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4.25. 선고 2022구합66873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2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6687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1. A ~ 4. D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학교법인 E

• 변론종결 / 2024.03.28.

• 판결선고 / 2024.04.25.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4.6.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22부해***, *** 병합 학교법인 E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초·중등 및 고등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대학교, G고등학교 등의 사립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들은 참가인이 운영하는 F대학교에서 청소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이다.

 

나. 원고 A(1952.**.**.생)는 2017.2.1. 참가인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청소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18.2.1., 2019.3.1. 촉탁직 근로계약을 각 갱신하였고, 원고 B(1960.*.**.생)는 2017.9.18., 원고 C(1959.*.**.생)는 2016.5.1., 원고 D(1960.*.**.생)는 2017.7.1. 참가인에 청소근로자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20.2.29. 각 그 정년이 도래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20.1~2월경 원고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기간 만료 또는 정년 도과를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통지를 하였고(이하 ‘종전 갱신거절’이라 한다), 원고들은 종전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며(충북지방노동위원회 2020부해***, 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 원고들과 참가인은 2020.6.24.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화해를 하였다(이하 아래 화해조항을 ‘관련사건 화해조항’이라 한다).

1. 이 사건 근로자들(원고들을 말한다)과 이 사건 사용자(참가인을 말한다)은 2020.7.1.부터 2021.6.30.까지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 이 사건 근로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이 사건 사용자는 촉탁직 관련 규정 제정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
3. 위 조건이 이행되면, 이 사건 당사자는 이 사건 근로계약 및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와 관련하여 향후 일체의 민·형사 및 행정상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다. 관련사건 화해조항에 따라 원고들은 2020.7.1. 참가인에 복직하면서 2020.7.9. 참가인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2020.7.1.부터 2021.6.30.까지로 하는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21.5.28. 원고들에게 2021.6.30. 촉탁직 근로계약이 만료됨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이라 한다).

 

마. 원고들은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11.23. 원고들에게 계약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원고 A에 대한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하여 원고 A의 구제신청은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구제신청은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바. 원고 A와 참가인은 위 초심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4.6. 원고들에게 계약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참가인의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 원고 A의 재심신청을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위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참가인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참가인은 이 사건 소가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8.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다.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신청 절차에서 작성된 화해조서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가지는바(노동위원회법 제16조의3 제5항), 관련사건 화해조항이 “1. 원고들과 참가인은 2020.7.1.부터 2021.6.30.까지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 원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참가인은 촉탁직 관련 규정 제정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 3. 위 조건이 이행되면, 원고들과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와 관련하여 향후 일체의 민·형사 및 행정상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들과 참가인이 계약기간을 2020.7.1.부터 2021.6.30.까지로 하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F대학교 지부와 참가인이 2020.7.22.경부터 2020.8.11.경까지 6차례에 걸쳐 촉탁직 근로자의 정년에 관하여 협의를 하였으나, 정년 연령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논의가 중단된 사실은 갑 제16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

 

라.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관련사건 화해조항은 참가인이 원고들에게 한 종전 갱신거절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위 화해조항 3항의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는 종전 갱신거절 통지로 인한 근로계약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한 점, ② 원고들은 관련사건에서 원고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있고 참가인에게는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을 주장하다가 우선 참가인과 사이에 1년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참가인이 촉탁직 근로자의 정년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는 내용으로 화해하였던 점, ③ 위 화해에 의해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이 복직한 이후 원고 C의 참여 하에 위 노동조합과 참가인 간 촉탁직 근로자의 정년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관련사건 화해조항 3항을 종전 갱신거절 뿐만 아니라 향후 참가인의 근로계약 종료에 관한 모든 의사표시에 대해서까지 원고들의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련사건 화해조항으로써 이 사건 갱신거절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참가인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정년 후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갱신거절이 정당하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F대학교 규정 등

가) F대학교 직원인사규정 제32조제1항제1호는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고, 원고들은 F대학교 직원인사규정 제3조에 따른 ‘임시직원’에 해당한다.

나) F대학교 임시직원규정 제6조제2항은 “임시직원의 임용 또는 계약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매회계년도 말을 초과하지 못하며 재임용 또는 재계약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는 임시직원의 정년은 총장이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총장이 청소근로자의 정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고, 촉탁직 근로계약의 경우에도 일반직원의 정년 규정에 준하여 60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었다.

