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4.4.4. 선고 2023누40344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3누40344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3.4.7. 선고 2021구합88401 판결

• 변론종결 / 2024.03.07.

• 판결선고 / 2024.04.04.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11.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제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과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아무런 조건 없이 11차례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고, 원고가 속한 L그룹의 전기 감리단원들 중에는 계약연장이 거부되어 근로관계를 종료한 사례도 없다. 또한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직전 M 주식회사(이하 ‘M’라고만 한다)에 ‘N’ 입찰 제안서를 보내 위 계약을 추진하였고, 실제로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직후 위 계약이 체결되었다. 참가인은 위 계약에 따른 용역 진행을 위해 감리원들이 필요하고,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그럼에도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 종료로 원고를 퇴직하게 한 것은 참가인의 취업규칙 제36조 및 제40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2)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없는 경우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 역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당시 ‘N’ 수주 여부는 불확실하였고 원고와 같은 팀의 전기 감리단원들 중에서도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되었던 사례가 다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

 

나. 판단

1) 논의의 순서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 입사할 당시 만 55세 이상이었고 참가인과 계약기간을 2 ~9개월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제4호의 사용기간 예외가 인정되는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한다. 이하에서는 참가인의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 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갱신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해 살펴본다.

2)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 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2.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 외에 해당 직무의 성격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두50563 판결,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에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3, 5, 7, 16, 17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2, 3, 5, 6, 7, 13, 14 내지 17, 19 내지 25, 38 내지 41, 61, 62, 65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계약직근로자를 폭넓게 고용해 온 참가인의 운영 방식 및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갱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원고에게는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① 참가인은 건설사업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발주처로부터 건설사업관리용역(소위 CM용역)을 수주하여야 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이러한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은 공사목적물의 준공기간 등에 따라 감리용역의 시기와 종기가 사전에 특정된 채로 체결된다. 위와 같은 건설사업관리 용역의 특성으로 인하여 참가인은 수주 상황 및 프로젝트 기간에 맞추어 근로자의 채용 여부 및 그 규모를 결정하여 왔고, 2021.1.31.을 기준으로 감리직원 중 73.85%를 기간제근로자로 고용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만료일 전 참가인과 원고 쌍방이 합의하여야 하며, 합의되지 않는 경우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근로관계는 자동 종료된다. 이때 사전 계약기간 만료에 대한 예고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고, 그 밖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③ 원고는 참가인과 2015.6.10. 첫 번째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래 약 5년 7개월 동안 10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한편 원고가 퇴직할 무렵인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기간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L그룹 내 기간제근로자들 17명의 근무기간은 7개월부터 2년 6개월까지이고, 근로계약 갱신 횟수는 0회부터 4회까지인바, 다른 계약직근로자들과 원고의 근로기간 및 갱신 횟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④ 각 근로계약 종기를 앞두고 참가인은 원고에게 근로계약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원고는 첨부된 근로계약서를 출력하여 사인하여 이를 회신하였다. 근로계약 갱신에 관하여 특별히 원고와 참가인이 만나거나 근로조건 등을 협의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원고가 형식적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제5차 근로계약의 경우 참가인은 위 계약의 시작일인 2017.6.10.보다 3일 후인 2017.6.13.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 이메일을 보내 사후적으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기도 하였다.

⑤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11개의 근로계약 중 제4, 5, 6차 근로계약의 경우 아래와 같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프로젝트 내용 및 기간과 원고가 실제 참여한 프로젝트가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참가인이 수행하고 있는 용역계약에 정확히 맞추어 갱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래 생략>

⑥ 원고는 참가인과 첫 번째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5.6.10.부터 M가 발주한 공사감리 용역의 전기감리업무를 수행해 왔고,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 역시 참가인과 M 사이에 체결된 ‘K’의 전기감리업무이다. 위와 같이 원고가 M로부터 참가인이 수주한 용역 업무에 계속적으로 종사해 왔고, 참가인과 M 사이의 ‘N’ 체결일시는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직후인 2021.2.1.이나 M가 2021.1.20.자로 ‘N’ 입찰 제안서를 참가인에게 보내와 당시 근로자도 이를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이후 다시 위 ‘N’ 감리 업무에 투입되리라고 예상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⑦ D생인 원고는 2018.7.5. 참가인의 취업규칙상 정년인 만 60세가 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4차례에 걸쳐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한편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일인 2021.1.31. 당시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직무인 19년 품질감리 연간계획에 투입된 감리원 53명 중 정년이 도과한 사람은 5명이다(P, Q, R, S, T).

3)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존부

가)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12호증, 을나 26 내지 3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 동안 참가인 소속 다른 근로자들과 갈등을 일으켰고 직장윤리규범을 위반하였으므로,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① 원고는 과거에도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참가인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는데, 이 사건 근로계약 도중인 2020.10.5. 다른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면서 가방과 노트북을 강제로 복도로 빼버렸고, 참가인은 2020.10.26. 원고를 단장직에서 해임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그룹장이 자신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업무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원고의 보조업무에 배치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원고 스스로도 위와 같은 언행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원고의 언행은 직장 내에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원에게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② 원고는 2020.9.16.경 소속 그룹장에게 골프채와 술 등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자진 신고하였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당시 참가인이 원고를 면책하였을 뿐 별도의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근로계약 갱신의 거절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은 원고가 비윤리행위를 자진 신고하였기 때문에 참가인의 비윤리행위 신고보상 및 면책지침에 따라 원고를 면책한 것일 뿐 이러한 사실만으로 원고의 비윤리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고, 사용자인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와의 계약 갱신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 원고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밝혔던 사유와 다른 해고 사유를 추후에 주장하는 것은 위법하다면서 참가인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이제 와서 갱신 거절의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주어 크지 않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당연 종료되므로 참가인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참가인이 사전에 갱신거절의 사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 계약 종료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이 같은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구회근(재판장) 배상원 최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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