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임금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각 지급되었을 임금과 이미 지급된 임금의 차액, 퇴직금 감소액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 2024.1.18. 선고 2022나1674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인천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인천)2022나16749 임금
• 원고, 항소인 /
• 피고, 피항소인 / 인천○○공사
• 제1심판결 / 인천지방법원 2022.12.1. 선고 2020가합62951 판결
• 변론종결 / 2023.11.16.
• 판결선고 / 2024.01.18.
<주 문>
1. 제1심판결의 원고들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표 중 각 해당 ‘청구액’란 기재 돈 및 이에 대하여(다만 그 중 원고 조○○는 16,490,366원, 원고 조△△은 16,230,947원에 한하여) 2020.10.9.부터, 원고 조○○의 나머지 14,950원, 원고 조△△의 나머지 9,328원에 대하여는 2023.11.15.부터 각 2024.1.18.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표 중 각 해당 ‘청구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제1심판결 중 제1심 공동원고 박○○에 대한 부분은 위 제1심 공동원고 박○○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분리·확정되었다. 한편 당심에서 원고 조○○, 조△△은 청구취지를 각 확장(원고 조○○는 14,950원, 조△△은 9,328원)하였고, 원고 조◇◇, 이○○은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제5쪽 표를 아래 표로 교체한다. <표 생략>
○ 제1심판결문 제6쪽 글상자 안 마지막 행의 아래에 다음 내용을 추가한다.
제25조(퇴직금)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퇴직금 지급 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임금피크제 적용 전 퇴직금은 중간정산하며, 이후 임금 감액률 변경 시 중간정산한다. 2. 임금피크제 적용 전 퇴직연금 확정급여형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퇴직연금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한다. |
○ 제1심판결문 제6쪽 [인정 근거]란의 “을 제1 내지 3, 7호증”을 “을 제1 내지 3,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으로 고쳐 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시행에 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근로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로지 피고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던 ‘인천○○공사 노동조합’의 대표자였던 조합장 김○○ 한 명만의 동의만이 있었을 뿐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2)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5.9.25.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해당 근로계약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은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위 근로계약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취업규칙보다 원고들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하여 원고들이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에 대하여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인 2015.9.25. 자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위 근로계약에 있어서 ‘임금은 취업규칙(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등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는데(을 제4호증의 1 내지 22 각 근로계약서 2항, 3항 참조), 이를 위 근로계약 체결 이후 개정, 시행된 취업규칙과 연동하여 근로조건도 변경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엄격해석 원칙에 위배된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를 차별하여 강행규정인 헌법 제11조제1항,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5.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제2호를 위반하였다. 또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이후 원고들과 같은 보직(소장, 처장, 센터장, 팀장, 근무책임자 등)을 같은 기간 수행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보직자들은 임금을 삭감당하지 아니하였으나 원고들은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을 삭감당하여 부당한 차별을 받게 되었는데, 이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을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4)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되었을 임금과 이미 지급된 임금의 차액 및 미지급 퇴직금에 해당하는 별지 1표 중 각 해당 ‘청구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하여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부터 적법한 동의를 받았으므로(을 제3호증의 1, 2) 그에 관하여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은 2015.9.25. 피고와 각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은 취업규칙(보수 및 복리후생규정) 등에 따르기로’ 정하였으므로 위 개별 근로계약이 개정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내용의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개정된 취업규칙이 원고들에게도 적용된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면서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므로 그 도입 목적이 타당하고,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도 그리 크지 않으며, 피고는 대상 근로자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퇴직금 중간정산,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전환 및 공로연수 제도를 실시하는 등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를 마련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하여 절감한 예산을 실제로 청년층 고용·유지에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노사합의가 절차적 동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1)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인바,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을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전체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인 ‘정원 내 전 직원’ 과반수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으로서 피고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인천○○공사 노동조합의 교섭대표자 조합장 김○○과 사이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2015.9.13.자 및 2015.11.13.자 각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를 한 사실(원고들의 2023.11.13.자 준비서면 제2쪽, 피고의 2023.8.11.자 및 2023.9.7.자 각 석명사항에 대한 답변)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노사합의를 함에 있어 노동조합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법 제33조제1항의 취지에 위반되는 점(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김○○이 소속 노동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노사합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거나 이 사건 노사합의 이후 노사합의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이 사건 노사합의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노사합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절차적 동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는지 여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고(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원고들 역시 위 법리를 근거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고 원고들에게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법리는 개별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인 임금 산정방법이나 금액에 관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살피건대, 갑 제1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들이 2015.9.25.