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1.13. 선고 2020누5275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0누52759 해임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Q

• 피고, 피항소인 / 검찰총장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7.24. 선고 2019구합81896 판결

• 변론종결 / 2021.12.09.

• 판결선고 / 2022.01.13.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9.5.1.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5.5.25. 검찰서기보로 임용된 후, 2010.12.6. 검찰서기로, 2016.5.16. 검찰주사보로 승진한 검찰공무원이다. 원고는 R검찰청에서 근무하다가 2017.7.31. S검찰청으로 전보되어 2018.7.22.까지 총무과 재무팀에서 근무하였고, 2018.7.23.부터 2018.10.30.까지 총무과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였으며, 2018.10.31.부터는 형사부에서 공판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8.11.19. T검찰청으로 전보되었다.

나. S검찰청은 2018.10.23.경부터 원고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자체 감찰을 실시하였고, U검찰청은 2018.11.21.경부터 원고의 비위행위에 관한 감찰조사를 실시하였다.

다. T검찰청 검사장은 2019.3.28.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대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2019.4.18. 원고가 아래와 같은 사유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해임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9.5.1. 원고에게 해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1. 성희롱 등 품위유지의무 위반
원고는 2018.2. ~ 3.경 재무팀 회식자리에서 “요즘 A 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고 오는 것이다.”라고 성희롱 발언을 하고. 2018.8.경 여러 직원이 있던 사건과 사무실에서 “B 선배 옷 입은 것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다.”라고 말하여 피해자 B를 성희롱하였다.
이로써 원고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9. 중순경까지 사이에 [별지 1] 비위일람표 순번 1부터 13 기재와 갈이 모두 13회에 걸쳐 성희롱 등을 하여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2.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한 부당행위 등 품위유지의무 위반
계속하여 원고는 2018.6.11. 피해자 J의 당직 근무일에 술예 취한 채 술을 사 당직실로 온 다음, 치킨을 주문하여 당직실 테이블에서 술자리를 시작한 후 욕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바닥에 침을 뱉는 등으로 당직업무용 방해하였다.
이로써 원고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것을 비롯하여, 2018.6.11.경부터 2018.10.31.경까지 [별지 1] 비위일람표 순번 14부터 32 기재와 갈이 모두 19회에 걸쳐 후배 수사관 및 신규 사무원 등에게 선배, 인사담당자로서 술자리 참석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였다.
3. 공용물의 사적 사용 등 품위유지위반
또한 원고는 공용시설인 서귀포시 소재 검찰 전문화시설에 대한 공식적인 주말 행사가 2018.7.14. 종료되었음에도 2018.7.20.부터 2018.7.22까지 시설 관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출장을 신청한 다음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는 등으로 위 검찰 전문화시설을 사적으로 사용하여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하였다.

라. 원고는 2019.5.23. 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을 제기하였으나, 소청심사위원회는 2019.7.24. 원고의 소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절차적 하자

피고는 원고에 대한 감찰 조사 당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원고에 대한 중징계를 염두에 두고 편향적인 조사를 하였고, 그중에서 원고에게 유리한 조사내용은 배제하고 불리한 조사결과만을 추려내어 징계사유가 될 만한 사실관계로 과장·왜곡하여 구성하는 등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인 위법이 있다.

2)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처분사유의 원인이 되는 각 혐의사실은 피고 소속 감찰 담당관이 충분치 못한 감찰조사 결과에 기한 선입견이나 편향성을 갖고 구성한 것으로서, 당시 상황에 관하여 원고와 피해자들 간 대화 중 일부만을 부각시켜 정황을 과장·왜곡한 것이거나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만을 부각하거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피해자들의 진술이나 전언에 기초한 것이다. 더욱이 일부 피해자들은 탄원서를 통하여 감찰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거나, 자신들이 인식한 피해사실과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혐의사실이 일치하지 아니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더욱이 피고는 감찰조사 과정에서 징계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사건에 관하여 문답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수사보고 형식으로 기재하여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형사소송에서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유사한 증거가 징계혐의사실에 대한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3)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가) 원고는 R검찰청 및 인사담당 근무 시 과도한 업무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가 발병·악화되었고, 조증 시기에 이 사건 처분의 혐의사실에 해당하는 과격한 언행을 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피해자들은 원고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비위행위를 한 것을 알게 되자 원고를 용서하고 선처를 탄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에게도 원고의 상태를 간과하여 휴직, 보직변경, 업무경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나) 이 사건 혐의사실 중 33건 중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23건에 관하여는 징계 감경이 가능하므로, 일률적으로 감경이 불가능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원고가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공적을 고려하여 감경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원고가 비위행위와 관련하여 2018.11.19. T검찰청으로 전보되는 징계성 인사발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재차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이중처벌과 다름없는 과도한 징계권의 행사에 해당한다.

