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4.2.8. 선고 2020가합115409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115409 임금및퇴직금 청구의 소

• 원 고 / 별지 1 원고목록 기재와 같다.

• 피 고 / 주식회사 ○○은행

• 변론종결 / 2023.09.21.

• 판결선고 / 2024.02.08.

 

<주 문>

1. 피고는,

가. 별지 2 청구금액 표 원고번호 1 내지 121번란 기재 각 원고, 124번, 134번란 기재 각 원고에게, 각 위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이에 대하여 위 표 퇴직일자란 기재 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나. 위 표 중 원고번호 122번, 123번, 125 내지 132번 기재 각 원고에게, 각 위 표 해당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그 중 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20.11.4.부터, 50,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2022.12.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다. 위 표 중 원고번호 133번, 135번 기재 각 원고에게 각 위 표 해당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이에 대하여 2020.11.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은행법이 규정하는 은행업무 등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여온 근로자들로 원고들 중 별지 2 청구금액표 퇴직일자란에 퇴직일자가 기재되어 있는 원고들은 각 퇴직일자란에 기재된 날짜에 퇴직한 자이고, 원고들 중 별지 2 청구금액표 퇴직일자란에 퇴직일자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원고들은 현재 피고에 재직 중인 자이다.

 

나. 임금피크제의 도입

피고는 2007.12.18.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제6조(직원의 구분) 조항은 “직원은 일반직원, 전문직원 및 특정직원으로 구분한다”(이하 ‘종전 직원구분 규정’이라 한다)와 같이, 제48조(정년면직) 제2항은 ‘직원의 정년은 58세로 한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특정 직원에 한하여 정년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이하 ‘종전 정년규정’이라 한다)’고 정하였다(시행일자는 2008.1.1., 갑 제2호증).

한편 피고는 2007.12.2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은행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사이에 ‘① 직원의 정년은 58세로 하며, 정년이 도달한 달의 말일에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본다. ②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정년은 60세로 연장하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노사가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단체협약에 관한 보충협약’을 체결하였으며(갑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보충협약’이라 한다), 2008.1.1.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제정하여(갑 제3호증), 임금피크제(이하 ‘1차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실시하였다. <표 생략>

 

다. 임금피크제의 변경 등

1) 피고는 2015.5.12.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피크직원의 담당 직무를 내부통제책임자 및 후선센터 지원업무 등에서 마케팅 직무 및 일반 직무로 일괄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금피크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였다(갑 제6호증, 이하 ‘이 사건 개선 합의서’ 혹은 ‘이 사건 개선 합의’라 한다).

2) 피고는 2015.7.14. 인사규정 제6조의 종전 직원구분 규정을 “직원은 일반직원 및 전문직원으로 구분한다‘(이하 ’개정 직원구분 규정‘이라 한다)과 같이 개정하였다. 또 그 무렵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하고, ‘인사운영지침’(갑 제19호증)과 ‘보수·퇴직급여운영지침’(을 제19호증의 1) 등에 기존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에서 정하였던 임금피크제에 관한 세부 규정들을 추가하면서 피고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변경하였다(이하 2015.7.14. 이후 위와 같이 개정 직원구분 규정, 개정 변경된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하여 개정된 인사운영지침과 보수·퇴직급여운영지침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이, 1차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에서 규정하였던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 적용시기, 보수 및 퇴직급여 지급의 상세규정을 대부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2조제1호의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은 아래 인사운영지침 제3조에서 보는 것처럼, ‘정년을 연장하여’라는 문구가 빠진 채로 규정되었다(이하 피고의 2015.7.14. 개정된 인사운영지침 제3조의 용어 정의 규정을 ‘변경된 정의 규정’이라 한다). 또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3조제1항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을 “임금피크제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와 같이 규정하였지만, 개정된 아래 인사운영지침 제13조제1항은 “임금피크제 적용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와 같이 변경하였다. <다음 생략>

3) 피고는 2016.1.1. 인사규정 제48조(정년면직) 제2항을 개정하여 ‘직원의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정하였다(이하 ‘개정 정년규정’이라 한다).

