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사망한 수급권자의 유족이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경우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가 적용되지만, 위 규정은 산재보험법 제65조제1, 2, 4항만을 준용할 뿐 제3항은 준용하고 있지 아니한바, 원래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데에 이어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다음 순위자에게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에 따라 수급권이 이전될 것인지(원고의 입장), 아니면 수급권 자체가 소멸되는지(피고의 입장)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원래의 수급자가 사망한 뒤 선순위 유족이 재차 사망한 경우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가 누구에게 어떻게 승계될 것인지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다른 이에게 승계되지 않고 단절되어 소멸한다고 판단한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8.21. 선고 2023구단73901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3구단73901 부당이득징수결정처분취소
• 원 고 / 1. A ~ 4. D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7.24.
• 판결선고 / 2024.08.21.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2.9.21. 원고 A에 대하여 한 10,541,640원, 원고 B에 대하여 한 10,541,640원, 원고 C에 대하여 한 10,541,640원, 원고 D에 대하여 한 10,541,640원의 각 부당이득 징수결정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부친인 E는 2007.10.8. 요양 판정을 받고 요양을 하던 중 2013.9.29. 사망하였다(이하 E를 ‘고인’이라고 한다). 이에 그 배우자인 F가 2013.10.8.부터 유족보상연금을 수령하다가 2020.11.13. 사망하였다.
나. 고인의 자녀인 원고들 및 G는 2021.6.3. 장해등급 제7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일시금 등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 원처분기관(강원지역본부)은 2021.12.23. 장해등급을 제7급으로 판정하고 장해보상일시금 52,708,200원을 원고들 및 G, 이렇게 5명에게 안분·지급하였다.
다. 이후 피고 원처분기관은 고인의 배우자인 F의 사망으로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이미 소멸하였는데도 보험급여가 착오로 원고들에게 잘못 지급되었다며 2022.9.21. 원고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부당이득 징수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 라고 한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81조에 따라 사망한 수급권자의 유족이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경우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가 적용되는데, 위 규정은 산재보험법 제65조제1, 2, 4항만을 준용할 뿐 제3항은 준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다음 순위자에게 수급권이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 자체가 소멸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산재보험법령에 의하더라도, 선순위 유족이 사망하는 국면에서는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에 따라 선순위 유족의 수급권은 그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
산재보험법령의 내용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보험급여의 수급권은 민법에 정한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산재보험법이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이 이를 승계할 수 있을 뿐이고, 해당 선순위 유족이 다시 사망한 경우 역시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민법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은 이대로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도 F가 사망한 이후로 원고들은 미지급 보험급여를 갖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에도, 피고는 착오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장해일시보상금을 잘못 지급하였던 것이므로, 이를 돌려받기 위한 이 사건 처분은 그대로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관련 규정의 내용
산재보험법 제36조는 제1항에서 보험급여의 종류로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례비, 직업재활급여’를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위 보험급여는 제40조, 제52조부터 제57조까지, 제60조부터 제62조까지, 제66조부터 제69조까지, 제71조, 제72조, 제91조의3 및 제91조의4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하 ‘수급권자’라 한다)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제5조제3호는 ‘유족이란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81조는 제1항에서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수급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되지 아니한 보험급여가 있으면 그 수급권자의 유족(유족급여의 경우에는 그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유족)의 청구에 따라 그 보험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경우에 그 수급권자가 사망 전에 보험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하면 같은 항에 따른 유족의 청구에 따라 그 보험급여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법 제81조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결정에 관하여는 법 제65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에 따라 준용되는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은 ‘제57조제5항·제62조제2항(유족보상일시금에 한한다) 및 제4항에 따른 유족 간의 수급권의 순위는 다음 각 호의 순서로 하되, 각 호의 사람 사이에서는 각각 그 적힌 순서에 따른다. 이 경우 같은 순위의 수급권자가 2명 이상이면 그 유족에게 똑같이 나누어 지급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1호에서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및 조부모’를, 제2호에서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지 아니하던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및 조부모 또는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형제자매’를 각 규정하고 있고, 준용되지 않은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65조제3항은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관련 법리
가) 공법상 각종 급부청구권은 행정청의 심사·결정의 개입 없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와 관할 행정청의 심사·인용결정에 따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인가는 관계 법령에 구체적인 권리의 존부나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지, 행정청의 거부결정에 대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정해진다. 그중 사회보장수급권은 법령에서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면서 수급권자의 여부, 급여액 범위 등에 관하여 행정청이 1차적으로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대법원 2021.3.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 판례도 사회보장수급권에 관하여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6.3.24. 법률 제7911호로 법률명이「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보상금(대법원 1992.12.24. 선고 92누3335 판결), 석탄산업법상 재해위로금(대법원 1998.12.23. 선고 97누5046 판결, 대법원 1999.1.26. 선고 98두12598 판결 등)과 같은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후자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산재보험수급권도 관할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이 심사하여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로서 앞서 본 후자의 유형에 해당한다.