경 피고와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피고의 보수규정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구체적인 임금 및 보수액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정함이 없는 바, 이를 두고 원고들이 피고와 별도로 임금을 정하는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피고와 개별 근로계약에 의하여 피고의 보수규정 등에서 정한 바와 달리 구체적인 임금 산정방법이나 금액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고, 위와 같이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미지급 임금 지급의무의 발생)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임금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 16, 20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각 지급되었을 임금과 이미 지급된 임금의 차액, 퇴직금 감소액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3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피고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이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년연장형’이나 근로자의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년보장형’도 포함되어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통하여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용 안정,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지방공기업에 대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고(갑 제2호증),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위와 같은 권고에 따라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 점[을 제7호증 제3쪽(전자소송기록뷰어상 쪽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 자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하여 절감한 예산 중 일부를 청년층 고용·유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보장형으로서, 그 도입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정년이 연장되지 않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비해 근로조건의 불이익의 정도가 크므로, 그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까지는 정년까지 근무하기 곤란하여 고용 안정의 필요성이 있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여 비로소 고용이 안정되었다’는 등 실질적으로 정년보장의 혜택이 주어졌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후하여 원고들은 종전 업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시간이 단축되거나 원고들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 낮게 설정되는 등 근로내용에 변동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는 만 57 내지 60세의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특별히 떨어진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피고의 직무 성격에 비추어 특별히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는 등으로 원고들과 같은 특정 연령 이상의 근로자 집단에만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별도의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고용불안 해소라는 목적에는 별로 기여한 바 없고, 원고들에게 오직 연령을 이유로 일률적인 임금 감액의 불이익만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해 정년(만 60세) 도래 3년 전부터 성과와 상관없이 1년차 7%, 2년차 12%, 3년차 20%에 해당하는 급여가 삭감되는 불이익만을 받게 되었는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수의 지방공기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보수의 삭감 정도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라) 피고는 2018.12.27.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노사합의를 통하여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제도 운영 변경사항을 안내받았음(갑 제12, 16호증)에도 그러한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퇴직연금 대상자를 기존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였으며 공로연수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지급받을 퇴직금 총액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위 퇴직금 중간정산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로의 전환 조치는 원고들의 퇴직금 손실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근로자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을 줄여주는 최소한의 조치에 해당할 뿐 원고들이 입게 된 임금 감액의 불이익을 완화하거나 임금 삭감을 정당화할 만한 충분한 대상 조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피고가 마련한 공로연수 제도는,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가 정년퇴직일 직전 6개월 또는 1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급여 중 80%를 지급받으면서[공로연수 기간 중 보수도 공사 보수 및 복리후생 규정 제54조(임금감액)가 적용된다. 공로연수 운영내규 제7조제2항] 퇴직 후 사회 적응에 도움이 되는 민간연수기관, 특수대학원, 직업 전문학교 및 학원 등에서 여행, 휴식 등 과정을 포함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인바, 공로연수제도는 정년퇴직예정자의 사회 적응능력 배양과 자긍심 고취 등을 목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을 제5호증), 임금 삭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마지막 1년 내지 6개월 기간에 집중되는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가 공로연수 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퇴직하는 경우에는 공로연수를 받지 못하여 그 전에 삭감된 임금에 대한 보전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실제로 원고 조◇◇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갑 제20호증). 다만 원고들은 퇴직 전 마지막 년차에 공로연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임금피크제 3년차 임금 삭감분에 대한 청구는 하지 않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수의 지방공기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원고들의 임금 삭감을 정당화할 만한 대상 조치가 충분히 실시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앞서 살펴 본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및 대상 조치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비록 노동조합 대표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게 될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다만 원고들의 남녀고용평등법위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는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원고들과 동일 직급,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의 차이로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지급 받은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한 주장인바, 그들도 향후 적용 연령에 도달하였을 때 원고들과 동일하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라.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감소액 지급의무의 범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되었을 임금과 이미 지급된 임금의 차액 및 퇴직금 감소액이 별지1 표 중 각 해당 ‘청구액’란 기재와 같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표 중 각 해당 ‘청구액’란 기재 돈 및 그 중 원고 조○○에 대하여 14,950원, 원고 조△△에 대하여 9,328원을 각 제외한 돈(따라서 원고 조○○는 16,490,366원, 원고 조△△은 16,230,947원이 된다)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20.10.9.부터, 원고 조○○의 나머지 14,950원, 원고 조△△의 나머지 9,328원에 대하여는 2023.11.1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23.11.15.부터 각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4.1.18.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원고들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그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유진(재판장) 최은경 심웅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