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은 불이익한 변경임에도 그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과 실제 수령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대구지방법원 2023.4.27. 선고 2021가합205418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205418 임금

• 원 고 / 1. A ~ 5. E

• 피 고 / 대구F농업협동조합

• 변론종결 / 2023.03.23.

• 판결선고 / 2023.04.27.

 

<주 문>

1. 피고는,

가. 원고 A에게 64,136,229원 및 이에 대하여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원고 B에게 65,169,284원 및 이에 대하여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다. 원고 C에게 60,351,696원 및 이에 대하여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라. 원고 D에게 54,426,395원 및 이에 대하여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마. 원고 E에게 24,000,502원 및 이에 대하여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 자금, 자재 및 정보 등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확대 및 유통원활화 등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과수업을 경영하는 조합원을 조합구성원으로 하여 활동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고, 원고들의 퇴직일자, 퇴직 당시 직급과 호봉 등은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표 생략>

다. 피고는 2013.5.22.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에 따라 2016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고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2015년 8월경 피고의 활동을 지도·감독하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농·축협 직원 정년연장 도입 지도계획에 관한 공문을 받았다.

라. 피고는 위와 같이 2016년부터 의무화된 60세 이상의 정년 도입 및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에 대비하기 위하여 2015.10.26. 2015년도 제1차 노사협의회 및 2015.11.6. 2015년도 제2차 노사협의회를 통하여 임금피크제 연차별 지급률 등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2015년도 제2차 노사협의회 당시 사측과 노측 위원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에 대하여 별도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현재 직무로 인사운용 관리하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마. 2015년도 제2차 노사협의회가 개최된 날 피고의 이사회는 노사협의회 협의결과를 바탕으로 임금피크제 연차별 지급률 및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지급할 명예퇴직수당 기준 등을 의결하여 직원급여규정, 인사규정 등 관련 취업규칙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 주요한 내용은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표 생략>

바. 피고는 2016.7.21. 농협중앙회로부터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신설 및 그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지도를 받았고, 농협중앙회 등의 임금피크제 운영 사례를 참작하여 2016.8.22. 2016년도 제3차 노사협의회 협의 및 2016.8.26.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금피크제 및 명예퇴직제도에 관한 직원급여규정, 인사규정 등 관련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라 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내용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임금피크직 직원에 대한 연령별 지급률을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급여를 기준으로 57세 65%, 58세 60%, 59세 50%, 60세 50%로 하되, 부칙 제2조에 경과규정을 두어 해당 규정 시행일인 2016.9.1.에 이미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일을 도과한 직원은 시행일 이후부터 정년퇴직일까지 연령별 지급률을 57세 70%, 58세 65%, 59세 60%, 60세 55%(2015.11.6. 개정된 직원급여규정과 동일한 연령별 지급률이다)로 하고, 임금피크직 직원의 직급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직급을 유지할 수 있되, 직무수행능력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직무를 부여할 수 있으며, 임금피크직 직원의 후생복지는 임금피크제 적용 전 직군 및 직급을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사.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부칙 제2조의 임금피크제 연령별 지급률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았고, 퇴직할 당시까지 별도의 직무를 부여받지 않은 채 종전의 직급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4, 5, 7 내지 13, 16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1)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았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은 무효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 제정되기 전의 규정인 2015.11.6. 개정된 직원급여규정 운영규정(이하 ‘변경 후 직원급여규정’이라 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과 변경 후 직원급여규정을 합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라 한다)도 마찬가지로 무효이므로, 원고들에게는 2015.11.6. 개정되기 전의 직원급여규정(이하, ‘변경 전 직원급여규정’이라 한다)이 적용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8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원고 E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정당하게 산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나, 피고는 공고 및 설명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회의방식을 통해 집단적 동의를 표시한 것도 아니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관한 근로기준법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합리적 이유 없이 오로지 연령만을 이유로 일정기간 급여를 감축하여 고령자를 차별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반하는 것이므로 무효이다.

2)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지 않으므로 원고들에게는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나. 피고

1) 피고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사업장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에 관하여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였고 개별 사무소장으로 하여금 직원회의 등을 통해 이를 설명한 후 동의여부에 관한 절차를 진행할 것을 안내하였으며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를 시행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및 국가 정책에 맞추어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서, 다른 금융기관의 임금피크제의 내용과 비교하더라도 근로자의 불이익이 적고, 정년연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임금총액과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수령하는 임금지급률을 비교해 보더라도 불합리하지 않으며, 청년일자리 창출 등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으로서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가 아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무효인지 여부(적극)