2) 종전 재계약 관행

가) 참가인이 2011.6.경부터 시행한 ‘계약직원 근무성적 평가 세부계획’은 재계약 대상인 촉탁직 근로자에 대한 평가항목 및 배점으로 담당업무의 달성도(20점), 성실성(20점), 노력도(15점), 신속성(15점), 추진력(10점), 팀워크(10점), 고객·수혜자지향(10점)을 두고 있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평가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아래 생략>

나) 참가인이 2016.경까지 촉탁직 근로자와 사이에 작성한 양식의 계약직(촉탁직) 근로계약서 제10조제2항은 ‘재계약’이라는 제목 하에 “재계약요건을 충족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재계약을 체결하며 재계약요건 미충족시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계약이 해지된다.”고 하면서 위 세부계획의 평가항목 및 배점, 평가방법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후 촉탁직 근로계약서 제10조제2항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종료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 해당업무 근로자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내용이 변경되었으나, 평가를 통한 재계약이 가능함은 계속 규정하고 있었으며, 촉탁직 근로계약서 제12조제5항은 ‘계약의 해지’에 관하여 “제10조(재계약) 조건 평가점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2019.3.1. 체결된 원고 A와의 근로계약서(갑 제4호증) 참조].

다) 참가인은 2020.2. 전까지 정년퇴직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거나 촉탁직 근로계약기간 만료자와 계약을 갱신하여 왔는데, 원고들에 대한 종전 갱신거절이 참가인이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거나 정년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을 거절한 첫 사례였다.

3) 원고들의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및 이 사건 갱신거절 경위

가) 앞서 본 것처럼 관련사건 화해조항에 따라 원고들과 참가인은 2020.7.1.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근로계약서 제10조제2항은 재계약 대신 ‘만료통보’라는 제목 하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종료된다.”고만 하여 기존의 평가를 통하여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단서 조항은 삭제되었고, 재계약 조건 평가점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12조제5항 역시 삭제되었다.

나) 참가인의 인사총무팀장 K와 사무처장 J는 2021.5.경 아래와 같이 원고들의 근무성적을 각각 1차 평가, 2·3차 평가하여 점수를 부여하였다. <아래 생략>

다) 참가인은 2021.5.28.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제4조(계약기간) 및 제10조(만료통보)에 의해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해지를 통보한다며 이 사건 갱신거절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21 내지 25, 29, 45, 49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원고들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다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사업장 내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및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더하여 해당 직무에서의 연령에 따른 업무수행능력 및 작업능률의 저하 정도와 위험성 증대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의 사정까지 아울러 참작하여 근로계약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3.6.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4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가) F대학교 임시직원규정 제6조제2항은 “임시직원의 임용 또는 계약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매회계년도 말을 초과하지 못하며 재임용 또는 재계약 할 수 있다.”라는 재계약 조항을 두고 있다. 참가인이 2016.경까지 사용하던 계약직(촉탁직) 근로계약서는 재계약을 위한 평가방법 및 평가조건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었고, 이후 2019.경까지 사용된 근로계약서도 근로자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참가인은 2011.6.경부터 촉탁직 근로자의 재계약과 관련한 근무성적 평가항목, 평가 방법 등의 기준을 정해 두고 있었다.

나) 원고 A는 2017.2.1. 참가인과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로 2회 근로계약을 갱신한 바 있고, 다른 청소근로자인 H(H는 원고들과 동일하게 2021.6.30. 자 갱신거절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역시 참가인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정년이 도래하자 그 후로 2회에 걸쳐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계속 청소업무를 수행하였으며, 또 다른 청소근로자인 I도 정년 후 6회에 걸쳐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이처럼 참가인은 2020. 1~2월경 원고들에 대하여 종전 갱신거절을 하기 전까지는 청소근로자의 정년이 도래하더라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거나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오던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원고들이 2023.11.24. 자 첫 번째 준비서면 10~12쪽에서 정년 후 촉탁직 재고용이나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사례들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참가인은 특별히 다투고 있지도 않다).