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처분 이후에 다수의 피해자들이 원고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 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절차적 하자 및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2조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대하여 문제된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므로(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2헌가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10.18. 선고 2010두1234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공무원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처분으로서 원고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이므로(대법원 1991.11.22. 선고 91누2144 판결, 대법원 2013.1.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대법원 2018.3.13. 선고 2016두33339 판결 참조), 이에 관하여 행정기관인 피고가 행한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의 행위 등이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16.12.29. 선고 2015헌바280 전원재판부 결정, 서울고등법원 2020.9.10. 선고 2020누38579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소송당사자간에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서로의 주장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법재판소 2021.12.23. 선고 2018헌바52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취지 참조).

한편, 행정소송절차에서도 원고에게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절차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 헌법 제27조제1항 등에 위배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2006.2.23. 선고 2005헌가7, 2005헌마116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취지 참조], 원고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대법원 2008.6.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은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하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수사기관의 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대법원 2020.4.29. 선고 2015다22479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살펴본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에 대한 침익적 성격이 뚜렷한 공법상 징계처분에 관한 담당 공무원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학교법인의 징계처분의 경우(대법원 2014.7.24. 선고 2014도6377 판결 등 참조)와 달리} 공법상 특별행정법 관계에 기인하여 질서유지를 위하여 과하여지는 제재인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고죄로 처벌된다(대법원 2010.11.25. 선고 2010도1020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법상 특별행정법관계에 기인한 ‘징계처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부담하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는 ‘형사처분’에 관하여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부담하는 의무와 유사한 구조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징계처분을 위한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으며, 만일 담당공무원이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은 채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이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지 않는 등 당사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라)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가) 징계조사 경위

(1)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과정에서 U검찰청 소속 감찰 담당관은 2018.12.3. 및 같은 달 4. 원고를 소환하여,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혐의사실(이하 ‘이 사건 징계사실’이라 한다)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피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을 제8호증의 1, 2)에는 이 사건 징계사실과 관련한 피해자들 또는 목격자들(이하 ‘피해자 등’이라 한다)의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어 기재되어 있다[비위일람표를 기준으로 피고가 사용한 영문자는 A부터 N까지 모두 14개이고(한편, 피고가 서증으로 제출한 진술서들에 기재되어 있는 영문자는 A부터 P까지 모두 16개이다), 그 밖에 영문자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비위사실도 있다(예컨대, [별지 1] 비위일람표 순번 32번 기재 비위사실의 경우 피해자를 “실무관들‘이라고만 기재하는 등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감찰 담당관은 순번 2, 3, 4, 5, 6, 10, 15, 20번 등 기재 징계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를 ‘8, 9급 여수사관’, ‘모 수사관’, ‘여수사관’, ‘여성 사무원‘, ‘여직원’, ‘후배 수사관’ 등으로 지칭하면서 원고를 신문하였는데,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등 대체로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2) 감찰 담당관은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술서를 작성받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복 등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며 진술서 공개를 거부하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일부 진술서의 경우 처음부터 가명으로 진술서를 징구하였고, 실명으로 작성된 진술서의 경우에도 작성된 진술서 중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기재 부분을 삭제하고 실명을 영문자로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실명처리하였다.

