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3.8.30. 선고 2022누45731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6-3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45731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B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5.13. 선고 2021구합66319 판결
• 변론종결 / 2023.06.21.
• 판결선고 / 2023.08.30.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4.20.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라 한다)은 2015.10.27. 설립되어 상시 약 4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자동차 정비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0.7.13. 참가인에 입사하여 자동차 도장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0.11.20.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이 2020.10.27. 원고를 부당해고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D로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1.20.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이에 원고는 2021.2.23. 중앙노동위원회에 C로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4.20. 초심과 동일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8,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0.10.26. 월차계를 제출하였을 뿐 참가인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사직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원고가 2020.10.29. 국민신문고에 게시한 글의 내용도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해고당하였다는 것이다. 위 국민신문고에 기재된 고용보험 상실 신고 및 이직확인서 처리요청은 2020.10.24. 및 같은 달 26. 발생한 일련의 상황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해고당하였다고 판단하여 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에 따른 실업급여를 수령하기 위한 절차 진행을 위하여 기재한 것이다. 이처럼 원고가 참가인에 사직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는데도, 참가인은 2020.11.4. 일방적으로 2020.10.27.자로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하였다. 이는 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2020.7.13. 참가인에 입사하여 자동차 도장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의 근로계약서 중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2) 원고는 2020.10.24. 및 같은 달 26. 참가인의 자동차 도장부 팀장 E과 다투게 되었는데(아래 대화 내용 참조), 2020.10.26. 08:30경 E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직후 참가인의 공장장인 F을 찾아가 E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E을 신고하겠다고 하였으나, F이 이를 만류하였다. E은 원고를 모욕하였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었다. <아래 생략>
3) 원고는 F과의 위 대화 직후인 2020.10.26. 09:20경 월차계를 제출한 후 퇴근하였는데, 위 월차계의 기간 란에는 시작하는 날짜로 2020.10.26.만 적혀있을 뿐 종기는 적혀있지 않고, 사유란에는 ‘E 팀장 폭행·모욕죄·협박죄 경찰신고, 노동부 신고’가 기재되어 있다.
4) 원고는 2020.10.29. 국민신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B 도장부 E 팀장에게 폭행을 당하였고 강제 해고당하였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민원을 신청하였다. <아래 생략>
5) F은 원고가 출근하지 않자 2020.11.2. 원고에게 사내 공용 일반 전화와 업무용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및 전화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6) 참가인의 4대보험 업무 등을 대행하는 노무법인의 직원 G은 2020.11.2.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원고와 관련된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가 안 되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 사실을 전달받은 F은 2020.11.3. 원고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자 같은 날 14:23경 원고에게 “통화가 안 되서요. 전화 부탁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고, 다시 같은 날 15:18경 참가인 대표이사 명의로 “귀하께서는 2020.10.26.(월요일) 출근 후 회사에서 다른 직원과 다툼이 생겨 09:20경 퇴근한 이후 수차례 연락을 하였으나 지금까지 출근하지 않던 중,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보험 자격상실신고 요청이 들어 왔는바, 2020.10.26.부로 개인사정으로 퇴사처리함을 알려드립니다. 2020.11.3.”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7) 참가인은 2020.11.4. 원고가 ‘2020.10.27.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를 한 것으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다.
8) 참가인은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로부터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에 관한 소명을 요청받자, 2020.11.13. ‘원고가 일방적인 근무지 이탈로 사직서를 제출한 바 없다, 원고가 국민신문고로 참가인이 퇴직처리를 안 해준다고 신고를 하여 노무사를 통해 연락을 받고 퇴직처리를 하였다’는 취지의 문답서를 작성하였다.
9) 원고는 2020.11.20.경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으로부터 2020.10.27. 부당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14, 15, 20, 22호증, 을 제1, 3, 4, 6, 11 내지 19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원고의 사직 또는 근로계약 합의해지 의사표시의 존재 여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11 내지 13, 17 내지 19, 23, 32 내지 36호증,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참가인에게 사직하겠다거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2020.11.4.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여 퇴직처리를 하였는바, 이는 결국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참가인이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에 제출한 문답서(을 제17호증)에서 자인한 바와 같이, 원고가 2020.10.26. 월차계를 제출한 후 출근하지 아니한 사실만 인정될 뿐 참가인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가 자진 퇴사하고자 하는 경우 1개월 전에 통보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퇴직 전 1개월분의 급여를 법정 최저임금으로 지급받기로 되어 있는데(제7조제2항), 만일 원고가 스스로 퇴사하고자 하였다면 경제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리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② 피고와 참가인이 들고 있는 2020.10.26.부터 원고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것이 ‘무단결근’에 해당하여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원하였다거나 그에 준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가 국민신문고에 신청한 민원(갑 제22호증)을 보더라도, 우선 제목부터 ‘강제해고 당하였다’는 것이고, 본문 또한 ‘계속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당하였고 E 팀장의 폭행으로 현재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다’는 것이지 퇴사하고자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원고가 위 민원으로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서의 처리를 요청한 것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비자발적 퇴사를 전제로 한 실업급여의 수령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 것으로 보일 뿐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원하는 의사표시로 해석되지 않는다.
④ 나아가 원고가 2020.10.24., 같은 달 26. 자신이 속한 도장부의 팀장인 E과 나눈 대화 내용에다가 원고가 2020.10.26. 공장장 F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월차계를 제출하고 퇴근한 후, 실제로 E의 모욕행위 등과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사법기관에 형사고소한 점, 국민신문고에 2020.10.29. 신청한 민원은 그 맥락상 참가인으로부터 강제 해고당하였으니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서를 처리해달라는 내용인 점, 원고가 2020.11.17.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에 보낸 이메일(갑 제35호증) 역시 ‘참가인이 단한 통의 연락도 없이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원고를 퇴사 처리하였다’는 취지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참가인에 사직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⑤ 참가인은 피고 심문회의 과정에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을 전달받기 전 원고에게 퇴사의사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갑 제2호증),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원고의 국민신문고 민원을 전달받은 노무법인의 G도 ‘참가인 측으로부터 원고가 퇴사했다고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 원고가 계속 무단결근하고 있다고만 들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다(을 제14호증, 을나 제1호증). 그리고 참가인이 G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 역시 원고의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지 참가인이 퇴직처리를 해주지 않아 민원을 제기하였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도 원고가 사직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2020.11.2.경 G으로부터 원고가 국민신문고에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에 관한 민원 접수를 하였다는 것을 전달받자마자, 이를 기화로 원고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2020.11.3.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이용하여 개인사정으로 퇴사 처리하였다고 통보하고 2020.11.4.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는바,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통보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해고의 효력 유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이 2020.11.3.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는 사정 이외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홍성욱(재판장) 황의동 위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