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5.2. 선고 2022구단60182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2구단60182 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3.21.
• 판결선고 / 2024.05.02.
<주 문>
1. 피고가 2022.3.8.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생)는 1970.**.*.부터 2001.*.**.까지 약 31년간 B노동조합 C 제*연락소 소속으로 선박하역작업에 종사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0.5.26. D이비인후과에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이 사건 상병이 선박하역작업 등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인해 발병하였다는 취지로 2021.12.27. 피고에게 장해급여 청구를 하였다.
다. 그러나 피고는 2022.3.8. “업무관련 전문조사 의뢰 결과 하역작업 업무의 소음수준은 75~76데시벨 정도이므로, 원고는 소음성 난청 인정 기준에 따른 소음 노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호증, 을 제3, 4, 5,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31년간 선박하역작업에 종사하면서 작업에 사용되는 크레인 등 장비 소음, 하역 대상 화물의 낙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피고는 2018년경 C에서의 소음 노출 조사를 토대로 원고의 소음 노출 수준이 75~76데시벨이라고 파악하였으나, 위 조사는 원고가 퇴직한 때로부터 17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조사이므로, 근무 당시 원고의 작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건설중장비로부터 발생하는 장비 소음에 관한 논문 등에 따르면 원고는 하역작업 과정에서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근무 당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소음 노출 조사를 토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한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재해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해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1.26. 선고 98두10103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 3] 제7호 차.목은 소음성 난청에 관하여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으로, 1)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2)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의 요건을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규정하면서,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은 법리와 법령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5, 6, 13 내지 16호증, 을 제11, 12,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결과, 이 법원의 위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해 발병하였거나 적어도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원고가 근무하였던 C에서의 2018.10.24.자 소음 노출 수준 조사 결과 소음 측정치의 최대값이 76데시벨로, 앞서 언급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 3]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음성난청의 인정 요건인 ‘85데시벨 이상의 소음 노출될 것’을 상당한 정도로 하회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조사는 원고가 퇴직한 2001.9.12.로부터 17년이 경과한 후 이루어진 것이고, 그 사이 작업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관련 규제들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고려할 때, 위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원고가 근무하였을 당시의 소음 수준 역시 그와 같았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나) 원고가 수행하였던 선박하역작업은 버킷(bucket)으로 선내의 화물을 담아 육상의 호퍼 등으로 하차하고 이를 컨테이너 벨트나 차량에 실어 운반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육상 크레인, 언로더, 굴삭기, 로더 등 각종 건설 중장비를 활용하여야 한다. 한국항만물류협회에서 2012.10. 발간한 항만하역요람에 따르면, 원고가 근무한 C에는 위와 같은 하역 작업을 위해 2011년도 기준 육상이동식 크레인 5대(299톤), 굴삭기 10대(226톤), 쉽로더 7대(4,100톤/시간), 언로더 4대(1,950톤/시간), 불도져 9대(155톤), 로더류 12대, 리클레이머 3대(2,100톤/시간) 등 각종 중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과거에도 이와 같은 장비들로 선박하역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F 기계공학부 교수 G가 1997년 대한기계학회지에 게재한 ‘H’에 의하면, 위 건설 중장비 중 굴삭기, 불도져, 로더 등에 대한 외부소음 허용 기준치 자체는 1996.12.경까지 최소 106dBA였고, 1996.12. 20부터 원고가 퇴직한 직후인 2011.12.29.까지 최소 96dBA였다. 뿐만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12.12.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주요 건설기계의 소음기준은 출력에 따라 굴삭기의 경우 최소 98~105dBA, 로더의 경우 최소 103~105dBA로 나타났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선박하역작업 도중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전 피고의 의뢰에 따라 I대학교 병원에서 특별진찰을 받았고, 그 의무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0년경부터 양측 청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1990년 당시 원고(19**년생)의 나이는 **세가량이었고, 그때까지 선박하역작업에 이미 20년 가까이 종사하였던 상황이었으며, 그 무렵 원고가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최초 증상 자각 시기 역시 원고가 근무 과정에서 상당한 소음에 노출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라) 원고에 대한 특별진찰을 실시하였던 I대학교 병원 소속 의사는 “이학적 검사상 원고의 양측 고막은 정상 상태이다. 그리고 반복 시행한 순음청력검사상 청력역치가 우측 59, 56, 57데시벨, 좌측 60, 60, 60데시벨이고 골도청력도 이와 유사하여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소견이 보인다.”고 하였고, 피고 산하 경인지역본부 자문의사도 “소음노출 기간 및 정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나, 원고는 감각신경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이 혼합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J 역시 “위 I대학교 병원에서 실시한 청력검사 결과는 신빙성이 있고, 원고의 소음 노출력에 대해서는 조사에 관여한 바 없어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으나 위 검사의 수치로만 판단할 경우 원고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부합한다. 그리고 원고는 무조건 양 귀에 보청기를 사용하여야 할 정도로 청력이 매우 좋지 않은 편으로, 노화에 따른 연령 보정을 하더라도 과거 노출된 소음의 영향이 원고의 현재 상태에 유의미하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이 원고의 상태에 관한 전문의들의 의학적 소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 법원으로서는 위 의학적 소견들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 사건에서 달리 위 소견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은 없다.
마) 한편 원고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따르면 원고가 2011.5.26.경부터 2015.4.3.경 사이에 외이도염, 만성화농성중이염, 메니에르병 등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진찰 의사는 원고의 양측 고막 상태가 정상이라고 하였고, 피고의 자문의 또한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아가 이 법원 감정의 역시 “기록상 원고의 고막은 정상이고,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메니에르병의 경우 초기에 저음 저하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원고의 상태와 메니에르병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바) 결국 피고가 주된 처분 사유로 내세웠던 사정은 원고의 근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원고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반면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은 고려할 수 없거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연령 대비 심각한 청력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로 인해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