1)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인지(적극)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4.10.14. 선고 94다25322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그 종합 판단의 결과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하여 근로자 상호간에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취급하여 종전의 급여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필요로 한다(대법원 1997.8.26. 선고 96다1726 판결, 대법원 2022.3.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임금과 관련된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변경 후 직원급여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피고의 근로자는 정년퇴직 전 4년의 기간 동안 받을 임금이 개정 전에 비해 순차적으로 감소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은 그 명칭에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기존 취업규칙 중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근로자의 임금에 관한 부분을 불리하게 개정한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피고의 근로자 중 부칙 경과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경우 장차 연령별로 지급받게 될 임금이 기존 취업규칙에 따른 그것보다 더 감축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인바, 변경 후 직원급여규칙의 개정 및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한편, 변경 후 직원급여규정의 개정과 동시에 인사규정의 개정으로 근로자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됨으로써 임금피크제 적용 전의 임금총액(57세, 58세 임금 합계 200%) 대비 적용 후의 임금총액(57세 내지 60세 임금 합계 250%)이 일부 증액되기는 하였으나, (ⅰ) 정년에 관한 규정과 임금에 관한 규정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ⅱ) 근로자의 정년이 연장된 것은 고령자고용법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기 때문이고 피고의 취업규칙 개정으로 인해 비로소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이익을 향유하게 된 것이 아닌 점, (ⅲ)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적용될 경우 기존 정년 시기 이전 기간(57세, 58세) 임금의 감액이 수반되는 점, (ⅳ) 근로자들은 기존 정년 대비 2년간 동일한 직무로 더 근로를 하더라도 증가된 임금총액은 50%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임금총액 일부 증액이라는 사정은 변경 후 직원급여규칙의 개정 및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인정하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2)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소극)

가) 관련법리

(1)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2)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이해와 협조를 통하여 노사공동의 이익을 증진함으로써 산업평화를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노동조합과 그 제도의 취지가 다르므로 비록 회사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그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들을 선출함에 있어 그들에게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동의를 할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 근로자위원들이 퇴직금규정의 개정에 동의를 함에 있어서 사전에 그들이 대표하는 각 부서별로 근로자들의 의견을 집약 및 취합하여 그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하여 동의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면, 근로자위원들의 동의를 얻은 것을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것과 동일시할 수 없다(대법원 1994.6.24. 선고 92다28556 판결 참조).

(3)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정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7.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앞서 거시한 증거 및 을 제16, 20, 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 조합장은 2015.12.21. 피고 소속의 영업점, 경제사업장 등 개별 사무소를 상대로 2015년도 제2차 노사협의회 협의 및 이사회 의결에 따라 변경된 취업규칙(변경 후 직원급여규정이 포함됨)의 개정사유, 주요개정 내용을 안내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각 사무소장의 직원교육 및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동의서 작성 및 제출(제출기한 : 2015.12.30.)에 관한 공문(이하 ‘2015.12.21.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이라 한다)을 발송하였고, 해당 공문에는 변경된 취업규칙 제규정 및 동의서 양식이 첨부되었다.

(2) 피고 조합장의 2015.12.21.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에 따라, 피고의 개별 사무소는 2015.12.21.부터 2015.12.31.까지 각 사무소 별로 피고의 조합장이 발송한 양식에 의해 동의서를 작성하여 피고 조합장에게 제출하였고, 피고의 직원 총 379명 중 265명(원고 B, C, D, E 포함)이 동의서에 자필로 서명하거나 도장을 날인하는 방식으로 동의의사를 표시하였다.

(3) 피고 조합장은 2016.8.26. 피고 소속의 개별 사무소를 상대로 2016년도 제3차 노사협의회 협의 및 이사회 의결에 따라 변경된 취업규칙(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 포함됨)의 개정사유, 개정대상, 주요개정 내용을 안내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각 사무소장의 직원교육 및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동의서 작성 및 제출(제출기일 : 2016.9.1.)에 관한 공문(이하 ‘2016.8.26.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이라 한다)을 발송하였다.

(4) 피고 조합장의 2016.8.26.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에 따라, 피고의 개별 사무소는 2016년 8월 하순경 각 사무소 별로 피고의 조합장이 발송한 양식에 따라 동의서를 작성하여 피고 조합장에게 제출하였고, 피고의 직원 총 392명 중 268명(원고 A, B 포함)이 자필로 서명하거나 도장을 날인하는 방식으로 동의의사를 표시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1) 피고에게 노동조합이 없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유효하기 위에서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ⅰ) 근로자들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주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에 의한 피고의 공고·설명 절차가 있었을 것, (ⅱ) 근로자들이 회의 등 집단적인 논의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하였을 것, (ⅲ) 근로자들의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 요구된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① 내지 ④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있어서 사용자인 피고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①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근로자들의 회합을 통한 의견 교환 및 취합의 과정은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는 단순히 근로자의 개별 의사의 산술적 집합이 과반수에 이르는 것과 구별된다. 따라서 업무의 특성,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散在)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나 그러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

