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요건인 실습교육을 위탁받은 피고 운영의 의료기관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실습생인 원고가 실습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청구한 사안에서, 실습교육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 대가 수수에 관한 의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배척하였으나,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실습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실시 담당자 없이 객관적·실질적으로 실습교육에 요구되는 내용 및 방법과 무관하게 실습생에게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장시간 수행하게 하거나 병원 운영상의 필요에 따른 업무를 지시하는 등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일시 대체하는 방편으로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근로를 제공받고 대가 지급을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한 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규정취지를 유추하여 피고에게 실습교육 총 시간의 1/2에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적용하여 산정한 부당이득반환을 명한 사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9.11. 선고 2023가소446319 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가소446319 임금
• 원 고 / A
• 피 고 / B
• 변론종결 / 2024.07.03.
• 판결선고 / 2024.09.11.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572,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9.12.부터 2024.9.1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7,144,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9.15.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에서 실시하는 740시간 이상의 이론교육 과정과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이 실습교육을 위탁한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780시간 이상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나. 원고는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인 C간호학원에서 이론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피고 운영의 D병원에 위탁되어 2022.4.14.부터 같은 해 9.1.까지 780시간의 실습교육 과정을 이수한 후 국가시험 합격과 자격인정을 받아 현재 간호조무사로서 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병원의 실습교육 기간에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으로서의 실습교육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음을 원인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시간급 최저임금액)의 지급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실습생으로서 교육훈련을 받은 것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2. 쟁점 판단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해당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임금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실습교육, 직업체험 등의 과정에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근로의 대가인 보수를 수수하기로 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간호조무사 실습교육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근로의 대가를 수수한다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부당이득 반환의무
원고 주장의 본지, 증거자료의 내용 및 변론 전체의 취지상 원고의 청구원인에는 간호조무사 실습교육 과정에서 실습교육의 본질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피고 병원의 지시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그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할 수 있는바,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1)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는 ①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②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③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등, ④ 의원급의료기관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 등으로 정해져 있다. (의료법 제80조의2 제1, 2항)
2) 원고의 실습교육 기간 근무실태
원고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를 포함한 이 사건의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들이 인정된다.
① 피고 병원은 책임간호사가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부서 배치와 출결을 관리할 뿐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교육 실시를 담당하는 직원(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없다.
② 피고 병원 외래병동은 내과(1층), 관절센터(2층), 척추·F센터(3층), 뇌신경센터(4층), 건강검진센터(별관)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고는 실습교육 기간에 책임간호사가 부서별 근무인력 상황에 따라 배치하는 대로 아래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였다. <표 생략>
③ 뇌신경센터에서는 환자 안내, 맥박·혈압 체크, 알콜솜 등 의료폐기물 비우기, 환자대기실 소독 등을 수행했는데, 그러한 업무들은 며칠만 배우면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성격의 업무임에도 7주 동안이나 계속 수행하였다.
④ 2022.6.2.부터 배치된 MRI 진료실에서는 4개 진료실의 의사 4명이 각기 처방을 내려주면 원고와 기존직원 1명이 의사 2명분씩 나누어서 환자들에게 MRI 촬영비용, 할인과 부가 옵션, 비용처리 절차, 차회 진료예약 등을 안내하는 업무를 하였는데, 신규직원이 채용되자 원고는 2022.7.18.부터 F센터에 배치되었다.
⑤ F센터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디스크 치료를 하는 곳으로, 원고는 침대를 소독하고 F실에서 회복실로 환자와 환자의 소지품을 옮기는 업무, 병원의 중앙공급실로 가서 F실에서 사용한 트레이, 가위 등 기구의 소독을 맡기고 멸균소독된 기구로 교환해오는 업무, 병원 11층의 약국에서 약품을 받아오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2022.8.18.과 8.19.에는 갑자기 뇌신경센터 인력 부족으로 급하게 뇌신경센터에 배치되어 근무하였다.
3)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성립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러한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특정한 당사자 사이에서 생긴 재산적 가치의 변동 또는 노무의 제공이 일반적·형식적으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의 상대적·실질적인 관점에서 법의 다른 이상인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모순이 생기는 경우 재산적 가치 또는 노무 가치의 취득자에게 가치의 반환을 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려는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앞서 본 간접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실습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실시 담당자 없이 객관적·실질적으로 실습교육에 요구되는 내용 및 방법과 무관하게 실습생에게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장시간 수행하게 하고 병원 운영상의 필요에 따른 업무를 지시하는 등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일시 대체하는 방편으로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근로를 제공받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실습교육 실태는 실습교육을 위탁받은 의료기관에 별도의 보상이 없는 한편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요건으로 780시간 이상의 의료기관 실습교육 이수를 규정하면서도 실습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전적으로 위탁받는 의료기관에 맡겨져 있는 제도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는 하나,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국민 건강의 보호·증진에 관련된 넓은 범위의 업무인 이상(의료법 제80조의2 제1, 2항) 그 업무 내용에 따른 실질적인 실습교육을 실시할 것이 요구되므로, 의료기관에 별도의 보상이 없고 실습교육 내용과 방법을 의료기관이 정한다 하여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노동력을 의료기관의 부족한 인력을 일시 대체하는 방편으로 무상 제공받을 정당한 권원이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달리 그 대가 지급을 면하는 이득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나아가 원고의 손해 관점에서 보건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780시간의 실습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시간에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 제공을 할 수 없는 것이지만(피고는 이 점을 다툼의 한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원고가 간호조무사 실습교육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업무 내용에 상응하여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하고 심도있는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채 실습교육 시간만을 채우며 피고 병원의 지시에 따른 대체 인력으로 근로를 제공한 결과가 된 이상 실습교육 시간을 채운 것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 대한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받고도 그 대가 지급을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의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그 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범위
원고가 실습교육 과정에서 수행한 업무 중에는 실습교육의 본질에 부합하거나 포함될 성격의 것이 일부 있으므로 그 본질에서 벗어난 원고의 근로 제공 가치액을 산정하여야 하는데, 실습교육 과정 780시간 중 그러한 근로 제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비율 또는 시간을 계량할 증거방법은 찾을 수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규정취지를 유추하여 피고의 이득액을 실습교육 과정 780시간 중 1/2(390시간)에 시간급 최저임금액(2022년 9,160원)을 적용한 3,572,400원으로 인정한다.
3.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3,572,400원 및 이에 대하여 소장부본 송달일인 2023.9.12.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제749조제2항, 제748조제2항) 소정의 법정이자,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