나) 징계처분 및 소청심사 경위

(1) T검찰청 검사장이 2019.3.27. 원고에게 교부한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 사본에는 이 사건 징계사실과 관련된 피해자 등의 성명이 [별지 1] 기재와 같이 모두 영문자 등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2)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 과정에서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실에 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나, 그중 상당수는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취지의 소청 이유를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은 소청 심사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 및 수사보고(징계대상자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 첨부) 등의 소명자료만을 제출하였고,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첨부된 수사보고는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갑 제13호증 중 제19면 참조).

다) 제1심 및 당심의 심리 경과

(1) 피고는 2019.5.11. 제1심법원에 이르러 비로소 감찰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해자 등의 진술서(을 제4호증)를 제출하였는데, 신원이 특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등의 의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개인의 신상정보에 관한 부분(이하 ‘신상정보 부분’이라 한다) 및 피해자 등의 구체적인 진술이 드러나는 부분(이하 ‘구체적 진술 부분’이라 한다)을 모두 삭제한 상태로 제출하였다.

(2) 이 법원은 2021.3.4. 제1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각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부합 증거의 서증 번호 및 면수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만일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는 경우 같은 방식으로 특정하여 제출하라는 내용의 석명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가 영문자 등으로 기재된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을 제8호증의 1, 2,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피고 측 답변자료(갑 제13호증) 중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와 같다], 감찰 담당관이 순번 32 비위사실과 관련하여 원고와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에 관한 수사보고[을 제8호증의 3, 4,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피고 측 답변자료(갑 제13호증) 중 수사보고와 같다] 및 감찰 담당관이 피해자 등과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보고(을 제9호증, 소청심사 과정에서 제출되지 않은 자료로서, 메신저 대화 내용은 첨부되어 있지 않다)를 제출함과 아울러, 2021.4.9.자 준비서면 기재(제5 내지 15면)와 같이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부합 증거를 특정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1.5.12.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고가 원고의 진술이 담긴 진술조서와 감찰 담당관이 작성한 수사보고 등만을 제출하였을 뿐, 재판부의 석명사항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사유의 근거자료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사실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고, 특히 피해자 등이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탄원서의 기재 내용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확인을 통한 원고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피해자 등의 특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법원은 2021.5.13. 제2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에게 원고의 위 주장에 관하여 답변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보완할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구체적 진술 부분까지 포함하여 비위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만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은 영문자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피해자들 진술서(을 제10호증)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첨부한 수사보고(을 제11호증)를 다시 제출하면서, 2021.6.17.자 준비서면 기재(제2 내지 12면)와 같이 기존 증거들과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을 부합 증거로서 비위사실의 개별 항목별로 특정하였다.

(4) 원고는 2021.7.30.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비위사실별로 ‘추정’되는 피해자를 특정하면서,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의 불일치나 증거관계의 미흡함을 들어 개별 비위사실에 대하여 다투었고(위 준비서면 제2 내지 12면), 위와 같이 혐의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이 다수 확인되었고, 피해자 등의 진술과 상반되거나 과장된 내용이 확인되므로 이 사건 징계사실이 사실에 근거하여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1.6.17.자 준비서면에 기재된 비위사실별 부합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징계사실이 충분히 인정되고, 징계의 양정도 타당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피고의 2021.8.11.자 준비서면 참조).

(5) 이 법원은 2021.8.19. 제3회 변론기일에서 ‘피고의 주장사실을 보완하는 내용과 상대방의 주장에 대응하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이에 관한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1.10.29.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해자 등을 실명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 보장에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혹여나 있을지 모를 원고의 보복행위나 그에 대한 피해자 등의 두려움을 비롯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 등이 실명 등으로 특정되는 증거자료를 제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 이에 대하여 이 법원은 2021.11.1.자 석명준비명령을 통하여 ①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실제 피해자와 원고가 2021.7.30.자 준비서면에서 추정한 피해자가 일치하는지에 관한 피고 측의 입장을 정리하고(일치하는 항목과 일치하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각각 구분하여 정리), ② 일치하는 경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이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부합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고, 특히 피해자 등이 제출한 탄원서가 각 항목별 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힘과 아울러 관련 증거를 제출하며, ③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 이러한 경우에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의견을 밝히고, ㉯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이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부합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며, 특히 피해자 등이 제출한 탄원서가 각 항목별 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힘과 아울러 관련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하였다.

