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9.27. 선고 2023도10284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3도10284 통신비밀보호법위반

• 피고인 / A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7.13. 선고 2023노1373 판결

• 판결선고 / 2023.09.27.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의 성립,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민유숙(주심) 이동원 권영준

 


 

【서울고등법원 2023.7.13. 선고 2023노1373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3노1373 통신비밀보호법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피고인

• 검 사 / 석동현(기소), 김기준(공판)

•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3.4.20. 선고 2022고합329 판결

• 판결선고 / 2023.07.13.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이루어졌고, 피고인은 가청거리 내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위 대화를 자연스럽게 듣다가 이를 녹음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항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다.

② 설령 D과 E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D의 부패행위를 적발·신고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녹음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법리를 설시한 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항에서 정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①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E이 D에게 준 선물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 및 D이 위 선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 대화 중 D은 딸의 생활 습관이나 결혼 의사 등 자신 또는 가족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 내용에 비추어, 위 대화는 D과 E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된다.

②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시청 C 사무실)가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실 내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민원창구가 있는 부분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를 넘어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이 실제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에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가 ‘일반 공중’에 공개된 장소였다고 할 수는 없다. ③ D은 수사기관에서 ‘위 대화가 이루어진 ○○시청 C 사무실은 각 직원들의 자리가 얼굴까지 오는 칸막이로 서로 분리되어 있었고, 대화 내용도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기 때문에, 자신의 대화를 누가 엿듣거나 녹음을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달리 D과 E이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사무실 내 다른 직원들이나 민원 업무를 보는 민원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공개하려 하였다거나, 자신들의 대화가 제3자에 의하여 녹음되어도 무방하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④ 앞서 살펴본 대화의 내용, 대화 당사자의 수,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의 성격이나 출입의 통제 정도,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일반 공중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피고인과의 관계에서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즉 D과 E 사이의 대화는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고, 위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인 피고인이 타인 간의 대화인 위 대화를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하여 D과 E의 동의 없이 핸드폰으로 녹음한 사실은 명확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는 E이 D에게 차(茶)와 보온병을 선물하면서 나눈 것으로 사적인 내용에 해당한다. E과 D은 우연히 같은 공간의 근접거리에 있는 피고인이 위 대화를 그 청력에 의하여 청취하는 것을 넘어, 핸드폰과 같은 기계적 장치 등을 이용하여 이를 녹음하는 것을 용인하였다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인 ○○시청 C 사무공간은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을 뿐이므로 대화자들의 근처에 앉아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대화의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위 사무공간은 민원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더라도 거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위 대화의 내용, 성질 및 대화 당사자들의 의도 등에 비추어 D과 E 사이의 대화의 성격이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대화의 비공개성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정당행위 관련 법리를 설시한 후,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공개되지 아니한 D과 E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D의 비위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글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녹음 동기 및 경위,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D에 대한 반감이 누적되고 있었던 정황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직장 상사인 D에게 서운함, 불만 또는 앙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평소에 품고 있던 상태에서, D을 해하려는 의도로 당시 공익적 필요성이 그다지 요청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법을 무릅쓰고 위 대화 녹음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② 피고인의 이 사건 녹음행위가 정당행위에서 요구하는 법익 균형성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객관적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 피고인이 녹음에 착수할 무렵 D이 E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차 및 보온병’으로서 그 품목 자체가 공무원이 통상적으로 불법성을 띠고 수수하는 금품이나 향응이라고 보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점, ㉡ 위 대화에서 언급된 보온병의 가격도 24,000원 전후로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수수가 금지되는 수준의 물건이라 보기 어려운 점, ㉢ 달리 위 대화에 E이 교부한 선물이 D의 직무와 간접적으로라도 관련되어 있음을 추단케 할 만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공무원이 현재 비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매우 막연한 의심에만 기초하여, 그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공익적 목적 또는 의도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부여한 개인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이라는 사익 및 통신비밀의 일반적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한편 D과 E 사이의 대화 및 E의 선물 교부가 다른 공무원들도 업무를 보고 있는 시청 사무실 내부에서 이루어진 점, E의 방문 사실이나 물품 수수 사실 등은 다른 방식이나 경로로도 확인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의 긴급성·보충성을 갖추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다음의 이유를 더해 보면, 피고인의 판시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가 법령에 의한 행위라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공무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청렴 의무를 부담하고 이에 위반 시 징계처분을 받아야 하므로, 피고인은 D이 청렴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보고 이를 녹음한 것으로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녹음한 D과 E 사이의 대화 내용과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보면, D이 직무에 관하여 E으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려움에도(E은 D이 사적으로 활동하는 동호회의 회원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막연한 추측 등에 기해 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② 피고인은, E이 D에게 선물한 차(茶)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100만 원을 초과하는 고가의 금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보았듯이 피고인이 위 대화를 녹음할 당시 그렇게 믿을 만한 별다른 사정이 없었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등을 살펴보아도 위 차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달리 피고인의 위 녹음 행위가,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부여한 개인의 사생활과 대화의 비밀이라는 사익 및 통신비밀의 일반적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월하거나 이와 대등한 보호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3.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인 점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녹음 파일을 유포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가청거리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함부로 녹음하여 그 대화 참여자들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그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이 대화 참여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여러 정상을 두루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양형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과정에 현출되었거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할 때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이 법원에서 달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범죄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형(재판장) 이재찬 남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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