 

라. 관련사건의 경과

피고의 일부 직원들은 1차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2017.1.1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17가합504034호로 ‘피고의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 진입 직전의 연봉을 100으로 볼 때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는 55세부터 58세까지 3년 동안 일하며 합계 300의 임금을 받았는데, 임금피크제 시행 후로는 55세부터 60세까지 5년 동안 일하여 합계 250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서, 근로기간은 2년이나 늘어나는데도 총 임금은 줄어드는 것이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등의 변경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감액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피고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동의한 이상 취업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전체 근로자에 효력이 있으며, 피고 근로자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요구에 따라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상호 협의하여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정한 임금조정률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은 정년이 늘어난 2년 동안 이전과 동일하게 자녀 학자금, 의료비, 경조비 지원 등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 피고의 임금피크제가 희망퇴직을 유도하여 실질적으로 정년을 단축시키는 제도라도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위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을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10. 선고 2017가합504034 판결, 을 제1호증, 이하 ‘관련 선행 판결’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 갑 제6호증, 갑 제19호증, 을 제1호증, 을 제19호증의 1 내지 2, 을 제20호증의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가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하고, 인사운영지침, 보수·퇴직급여운영지침 등을 개정하여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을 규율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근로자들의 임금, 고용 등 기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위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들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년유지형인데,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임금 삭감의 불이익이 대단히 크며, 그 불이익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수월한 업무 수행 등 업무의 경감을 통한 대상조치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을 금지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다.

3) 위 1), 2)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감액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지급하였을 임금, 퇴직금상당액과 실제로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의 1차 보충협약에 따라 실행된 1차 임금피크제의 내용에, 이 사건 개선합의에 따른 일부 변경내용(개정 직원구분 규정)과, 고령자고용법 시행으로 인한 개정 정년규정이 더해진, 1차 임금피크제와 근본적으로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다.

2) 기존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의 제3조제1항제1호는 직원이 만 55세에 도달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 보충협약이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이 당초의 58세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경우에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거나, 임금피크제가 관련 법령에 의하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것을 규정한 것도 아니므로, 변경된 정의 규정에 의해 원고들 혹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60세 미만의 정년이 60세로 간주되는 규정은, 이미 정년이 60세로 규정된 피고의 취업규칙과는 무관한 것이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 관련 취업규칙 중 변경된 정의 규정의 경우, 그 개정 내용 부분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기득권이나 이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이를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1차 임금피크제와 근본적으로 같은 제도이고, 관련 선행 판결에서 이미 적법한 제도로 확인되었으며,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의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도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입 취지와 내용도 합리적이어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이 예정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서 같은 법 제4조의4가 정한 연령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피고의 경우 2008년경부터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이 사건 보충협약을 통해 1차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해 왔고, 관련 선행 판결에서 그 효력이 인정되었음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후 피고가 기존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하고, 인사규정, 인사운영지침의 일부 조항 및 보수퇴직급여규정을 일부 개정, 개편하여 1차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일부 변경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사실 또한 위 기초사실에서 보았다.

원고들은, 피고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하고, 인사규정, 인사운영지침의 일부 조항 및 보수퇴직급여규정을 개정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원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였던 1차 임금피크제와는 달리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변경하였고, 이는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임에도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과정의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은 이미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거나, 불리한 근로조건의 변경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다툰다.

이러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경과 및 당사자들의 주장에 비추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이 사건 청구의 당부는,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해 인사규정을 개정하고, 종전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한 후 임금피크제 관련 세부규정을 인사운영지침과 보수퇴직급여규정 일부에 옮겨 개정하고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을 변경한 것 등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 자체는 고령자고용법이 예정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으로서 고용상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와 같이 개정, 개편된 피고의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시행중이기 때문에, 개정, 개편된 피고의 취업규칙이 무효라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법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차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2)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 따른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4.10.14. 선고 94다253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3.5.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판결).

3)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의 담당 업무와 불이익 변경 여부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경우,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폐지 및 개정 직원구분 규정, 일부 개정된 인사운영지침 규정으로 인해,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의 근로를 제공해야 하므로, 이 부분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의 종전 직원구분 규정이 일반 직원, 전문 직원, 특정 직원으로 직열을 구분하고, 종전 정년규정이 직원의 정년을 58세로 하되,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특정 직원에 한하여 정년을 별도로 정하고 있었는데, 개정 직원구분 규정에 따라 피고의 직원은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일반 직원과 전문 직원으로 구분되고,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은 2015.7.14.경 폐지된 사실 등은 기초사실에 보았다.

