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3.2.3. 선고 2022누32254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32254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1. 유한회사 A, 2. B회사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C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12.9. 선고 2021구합53023 판결
• 변론종결 / 2022.10.21.
• 판결선고 / 2023.02.03.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12.8.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D 유한회사 A 및 B회사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 판결 제1항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 판결 2면 아래에서 4행의 “피고보조참가인은”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로 수정한다.
○ 제1심 판결 3면 아래에서 2~3행의 “이메일을 받았다.”를 “이메일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로 수정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4면 아래에서 2행부터 5면 12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원고들이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고(대법원 1993.2.9. 선고 91다21381 판결 등 참조),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유기적 관련 아래 사회적 활동으로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단위 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 있다(대법원 2007.10.26. 선고 2005도9218 판결 참조). 다만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이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사업주가 ‘하나의 활동주체’로서 활동한 것인지 여부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이 되는 하나의 사업장인지 여부는 근로장소의 동일성과 더불어 제공된 설비의 사용관계, 사업의 목적 및 수행방법, 조직체계, 인사교류,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구체적 지휘·감독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는데(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2호),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근로기준법 소정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 때에도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6도300 판결 등 참조).
다)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영상 분리·독립성은 각 목적 사업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나 차별성, 임원이나 근로자 등의 인적 교류 여부, 재정이나 회계의 분리 여부, 업무 장소의 분리·독립 여부, 경영상 의사결정 조직의 분리 여부, 업무상 지휘·감독이나 근태관리의 분리 여부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장소적 독립성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장소적으로 독립되어 있다고 하여 반드시 경영상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인정할 것은 아니다. 이는 외국에 위치한 본사와 국내에 있는 영업소와 같이 장소적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한편,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 사이 경영상 분리·독립성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 측에 증명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들 사이 관계
(1) 원고 독일법인은 2002년경 한국에 진출하였고, 2014.11.19. 원고 한국법인을 설립하였는데, 원고 독일법인이 자본 총액 1억 원 상당의 지분 모두를 인수하였다.
(2) 원고 한국법인의 홈페이지는 원고 독일법인과 원고 한국법인을 모두 소개하고 있고(인터넷주소 1 생략), 원고 한국법인에 관하여는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원고 독일 법인의 한국지사로서, 독일 생산 완제품을 국내 도입하고 현지 교육과 본사 기술자 파견 등으로 전 세계 기술 노하우와 현장 경험을 국내에 도입하며 다년간 시공경력을 쌓은 현장전문가들로 한국 내 바닥재 관련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 참가인의 채용 과정
(1) 원고 한국법인의 초대 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E이 2019.6.3. 사망하였고, 이후 원고 한국법인의 유일한 직원인 ‘과장’ 직급의 F이 2019.6.26.경 이사로 등기되었다.
(2) F은 2019.8.12. ~ 2019.9.9. 구직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G에 원고 독일법인이 임원–CEO 직급의 사업개발 관리자(business development manager)를 구인한다는 채용정보를 공고하였다. 위 채용공고의 기업정보란에는 사원 수 40명, 설립연도 1951년, 기업형태 외국계(외국 법인기타)(비상장), 홈페이지 (인터넷주소 2 생략) 등으로 원고 독일법원의 정보가 명시되어 있었고, 입사지원 서류를 제출할 이메일 주소로 원고 독일법인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이메일 1 생략)가 기재되어 있었다.
(3) 참가인은 위 채용정보에 따라 입사지원을 하였고, 원고 독일법인의 H(H, 이하 ‘H’이라 한다)과 I(I, 이하 ‘I’라 한다)가 2019.9.17. 한국에 방문하여 참가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였다.
(4) I는 2019.9.24. 참가인에게 6,500만 원의 고정급여와 원고 한국법인의 이윤 5%를 보너스로 제안하는 메일을 발송하는 한편(을가 제7호증), 2019.9.27. F에게 참가인과 위와 같은 조건으로 2019.10.1.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발송하였다(을가 제8호증).
(5) 참가인은 2019.10.15. 원고 한국법인과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부터 근로를 개시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의 원고 한국법인의 서명은 J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위 서명 하단에는 “유일한 지분권자를 대표하여(For and on behalf of the sole shareholder)”라는 기재가 존재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6) 참가인은 채용된 후 원고 독일법인측의 제안에 따라 2019.11.24.부터 2019.12.14.까지 독일로 교육 출장을 다녀오기도 하였다(을가 제11호증).
