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인 망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보아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사안.


【서울행정법원 2024.5.23. 선고 2022구합82813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82813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3.21.

• 판결선고 / 2024.05.23.

 

<주 문>

1. 피고가 2021.8.17.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B(19**.**.*.생)는 1998년경부터 2016.*.경까지 판사로 재직하였고, 사직 후 2016.*.*. 법무법인(유) C(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나. B는 2020.6.5. 원고 주식회사 D를 대리하여 광주고등법원 2020누***** 종합부동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 사건(이하 ‘D 사건’이라 한다)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최종변론을 하던 중 법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2020.6.8. 17:57경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 압박으로 사망하였다(이하 B를 ‘망인’이라 하고,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 압박을 통칭하여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1.8.17.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 법인의 지휘 및 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겪은 상황에서 고도의 압박감과 긴장 속에 최종 변론을 하다가 이 사건 상병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인정사실

가) 이 사건 법인 소속 변호사는 일정 경력을 갖추어 선정되는 파트너(Partner)변호사와 그 전 단계의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로 구분된다. 이 사건 법인 내에서 인사, 마케팅, 예산 수립 및 집행 등 법인의 주요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운영위원회가 있고, 이는 6명 내외의 파트너 변호사들로 구성되는데, 망인은 이 사건 법인에 입사한 이래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였으나 운영위원회에 속한 적이 없으며, 2018년경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으로서 조세 사건과 관련된 자문 및 송무 업무를 전담해 왔다. 조세팀 팀장은 조세소송, 조세심판, 세무조사 대응, 조세 관련 자문 등 조세팀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며, 그 외에 운영위원회가 추가적으로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나) 이 사건 법인은 변호사들의 업무수행에 관한 각종 유의사항 내지 가이드라인을 담은 내부규정인 ‘송무변호사 Manual’, ‘OFC MANUAL for professionals’를 마련하여 변호사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였다. 특히 ‘OFC MANUAL for professionals’ 규정은 업무 관련 유의사항 외에도 근무시간, 타임시트(Time Sheet) 기재, 휴가·병가·휴직 및 출장 등 각종 복무에 관한 유의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망인 역시 위 각 규정의 적용을 받았고, 이를 준수하며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이 사건 법인 소속 변호사들에게 출근 및 퇴근 시간이 별도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망인을 비롯한 변호사들은 협업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대부분 일정한 출근시간을 지켰고, 휴가와 출장에 있어서도 사전에 운영위원회에 보고하였으며, 근무 장소 역시 이 사건 법인이 지정한 사무실로 고정되어 있었다.

라) 망인은 다른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빌러블 아우어(Billable hour, 회의, 서면 작성, 재판 출석 등 수임 사건과 관련하여 일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뢰인에게 청구할 수임료의 산정기준이 됨)와 오피스 아우어(Office hour, 수임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업무, 교육, 기타 업무 등과 관련하여 일한 시간)를 기재한 타임시트를 매일 작성하여 통합프로그램에 입력하였다. 이 사건 법인은 타임시트를 관리하면서 이를 변호사들의 근무상황 파악 자료, 급여산정의 고려 요소로 활용하였다.

마) 이 사건 법인 차원에서 수임한 사건들은 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배당되었는데,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대부분은 위와 같이 운영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배당한 것들이었다.

바) 망인은 이 사건 법인에서 마련한 ‘전문가의 포상과 징계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았다. 이에 따르면 파트너 변호사의 경우에도 이 사건 법인의 제 규정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운영위원회의 업무상 지시·지휘·감독에 불복하는 등 징계사유가 인정되면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의 징계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 망인은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17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민법상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 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한 종속적 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변호사의 근로자 해당 여부도 변호사법에 규정된 변호사의 추상적 지위나 구성원 등기 여부 등의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기준을 종합적·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12.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10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법무법인(유) C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법인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망인의 업무내용은 대부분 운영위원회에서 배당받은 사건들로서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법인에 의해 정해진 것이었다. 사건 배당 결정을 비롯한 운영위원회의 업무 지시를 망인이 임의로 거부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복무 관련 규정 및 그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적용되는 징계 규정 등의 적용을 받았고, 일정한 시간에 이 사건 법인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하였으며, 휴가와 출장, 타임시트의 기재 및 사건 수임 등에 있어서도 내부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였다.

② 망인은 매일 근무 내용과 시간을 상세히 기재한 타임시트를 작성하여 통합 프로그램에 입력하였다. 이는 고객에 대한 보수 청구의 기초이면서 동시에 이 사건 법인이 변호사의 근무상황을 관리하고, 변호사의 업무능력과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였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그에 따라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았고, 근로소득세도 납부하였으며,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하였다.