피고는 2021.12.9.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피해자들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는 피고로서는 이 법원의 2021.11.1.자 석명준비명령에 응하기 어렵다’, ‘피고가 위 석명준비명령에 응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의 행위 등은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절차상 하자로 인하여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을 뿐 아니라, 이 법원에서 원고가 다투고자 하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징계사유 유무나 징계양정상의 하자 등에 관하여도 구체적인 심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절차적 위법 등에 더하여,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징계사실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징계사실에 관하여 피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서류에는 피해자 등의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어 기재되어 있는 등 피해자 등이 제대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관한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① 먼저 원고의 입장에서 감찰조사 절차, 이 사건 처분 절차, 소청심사 절차 및 이 사건 소송 절차의 각 단계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행위에 대하여 단계별로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고, ② 다른 측면에서 이 법원이 원고가 방어권 행사를 통하여 다투고자 하는 사실적·법적 쟁점을 심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나) 이 법원의 2021.11.1.자 석명준비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는 피고의 입장은,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을 제10호증)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을 제11호증)가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이 비실명처리된 것일 뿐, 그 증거가치는 이 사건 징계사실을 뒷받침할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는 이에 관하여, ‘참고인조사나 증인신문 등 직접 출두하는 자리에서 증언할 의사가 없고 특히 가해자와의 대면신문은 더욱 두려워하고 있는’ 피해자 등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를 비실명처리하였고, 같은 취지에서 이 법원의 위 석명에도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밝혔는데(2021.12.9.자 피고 준비서면 중 제3 내지 5면), 이는 원고가 피해자 등에 관하여 증인신문 등을 신청하고 이 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증인신문을 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해자 등을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와 같다. 다시 말해, 피고의 입장은, 원고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과 근거에 비추어 보면, 반대당사자인 원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그러한 진술을 한 사람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 등의 기회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제1항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소송당사자 간에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소송당사자가 서로의 주장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는바(위 헌법 재판소 2018헌바524 결정 등 취지 참조),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피해자 등의 진술이 핵심 증거라고 할 수 있음에도, 원고에게 위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 당사자주의에서 파생되는 무기대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위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결정은 19세 미만의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더라도, 영상녹화CD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관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인 등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된 경우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12.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0조제6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인바, 위 결정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법익의 비교·형량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해자 등은 모두 원고와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던 성년의 공무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의 연령이나 특성 등으로 인하여 미성년자인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경우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두터운 보호를 하여야 할 것임에도, 미성년 피해자가 문제된 위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사건에서조차 피고인의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적 차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물론, 이 사건이 형사사건 아닌 징계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적법절차의 원리 적용에 있어서 형사사건보다는 다소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침익적 처분이고, 피고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형사사건과 유사하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의무를 부담하는 점, 피고가 2차 가해로부터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등은 위와 같은 실체적 진실발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공무원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이 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소송당사자 사이에 그 진술의 진위나 의미 등이 다투어지는 진술을 한 주체인 피해자 등을 특정·소환하여 증인신문을 할 수 없는 이상, 감찰조사 절차부터 소청심사 절차에까지 이르는 원고의 각 단계별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정확한 사실조사 및 적절한 징계양정이 이루어졌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 피고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도 이 사건 징계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피고의 입장은, 원고에 대한 모든 감찰조사가 피해자 등의 실명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다만 조사를 마친 이후에 피해자 등의 보호를 위해 원고도 이미 알고 있는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을 삭제하거나 영문자로 비실명처리한 것이며, 그 이후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 및 피해자 등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긴 수사보고의 신상정보 부분이 위와 같은 영문자에 따라 익명처리된 것에 불과하므로, 위 각 증거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징계사실과 같은 비위사실을 저지른 점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 징계의 양정이 적정하다는 점도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피해자 등을 실명 등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과정에서 감찰 담당관은 이 사건 징계사실 중 다수의 혐의사실에 관련하여 피해자를 ‘8, 9급 여수사관’, ‘모 수사관’, ‘여수사관’, ‘여직원’ 등으로 다소 막연하게 지칭하면서 원고를 신문한 점, 상당수의 혐의사실의 일시, 장소 등이 다소 모호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예컨대, 순번 1번 기재 비위사실의 경우 일시, 장소가 ‘2018. 2 내지 3.경 재무팀 회식자리’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혐의사실의 일시, 장소 및 참석인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다른 유사 모임과 혼동될 가능성이 배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입장에서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는 비위행위의 피해자나 목격자 등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진술조서의 기재 내용만으로는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 등에 관련한 조사에 있어서 감찰 담당관이 원고에게 피해자 등의 실명을 언급하며 조사하였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조사 방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이에 관하여 이 법원이 피고에게 여러 차례 석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피해자 등에 관한 구체적 특정 방법 및 근거 등에 관하여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설령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당시, 해당 피해자들에 관련한 혐의사실에 관하여 해당 피해자들의 실명을 바탕으로 한 문답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가 술에 취하여 저질렀다고 하는 대부분의 비위사실에 대하여 ‘술에 취하여 기억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등으로 답변한 점, 원고가 감찰 조사를 받은 후 네 달 가까이 경과한 시점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신상정보 부분이 익명처리된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 사본을 받아보았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2020.5.11.에야 비로소 익명처리된 피해자 등의 진술서를 제1심법원에 제출한 점, 특히 이 사건 징계사실 및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자 등이 최소한 16명 이상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감찰조사 절차 당시부터 소청심사 절차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피해자 등으로 지목된 사람을 정확히 특정하여 파악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과정에서 피고 및 그 소속 감찰 담당관의 행위는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하여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소지가 높다.