다) 원고들이 수행하는 청소 업무는 참가인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로 그 업무량이 감소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라)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는 종전 계약의 제10조제2항, 제12조제5항 등 재계약과 관련된 문언이 삭제되었음을 근거로 원고들의 갱신기대권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➀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근로계약은 관련사건 화해조항에 따라 원고들과 참가인이 촉탁직 근로자의 정년 등의 규정 마련에 관한 협의를 한다는 전제 하에 체결된 것이고, 실제로 그에 관한 협의가 몇 차례 진행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오히려 원고들이 향후 계약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진다고 볼 만한 사정인 점, ② 참가인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1.4.14. 선고 2009두3354 판결은 최종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종 근로계약 당시 더 이상의 재계약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한 사안인데, 이 사건의 경우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원고들에게 더 이상의 재계약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어(오히려 이후 촉탁직 근로자의 정년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 사안을 달리하는 점, ③ 참가인 스스로도 위 재계약 문언을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갱신거절을 위해 종전과 같은 항목과 방법으로 근무성적 평가를 시행한 점, ④ 다른 청소근로자 오세도의 경우 원고들과 동일하게 재계약 관련 문언을 근로계약서에서 삭제하였음에도 2021.9.1. 촉탁직 근로자로 재계약을 체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문언이 삭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이유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고, 이때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근로자에게 이러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갱신을 거절한 경우,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 갱신 제도의 실제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위 대법원 2018두62492 판결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15, 26, 32 내지 38, 40, 47호증,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먼저 참가인은 이 사건 갱신거절의 이유로 원고들의 근무성적 평가가 75점 미만으로 재계약 기준 점수에 미달하였다는 점을 주장한다.

살피건대 참가인의 ‘계약직원 근무성적 평가 세부계획’은 해당 근로자에 대한 평가 결과 1차 평가자, 2차 평가자가 부여한 점수가 평균 75점 이상이어야 사무처장이 3차 평가를 실시하고, 3차 평가자 점수가 75점 이상이어야 재계약 임용 적합자라고 정하고 있는 사실, 참가인의 인사총무팀장과 사무처장이 원고들에 대한 1, 2·3차 평가를 실시한 결과 그 평균이 75점 미만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참가인의 근무성적 평가 항목은 그 평가요소의 기준이 추상적이고 일반적, 포괄적인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 요소가 청소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부적절하다거나 세부적인 지표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근무평가는 일부 정성적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참가인의 주장은 일응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어 위와 같은 ‘계약직원 근무성적 평가 세부계획’ 내용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근무평가에 정량적 평가가 가지는 한계성으로 인하여 다소 추상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평가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근거나 사실에 기반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 대한 근무성적 평가가 객관적인 근거 등에 기반하여 정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다.

① 원고들의 2·3차 평가자인 J는 I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평가항목 중 업무달성도 항목은 담당구역 청소를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를 보는 것이고, 추진력 항목은 달성을 했다 하더라도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가 아니라 그 때 그 때 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녹취서 4쪽)거나, “평가는 청소업무가 학생들에게 가장 민원이 많이 발생되는 부분이라 수시로 보고가 되며 전체적으로 순찰을 돌면서 해당 구역별로 상황을 수시로 파악한다.”(녹취서 6쪽)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면서도 J는 “1년치 평가는 하루를 정해서 한다.”(녹취서 5쪽)면서 “평가를 하는 데 근거가 되었던 자료나 메모는 없고, 총무팀장이 평가한 것을 참고해서 평가를 한다.”(녹취서 7쪽)고 진술하였고, 특히 I에 대한 근무성적 평가에 관하여 “I가 일하는 모습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녹취서 6쪽)거나 “I가 담당한 구역에 청소하는 분이 5명인데, I가 담당한 부분만 청소가 더럽다고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20만 평 되는 땅에 12,000명이 다니기 때문에 많이 더러워서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녹취서 9쪽)라고 진술하였다(갑 제45호증). 위와 같은 J의 증언에 미루어 볼 때 참가인이 원고들의 근무성적을 평가함에 있어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하여 각 평가항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참가인이 이 소송에서 원고들에 대한 평가요소의 근거자료로 제출한 것은 원고들의 근태내역 문서(갑 제26호증)가 유일하다. 이에 의하면, 원고 C의 경우 다른 원고들과 달리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 내 외출, 조퇴, 병가 등을 사용한 사실이 없다(다만 다른 원고들도 참가인의 결재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외출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참가인은 원고 C에게 근무성적 평가항목 중 ‘성실성’ 항목(참가인은 이를 ‘지각·조퇴·결근 등 조직운영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맡은 업무 및 조직의 발전에 헌신적인 자세를 갖는다.’고 정의하고 있다)에서 1차 16점, 2·3차 15점을 부여하여 다른 원고들과 거의 같다고 평가하였는데, 참가인은 위와 같은 원고 C에 대한 성실성 점수 부여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③ 참가인은 I에 대한 근무성적 1차 평가를 2021.7.21.에, 2차 평가는 그 전날인 2021.7.20.에 각 시행하였다고 기재해 두기도 하였는바, 이처럼 평가서류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 또한 원고들을 포함한 청소근로자들에 대한 평가가 적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케 하는 사정이다.