다) 참가인 및 F의 업무수행과 이에 대한 지휘·감독 등
(1) J은 2019.10.4. I와 H을 참조로 하여 F에게 ‘귀하의 실적에 매우 만족하여 당신의 급여를 조정하고자 하며, 계속해서 원고 한국법인의 대표직을 유지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고(을가 제9호증), F은 이 사건 해고 이후인 2021.1.15.경까지 원고 한국법인 이사로 등기되어 있었다.
(2) F은 망 E과 참가인을 모두 ‘사장님’이라고 호칭하였고, 참가인은 대외적으로는 ‘지사장’ 또는 ‘지사장님’으로 불리며 업무를 수행하였다.
(3) 망 E은 원고 한국법인에서 근무하던 당시 매년 원고 독일법인에게 한국 시장 상황과 전망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I는 2020.3.2. 참가인에게 ‘원고 한국법인의 보고일정을 바꾸고 싶다. 2주에 한 번씩 현재 고객, 신규 고객, 회의, 사업과 관련한 모든 소식들을 보고하고 그 양식은 참가인이 결정하되, 간략한 개요 형태였으면 한다. 전 이사인 E이 했던 것처럼 연례 보고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고, 참조할 양식이 필요하다면 F에게 요청하면 된다. 보고는 항상 나와 J에게 하면 된다. 아울러 휴가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간단한 메시지를 남겨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을가 제18호증, 갑 제47호증).
(4) F과 참가인은 원고 한국법인에 근무하며 원고 독일법인측에 원고 한국법인의 거래처, 가격 및 마진율 등 영업 현황 및 재무 상황에 관하여 수시로 보고하였다.
(5) 한편, 원고 한국법인은 참가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였다.
라) 이 사건 해고 경위
(1) 참가인은 2019.11.경부터 J, I 등에게 원고 한국법인의 기존 영업방식은 가격담합에 해당한다는 문제를 보고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는 취지의 메일을 발송하였다(을가 제16호증).
(2) J은 2019.12.17. 참가인에게 ‘원고 한국법인은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영업방식을 중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원고 독일법인을 이에 연루시키지 말라(A must obey the law and stop all kind of action like that. Please make sure that nothing like this will ever happen again. We can’tbe part of this).’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을나 제12호증).
(3) 참가인은 2020.2.경부터 J과 I에게 원고 한국법인의 새로운 가격정책(price strategy)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I는 2020.3.27. 참가인에게 참가인이 제시한 가격정책을 반대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을나 제10호증).
(4) I, J 및 참가인 사이의 원고 한국법인의 가격정책에 대한 논의는 2020.4.9.경까지 이어졌고, 참가인이 2020.4.17. J으로부터 참가인의 고용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5) H은 2020.5.4. 참가인에게 “당신의 고용계약을 2020. 4월경 종료하는 것은 우리 모두 함께 결정한 것이다(We all have take the decision together to terminate your employment contract in April 2020.).”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을가 제22호증).
[인정 근거] 갑 제6, 32 내지 36, 38 내지 41, 47 내지 50호증, 을가 제1 내지 22호증, 을나 제1 내지 16, 18 내지 25, 27 내지 29, 32 내지 3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앞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은 별개의 독립된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근무하는 원고 한국법인의 상시 근로자 수는 5명 이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등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 한국법인은 원고 독일법인이 생산하는 건설화학 제품의 수출입, 판매 및 유통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원고 한국법인과 원고 독일법인의 사업 목적이나 내용은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또한 원고 독일법인은 지분 전부를 소유한 원고 한국법인에 대하여 수직적인 관계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이고, 원고 한국법인의 영업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 역시 원고 독일법인에게 있었다고 보이는바, 전체적으로 원고 독일법인과 원고 한국법인은 하나의 조직으로서 사업을 영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F이 원고 독일법인의 지시에 따라 게시한 채용공고는 고용주체를 원고 독일법인으로 명시하였고, 실제로 참가인에 대한 채용 여부 및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원고 독일법인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특히 참가인 채용 당시 원고 한국법인의 구성원은 ‘과장’ 직책의 F이 유일하였고(망 E 사망 이후 F은 형식적인 이사로서 등기되어 있었던 것이라는 점은 원고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 밖에 참가인의 채용과 관련하여 원고 한국법인이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을 갖춘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참가인의 채용에 있어 원고 독일법인은 다국적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관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계약서에 “유일한 지분권자를 대표하여(For and on behalf of the sole shareholder)”라는 기재가 있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다) 참가인이 입사하기 이전에도 망 E 또는 F(망 E 사망 이후)은 원고 독일법인에 업무 보고를 해 왔고, 참가인 역시 입사 이후 원고 독일법인측의 요구에 따라 I, J 등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를 하거나 원고 한국법인의 영업 방식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이처럼 원고 독일법인은 참가인이 근무를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I 등 원고 독일법인 소속의 중간관리자들을 통하여 원고 한국법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감독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이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이메일에 기재된 해고사유가 ‘회사의 사업 전략에 관한 우리의 지시나 지침을 거절하고 따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 점에 비추어서도 더욱 분명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참가인은 원고 한국법인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사업개발관리자 직급으로 채용된 것이고, 원고 독일법인과 참가인 사이의 보고는 모자회사간 정보공유 내지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이 아닌 원고 독일법인의 I 등이 원고 한국법인의 가격정책 등 핵심적인 사항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이상, 참가인이 담당하였던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고 보일 뿐이다. 