 사업장의 범위가 획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사업 내지 사업장의 범위는, 기업가가 해당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아 목적을 달성하고 이익을 얻게 되는 사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즉 해당 근로자부터 제공받은 ‘근로’라는 요소가 사업에 투입되는 다른 요소(다른 근로자의 근로, 운영자금, 생산설비, 사무실, 영업망 등)와 결합되어 사업적 성과와 이익을 발생시키는 경영상·사업상의 실질적 단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형식에 기초한 사업의 외형적 조직이나 구성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관리, 인사, 노무, 회계를 망라하는 사업 경영활동의 실질적 동일성 내지 단일성 여부가 사업 내지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의 핵심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근로기준법상 엄격한 근로기준을 사업장 내에 구현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가일 경우 자연스럽게, 실제 장소적·기능적으로는 동일한 사업 내지 사업장에 속하는 근로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조직 내지 회사를 중첩적으로 설립·구성하여 근로관계를 파편화·세분화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아 근로기준법상 근로기준의 제한에 관한 중요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실질적으로 잠탈하는 행동을 유발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이 사건에서 본다. 다국적기업으로서 E는 지리적으로 분할된 사업구역별로 사업장을 두고 원고와 동종의 사업(호텔 객실의 재판매)을 영위하는 독립적 기업단위이기는 하다. 그러나 참가인은 회계담당자로서 이는 다국적기업인지를 불문하고 기업 조직 내에서는 대표적인 후방 지원업무에 속한다. 특정 사업구역 내에서 본래 사업 목적에 따른 경쟁적인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성과 달성을 목표로 하는 부서라면 별론, 적어도 이와 같은 후방 지원업무인 경우에는 사업구역의 분할 여부나 그에 따른 영업이나 기업 조직의 분리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업구역이나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소속된 개별 기업 단위에 대해 공통적인 업무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이나 운영의 효율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그리하여 참가인도 원고의 후방 지원업무부서에 속하는 동시에 E의 후방 지원업무부서에 소속되어 실질적으로 원고의 국내 영업뿐만 아니라 E의 아시아권 영업을 위해서도 동일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이 필리핀 소재 E 지사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자 현지 담당자로부터 업무 관련 불만이 제기되었고, 이에 참가인에게 요구된 업무를 참가인의 직속상관인 F이 대신 수행한 것만 보더라도, 참가인의 원고 및 E 조직 내에서의 업무와 역할이 단순히 원고의 사업 영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이처럼 참가인이 수행하는 회계업무는 E 조직 내의 회계, 재경 업무와도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고, 이를 통해 E의 사업목적 및 영업성과의 달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던 이상, 참가인이 근로를 제공한 사업 또는 사업장은 원고 외에 E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비록 E의 본사가 외국법에 의거해 설립된 외국법인이고 그 본사가 해외에 있으며 정확한 상시 근로자 수가 밝혀져 있지는 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E가 국내에 영업소를 갖고 있고 참가인이 해고될 당시 최소한 6명 이상 상시로 근로자를 고용하여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같은 장소에서 참가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후방 지원업무를 제공받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이 해고될 당시 해당 사업 내지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최소한 5명 이상이었다는 점은 쉽게 인정되고, 달리 E의 설립준거법령, 본사 소재지, 정확한 기업 조직이나 고용 관계에 관한 정보의 부재 등은 위와 같은 판단을 함에 있어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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