나) 다음으로 참가인은 이 사건 갱신거절의 이유로 경영상 어려움을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J는 앞서 본 사건에서 “F대학교가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되었고, 신입생 정원이 400명이 줄었으며, 현재 고용하고 있는 청소원은 21명이다. 일반직, 기술직, 관리운영직은 최근 5년 동안 30명 정도 줄었는데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일반직, 기술직, 관리운영직 직원은 전체적으로 많이 줄었으나 청소원은 적게 줄었다. 대학교의 인건비는 교비회계에서만 지출이 가능하므로 대학교의 적립금 수준만을 근거로 대학교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녹취서 10, 11, 13쪽)고 하여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청소근로자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갱신거절 이후인 2023.4.을 기준으로, F대학교는 용역업체에 청소업무를 위탁함과 동시에 직고용을 하면서, 총 24명의 용역업체 청소근로자와 19명의 직고용 청소근로자가 F대학교의 청소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F대학교는 2021년 1, 2분기에는 25명의 청소근로자를 고용하다가 이 사건 갱신거절 당시 8명을 해고하여 17명의 청소근로자들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2023년 기준 현재 직고용 청소근로자의 인원이 2021년 당시의 근로자 수보다 많다는 점에서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원고들과의 계약갱신을 거절하였다는 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2021년도 기준 F대학교의 교비회계 내역에 의하면, 수익 합계가 123,404,076,665원이고, 운영비용이 131,787,217,092원으로 그 비용이 수입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나, 전체 인건비(보수) 55,735,368,611원 중 청소근로자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아 원고들에 대한 갱신거절이 F대학교의 재정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마지막으로 참가인은 원고들이 고령인 점을 들어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분리수거, 걸레질, 쓰레기통 비우기 등과 같은 청소업무는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육체노동을 수반하는 것이기는 하나, 위와 같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청소 업무의 특성상 특정 연령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업무수행능력이 저하되었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미 계약갱신기대권이 발생한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각 개별 근로자의 건강상태로 인해 업무수행능력이 저하되거나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J는 앞서 본 사건에서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면서부터는 저희가 촉탁계약직을 임용함에 있어서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나이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이 사고발생 빈도가 높은 통계가 있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녹취서 10쪽)면서 “학교 측에서 I의 건강상태가 어떠한지 여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녹취서 11쪽)고 하여 청소근로자의 구체적인 건강상태는 알지 못하나, 고령인 점을 갱신거절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참가인 역시 노동위원회에서 ‘연령과 업무수행능력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고, 이 소송에 이르러서도 ‘연령에 따른 업무능력과 효율성을 함께 고려하였다.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신속성과 능률면에서 연령과 무관하지 않다.’고 추상적으로 주장할 뿐, 원고들이 고령으로 인해 업무수행능력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특별한 주장·증명을 하고 있지 않은 점, ③ 참가인은 F대학교와 청소업무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이 67세인데 원고 A의 경우 그보다 2년 이상 더 근무하였으므로 위 원고에 대한 갱신거절이 정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용역업체의 피용자인 근로자의 정년을 들어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한 갱신거절의 사유로 삼을 수는 없으며, 다른 한편 앞서 본 근태내역 문서에 의하면 원고 A는 2020.7.1.부터 2021.6.30. 사이 병가 등을 사용한 적도 없는 점, ④ 한편 참가인은 원고 D의 경우 의족 착용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갱신거절의 이유로 삼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위 원고가 의족 착용을 이유로 청소 업무수행능력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은 이를 노동위원회에서는 전혀 주장하지 않다가 이 소송에 이르러서야 처음 주장하고 있는바, 참가인이 이 사건 갱신거절 당시 원고 D의 의족 착용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참가인은 원고들의 건강상태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지 않고, 연령 등으로 인한 청소업무 수행능력이 저하되었는지 여부를 깊게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들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마. 소결

원고들에게는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참가인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들에 대한 계약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5.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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