피고는 이에 관하여, ‘원고가 2021.5.12.자 준비서면에서 [별지 1] 비위일람표에 피해자로 등장하는 동료들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으므로 피해자 등의 신원을 보호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초래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원고가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대략적으로 추측하고 있는데다가 그들로부터 탄원서까지 받은 이상, 원고에 의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일 뿐,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피해자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피해자 등의 특정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법원은 피고에게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부합되는 증거를 특정하거나 제출하고, 그 증거가 각 항목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밝힐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나 이 법원의 심리를 위해서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피해자 등에 대한 특정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심지어 추정 피해자와 실제 피해자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답변하지 아니한 채, (피고 자신만 내부적으로 정확히 알고 있을 뿐 징계대상자인 원고조차 기억이나 추측에 기대어 부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원고의 비위행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막연히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라) 한편,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징계사실이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피해자 등이 감찰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해당 비위사실과 관련하여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일을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어서 피해자 등의 경험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 진술의 취지나 맥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아니하고 진술자의 주관적 시각이 편향적으로 반영되어 있을 수 있는 반면, 피해자 등의 진술을 법관이 면전에서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진술서에 기재된 진술 내용은 그 증거가치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통한 탄핵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진술서는 법관의 올바른 심증 형성의 기초가 될 만한 충분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등의 진술에 터 잡아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등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고의 입장에서 해당 비위사실의 피해자를 원고의 부정확한 기억에 근거하여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아래 마)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당 혐의사실과 탄원서의 기재 내용이 불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피고가 해당 비위사실을 이 사건 징계사실에 포함한 것이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한 경험에 토대한 것인지, 전언에 기초한 것인지 아니면 목격자가 피해사실을 목격한 것에 기초한 것인지조차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개별 비위사실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등을 효과적으로 다툴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되어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이 따르므로, 원고의 방어권이 이와 같이 현저하게 제약된 상태에서 제출되어 조사된 증거의 증명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측 논리는, 피해자 등이 작성한 진술서가 익명화된 영문자를 매개로 하여 [별지 1] 비위일람표의 개별 비위사실 및 원고에 대한 진술조서상 영문자로 표기된 피해자에 대한 혐의사실에 정확하게 상호 대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 징계사실 및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자 등이 최소 16명 이상인 점, 이 사건 징계사실 중 일부는 상호 혼동될 여지가 있을 정도로 비위 시기, 태양, 피해 대상자 등에 있어 중복되거나 유사한 부분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원의 심리에 의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는 이상, 위와 같은 상호 대응 관계에 오류나 불일치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피고는, 원고 측 참여를 배제한 비공개심리로 자료의 일치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109조, 법원조직법 제57조에 정한 재판공개의 원칙상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의 심리를 비공개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설령 재판의 심리를 비공개로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개별 사안별로 공개된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소송절차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일 뿐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송상대방인 원고 측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상태에서 원고의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사건에서 비공개열람·심사에 관한 규정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0조제2항을 이 사건에서 원고의 혐의사실의 인정 여부에 관한 증거조사절차에 적용할 수도 없다].

