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가 32년 간 A회사에서 위부, 용접 등의 업무에 종사하다 퇴직한 후 1년간 지게차 운전을 한 상황에서, 그의 업무상 질병인 우측 슬관절 골관절염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명확한 사업장은 A회사라고 보아,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을 토대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 사례.
【서울행정법원 2024.7.11. 선고 2023구단77637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3구단77637 평균임금정정불승인등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5.23.
• 판결선고 / 2024.07.11.
<주 문>
1. 피고가 2022.7.18. 원고에게 한 평균임금정정 불승인 및 보험급여차액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3.*.*.부터 1983.**.**.까지 주식회사 B에서, 1984.*.*.부터 2016.**.**.까지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에서 각 취부 업무에 종사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C에서 퇴직한 후에도 2017.**.**.부터 2019.*.*.까지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에서 지게차 운전 업무에 종사하였다.
나. 원고는 2019.6.8. 의료법인 E재단 F병원에서 우측 슬관절 골관절염(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피고는 2022.6.9.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고, 원고의 마지막 근무 사업장인 D에서의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요양급여 및 장해일시금 등을 지급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2022.6.23. 근무기간이 가장 길었던 C를 기준으로 원고의 평균임금을 정정하고, 그에 따른 보험금 차액을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2.7.18.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이 되는 주된 사업장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노출된 사업장인 D를 적용사업장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및 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32년 이상 C에서 취부, 용접, 절단, 사상 작업을 하며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쪼그려 앉은 채 보냈다. 즉, 원고가 C에서 한 업무는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원고는 C 퇴직 전인 2014년경 이미 15회에 걸쳐 원발성 무릎관절증, 상세불명의 무릎관절증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에 반해 원고가 D에서 수행한 업무는 사무실에서 앉아 대기하다가 필요한 경우 ‘왼발’로 폐달을 밟으며 지게차 운전을 한 것에 불과하였고, D에서의 근무기간도 고작 1년 7개월 남짓이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C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6조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제2항, 제5항은 진폐 등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특례 규정(이하 ‘평균임금 산정 특례 규정’이라 한다)을 두고 있다. 이는 일정 직업병의 경우 그 진단이 쉽지 않아 근로자가 업무로 말미암아 질병에 걸렸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때가 있는데, 그 직업병 때문에 근로 제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도 그 임금액에 터잡아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보호에 적당하지 않으므로 그 평균임금 대신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른 동종 직종 근로자의 임금액을 그 근로자의 평균임금으로 하여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7.4.26. 선고 2005두2810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6.1. 선고 2018두60380 판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3, 4, 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및 악화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업장은 C임이 명확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 판단에 활용한 다음의 자료를 보면 (주요 부분만 발췌하였다), C에서의 업무가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위 자료 중 특히 ‘업무상질병판정서’의 내용을 보면, 피고는 D에서의 업무를 업무상 질병 해당성을 부정, 저해하는 요소로 파악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별진찰 업무관련성 평가소견(피고 산하 G병원> 1. 원고는 1984년부터 2016년까지 C에서 32년가량 취부작업을 해오면서 쪼그리기, 무릎 비틀림, 계단 오르내리기 등으로 인해 신체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함. 3. 객관적 직업력 조사 결과 1984년부터 C에서 32년 이상 취부작업 수행 경력 확인됨. 2016년말 퇴직 이후로 약 1년 7개월간 지게차 운전경력 확인되고 있으나, 해당업체는 장애인취업사업장으로 무릎부담이 없는 업무에 배치된 것이고, 주로 좌측 발로 지게차 페달을 밟는 작업여건상 우측 무릎 신체부담 없었던 것으로 진술함. 5. 조선업 취부작업은 추정의 원칙에서 무릎부담 높은 작업에 해당함. <업무상질병판정서> 원고가 선박 취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자세가 많았던 점이 확인된다.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2년 정도 지게차 운전을 수행하여 무릎 부담은 낮아졌으나 취부작업 당시의 누적된 부담요인 및 진료내역이 확인되는 등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업무가 이 사건 상병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시 D에서도 무릎 부담이 있었다면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이 되는 주된 사업장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였는바, 이는 앞서 내린 판단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 즉, 이 사건 처분 사유는 일련의 처분 경위에 비추어 볼 때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 원고가 C에서 30년 이상 장기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는 크게 취부(선체 블록을 공구를 사용하여 조립하는 업무), 절단(금속부재 등을 설계도면에 맞게 산소절단기로 절단하는 작업), 용접(선체 블록을 용접기로 고정시키는 작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상 질병 여부 판정시 작성된 재해조사서에 따르면, 위 각 작업들은 최소 그 작업시간의 50%, 최대 그 작업시간의 전부 쪼그려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각 작업 전후로 중량물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도 수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는 C에서 퇴직하기 전인 2014년경 이 사건 상병과 동일, 유사한 상병코드에 해당하는 ‘기타 원발성 무릎관절증’, ‘상세불명의 무릎관절증’으로 15회나 치료받았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미 그 당시부터 이 사건 상병을 앓고 있었거나 그 발병의 전조 증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에 반해 원고는 C 퇴직 후 무릎 부담이 없는 업무를 하고자 장애인취업가능 사업장인 D에 입사하였고, 취업 후에도 무릎부담이 없는 업무에 배치될 것을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원고가 D에서 1년 7개월가량 수행한 업무는 지게차 운전업무였고, 하루 중 약 0.5시간 정도를 위 업무에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게차 운전조차 의자에 앉은 자세로 이 사건 상병과 관계없는 ‘왼발’을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라) 이 사건 상병이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임을 고려하더라도, 각 사업장별 업무 내용, 근로기간의 장단, 원고의 병력 등을 종합해 보면 C에서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 발병 및 악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반면 D에서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