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인 원고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를 비위행위로 한 징계해고가 부당하다고 다투며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업무지시 거부 이후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구제명령과 징계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그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의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쟁송경과와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업무지시 거부행위와 구제명령 취소 판결의 선고 시점의 선후 관계에 따른 업무지시 거부행위 당시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을 심리하여 징계의 정당성 판단에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3.6.15. 선고 2019두40260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9두4026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4.12. 선고 2018누69839 판결

• 판결선고 / 2023.06.1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2014.11.25. 자 징계처분과 전보발령

1) 원고는 2011.5.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생산팀에서 근무하다가 2013.4.1. 연구개발팀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는데, 2014.9.5. 상급자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그의 멱살을 잡고, 유리컵을 던져 상해를 가하였다.

2) 참가인은 2014.11.25. 위 비위행위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같은 날 원고를 총무팀 소속 경비실로 전보발령하였다. 경비실은 원고 외에는 용역회사 소속 경비원만 근무하고 책상, 컴퓨터, 전화기 등이 지원되지 않았으며, 원고는 방문안내, 시설순찰, 민방위업무, 조경관리 등의 업무지시를 받았다.

3) 원고는 2015.2.25.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15.4.27. 위 징계처분은 정당한 징계처분에 해당하나 위 전보발령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당징계에 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고, 부당전보에 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4) 원고와 참가인이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하여 위 초심판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2015.6.22. 원고를 다시 연구개발팀으로 복직시켰고, 같은 해 10.1. 연구개발팀의 명칭을 품질관리팀으로 변경하였다.

 

나. 2015.10.16. 자 징계처분과 이 사건 전보발령

1) 참가인은 2015.6.22.경부터 원고에게 3층에서 근무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3층 자리에 컴퓨터 등의 비품이 없어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지시에 따르지 않고 1층 공용탁상에서 대기하다가 같은 해 8.11.에서야 3층으로 이동하였다. 또한 원고는 교육 계획에 따라 주간 리포트를 제출하라는 품질관리팀 팀장의 지시에 응하지 않다가 수회에 걸쳐 재촉을 받자 비로소 참가인의 규정 등을 그대로 복사하여 제출하였다.

2) 참가인은 2015.10.16. 위 비위행위 등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2016.1.1. 자로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던 원고를 시스템관리팀으로 전보발령(이하 ‘이 사건 전보발령’이라 한다)하였다.

3) 원고는 2016.1.5.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16.3.3. 위 징계처분과 이 사건 전보발령이 모두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4) 원고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6.23. 이 사건 전보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부당전보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하였고, 징계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나머지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위 재심판정 중 구제명령을 포함한 부당전보 부분을 ‘이 사건 구제명령’이라 한다).

5) 참가인은 2016.7.29. 원고를 원직인 품질관리팀으로 복직시키는 대신 생산1팀으로 전보발령하였다. 원고가 원직인 품질관리팀으로 복직을 요구하면서 위 전보발령을 거부하자, 참가인은 원고를 계속해서 시스템관리팀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원고에게 시스템관리팀의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하였다.

6) 참가인은 이 사건 구제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2017.3.30. 이 사건 전보발령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원고도 위 재심판정 중 부당정직에 관한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2017.3.30. 위 징계처분은 적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위 각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7.6.29.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위 각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시스템관리팀 업무 지시 거부 등을 비위사실로 한 이 사건 해고

참가인은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2017.7.28. 자로 ‘① 2016.7.29.부터 2016.9.5.까지 시스템관리팀 팀장의 업무지시 거부(제1 징계사유), ② 2017.3.경 교육참석 지시 거부(제2 징계사유), ③ 2017.5.16.부터 2017.6.28.까지 시스템관리팀 팀장과 과장의 업무지시 거부(제3 징계사유), ④ 2016.9.경부터 2017.5.경까지 사이의 업무와 무관한 장시간 전화통화와 인터넷 검색 등의 근무태만(제4 징계사유)’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를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포함한다)은 직접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에 대하여 구제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킨다(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참조). 구제명령은 행정처분으로서 공정력이 있으므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때에는 구제명령이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고, 사용자의 재심 신청이나 행정소송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며(근로기준법 제32조), 노동위원회는 구제명령에 대한 재심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이행기한까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함으로써 그 이행을 강제한다(근로기준법 제33조제1항).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에 대한 즉각적인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해고나 부당전보 등이 있으면 근로자는 생계의 곤란이나 생활상의 큰 불이익을 겪게 되어 신속한 구제가 필요한 반면, 사용자는 분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나. 이러한 근로기준법의 규정들과 구제명령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제명령을 받은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하고 근로자가 그 지시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그 구제명령이 당연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그 업무지시 후 구제명령을 다투는 재심이나 행정소송에서 구제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 이를 취소하는 판정이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면, 업무지시 당시 구제명령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업무지시 거부 행위에 대한 징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이 때 그러한 징계가 정당한지는 앞서 본 구제명령 제도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그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의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쟁송경과와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이 사건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제4 징계사유는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가 아니라 업무 수행 중 근무태만 행위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4 징계사유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과 경험의 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제1 내지 3 징계사유는 시스템관리팀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교육에 참가하라는 참가인의 업무지시 및 업무상 필요에 의한 교육지시를 원고가 거부하였다는 것인데, 참가인은 원고를 원직인 품질관리팀으로 복직시키라는 내용의 이 사건 구제명령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구제명령에 반하는 위와 같은 지시를 하였다. 원고도 위 지시가 이 사건 구제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1 내지 3 징계사유의 업무지시 거부 행위 이후에 이 사건 구제명령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취소되어 그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하였으므로, 제1 내지 3 징계사유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별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의 구제명령을 둘러싼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이 사건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 구제명령을 신뢰하여 행동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 이 사건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있었던 제3 징계사유의 업무지시 거부 행위와 달리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있었던 업무지시 거부 행위들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사정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 내지 3 징계사유가 모두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제명령과 징계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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