③ 망인이 이 사건 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또한 망인은 제3자를 독자적으로 고용하거나 망인의 업무를 임의로 타인에게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 원고가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개개 사건의 업무수행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문적인 지적 활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변호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망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

 

라.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여부

1) 인정사실

가) 망인은 평소 흡연을 하지 않았고, 음주는 한 달에 한두 번(소주 서너 잔 정도) 정도 하였으며, 2017.3.경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비만(신장 ***cm, 체중 **kg), 혈압(***/**mmHg), 지질(총 콜레스테롤 ***mg/dl, LDL콜레스테롤 ***mg/dl)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정상B) 외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 망인은 2016년 입사한 이래 2018년경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으로서 이 사건 법인이 수임한 조세 관련 사건(조세소송, 조세심판, 세무조사 대응, 조세 관련 자문 등) 대부분에 관여하였다. 2018.1.부터 2020.5.까지 조세팀이 맡은 사건 수는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다) 피고가 인정하는 망인의 기간 별 근무시간은 다음과 같다. 이는 이 사건 법인이 관리하는 사무실 출입기록 자료에 기초하여, 망인의 사무실 최초 입실시간을 출근시간으로, 저녁 최종 입실시간을 퇴근시간으로 삼은 것이다.

○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 49시간 10분

○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47시간 45분

○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40시간 14분

라) 이 사건 상병 발생 무렵 망인이 수행한 주요 업무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

○ 2020.5.28. 망인이 직접 원고 측 담당변호사로서 변론하여 1심과 항소심에서는 승소했던 ********** 법인세경정거부처분취소 사건의 상고심(대법원 2018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되었다. 망인은 하급심에 계류 중인 동일 쟁점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도 담당변호사로 지정된 상태였다.

○ 망인은 850억 원 상당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9누*****) 변론이 2020.4.29. 종결되어 그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 무렵 고객이 다른 법무법인에 위 사건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해당 사건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

○ 망인은 D 사건의 항소심 종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위 사건은 취소를 구하는 세액이 50억 원이 넘었을 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에 부과된 100억 원이 넘는 종합부동산세 관련 사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리딩케이스로서, 이 사건 법인이 수임한 주요 조세 사건 중 하나였다.

마) 이에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생 이틀 전인 2020.6.*. 자정 무렵까지 D 사건의 최종 변론을 위한 준비 등의 업무를 한 뒤 퇴근하였고, 다음날인 2020.6.*. 06:00경 집에서 나와 광주광역시로 이동한 뒤 E 세무조사 관련 대응 회의, D 사건의 변론 준비 등의 업무를 하였다.

바) 망인은 2020.6.*. 16:00경 광주고등법원 법정에서 열린 D 사건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였고, 변론 종결을 앞두고 상대방 변호사와 최종적인 법정 공방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1.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와 이 법원의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장, 영남대학교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피고가 인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은 해당일 저녁 사무실에 최종 입실한 시간(사무실에 출입증을 찍고 들어간 시간)을 퇴근시간으로 삼은 것으로, 실제 근무시간을 제대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근무시간은 망인이 작성한 타임시트상 업무 수행시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며(타임시트는 변호사의 업무 수행능력과 능률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이를 잘못 기재할 경우 자칫 고객의 항의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 정확성이 상당히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법인은 오히려 망인의 실제 업무 수행시간이 타임시트 기재 시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원고는 망인의 사무실 최초 출입시간을 출근시간으로, 망인 운전원의 퇴근시간 및 경비일지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망인의 야간 재실시간, 타임시트상 업무 수행시간 등을 모두 반영하여 발병 전 주간 업무시간을 약 59시간으로,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약 56시간으로,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약 45시간으로 산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근무시간 산정방식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망인의 실제 근무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그 이전 12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더 많이 근무할 정도로 상당히 과로하였다.

② 또한 당시 망인은 당초 1, 2심에서 승소하였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로 파기되고,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둔 단계에서 중요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부정적인 상황을 연달아 겪었다. 위 사건들의 규모와 중요성 등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상황 역시 망인에게 큰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③ 위와 같은 상황에서 여러 고객사들의 관심이 쏠린 D 사건까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있었는바, 망인은 위 사건마저도 패소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마지막까지 승소를 위한 논리와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과로를 하고, 정신적으로도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 상병은 D 사건의 최종 변론 중에 급작스럽게 발생하였다. 당시 망인은 상대방 변호사의 변론에 대하여 반론하는 상황이었는바, 고도의 긴장과 흥분 상태에서 변론을 하면서 혈압이 급상승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④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뇌동맥류 파열과 그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망인은 과도한 업무로 신체적인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고, 부정적인 사건들의 연속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반면 망인의 평소 혈압 및 지질 수치, 체중 등 건강지표는 정상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망인에게 기존에 뇌동맥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동맥류를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파열에 이르게 하였고,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법원 감정의들(신경과, 직업환경의학과)은 감정서를 통해 ‘망인이 재판에서 변론할 당시 특별한 감정적인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돌발적인 상황이 없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망인은 숙련된 변호사로서 높은 스트레스 저항성을 가졌을 것이므로, 망인이 겪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혈압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의견은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나 그 직전에 특별히 긴장이나 흥분을 야기할 만한 돌발적인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망인이 법조인으로서 오래 근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상당한 저항력과 대처 능력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토대로 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망인이 처했던 상황이나 업무 특성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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