마)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실의 각 혐의별로 자신이 추정한 피해자를 기준으로 하여 개별적으로 다투면서, 특히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과 해당 혐의사실의 내용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위 탄원서상에 원고의 행위나 발언의 맥락상, 추정 피해자가 원고의 행위 등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몇 가지 혐의사실에 관하여 예시적으로 살펴본다.

(1) 먼저, 순번 1번 기재 비위사실은 ‘원고가 2018.2. 내지 3.경 재무팀 회식자리에서 피해자 F 등에게 “요즘 A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는 오는 것이다.”라고 성희롱 발언을 하고, 2018.8.경 여러 직원이 있던 사건과 사무실에서 “B선배옷 입은 것을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다.”라고 말하여 피해자 B를 성희롱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합증거로 을 제11호증 중 제141, 143, 144면(서증에 기재된 면수를 기준으로 한다)을 거시하고 있는데, 위 증거는 ① A로 지칭된 사람이 B선배 관련한 원고의 발언을 들었고, 자신에 관한 원고의 말을 P, F에게서 전해들었다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② A에 관한 원고의 발언을 들었다는 취지의 검찰수사관의 P, F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다. 특히 A와의 위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제가 B 계장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너무너무 기분 나빠하시고... ㅠ”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원고가 B라고 추정하는 W가 작성한 탄원서(갑 제21호증의 6)에는 “저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고, 그 진위나 의도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므로 감찰조사 시 진술하지 않은 것인데, 피해자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순번 4번 기재 혐의사실은, 술자리가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면서 기분이 좋아 서로 끌어안고 있던 피해자 C와 E에게 원고가 다가가 두 사람을 한 꺼번에 포옹하였다는 것인데, 원고가 피해자 E로 추정하는 X 작성의 탄원서(갑 제21호증의 11)에 따르면,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문제를 삼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순번 6번 기재 비위사실(자신의 결혼스토리에 대하여 말하면서 “와이프와 처음 만난 날 잤다.”라고 성희롱 발언)에 대하여 원고는 술자리 분위기를 유쾌하게 하기 위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추정 피해자 X는 위 탄원서를 통하여 ‘대화 내용에 대해서 별로 불쾌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피해자 E는 감찰 담당자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원고의 발언에 관해 설명하면서 “그냥, 결혼하게 된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나왔습니다.”라고만 진술하고 있을 뿐이고, 감찰조사에서 작성한 진술서에도 원고의 이 부분 발언을 별도의 비위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3) 이와 마찬가지로, 순번 17번 기재 비위사실은 원고가 ‘차기 인사계장’ 운운하면서 피해자 K에게 폭언을 하고, 술자리 참석을 거부한 K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방법으로 갑질하였다는 것인데, 원고는 이에 대하여 K에게 농담조로 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가 피해자 K로 추정하는 Y 작성의 탄원서(갑 제21호증의 8)에도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다(K 명의의 진술서에 위 비위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K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원고의 말을 농담식으로 받아들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4) 또한 원고가 순번 18의 피해자로 추정한 Z은 탄원서(갑 제21호증의 1)에 ‘술에 많이 취하여 저에게 욕설을 하긴 하였다’고 기재하면서도 처벌불원확인서(갑 제21호증의 2)에는 ‘사건 당시 어느 특정인을 향한 욕설이 아니어서 사실 사건의 피해자라고 하기에도 불분명하다’고 기재하고 있다.

(5) 이 외에도 피해자가 원고에게서 직접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원고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원고의 발언을 전해들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항목(순번 11번 기재 비위사실)이 있고, 피고가 해당 비위사실의 부합증거로 제출한 피해자의 진술서가 (그 진술서의 내용이나 형식 등에 비추어) 피해자로서 경험한 일을 진술한 것인지 아니면 제3자로서 목격한 일을 진술한 것인지 명확하지 아니한 항목(순번 8, 24, 26 기재 비위사실 등)도 있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해당 비위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된다고 보기 어렵거나 혹은 그 내용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여럿 존재한다.