을 제14, 1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변경 후 직원급여규정 개정과 관련하여 피고가 전체 근로자 379명을 35개의 개별 사업장별 단위로 분리하여 동의의사를 취합하였고 그중 265명이 동의하였다는 것은 확인된다. 그러나 위 내용만으로는 개별 사업장별로 실제로 근로자가 회합하였는지 알 수 없고, 개별 사업장의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11명 정도(= 379명 ÷ 35개 개별 사업장)에 불과하여 이는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 의사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 단위로 보기 어려움에도 일정 단위의 근로자들이 회합하여 의견을 교환하였다거나 이에 준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전혀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은 을 제19, 2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확인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② 피고는 2015.12.21.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을 발송하면서 2015.12.30.까지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여 회신할 것을, 2016.8.26.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을 발송하면서 2016.9.1.까지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여 회신할 것을 각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회신까지 부여한 위 기간은 산재한 개별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회합하여 의견을 교환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점, 2015.12.21.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 모두에게 부여된 의무규정이므로 사무소장이 변경된 취업규칙을 직원들에게 전달 교육을 통하여 전달하고 전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달라’고 기재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회의를 통한 찬반의견 집약을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2015.12.21.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에 대하여 회신된 동의서는 대부분 해당 공문 발송 다음 날에 제출된 점, 2016.8.26. 자 취업규칙 변경 공문은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직원회의를 통하여 전직원들의 동의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기재하고 있으나 실제 직원회의가 개최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 각 공문을 통해 직원교육, 직원회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한 것을 두고 전체 근로자들에 대한 집단적 의사 확인·형성의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실제 피고 근로자들 사이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관한 토론이나 의견교환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③ 집단적 동의의 방법으로서 동의서를 회람하여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서명하는 방식이 아예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피고가 마련한 동의서 양식은 개별 사무소의 직원 중 누가 동의하고, 누가 동의하지 않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 있어 개별 사무소의 사무소장이나 상위 직급자가 먼저 동의서에 서명하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회람시키는 경우 자칫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을 손쉽게 하고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을 저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를 통한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는지는 엄격하게 평가하여야 하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동의서 작성 과정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관한 회합을 통한 의견 교환 및 취합의 과정 등 적절한 집단의사의 형성이 수반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적법한 동의로 보기 어렵다.

④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그 도입과정에서 노사협의회에서 협의 및 의결을 거친 것이기는 하나, 피고의 근로자들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에 관하여 근로자들을 대신하여 동의할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볼 수 없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에 동의를 함에 있어서 사전에 그들이 대표하는 각 근로자들의 의견을 집약 및 취합하여 그들의 의사표시를 대리하여 동의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경우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은 핵심적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하여 불이익을 미치는 취업규칙의 변경이고 기본급, 자격급, 직책급이 연령별 지급률에 따라 감축될 뿐만 아니라 이에 연동된 성과급까지 감축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그 불이익의 정도도 결코 적지 않은 점, ② 단지 농협중앙회 등 다른 금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사례와 비교할 때 근로자의 불이익이 유사하거나 적은 수준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 변경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변경 전 직원급여규정이 적용된다(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보는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유효임을 전제로 원고들의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그 전제를 달리하여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임금피크제 지원금 공제

1) 관련법리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은 채권자 또는 피해자 등이 동일한 원인에 의하여 이익을 얻었고,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손익상계로써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3.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등 참조).

임금피크제 지원금의 관련된 법령은 아래 표의 기재와 같다. <표 생략>

2)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청구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이 지급받았을 임금과 실제 수령한 임금의 차액을 구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에 유사한 것인바 공평의 관념에 따른 손익상계의 원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고, 갑 제9 내지 13호증, 을 제21, 2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고용보험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신청하여 이에 따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등이 그 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 즉 ① 법정요건에 따라 지급되는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가리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의 도입으로 인해 원고들이 얻게 된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만약 손익상계를 허용한다면 사용자인 피고는 국가의 부담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결과가 되는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무효이고 원고들에게 변경 전 직원급여규정이 적용되는데 그렇다면 원고들은 당초부터 임금피크제 지원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던 것으로서 장차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용보험법 제35조제3항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잘못 지급된 임금피크제 지원금의 반환을 명하면 이를 반환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이 받은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에서 공제하지 아니함이 상당하다.

 

다. 피고가 원고들에 지급해야 할 임금의 범위

1)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아 왔는데,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구하는 기간인 2018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원고 E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과 실제 수령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금액은 별지 인용금액표의 ‘미지급 임금 합계’란 기재 각 해당 금액과 같다(원고들과 피고는 2018.5.31. 이후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각 급여항목별 금액에 관하여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

2)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인용금액표의 ‘미지급 임금 합계’란 기재 각 해당 금액 및 이에 대하여 임금 지급기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20.1.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제1항, 동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있어 이를 각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일(재판장) 이준영 김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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