나아가 F의 직책 역시 ‘과장’으로 참가인에 대하여 지시를 내리는 지위에 있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만약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 독일법인이 참가인에 대하여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 결국 근로자인 참가인(원고들 역시 참가인과 F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 자체는 명시적으로 다투지 않고 있다)에 대하여는 어떠한 지휘·감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결국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참가인이 입사한 이후에도 원고 독일법인의 의사에 따라 ‘과장’ 직책의 F은 계속해서 형식상 이사로 등기되어 있었고, 참가인이 아닌 원고 독일법인이 F의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였으며, 이 사건 해고 역시 원고 독일법인에 의하여 결정 및 통보되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 독일법인은 실질적으로 채용 여부, 근로조건, 해 고 여부 등을 포함하여 원고 한국법인과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 근로관계의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모든 권한을 최종적인 결정권한자로서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한편, 원고 한국법인 명의로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소득세 등을 원천징수한 후 참가인에게 임금을 지급하였다거나, 원고 한국법인 소속으로 4대 보험에 가입한 점은 원고 독일법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한 것에 불과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를 사용자성 인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없는바(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참가인에 대한 임금 지급이 형식적으로 원고 한국법인 명의 계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원고 독일법인과 참가인의 관계는 다국적기업의 특성인 모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국적이 다르고 법적으로 분리된 여러 기업으로 구성된 다국적기업은 종속기업이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됨에 따라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감독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참가인에 대한 원고 독일법인의 업무상 관여 및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다국적 기업이 현지 법인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바)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원고들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게 되는 경우 영세사업장인 원고 독일법인에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 가해지게 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이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을 기준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한결같이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8헌마310 결정 참조), 원고 독일법인이 그러한 영세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원고들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 독일법인에는 4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고들이 하나의 활동주체로서 유기적인 관련 아래 운영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규정취지에 어긋나게 되거나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사) 마지막으로 원고들은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고 한국법인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1조상의 사업은 영리를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를 의미하는 ‘기업’과 일치한다고 할 수 없고, 사업주에 해당하는 ‘법인’과도 다른 개념이어서, 원고 한국법인이 법인격이 형해화된 상태인지 아니면 독립된 법인격이나 권리주체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근로기준법 제11조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평가되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사항으로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재심판정이 원고들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되었다고 판단함에 있어 법인격 형해화와 관련된 법리를 거론한 점은 적절치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되었다는 판단 자체는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인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해고는 절차적으로 위법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15.12.10. 선고 2015다21916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참가인이 이 사건 해고를 통보받을 당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거나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J이 이 사건 해고 당시 참가인에게 발송한 이메일의 표현[”우리는 당신과 회사 업무가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수많은 사례들을 경험하였고, 그것들은 특별히 회사의 사업 전략에 관한 우리의 지시나 지침을 거절하고 따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We have been experiencing a number of incidents which we consider that the professional work relationship between you and the company does not match, specifically related to your resistance of refusal of following our instructions and/or guidance related to company business strategy.).“]은 매우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참가인이 원고들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사건 또는 참가인이 원고들의 지시나 지침을 불이행하였던 내용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참가인으로서는 위 이메일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들은 이 법원에 이르러 참가인에 대한 해고사유는 ‘거래처 및 대리점들에 대한 불성실한 피드백 및 그들과의 잦은, 심각한 불화’로 이 사건 근로계약 제10조 (c)항 및 (d)항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이 사건 해고 이메일 기재 내용으로부터 위와 같은 해고사유를 충분히 특정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고, 그 밖에 원고들이 이 사건 해고 무렵 참가인에게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설명하였다거나 참가인이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 소결론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고,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