(6) 이처럼 위 가) 내지 라)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 절차부터 이 사건 소송 절차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어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진술서 등은 충분한 증명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러한 절차적 위법 등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별지 1] 비위일람표의 혐의사실별로 증거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추정 피해자에 대한 원고의 혐의사실과 추정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있거나, 원고의 발언이나 행위 등의 맥락상 추정 피해자에게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안겨주거나 갑질이나 폭언으로 느껴지는 행위였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법원의 입장에서는 해당 비위사실에 관하여 추정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하여 당사자 주장의 진위를 가리고 의문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에도, 피고 측이 피해자를 전혀 특정하지 아니한 탓에 이러한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또한 원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추정 피해자의 탄원서가 이 사건 징계사실의 비위사실별로 대응되어 관련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징계사유의 존부나 징계의 양정 등에 관하여 위 탄원서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에 의하면, 성희롱·성폭력 등 피해자의 신원을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성희롱· 성폭력 등 사건의 확인서는 가명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9조), 성희롱·성폭력 등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의무가 있으므로(제4조), 이 법원의 석명에 따라 피해자들을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지침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는 하나, 대검찰청의 성희롱·성폭력 및 성차별행위의 예방과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으로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소송을 심리하는 이 법원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대외적 효력이 있는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가 행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투면서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는 앞서 살펴본 같이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하에, 상호 활발히 공방하는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에 근거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하여 그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소송상대방인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절차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23조는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고발을 포함한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특정범죄신고자법’이라 한다)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특정범죄신고자법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한 조서등의 작성 시에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범죄신고자등의 인적사항의 기재를 생략하되, 범죄신고자등 신원관리카드에 등재하도록 하고(제7조), 범죄신고자등의 인적사항 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며(제8조), 법원은 다른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경우에 검사에게 신원관리카드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조).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29조는 제1항에서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및 심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심리·재판할 때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조사 및 심리·재판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를 심리하는 형사공판절차가 아닌,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를 심리하는 행정소송절차(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에 따라 민사소송절차가 준용된다)에 대해서까지 성폭력범죄를 심리하는 재판에 관한 특례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성폭력처벌법은 헌법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형사재판 심리상의 피해자 보호 및 배려 조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즉,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재판 심리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절대적으로 은비(隱祕)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에 필요한 한도에서 공개되거나 증인신문 등을 위한 목적에서 검찰 측이 관리하는 신원관리카드를 통하여 적절히 관리·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별지 1] 비위일람표 기재 비위행위 중에는 해당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가 큰 반면,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해당 피해자의 신상정보 부분이 공개되지 않거나 가명 등으로 표시해도 무방한 부분이 일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는 개별 비위사실별로 원고의 방어권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해당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징계사실 일체에 관련하여 피해자 등을 전혀 특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청을 하고 이를 토대로 이 법원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원천봉쇄되었다고 볼 수 있는바, 이 사건 처분이 원고의 공무원으로서 신분을 박탈하는 중한 처분인 점까지 감안하여 볼 때, 징계처분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의무를 지는 피고의 이러한 조치가 관련 법익을 적절하게 비교·형량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피해사실이 주변에 원치 않게 알려지는 등의 일로 인하여 피해자가 겪게 될지 모를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대체적인 신상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인 검찰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직장 내에서의 비위사실이 문제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방어권 보장과 이 법원의 심리에 필요한 한도에서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이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 등이 입게 될 2차 피해가 클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의 보복 우려 등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원고의 평소 성향 등을 감안한 피해자 등의 다소 막연한 두려움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 이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 등에게 위협이나 보복을 가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 더욱이 [별지 1] 비위일람표 기재 행위는 성폭력과 관련 있는 부분과 그와 관련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짐에도 불구하고,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을 근거로 원고의 비위사실 일체에 대하여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 부분을 전혀 특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체법적으로도 그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김시철(재판장) 이경훈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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