나)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 방법 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대법원 2019.12.27. 선고 2018두46780 판결 등 참조). 급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청에 그 지급을 신청하여 행정청이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지급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취소 또는 무효확인 판결을 받아 그 기속력에 따른 재처분을 통하여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행정청이 속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이나 민사소송으로 급부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7다277986, 277993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가) 앞서 본 관련 규정 및 관련 법리의 내용에 의하면,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에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다시 사망한 경우, 이로써 사망한 선순위 유족이 가졌던 사회보장수급권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인지, 구체적 형태로의 권리인지를 불문하고 그 일신전속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고 민법이 정한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대법원 2006.3.9. 선고 2005두13841 판결 참조). 다만 산재보험제도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이고(산재보험법 제1조),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장해급여제도는 업무상 불의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재해 이전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으로서 원래의 수급권자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미지급 보험급여에 대한 권리가 이대로 소멸하는 것은 원래 수급자의 유족이 생활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등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야기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산재보험법 제8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는 산재보험법에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이 이를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와 같이 원래의 수급자가 가졌던 수급권은 그의 사망 시 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산재보험법령이 정한 바에 의해서만 유족이 승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는 이상, 원래 수급자의 사망으로 그의 선순위 유족이 승계하게 된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수급권 또한 해당 선순위 유족의 사망 시 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수급권자가 가졌던 수급권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법령이 정한 바에 의해서만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의 결정에 관하여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 제2항 및 제4항을 준용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수급권자인 유족이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급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는 같은 조제3항에 대해서는 따로 이를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원래의 수급권자가 사망하는 국면에서의 미지급 보험급여에 대해서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에 따라 준용되는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 제2항 및 제4항에 의하여 우선순위가 있는 유족이 이를 승계하게 되지만, 이러한 선순위 유족이 재차 사망할 경우에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누구에게 어떻게 승계될 것인지에 관하여는 산재보험법에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상태를 놓고 법의 공백으로 보아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민법 규정으로 채우려고 시도할 경우, 원래의 수급권자가 사망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민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었던 것과 정면으로 모순·저촉되는 현상이 야기된다. 일신전속적인 속성을 지닐뿐더러 산재보험법 자체에서 원래의 수급자가 사망하는 단계에서는 민법에서 정한 상속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던 것(앞서 본 바와 같이 산재보험법 제65조제1항은 민법에 정한 상속인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근친자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정한 순위에 따라 보험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이, 위 수급자의 선순위 유족이 다시 사망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뒤늦게 다시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법적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재보험법 제8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는 산재보험법에 정한 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있는 유족이 이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여기에서의 ‘승계’란 특정승계인지 포괄승계인지를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원래의 권리자가 가졌던 권리를 나중에 취득한 자가 그 속성 그대로 이어받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원래의 수급자가 보유하였던 수급권이 지녔던, 일신전속적이고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속성은, 선순위 유족이 이를 승계한 뒤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선순위 유족이 다시 사망한 경우에도,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수급권은 여전히 일신전속적이면서 민법상 상속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속성을 유지한다고 보는 것이 법의 자연스러운 해석인 것이다.
그러므로 선순위 유족이 재차 사망할 경우에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누구에게 어떻게 승계될 것인지에 관하여 산재보험법에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태라는 것은, 선순위 유족이 사망할 시에는 잔존 미지급 보험급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다른 이에게 승계되지 않고 단절되어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새겨야 한다. 이 국면으로 접어들어 돌연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민법의 규정이나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보는 것은 법의 체계적·논리적 해석에 전혀 부합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고인이 2013.9.29. 사망할 당시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인 F는 산재보험법 제81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제1항에 따라 선순위 유족으로서 고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장애일시보상금 등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수급권을 승계하였다고 할 것이나, F가 2020.11.13. 사망함으로써 위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권리는 원고들에게 상속되지 아니한 채 그 시점에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미지급 보험급여에 관한 권리를 가진 바가 없었음에도 착오로 원고들에게 위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잘못 지급이 이루어진 보험급여를 돌려받기 위해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