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고인과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배우자라고 할지라도, 고인과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고, 고인과 법률혼 배우자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어 형식적으로만 남아있는 경우라면 진폐유족연금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본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8.22. 선고 2023구합57425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57425 진폐유족연금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4.25.

• 판결선고 / 2024.08.22.

 

<주 문>

1. 피고가 2022.12.8. 원고에 대하여 한 진폐유족연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B(19**.*.**.생)는 1967년경 C와 혼인신고를 하였고, C와 사이에 자녀 D(19**.*.*.생), E(19**.*.*.생), F(19**.**.**.생)를 두었다.

나. B는 주식회사 G에서 분진작업에 종사한 경력으로 2006.5.23. 진폐병형 1형(1/1)으로 진폐장해등급 13급 12호 판정을 받고, 2014.7.22. 진폐병형 2형(2/1), 심폐기능 F2(중등도장해)로 진폐장해등급 3급 6호 판정을 받아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던 중, 2022.6.1.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B(이하 ‘고인’이라 한다)와 사실혼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2.12.8. ‘고인의 사망 당시까지 법률혼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고 생계를 같이 하는 수급자격자가 없었으므로, 원고는 진폐유족연금의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폐유족연금 부분에 관하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고인의 사망 당시, 고인과 원고의 주소는 영주시 (비실명화로 생략)이고, C의 주소는 동해시 (비실명화로 생략)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 체계를 고려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제3호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유족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하고 있는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다 하더라도, 그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산재보험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7.2.22. 선고 2006두18584 판결 참조).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한다. 비록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 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민법 제816조제1호, 제810조),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또한 비록 중혼적 사실혼 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5 내지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2012년경부터 고인과 혼인의 의사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이고, 고인과 C 사이에 협의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의 절차만을 거치지 않았을 뿐 법률혼을 해소하기로 하는 이혼의사가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합치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고인과 C는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고인과 원고는 비록 중혼적 사실혼 관계이지만 산재보험법 제5조제3호가 정하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이에 원고는 산재보험법 제91조의4 제1항, 제4항, 제63조제1항에 따라 진폐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인 ‘배우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는 고인이 C와 별거하기 시작한 2002년경부터 고인과 교제하다가 2012.8.경부터 고인과 동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의 일기장에는 늦어도 2009년경부터 고인이 원고를 ‘부인’, ‘여보’로 부르면서 사실상 부부로서 함께 지내왔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나아가 원고의 주민등록표 등본 및 초본에 의하면 원고는 2013.3.12. 경북 (비실명화로 생략)에 ‘고인의 동거인’으로 전입하였으며 2014.1.8. 영주시(비실명화로 생략)에 ‘고인의 배우자’로 전입하였고 2014.3.27. 세대주를 원고로 변경하면서 고인을 ‘원고의 동거인’으로 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원고는 적어도 그 무렵부터 고인의 사망시까지 고인과 주소를 같이 하며 함께 생활하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2) 고인은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기 시작한 이후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을 원고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원고가 가입한 적금통장에 송금하기도 하였으며, 원고 및 친족들과 꾸준히 금전거래를 하였다. 원고는 2020.1. 및 2021.3. 보험수익자를 고인으로 지정하여 손해보험에 가입하였다. 원고는 2013.11.9. 영주시 및 그 지상 단층단독주택을 매수하여 고인과 함께 거주하다가 2021.3.8. 위 주택을 고인에게 증여하였고, 2022.3.28. 고인으로부터 이를 다시 매수하였다(원고는 위 주택의 전기요금을 납부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고인이 2013년경 밭을 매수할 때 자금을 일부 부담하였다. 이처럼 원고와 고인은 경제적으로도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하였다.

3) 원고와 고인은 원고 손녀의 돌잔치 등 가족행사에 함께 참여하여 사진을 촬영하였고, 원고의 친족들 역시 고인과 자주 왕래하며 고인을 원고의 남편으로 인식하고 생활하였다. 원고의 자녀들은 고인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고인은 사망 직전인 2022.4.21.부터 2022.5.10.까지 H병원에 입원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고인의 보호자였다. 원고는 고인의 장례를 직접 치러 피고로부터 장례비를 지급받기도 하였다.

4) 반면에 C는 고인과 별거를 시작한 뒤 고인과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한 사실이 없고, 고인의 생전에 원고 또는 그 자녀들이 고인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교류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중에 C와 그 자녀들을 상대로 소송고지 신청을 하였으나, 그들은 소송고지 신청서를 송달받은 후에도 이 사건 소송에 참가하여 혼인관계가 유지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없다.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인이 원고와 사실혼 관계로 가정을 이루고 생활함으로써 고인과 C 사이에는 형식상의 법률혼 존재외에는 혼인의 실체와 혼인관계 유지 의사가 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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