여기에 1차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피고의 근로자 중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특정 직원의 경우, 일반 직원이나 전문 직원에 비해 경감된 업무를 담당했던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 점을 더하여 보면, 일응 개정 직원구분 규정, 즉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특정 직원으로 분류되던 직원의 업무가 아닌, 일반 직원으로 분류되어 원칙적으로 일반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도록 취업규칙이 개정된 것은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가 2015.5.12.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담당 직무를 마케팅 직무 및 일반 직무로 일괄 전환하기로 하는 이 사건 개선합의를 한 사실 또한 기초사실에서 보았다. 이 사건 개선합의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의 직무를 내부통제책임자 및 후선센터 지원업무 등과 같은 특정 업무에서 마케팅 및 일반직무로 일괄 전환하도록 한 합의이다. 또 갑 제6호증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개선합의는,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특정 직원의 호칭을 폐지하고, 피고의 인사관리에서 인력 운영 또한 일반 직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정원, 배치, 이동 등을 실시하기로 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두루 고려해보면, 설령 이 부분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개선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의 변경과 불이익한 변경 여부

1차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제정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2조제1항은 임금피크제를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하는 제도’라고 정의하였으나, 2015.7.14.경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이 폐지되었고, 변경된 정의 규정인 2015.7.14. 개정된 인사운영지침 제3조는 ‘임금피크제라 함은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와 같이 규정하였음은 기초사실에 보았다.

위와 같은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의 변경은, 적어도 피고의 개정 정년규정이 시행된 2016.1.1.부터는 정년연장형이던 1차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변경하였고, 이는 원고들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이를 변경하였고, 달리 원고들과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부분 취업규칙의 변경은 무효이고, 이를 근거로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폐지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2조제1호의 임금피크제는,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하는 제도’(이하 ‘종전 정의 규정’이라 한다)라고 규정한 반면, 변경된 정의 규정은 임금피크제를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하는 제도’라고 규정한다. 위 각 정의 규정은 임금피크제의 실시를 ‘정년연장’를 전제로 하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다. 정년이 연장될 것을 전제로 실시하는 임금피크제에 비하여, 정년 연장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연령이 되면 실시되는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더 불리한 근로조건에 해당함은 그 개념이나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분명하다.

② 피고는, 종전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3조제1항제1호는, 직원이 만 55세에 도달한 경우에 원칙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위 운영지침이 임금피크제 적용의 조건으로 58세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이 사건 보충협약 및 피고의 종전 정년규정,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2조, 제3조제1항, 제2항의 각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노동조합이 1차 임금피크제 실시에 동의하고 피고가 이를 실시한 것은 기존 58세이던 피고의 정년을,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경우 60세로 연장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③ 피고는 또, 1차 임금피크제가 이 사건 보충협약 등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 유효, 적법하게 실시된 이상 이후 2016.1.1.부터 고령자고용법의 60세 정년 간주규정의 시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개정 정년규정은 고령자고용법의 정년간주규정을 반영한 것이 불과하므로) 유효, 적법하게 시행되던 임금피크제의 효력이 부인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1차 임금피크제와 달리 변경된 것은, 피고가 2015.7.14.경 변경된 정의 규정과 같이 임금피크제의 정의를 변경하였고, 그에 맞추어 정년 규정을 개정하였기 때문이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60세 정년 간주규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피고의 개정 정년규정이 그 내용이나, 시행 시점에 비추어 고령자고용법 60세 정년 간주규정의 취지에 따라 개정된 것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가 2015.7.14.경 변경된 정의 규정과 같이 임금피크제 정의를 변경하고, 개정 정년규정에서는 종전 정년규정과 달리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정년을 따로 정하지 않고, 고령자고용법 60세 정년 간주규정의 취지만 받아들여, ‘직원의 정년은 60세로 한다’와 같이 규정함으로써, 피고가 시행하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이 아닌, ‘정년유지형’임이 명백해졌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는 위 법의 60세 정년 간주규정은 이미 2013.5.22. 개정으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제2항에 추가된 조문으로, 그 시행시점이 2016.1.1.이었을 뿐이다. 이미 1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오던 피고는, 위 60세 정년 간주규정의 시행을 앞두고 피고의 종전 정의 규정(임금피크제라 함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하향하여 조정하는 제도라 한다)을 2015.7.14.경 변경된 정의 규정과 같이 바꾸고, 이어 종전 정년규정과 달리 개정 정년규정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의 정년을 따로 정하지 않음으로써, 피고가 시행하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완성한 것이다. 종전 정의 규정이 그대로 존치되었다면 60세 정년 간주규정의 시행으로 인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유예하거나 적용받지 않던 근로자들이 정년연장요청하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거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종전 정년규정도, 이 사건 개선합의 및 60세 정년 간주규정 취지만 반영하려면, ‘정년 58세’를 ‘정년 60세’로 변경하고,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3조제1항의 ‘일반 직원’을 인사운영지침 제13조제1항에서 ‘직원’으로 변경한 것처럼, “특정 직원”을 “직원”으로만 변경해도 무방했겠지만, 개정 정년규정은 ‘정년 58세’를 ‘정년 60세’로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경우 정년을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 부분을 모두 삭제하였다. 이 또한 종전 정년규정이 존치되었다면, 58세 부분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60세 정년 간주규정으로 60세로 변경되어, 종전 정의규정과 함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정년을 적어도 60세 이상으로 연장해야할 근거규정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④ 피고는 또, 이와 같이 임금피크제 개념을 변경하는, 변경된 정의 규정과 같은 취업규칙 변경만으로는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피고에 재직하는 근로자의 정년은 1차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이미 58세에서 60세로 변경되었고, 2016.1.1.부터 시행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60세 정년간주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개정 정년규정은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에 따라 피고에 재직하는 근로자의 정년을 일괄하여 60세로 연장,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변경된 정의 규정이 직접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조항의 적용 혹은 존재로 결국 종전에 보호되던 근로자의 기득한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게 한다면, 이를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앞서 본 1차 임금피크제 및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각 적용범위 규정을 살펴보면,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3조 2항, 인사운영지침 제13조제2항과 같은 임금피크제 적용유예규정으로 인해 피고의 모든 근로자가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하고 있었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할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경우, 변경된 정의 규정이 없었더라면, 고령자고용법의 60세 정년 간주규정 시행으로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변경되었을 때 피고에 대하여, 정년을 60세 이후의 시점으로 연장할 것을 전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도록 요청하고, 그와 같은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었다. 임금피크제 개념에 관한 종전 정의 규정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하고 있었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할 자격을 갖춘 근로자들이 위와 같이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었다.

또 1차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아 그 적용시점부터 정년이 60세로 변경된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변경된 정의 규정이 없었더라면, 적어도 고령자고용법의 60세 정년 간주규정 시행시점에 이르러서는 피고에 대하여, 1차 임금피크제가 종전 정의 규정과 같이 ‘정년의 연장’을 전제로 도입된 것임을 주장하여, 정년 연장을 요청하거나 최소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보다는 유리한 조건의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도록 협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에 따라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이란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리킨다(대법원 2022.4.14. 선고 2021다280781 판결)는 법리에 비추어, 근로조건의 변경으로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의 박탈이 있었는지 여부는 종전 취업규칙의 보호영역과 변경된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을 비교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사안을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살펴보면, 변경된 정의 규정의 내용이 그 자체로 근로자의 기득한 권리나 이익을 구체적으로 박탈하였는지 불분명할 수 있지만, 그 적용과정, 특히 개정 정년규정과 함께 근로조건이 되었을 때, 이로 인하여 변경전 취업규칙인 종전 정의 규정이 보호하던, 임금피크제 적용의 전제가 되는 정년 연장이라는 근로조건을 박탈하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변경된 정의 규정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의 미지급 임금, 퇴지금 지급의무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2015.7.14.경 변경된 정의 규정 이후 적어도 60세 정년 간주규정이 시행되거나 개정 정년규정이 시행된 2016.1.1.부터는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임에도 이 사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는 각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지급하였을 수준의 임금 및 퇴직금, 그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 갑 제7 내지 3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각 원고별 피고의 미지급 임금, 퇴직금 등 해당 금액은 별지 2 표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상세 계산 내역은 별지3 각 표 기재와 같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위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 부점장 업무를 담당했던 원고들의 경우 만약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부점장 직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므로 그 급여는 그 직무등급은 ‘부서장’의 직무등급인 GP1을 기준으로 산출되어야 한다거나, 부점장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통근비 또는 자가운전비 수당이 지급되지 않음을 이유로 그 금액 상당의 임금 산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 부점장 업무를 담당했던 원고들의 경우 만약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부점장 직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고, 위에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보수·퇴직급여규정은 제9조에서 은행의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경우 통근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사실이 인정될 뿐, 달리 부점장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통근비 또는 자가운전비 수당이 지급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별지2 청구금액 표 원고 번호 1항 내지 121항 기재 각 원고, 124번 항 기재 원고, 134번 항 기재 원고에게는 위 표 각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37조제1항에 따라 위 표 퇴직일자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위 표 중 원고 번호 122번, 123번, 125 내지 132번 기재 각 원고에게는 위 표 각 해당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그 중 5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송달일 다음날인 2020.11.4.부터, 50,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2022.12.21.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가 송달된 2022.12.22.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위 표 중 원고 번호 133번, 135번 기재 각 원고에게는 각 해당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송달일 다음날인 2020.11.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

 

판사 이진화(재판장) 장천수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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